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실 예전의 클래식 작가는 아주 혁신적인 사람들이었어요. 새로운 음악 양식을 시도했고 새로운 사운드를 만들어냈고요.
- 도전과 혁신을 주저하지 않았던 그런 사람들만이 20~3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잊히지 않았고 꾸준히 연주가 되고 기억이 되고 있는 것이죠.
여러분 안녕하세요
저는 지휘자 진솔입니다.
네 여러분 방금 들으신 음악 어떠셨어요? 좀 짧긴 했지만요. 아 네 감사합니다.
방금 보신 영상은 우리나라의 게임 회사인 스마일게이트 회사의 로스트아크라는 게임의 OST를 제가 대표이사 겸 예술감독으로 있는 필래직에서 작년에 연주한 것입니다.
게임 음악, 오케스트라 그리고 클래식 익숙하신 분들도 계시고 조금은 멀게 느끼시는 분들도 계실 것 같은데요.
요즘은 정말 뭐 멜로디만 들어도 귀에 딱 꽂히면서 이거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데 하는 그런 음악부터
클래식 관현악곡에 버금가는 그런 커다란 스케일의 음악까지 정말 다채로운 게임 음악들이 발표가 되고 있습니다.
음악이라는 것은 정말 넓은 범위의 예술이지만 소리를 이용해서 감정과 생각을 나타낸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음악인들이라면 필수로 공부해야 하는 이론들도 많긴 한데요.
어찌 됐건 그런 것들은 사실 모두 도구일 뿐이죠.
음악은 듣는 이를 감동시키고 마음을 움직여서 어떤 특별한 감정을 갖도록 하는 것이 그 본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종종 사람들은 음악의 장르에 따라 자기도 모르게 편견을 가진 채로 듣고 판단하기도 합니다.
게임 음악 역시도 이렇게 편견의 대상이 될 때가 생각보다는 많이 있습니다.
저는 오늘 여러분께 틀에서 벗어나 저항하고, 내 방식대로 나 자신을 추구하며 살아갈 때 비로소 얻을 수 있는 것들에 대해서 저의 경험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어보려고 합니다.
솔직하게 말씀을 드리자면요.
저는 사실 좀 이단아, 반골 기질, 이런 성향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꽤 어릴 때부터 그런 성향이 있었는데요.
여러분들도 갖고 계실 법한 스토리를 한번 들려드릴게요.
아마 제가 3살 때쯤 글방 아시는 분들 계신가요? 어린애들이 글씨 쓰는 법을 배우는 그런 교실이에요.
근데 그때 이제 이응이라는 것 때문에 한바탕 소란이 있었어요.
'이응' 이응은 이렇게 써도 이응이고, 이렇게 써도 결국엔 이응이잖아요.
시계 방향으로, 반시계 방향으로 다 똑같이 이응이란 말이죠.
그래서 저는 선생님한테 왜 꼭 반시계 방향 이렇게 쓰라고 하세요?
저는 이렇게 시계 방향으로 쓰고 싶어요.
제가 보기에는 그 이응이나 저 이응이나 결국 생긴 게 똑같은 것 같은데 왜 이거는 안 된다고 하시나요? 했더니
선생님께서 '원래 그래' 원래 그렇게 되어 있다. 원래 그런 거다. 이렇게 말씀을 하셨어요.
그래서 제가 아주 아주 어린 나이지만 납득을 못했나 봐요.
그렇게 정해져 있다는 거에 납득을 못한 거죠.
왜냐하면 어린 나이에 제가 보기엔 이거나 저거나 크게 달라 보이지가 않았으니까
아무튼 그랬더니 바로 다음 날 선생님께서 어머니께 저희 어머니께 어머님 '솔'이가 조금 다른 애들하고 달리 약간 이상한 것 같아요라고 말씀을 하셨다고 합니다.
초등학교 때 매일매일 여자 아이들한테만 청소를 시키시는 샘이 계셨어요.
그때 남자 아이들은 곧바로 학교를 시켜버리시는 담임 선생님을 보고 뒤에서는 이제 아이들이 되게 화가 났었죠.
여자 아이들이 왜 우리만 해야 돼? 화가 났었지만 저는 너무 궁금한 거예요.
왜 왜 우리만 진짜 해야 되는지, 저 뒤에서 가만히 있기보다는 선생님께 여쭤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제가 여쭤봤어요. '왜 여자만 청소를 해야 하나요?'라고 여쭤봤어요.
그걸 또 공개적으로 질문을 해가지고 가쁜 사가 됐는데요.
이때도 어머님께서 저희 어머니께서 불려가셨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러면서 제가 성인이 되어 내린 결론은
'나는 조금 조금 이상하다고 여겨질 수 있는 그런 애구나' 이걸 조금 고급지게 표현하면
'아 나는 이단화적인 성향이 있는 사람이구나'였습니다.
이런 기질 때문에 아주 어릴 때부터 이렇게 음악인으로 활동하게 되기까지 지속적으로 어려움에 맞서서 저항을 많이 해왔던 것 같아요.
근데 제가 어릴 때부터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지속적으로 꾸준히 따돌림을 당하긴 했어요.
거기다 집에서도 부모님께서는 너무 많이 엄하셨고, 또 어머니는 예쁘신데 저는 어릴 때 굉장히 좀 뚱뚱하고 집에서나 밖에서나 항상 기가 죽어 있었고요. 그냥 못난이 취급받는 게 너무너무 익숙했어요.
