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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바시 64회 환자와 정상인의 차이 | 서민 단국대 의과대학 교수


강연 소개 : 우리는 세상을 정상과 비정상의 범주로 나눕니다. 간혹은 정상적이지 않은 비범함과 다름에 열광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비정상의 것들은 차별을 받습니다. 하지만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치의 차이는 그렇게 크지 않습니다. 모든 기준을 적용한다면 정상인 사람이 없을 정도입니다. 환자와 정상인의 차이도 마찬가지입니다. 때로는 기준치 하나로 정상인에서 환자로 바뀌기도 합니다. 이런 사례를 통해 우리 삶을 바라보는 시각과 생각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봅니다.


게시일: 2011. 10. 30.




안녕하세요?

단국대에서 기생충을 전공하고 있는 서민이라고 합니다

여러분들이 지난번 제 강의를 너무 좋아해주셔서


이제 두 번째로 강의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오늘 여러분께 말씀드릴 주제는

환자와 정상인의 차이에 관한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와 조금 다르면 비정상으로 치부하고

그들과 놀지 않음으로써 우리끼리 편화를 추구합니다

다리가 하나 더 있는 것은 비정상이죠?

그런데 간혹 어떤 비정상에는 열광하기도 합니다

이 네잎클로버 같은 것

이것은 사람으로 따지면

발가락이 하나 더 있는 기형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것을 행운의 상징으로 생각하죠

그리고 이 백마

백마도 사람으로 따지면

색상이 없는 알비노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 백마를 타보고 싶어서

환장을 하지요

안타깝게도 이 모든 비정상이

찬사를 받는 것은 아닙니다


대부분의 비정상은 차별을 받습니다

우리는 우리와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외국인 노동자를 차별합니다

우리가 하도 그러니까

이 고양이마저 아랍인이나 흑인이 나오면

그게 오바마라 할지라도 인상을 쓰고

그게 히틀러라 할지라도

백인이면 이렇게 온화한 표정을 짓습니다


하지만 이 정상과 비정상은

아주 큰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누구나 어떤 분야에서 비정상이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키가 작다는 것도

어떻게 보면 비정상일 수 있습니다

어떤 이는 키 작은 것을 루저라고 표현했죠

머리숱이 없다는 것도

엄청난 비정상입니다

저는 머리숱이 없느니

차라리 눈이 작은 제가 좋습니다


지금은 좀 나아졌지만

제가 어릴 때만 해도

이 왼손잡이는

결혼을 반대할 만한 결격사유였습니다


성에 따른 차별도 존재합니다

여기 보시면 조인성씨가 있는데

우리 사회는 대부분 여성들이 차별을 받지만

이렇게 가끔 남성들도 차별을 받을 수 있습니다

조인성씨는 여성이 다가가니까 해맑게 웃으며

손을 잡지만

남성이 다가가니까

싸우려고 인상을 씁니다


외모 또한 차별의 중요한 기준입니다

우리가 만일

잘 생긴 장동건씨를 정상의 기준으로 삼는다면

못 생긴 사람들은 전부 비정상이 됩니다


심지어 이 잘 생긴 사람들은

강도짓을 해도 동정을 받습니다

사람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멀쩡하게 생겨가지고 왜그래? 쯧쯧쯧'

그러면 강도같은 짓은 못생긴 사람들이 저질러야 됩니까?

그럼 저는

범죄자의 운명을 타고 난 것일까요?


이렇게 정상과 비정상은

그 차이가 별로 없습니다

그리고 누구나

어떤 분야에서는 비정상이 될 수 있습니다

이 화면에 나타난 이 여인도

자세히 보면

입술 옆에 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정상으로 간주되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아랫사람을 괴롭히는 데서

쾌감을 느끼는 사람일수도 있습니다

어느 회사에서나 이런 사람이 한 두명은 있잖아요?

이런 사람들이 과연 정상일까요?


또한 우리는

늘 겉모습에만 주목을 하지만

몸 속에도 비정상의 요소가 아주 많습니다

예를 들어

제 어떤 친지는

건강검진 때

CT를 찍었는데

폐에서 사마귀 모양의 결절들이 수없이 발견되었다며

매우 놀랐습니다


제 친구 하나는

군대에 가려고

건강검진을 받다가

간이 오른쪽에 있어야 되거든요, 원래는?

