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 소개 : 온라인 소통이 늘면서 그 사람의 글이 곧 그 사람인 시대가 되었습니다. 카톡, 페이스북, 자기소개서 등에 쓰는 모든 글을 카피라이터처럼 쓸 수는 없을까요? 신작 '카피책'을 중심으로, 짧은 글로 사람 마음을 훔치는 방법을 이야기합니다.
게시일: 2016. 3. 6.
(박수와 환호)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대부분 저를 보러 이렇게 오신 거 같네요 (웃음)
오늘 강연 주제는 '진짜 공부'입니다, 그래서
지금부터 '강연'이 아니라 '수업'을 시작하겠습니다
예전에는 사람들이 누군가를 평가할 때 무얼 보고 평가를 했을까요?
그 사람의 외모, 그 사람의 명함, 그 사람의 말이나 말투
뭐 이런 걸 가지고 "아~ 이 사람은 어떤 사람일 거야"
이렇게 평가를 했을 겁니다
근데 SNS 소통이 늘어나면서 그 사람의 글이 곧 그 사람인
그런 시대가 이제 되어버렸다고 생각을 합니다
누구나 블로그든 페이스북이든 또 보고서, 기획서, 자기 소개서, 카톡의 인사
이 모든 글이 저는 카피라고 생각을 합니다
누구나 카피를 쓰는
누구나 카피라이터가 되는 그런 시대가 왔다고 생각을 합니다
글을 잘 쓰는 방법이 뭘까요?
딱 한 글자로 대답한다면?
네, 쓰는 겁니다
글을 잘 쓰는 방법은 쓰는 겁니다
연필을 들고 종이에 무조건 갖다 대고 끄적거리는 게
글을 잘 쓰는 방법입니다
그러니까 잘 쓰기 위해서는
'잘' 이라는 글자를 그냥 걷어 차버리라는 얘기죠
잘 쓰려고 하니까 어깨에 힘 들어가고 글이 잘 안되는 거라는 얘기죠
무조건 쓰기 시작해야 합니다 그러면 글이 는다
근데 오늘은 시간 관계상
두 가지 정도만 글 쓰는 방법에 대해서 말씀을 드릴까 합니다
첫 번째가 사람입니다
꽤 오래 전 얘기인데요
매봉터널을 북쪽에서 남쪽으로 통과하면은
바로 오른쪽에 한 동짜리 아파트가 있습니다
거기서 제가 살았는데요
햇볕이 잘 들어서 굉장히 살기가 좋았어요
근데 어느 날 '모 대기업에서 아파트 앞에 고층 스포츠 센터를 세운다'
뭐 이런 얘기가 들려 왔어요
주민들이 난리가 났겠죠
저는 별 관심이 없었습니다
저는 세입자였기 때문에
'이사 가면 되지 뭐' 이러고 그냥 있었는데
무슨 대책 회의를 한다고 막 분주히 움직였어요
근데 순전히 카피라이터라는 이유로
그 대책 회의에 끌려나간 적이 한번 있었어요
갔더니 술도 주고 떡도 주고 막 받아먹고 마셨죠
한참 마시다 보니까
어느 순간 그 카피를 내가 쓰는 걸로 돼버렸더라고요
"어?!" (그래서) 써야 돼요
그래서 '어떤 카피를 쓸까?'
보통 그런 아파트에 현수막이 붙으면은
'아파트 코앞에 초고층 빌딩이 웬 말이냐!'
'시민의 삶 짓밟는 누구누구는 각성하라!'
이런 투쟁적이고 갈등을 부추기는 이런 카피들이 붙습니다
근데 저는 처음부터 그런 카피는 안 써야겠다란 생각을 했어요
또 하나의 집단 이기주의로 보이기 쉬울 것이다
그래서 호응을 얻기 힘들 것이다
그래서 좀 엉뚱하게도
우리 아파트에 사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했습니다
'아이들이 햇볕을 받고 자랄 수 있게 한 뼘만 비켜 지어 주세요'
그다음 날 이 카피가 아파트에 길게 붙었습니다
매봉터널을 통해서 출퇴근하던 모든 사람들이 그 카피를 봤고
반응은 나쁘지 않았어요 좀 화제가 됐어요
그러자 모 방송에서 TV 뉴스에 이 현수막이 소개가 됩니다
(환호와 박수)
이 기업이 쪼끔 쫄았겠죠? 이게 막 호응이 좋으니까
얼마 후에 정말로 정말로 햇볕을 가리지 않을 만큼
한 뼘 비켜서 빌딩이 지어집니다
(박수와 환호)
어떻게 이런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까요?
