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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막 세바시 343회 길을 잃는 것의 묘미 | 박혜린 이노마드 대표


거친 풍랑 바다의 조수간만차가 엄청난 에너지원이라는 사실. 조류를 이용한 에너지 기술개발 프로젝트를 수행하여 험란한 바다 속에 조류발전기를 설치하기 위해 펼치는 사투를 펼쳐냅니다. 이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았더라면 시작하지 않았을 놀라운 여정. 그러나 세상을 바꾸는 혁신은 바로 여기서부터 출발합니다.


게시일: 2015. 1. 26.




안녕하세요

저는 박혜린이라고 합니다

방금 소개해 주신 것 처럼 저는 조류 발전이라는걸 하고 있는데요


제가 사람들에게 "저는 조류발전을 하고 있다"고 말씀드리면 "아, 그 조류요?" (새?) 이렇게 말씀하세요

근데 이 조류가 아니구요



바닷물이 흐르는 에너지를 이용해서 전기를 생산하는 것이 '조류 발전'입니다


일단 조류 발전에 대해서 잠깐 소개를 드리자면요

지금 전력난이나 기후변화나 아니면 에너지 고갈 같은 문제가 세계적으로 불거지면서 신재생에너지가 주목을 받고 있는데요

잘 알고 계시는 풍력 발전이나 태양광 발전을 포함해서 총 11가지의 신재생에너지원이 있구요

조류 발전은 그 중에 한 가지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우선 조류 발전이라는 것의 장점은요

물이라는 에너지가 바람에 비해서 밀도가 약 1000배 높습니다

그래서 똑같은 동일 용량을 발전하는 설비라 하더라도 풍력 발전에 비해서 조류 발전설비는 약 20배 정도가 더 작습니다

그래도 똑같은 발전을 할 수가 있죠


그리고 태양이나 바람의 에너지에 비교했을 때 사실 바람이나 태양은 저희가 언제 사용할 수 있을지 예측을 할 수가 없거든요

그런데 조류는 그 흐르는 주기가 굉장히 일정하기 때문에 신재생에너지지만 굉장히 안정적이고 그 사용량을 예측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시화호새만금처럼 조력발전과 착각을 많이 하시는데

조력발전의 경우에는 지금 보시는 것 처럼 거대한 댐을 만들어서  인공적으로 낙차를 만들어서 그 낙차에서 발생하는 위치 에너지로 전기를 만들거든요


그런데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조류발전은 이런 인공적인 구조물이 없이 그냥 터빈만 설치해서 순수하게 흐르는 물의 에너지를 이용해서 발전을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안정적이고, 효율적이고, 또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에 굉장히 주목받고 있는 신재생에너지원 중에 하나구요

그래서 영국이나 독일 처럼 선진국을 중심으로 굉장히 주목을 받고 있는 에너지원입니다


특히 한국이라는 나라가 세계에서 3대로 조류 에너지를 많이 가지고 있는 세계 3대 조류 부존 국가거든요

그래서 저희는 이러한 특징을 가지고 한국에서 조류 발전을 개발을 하면 굉장히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에너지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겠다 라고 생각을 해서 착수를 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지금 잘 알고계시다시피 풍력이나 태양광 발전과 다르게 이런 조류 발전이라는 것은 굉장히 낯선 분야거든요

사실 기존에 그렇게 개발을 많이 한 실적도 없고 거기 관련된 사례도 없고 그렇기 때문에 저희는 이 잠재력이나 장점을 알고 있었지만

아무런 정보가 없었기 때문에 새롭게 시작을 해야 했습니다


일단은 저희가 이론적으로 공부를 했어야 됐기 때문에 저를 포함해서 네 명의 개발자 다섯 명이 같이 착수를 했었는데요

무작정 대학교에 찾아가서 유체역학이나 그런 관련된 전공을 하시는 교수님께 찾아가서 이걸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되냐고