그런데 이게 왼쪽에 있는 것을 알고

혼비백산을 합니다

알고 보니 그 친구는

내장의 좌우가 완전히 바뀐

소위 situs inversus (내장역위증) 환자였던 겁니다

이런 식으로

우리 몸 안에도

얼마든지 비정상의 요소가 많이 있습니다


의학이라는 학문은

이런 비정상을

삶에 불편을 끼치는 이러한 비정상을

교정해서 정상으로 돌려놓는 일을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상과 비정상을 가르고

이 비정상을 환자라고 표현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가벼운 병이라고 할지라도

환자가 된다는 것은 본인에게 큰 충격입니다


실제로 90년대만 해도

어떤 사람이 암이 발견되었다고 할 때에는

본인에게 알리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본인은 태평한데

주위 사람만 걱정하는 장면을 흔히 볼 수 있었습니다

암에 대한 인식이 조금 바뀐 지금은

그래도 본인에게 암을 통보하지만

본인은 물론이고 가족들도 암 선고를 받을 때에는

굉장히 충격을 받습니다


배우 전수경씨는

갑상선 암에 걸렸었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전수경씨를 힘들게 했던

이 갑상선 암에 대해서 조금 알아 볼 필요가 있습니다

누구나 갑상선이 다 있습니다

갑상선은 이 목의 튀어나온 부분 아래에 있는

조그만 기관으로써 갑상선 호르몬을 분비합니다

갑상선 호르몬은

우리가 에너지를 얼마나 빨리 쓸 것 인지를 결정합니다


갑상선 호르몬이 너무 많이 분비되면 어떻게 될까요?

아무리 먹어도 대사가 빨라져 살이 찌지 않는

여성들이 모두 바라는 그런 상태에 도달합니다

하지만 더위에 약해지고

손이 늘 축축할 뿐만 아니라

눈도 튀어나오는 그런 부작용이 있습니다

그리고 갑상선 기능 저하증

즉 갑상선 호르몬이 별로 나오지 않을 때는

힘이 없고

추위에 약해지며

우울하고

심지어 이게 제일 괴롭죠

변도 보지 못합니다

그러니 갑상선 호르몬은

우리 몸에서 적정량이 있어야 됩니다


이 갑상선에도 암이 생깁니다

이 갑상선 암은 최근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게 증가하는 암입니다

특히 여성에서 그 증가속도가 빨라서요

2005년 이미 유방암을 제치고

가장 흔한 암으로 자리를 굳혔습니다

이 그래프를 보시면

인구 10만 명당

여성의 경우 40%가 갑상선 암을 앓았다는

기록을 볼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제 주변에서도

아는 사람이 갑상선 암인데 어떻게 해야 되느냐

이렇게 물어보는 사람이 굉장히 많습니다

이건 비단 우리나라 일 만이 아니라

미국과 유럽

그리고 캐나다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요

여기 보시면

여성에서 급격히 갑상선 암이 증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대체 왜 이렇게 암이 증가하는 걸까요?


여기에 대해서는 두 가지 가설이 있습니다


첫 번째로 갑상선 암 그 자체가 늘어난 가능성입니다

환경오염이 점점 심해지고

CT같은 것을 많이 찍고 그러니까

아무래도 갑상선 암이 좀 늘어나지 않을까요?

하지만 이 가설은 왜 하필 다른 암은 아닌데

갑상선 암만 그렇게 가파르게 증가하냐는 물음에

대답해 줄 수 없습니다


그래서 두 번째 가설이 나옵니다

옛날에 잡아내지 못하던 것을

진단기술이 발달해서

갑상선 암이 많아진 것이 아니냐

실제로 갑상선 초음파가 실행되는 동시에

갑상선 암이 크게 증가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이 두 번째 가설이 맞을 것 같습니다


과거에는 갑상선 암을 목을 만져서 진단을 했습니다

이 방법으로는 1.5cm가 안 되는 암은

발견하지 못했지요

하지만 지금은 갑상선 초음파를 통해서

뭔가 의심쩍은 게 있으면 조직검사를 함으로써

1mm짜리 암도 쉽게 발견을 합니다


그런데 이게

그렇다면 갑상선 암으로 인해 죽는 사람의 숫자가

줄어들어야 하는 게 아니겠어요?