대결, 투쟁 뭐 이런 얘기를 한 게 아니라
우리 아이들 얘기를 했기 때문에 사람 이야기를 했기 때문에
그게 공감이 가고 울림이 컸을 거란 얘깁니다
그러니까 사람이 먼저다
글에 있어서도
사람이 가장 힘있는, 가장 재미있는, 가장 울림이 큰 테마일 겁니다
그래서 가능하면은 글을 쓸 때 사람을 가지고 써 봐라 이겁니다
이게 첫 번째, 제가 말씀드리는 팁인데요
사람을 이야기하고 싶으면은 사람의 성분을 좀 알아야겠죠?
우리 몸의 성분이 뭘까요? 사람의 성분
물, 칼슘 이런 걸까요?
제가 생각하는 사람의 성분은 이런 겁니다
사랑, 긍정, 용기, 희망, 위로, 감사, 믿음, 겸손, 배려
이런 것들이 원래 우리 몸의 성분이라는 거죠
그런데 얘네들이 지금 어때요?
좀 위축이 돼있죠?
돈, 출세, 명예, 개발, 효율
이런 가치들이 득세를 하면서 세상을 지배하다 보니까
이런 따뜻한 가치들이 기를 못 펴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하지만 원래 우리 몸의 성분이 이런 것들이라면은
얼마 안 가서 다시
얘네들이 활발하게 움직이는 그런 따뜻한 세상이 올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글을 쓸 때도 가능하면은
긍정이나 위로나 감사 이런 것들을 붙들고 글을 쓰면은
울림이 굉장히 커지겠죠
왜? 내 몸에 들어있는 성분을 툭툭 건드리니까
자연스럽게 울림이 커지겠죠
이런 성분들을 가지고 글을 쓰면은 울림이 커집니다
자, 사람 이야기하는 카피를 하나 더 볼까요?
얼마 전에 제가 복어를 먹으러 강남의 모 빌딩에 가서
화장실을 갔더니 이런 카피가 붙어 있어요
'담배꽁초나 가래침을 바닥에 뱉지 마세요'
이 카피를 딱 보는 순간 어떤 반응이 나올까요?
"오~ 반성!" 이런 반응이 나올까요?
"아~ 나는 지금까지 너무 마구 사용했어"
"이제부터 내 집 화장실이다 생각하면서 깨끗하게 써야지"
이런 생각이 밀물처럼 막 밀려들까요?
아무 생각 안 들겠죠?
그냥 조용히 볼일 보고 지퍼 올리고 자리를 뜰 겁니다
만약에 저한테 그 화장실 카피를 쓰라 그랬다면은
저 카피 아래에 한 줄을 아마 더 썼을 거예요
"담배꽁초나 가래침을 바닥에 뱉지 마세요"
"청소 아주머니 관절이 너무 힘들어요"
이거는 울림이 있죠
행동하게 만드는 힘이 있단 얘기죠
왜? 사람 이야기를 했기 때문에 울림이 큰 거라는 거죠
여기서 '카피작법' 제 1조 1항 '글자로 그림을 그리십시오'
구체성 얘기입니다
제가 카피라이터들한테 가장 강조하는 세 글자가 바로 이 구.체.성. 입니다
구체성, 구체적인 카피는 머릿속에 쉽게 그림이 그려집니다
'청소 아주머니의 관절이 너무 힘들어요'
그림이 그려져요, 그죠?
관절도 좋지 않은 아주머니가 화장실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서
담배꽁초를 줍는 모습 가래침을 닦는 모습
그녀의 막 힘든 표정이 눈에 보입니다
한숨 소리가 귀에 막 들리는 것 같아요
왜? 구체적인 카피이기 때문에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진다
그래서 가능하면은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카피에서 자꾸 벗어나서
구체적인 카피를 쓰려고 노력을 해라
구체적인 카피가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진다는 것은
메시지만 전달을 하는 게 아니라
사진 한 장을 찰칵 찍어가지고
그것을 머릿속에 배달해 주는 그런 효과가 있다는 거죠
훨씬 더 메시지를 생생하게 더 강렬하게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거죠
구체적인가 추상적인가 이 차이는 엄청나게 큽니다
이 차이를 카피라이터의 실력 차이라고 말해도 좋을 겁니다
그래서 가능하면 '잘생겼다'라고 하지 말고
'장동건 동생일 거야' 이게 훨씬 더 그림이 잘 그려져요
'오종철 동생일 거야' 이런 게 훨씬 더 잘 그려진다는 거죠
'예쁘다'고 하지 말고 '김태희 스무 살 때'
'많다'라고 얘기하지 말고 '36만 7천8백 개'
'꼼꼼하다'?