처음부터 막 물어보고 욕 들어 먹으면서 이론 공부를 했어요

공부를 하면서 실제로 그걸 바탕으로 조그만 시제품을 만들고 그리고 전국에 있는 강이나 바다를 돌아다니면서

그게 정말로 어떻게 움직이고 에너지를 만들어 내는지를 저희가 실험을 진행을 했었거든요


그리고 이런 바람이나 물처럼 유동 에너지를 이용하는 설비는 그 유입되는 에너지가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를 측정하는게 굉장히 중요해요

근데 이런 유속을 측정하는 장비가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굉장히 고가 장비기 때문에

저희는 사실 돈도 없었고

그래서 실제로 그런 장비 원리를 이용해서 만들거나 

아니면 대부분은 저희가 실제로 물에 들어가서 그게 얼마나 빠른지 몸으로 체험을 했어요

그래서 저희가 그 과정에서 개발자 두 명을 잃을 뻔 하기도 했었지만

지금은 저희 대부분이 흐르는 물만 봐도

"저거 몇 m/s 정도 되겠구나"

이렇게 눈대중으로 알 수 있을 정도로 많이 실험을 했었구요


한 3년 정도가 걸렸어요

이게 저희가 하고싶다 라는 생각을 하면서 실제로 그거를 실행을 옮기기 까지 3년 정도가 걸렸는데

말씀드렸던 것 처럼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그런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드디어 2011년 9월에 저희가 전라남도 진도 울돌목에 첫 파일럿 실험을 진행하게 됩니다



네, 지금 보신 것이 전라남도 진도 울돌목에 설치된 모델이구요

(박수)

감사합니다

이게 지금 2년 정도가 지났는데도 영상을 보면 아직까지도 가슴이 막 벅차오르는 그런게 있네요

이게 지금 설치된 것은 터빈 높이가 14m 정도 되구요

그리고 시간 당 100kW를 생산할 수 있는 그런 설비입니다


이게 독자적으로 터빈을 개발을 해서 설치를 하고 성공을 했던 사례가 사실 국내에서 저희가 처음이었기 때문에

굉장히 좀 기대를 많이 했었거든요

아 이제 성공한 성과를 가지고 뭔가 우리가 대단한 걸 할 수 있겠구나

실제로 저희가 설치한 터빈 자체는 국내에서 최초로 녹색기술인증도 받았었구요

아 이제 정말 뭔가 할 수 있겠다

지금까지 했던 삽질에 대한 뭔가 보상을 받을 수 있겠지?

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저희가 정부기관이나 발전사나 이렇게 찾아가서 여러 가지 제안을 했었는데 반응은 저희가 생각했던 것 하고 굉장히 다르더라구요

저희 말고도 대기업이나 아니면 국가 산하기관에서도 비슷한 프로젝트를 진행을 했었는데 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데

어떻게 너네 같은 조그만 회사에게 이런 프로젝트를 맡길 수 있겠냐

과연 너네가 정말 이걸 제대로 할 수 있겠냐

라는 의심이 굉장히 많으셨구요


그리고 실제로 이 신재생에너지 지원 제도나 아니면 생산된 전기를 판매할 수 있는 발전 판매 제도에서

조류 발전이라는 항목은 제외되어 있었기 때문에

사실 저희가 할 수 있는게 그렇게 많지가 않더라구요


근데 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저희가 저기 진도 울돌목에 설치한 지역이 또 관광지구로 편승이 되서 이걸 빨리 철거를 해야 된다고 말씀을 하시더라구요

저희는 이거를 보여주면서 투자를 받아야 되는데 철거를 해야 된다고 하시니까 눈물을 머금고 철거를 했습니다


철거를 한지는 지금 벌써 1년이 다 되어 가네요

저희는 정말 열정을 가지고 하나의 목표로 이렇게 왔는데

그 악순환에서 한 번 빠지니까

(울먹)

(박수)


헤어나오는게 굉장히 힘들었어요

'왜 사람들은 이렇게 열심히 하는걸 알아주지 않을까?'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이렇게 만들었는데

'왜 사람들은 그걸 인정해 주지 않을까?' 라고 굉장히 고민을 많이 했었구요


그래서 열정도 계속 이런 장벽을 경험하다보니까

열정도 쉽게 식어버리고 절망에 빠지는게 굉장히 쉽더라구요

뭐 거의 6개월 정도를 방에 구석에 쳐박혀서

'내가 잘못했나?'