그런데 과연 그럴까요?

이 표를 보시면

갑상선 암은 꾸준히 늘어나는데

사망률은 그대로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즉 다시 말해서

이 진단기술의 발전은

갑상선 암의 사망률을 낮추는데 전혀 기여하지 않았다

이런 결론이 나옵니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생길까요?

사실 갑상선 암은

우리가 몰라서 그렇지

병리의사들 사이에서는 부검할 때

가장 흔히 나오는 암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즉, 갑상선 질환을 전혀 앓지 않았던 사람의

갑상선을 그냥 부검하다가도 암이 나온다고 합니다

심지어 Harach라는 학자는

갑상선과 전혀 관계없이 죽은 환자 101명을

부검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갑상선 중 36%에서

갑상선 암을 찾아 냈습니다

그런데 한 술 더 떠서 이 사람이 뭐라고 했냐면

'내가 시간이 없어 그렇지 시간만 많으면 모든 사람들에게서 갑상선 암을 다 찾았을 것이다'

라고 얘기를 합니다


그러면 갑상선 암은 치료할 필요가 전혀 없는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갑상선 암 중에서도 폐나 뼈로 전이되는 암이 얼마든지 있습니다


하지만 갑상선 암은 조직에 따라서 구분이 되는데요

이렇게 네 가지로 구분이 됩니다

그 중에서 가장 흔한 것이

이 유두상 암입니다

이 유두상 암은

전체 암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사람을 죽이지도 않을 뿐더러

전이도 되지 않는

아주 착한 암입니다

지금까지

이 갑상선 암이 증가한 것은

바로 이 유두상 암이 증가한 것이었습니다


이게 중요한 이유는 뭘까요?

갑상선 호르몬은 아까 이야기했듯이

우리 몸에서 꼭 필요한 겁니다

하지만 갑상선 암이 발견되었다고 하면

대부분의 의사들이 갑상선을 모두 떼어내고

앞으로 남은 기간동안 평생 갑상선 호르몬을 먹으라는

처방을 합니다

하지만 전이도 되지않고 죽지도 않는다면

특히 이 착한 유두상 암인 경우라면

과연 이렇게 처절한 처방을 할 필요가 있을까요?

이 논문은 그럴 필요가 전혀 없다고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제가 한 말이 아니라

인용빈도가 아주 높은 유명 학술지에 나온 것이니까

믿으셔도 됩니다




여기서 보듯이

의학은

우리 몸안의 비정상의

그러니까 사람을 죽이는 비정상에 주목해서

그것들을 교정하는 학문입니다

ㅊ하지만 갑상선 암의 경우처럼

우리가 모르고 살아도 될 그런 암을

괜히 환자에게 통보함으로써

환자와 그 가족에게 불편을 야기하기도 합니다

다시 말하지만 의학은 정상과 비정상을 가르는

기준을 만들어 내고

그 기준을 수시로 변화시킵니다

그리고 그 기준이 어떻게 변화되느냐에 따라서

평소에 정상이던 사람이

갑자기 환자로 탈바꿈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고혈압의 기준을 조금만 낮춘다면

우리나라 성인의 절반 이상을

고혈압 환자로 만들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콜레스테롤 기준치를 조금만 낮춘다면

평소 정상이던 사람이 콜레스테롤 약을 먹어야 되는

그런 상황을 만들게 됩니다


실제로 의학은 정상의 기준을

계속 끊임없이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물론 의학이 이렇게 정상 기준을 변화시키는 원인은

바로 우리들의 건강을 증진시키기 위함이죠

하지만 여기서 봤듯이

갑상선 암의 경우 처럼

굳이 모르고 살아도 되는 그런 비정상도 있고

환자가 된다는 것은 아주 충격적인 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의학이 만일 진단기준을 변화시킬 때라고 하더라도

좀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저의 이야기입니다

아울러서 우리도 우리와 좀 다르다고

비정상 딱지를 붙이고

그들을 차별하는 일을 그만 두었으면 좋겠습니다


어머, 너무 빨리 끝났어요

(ㅎㅎㅎ)

이상입니다

(박수)





이 글은 청각을 잃은 제 친구를 위해 작성되었습니다.

전체 또는 일부가 잘못듣고 잘못 옮겨적은 내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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