'손톱 10개 깎는데 꼬박 20분을 투자한다'
그림이 굉장히 쉽게 그려져요 왜? 구체적이기 때문에
자꾸 이렇게 구체적인 묘사를 하려고 노력을 하면은
카피에 엄청난 힘이 붙습니다
자, 카피 하나 더 볼게요
용인의 무슨 아파트가 분양 광고를 합니다
서울보다 분양가가 싸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에요
한 5천만 원 정도 싸다고 칩시다
그러면 어떤 카피를 써야 할까요?
'서울보다 훨씬 저렴한 파격 분양가!'
박정희 시대, 전두환 시대의 카피
머릿속에 그림도 잘 안 그려져요
매력도 없고 재미도 없고 울림도 없어요
제가 소비자 머릿속에 그림을 그려주려고 쓴 카피하고 한 번 비교를 해 보세요
'용인에 집 사고 남는 돈으로 아내 차 뽑아줬다'
(박수와 환호)
그림이 쉽게 그려집니다, 그죠?
그리고 건물 얘기가 아니라 사람 얘기입니다
훨씬 울림이 크죠
가능하면 이쪽으로 자꾸 카피를 써라
자, 누굴까요 이놈은?
전어입니다
이 '전어'라는 생선은 제가 대학 다닐 때까지만 해도
굉장히 천대받는 생선이었어요
포장마차 가서 꼼장어 한 접시 안주로 시키면은
전어 서너 마리는 그냥 공짜로 구워줬어요
근데, 그런데 말입니다
(웃음)
어느 날부터 이 전어가 각광받기 시작하는 거예요
'가을 전어'란 말이 생겨서 입에서 입으로 돌아다녀요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요?
전어가 지난 날을 반성하고
'내가 맛있어 져야지' 뭐 이런 결심이라도 한 걸까요?
전어가 이렇게 각광받기 시작한 데는
이 카피 한 줄이 엄청난 일을 했을 거라고 저는 생각을 합니다
네, 다 아시죠?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전어'
얼마나 맛있으면은 전어 굽는 냄새를 맡고 도망갔던 며느리가 돌아올까요?
머릿속에 그림 그려지죠?
괴나리 봇짐 이렇게 가슴에 안고
사립문을 이렇게 들어오는 며느리의 그림이 그냥 보입니다
옛날에는 제 대학 때는 전어를 어떻게 설명을 했냐면은
'가시 많고 기름기 좌르르 한 생선' 이렇게 표현을 했어요
근데 이거는 생선 얘기죠
근데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생선'
이거는 사람 얘기입니다
전어에게 사람 얘기를 입혔더니
정말로 굴비 부럽지 않은 생선으로 다시 태어날 수가 있었던 거죠
요즘 스토리텔링에 대해서 많이 얘기를 들었을 거예요
알 것도 같고 잘 모를 것도 같고
근데 스토리텔링이 뭔지 정확히 모르겠다 그러면은
딱 이렇게 외워 버리세요
"스토리텔링은 전어다"
전어에 며느리 이야기를 입히듯이 그대로 따라하는 게 스토리텔링이다
그러면 굉장히 쉬워져요
자, 오늘 제가 두 가지 말씀을 드렸습니다
'사람'과 '구체성' 이 두 가지 말씀을 드렸는데
당장 오늘부터 글을 쓸 때
'내가 글자로 그림을 그려야지' 라는 생각으로 써 보세요
사람을 치열하게 관찰해서
사람한테서 글감을 끄집어내 가지고 한번 써 보세요
한 일주일만 지나도
"오! 네 글이 달라진 거 같아" "뭔지 모르지만 힘이 붙었어"
이런 반응이 아마 나올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자, 공부. 글쓰기 공부 얘기를 했는데요
내가, 내 글이 내 말을 바꾸고
내 태도를 바꾸고
내가 만나는 사람들을 바꿔주고
궁극적으로 내 인생을 바꿔준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글쓰기 훈련이야말로 공부다 진짜 공부다'라고 생각을 합니다
쓰십시오! 쓰지 않으면 결코 잘 쓸 수가 없습니다
쓰다 보면 굉장히 힘들다 좀 지루하다
진도가 잘 안 나간다 이럴 때 있을 거예요
하지만 계속 쓰다보면 틀림없이 잘 쓴다
누구나 글을 잘 쓸 수 있다
불가능하지 않다는 증거를 보여드리는 것으로 강연을 마칠까 하는데요
글이 힘들다고 생각할 때는 오징어를 떠올리세요
이 오징어란 놈이 '불가능은 없다' 라는 증거입니다
보십시오, 대단하지 않습니까?
(박수와 환호)
평생 물에 젖어 살아온 오징어가 마른 안주의 대표가 됩니다
여러분 모두가 오징어가 될 수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한글자막 : 박진희 (jinee10.park@gmail.com)
한글검수 : 최두옥 (dooook@gmail.com)
이 글은 청각을 잃은 제 친구를 위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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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 : 여러분의 '공감' 클릭은 제게 정말 큰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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