'우리가 정말 잘못 선택을 한건가?'

되게 좀 고민을 많이 했었어요


근데 제가 또 은둔 생활 아닌 은둔 생활을 하다가 우연히 제 일기장을 봤거든요


제가 초등학교를 다니면서 한 4년 정도를 집단 따돌림(왕따)을 당한 경험이 있어요

근데 아마 그걸 경험해보신 분들은 그 아픔을 아시겠지만

제가 경험하기가 너무 힘든 상처였기 때문에 제가 6학년 마지막 여름방학이 개학을 하루 앞두고 있을 때

자살을 하자고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부모님한테 죄송하다고 말씀을 드리고 과도를 들고 제가 자살해야겠다고 하니까 그걸 보고 아버지께서

'혜린아, 과도가 너무 작으니까 식칼을 들고 해야 될 것 같다' 고 진짜 커다란 식칼을 저한테 주시는거에요

그니까 제가 그걸 보고 너무 놀라서 가지고 있던 칼도 떨어트리고, 울고 아버지는 절 안아주셨고

그렇게 저는 어떻게 무사히 그 날 밤을 넘기고 학교도 가고, 졸업도 하고 했는데

그 때 상처가 사실 너무 컸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제 유년기는 좀 반항적이고, 공격적이고

그리고 사람들하고 진심으로 잘 어울리지를 못하고 그렇게 살았었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저한테 꿈이 뭐냐고 하면은

"집시가 되고 싶다"

그냥 세상을 떠돌아 다니면서 혼자서 꿈꾸듯이 살다가 그냥 사라지면 좋겠다고 얘기를 많이 했었거든요

꿈이 그렇다보니까 대학을 와서도 보통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서 여행을 하거나 뭐 그렇게 시간을 보냈었어요


그러다가 제가 뉴 올리언스를 방문하게 됩니다

2007년 여름에 여기서 한 10여일 정도를 보냈었는데 집시를 꿈꾸던 사람에게는 정말 최적의 장소였어요

24시간 술집이 열고 집시들이 거리에 넘쳐나고 길거리에서는 전부 다 음악을 연주하고

그래서 저도 밤에 술 마시고 아침에 일어나서 술 마시고 막 음악 즐기면서 되게 신나게 보내고 있었는데


하루는 또 제가 마찬가지로 술이 취해서 비틀비틀 걸어가고 있는데

저기서 되게 멋진 블루스 음악이 나오는거에요

너무 좋아서 제가 거기 딱 가가지고 음악을 듣고 있었거든요

연주를 하는걸 완전 정신을 놓고 보다가 끝나고 나서 제가 막 박수를 치면서 너무 멋있고 좋았다고 막 그랬어요

그러니까 그 분이 감사하다 그랬는데 그걸론 제 마음이 표현이 잘 안되는거에요

그래서 호주머니에서 50불을 꺼내서 그 분 한테 드렸어요

이렇게 생긴 분이셨는데

제가 50불 드리면서 아 정말 너무 너무 잘 들었다고 그렇게 하면서 제가 한 마디를 덧붙였거든요

'저도 집시 처럼 살고 싶었는데 진짜 부러워요' 이렇게 말 했어요

그러니까 그 분이 한참 저를 쳐다보시더니 50불을 다시 주시더라구요

그래서 아니, 왜 내가 큰 맘 먹고 50불을 드렸는데 다시 주실까

왜 그러시냐고 물어보니까 이렇게 대답을 하시더라구요

'자기는 길에서 돈을 구걸하고 있는데 넌 나한테 와서 꿈을 구걸하니까 니가 더 불쌍하다' 고 그렇게 말씀하시는거에요

그래서 제가 그 장면을 일기장에서 발견하고 되게 많이 울었어요


왜냐하면 지금도 제가 꿈을 구걸하고 있는거에요

누구도 하라고 하지 않았지만 내가 했는데

왜 그걸 몰라주냐고 사람들한테 구걸을 하는거죠

그래서 그 때 부터 '구걸하지말자 내가 할 수 있는걸 뭔가 찾아보자' 라고 생각을 했구요

지금까지 내가 했던 것 중에서 뭐가 문제였었는지 다시 차근차근 분석을 하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하면서 발견을 한게 

저희는 조류라는 에너지원 어떻게 발전을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굉장히 연구를 많이 하고 포커스를 뒀었는데

실제로 그걸 사용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지는 사실 그걸 간과하고 있었던 거에요

아무리 조류 발전이라 하더라도 그걸 이해를 할 수가 없다면 기존에 있는 에너지원하고 다를 바가 뭐가 있겠느냐 라는 거죠


그래서 저희가 새롭게 시작을 하기로 했어요

그게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설치하고 사용할 수 있는 그런 발전소를 만들자


그래서 새롭게 시작한 것이



(관객 : 박수)

제가 여기서 직접 그 분을 모셔보도록 하겠습니다

(관객 : 박수)



지금 보시는 모델은 저희가 지금 부산의 온천천이라는 곳에 설치해서 실제로 돌려 봤는데요

이렇게 물이 흐르면 터빈이 돌아가면서 여기서 전기가 나오는거에요

지금은 이거는 실험 모델이기 때문에 케이스가 별도로 없어서 좀 프라이머리 스타일로 만들어봤구요

(관객 : 웃음)


가장 중요한거는 기존에 저희가 만들었던 터빈을 400분의 1로 축소를 했어요 근데 크기가 단지 작아졌다고 중요한게 아니라 

이 터빈 자체가 원래 바다에서 할 때는 적어도 2.0m/s 이상 좀 빠른 유속에서 발전이 되도록 했는데

이거는 저희가 흔히 접할 수 있는 강이나 하천 모든 물이 흐르는 곳에서도 쉽게 발전을 할 수 있도록 터빈을 다시 재설계를 했구요

그리고 실제로 그 제품은 이런 모습으로 여러분들께 판매가 될 예정입니다



이거는 좀 굉장히 큰데요

지금 저희가 디자인을 한 이 모델은 지금 보시는 이 박스보다 조금 더 큰 크기에요

그렇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가지고 다니면서 물이 흐르면 설치를 해서 거기서 발전을 하실 수가 있는 거구요


아마 제가 생각했을 때 내년 쯤이면 여러분들께서 실제로 이 모델을 볼 수 있을거라고 생각을 하구요

이 모델이 상용화가 된다면 여러분들이 보시는 모든 물이 흐르는 곳이 발전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기 바로 옆에 흐르는 청계천에서도 청계천 자체가 발전소가 될 수 있는거죠


새로운 시작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 저는 끊임없이 그런 두려움이 굉장히 많거든요

매일 매일 일어나면서 

'그래, 여기까지 왔는데 내가 더 잘 할 수 있을까?'

'문제는 없을까? 또 넘어지진 않을까?'

라고 생각을 하는데


사람은 학생

이라고 하잖아요

죽을 때 까지 배우면서 가는거고

길을 잃더라도 그게 내가 선택한 길이고

실패를 하면 실패를 하는 대로 성공을 하면 성공을 하는 대로


그렇게 제가 스스로 배워 나가면서 길을 만든다면

오늘 하루 하루는 힘들어도 내일은 더 좋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 많이 응원해주시구요

저도 여러분 많이 응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글은 청각을 잃은 제 친구를 위해 작성되었습니다.

전체 또는 일부가 잘못듣고 잘못 옮겨적은 내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해당글에 댓글 남겨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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