저에게 주어진 그 환경이 겉으로는 그렇지 않아 보인다고들 하는데, 아주 어릴 때부터 오롯이 혼자 방황을 많이 했던 것 같요.
근데 또 제가 성격이 안 그래 보이실 수도 있는데 저 되게 소심하거든요.
그래서 소심한데 친구는 없고 마음 둘 곳도 없고 또 돈은 없고 집에 가기 싫으니 갈 데도 없고 당시 그런 아이들이 나름 건전하게 시간을 보내기가 딱 좋은 곳이 바로 있었거든요.
어디였을까요?
바로 PC방이었습니다.
나름 저렴한 가격에 오랫동안 앉아 있을 수가 있었고요.
재미있는 게임들도 할 수 있었고 라면도 가끔 서비스로 그냥 막 주시기도 하고 가끔은 외상도 가능했어요.
외상도 가능하고 당시 저에게는 외로움과 배고픔, 시간 때움 모든 거를 한 번에 채워줄 수 있는 정말 고마운 공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방황을 하다가 성인이 될 때쯤에 우연히 어떤 세계적인 지휘자 앞모습이 담긴 영상을 접했습니다.
다들 베토벤 바이러스의 강마에 다들 아시죠? 강마에
저도 지휘자라는 것이 그렇게 강압적으로 강마처럼 지휘봉을 흔들며 권력이 가득한 그런 사람인 줄로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제가 이제 봤다는 그 세계적인 지휘자의 앞모습 영상을 보면서
그의 모습이 리더로서 단원들을 소중하게 이끌고 무대 위에 시간을 지배하며 그 주어진 시간 동안 단원들의 그 갈 길을 제시해 주는 아주 상당히 매력적이고 멋진 역할이구나. 이걸 느끼면서, 마음속에서 뭔가가 요동을 쳤습니다.
그래서 대학에 가서 지위를 한번 정말 배워봤으면 좋겠다. 이런 결심을 하게 됐어요.
어릴 때부터 음악 그 자체는 가깝게 접하게 잘하긴 했지만, 그 누구도 시키지 않았는데, 제가 어떤 무언가를 자발적으로 배워보고 싶다 이렇게 느낀 건 처음이었거든요.
근데 여기서 제가 방금 지휘자가 되고 싶다. 이렇게 말한 게 아니라. 지휘를 좀 한번 배워보고 싶다. 이렇게 이야기를 했죠.
조금 이거는 조심스러운 내용이긴 한데요.
요즘은 특정 직업 앞에 여성 이런 성별을 나타내는 글자를 붙이는 것 자체가 지향되고 있어요.
근데 제가 어릴 때만 해도 지휘자는 당연히 나이 지긋한 남자 선생님이어야 했거든요.
부모님께서도 음악인의 현실과 음악의 상황을 아무래도 잘 아시다 보니
여자는 지휘자로 성공할 수 없다 라는 그런 확신을 갖고 계셨던 것 같습니다.
한편 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아르티제라는 앙상부를 창단을 했어요.
동료 음악인들을 모아서 젊은 연주자들만의 신선한 소리로 유명한 클래식 음악뿐 아니라 잘 연주가 되지 않는 젊은 작곡가들의 현대 음악 작품들을 좀 선보이고 싶었어요.
이렇게 2012년 시작된 아르티제는 2017년에 말러리안이라는 프로젝트를 새롭게 내놓게 됩니다.
바로 구스타프 말러라는 작곡가의 교향곡 전곡을 연주해 보자는 야심 찬 장기 버킷 프로젝트 단체였습니다.
잘 모르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설명을 잠깐 드리면요.
말러의 교향곡은 연주자도 100명 이상이 필요하고요.
되게 많이 필요해요. 그리고 곡도 엄청 길어요. 긴 곡은 2시간에 달할 정도로 정말 스케일이 크거든요.
그리고 말로의 음악이 담고 있는 인생에 대한 고민 고뇌 이런 철학들이 아주 진지하고 많이 깊다 보니까 보통은 연륜 있는 지휘자님들이 전통 있는 기성 단체와 연주를 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하지만 저는 그동안 말러를 진정으로 잘 연주할 수 있다고 인정받지 못했던 젊은 연주자들
그들만이 보여줄 수 있는 또 색채가 있을 수 있고, 또 이것을 함께 공부해서 우리가 만들어가는 그 일 자체에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믿었어요.
그렇게 국내 민간 연주단체 최초로 말러 교향곡 전곡을 연주를 한다는 야심 찬 도전을 시작했었고요.
프로젝트의 지금 현재 절반 정도를 달성한 상태입니다.
아까 처음에 게임 음악을 잠깐 들으셨어요.
그 얘기를 또 해보면, 저는 이제 클래식 음악을 전공했고 게임은 외로운 저에게 친구가 되어 주었습니다.
그럼 또 그 둘을 합쳐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주변인들과의 소통 속에서 발견한 아이디어로부터 시작이 되었어요.
우리나라의 게임 사업은 세계적인 수준이죠. 다들 아시다시피
그리고 그만큼 엄청나게 좋은 OST들이 되게 많아요.
그리고 젊은 클래식 연주자들에게는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 하나하나가 너무나도 소중하고요.
또 특히 대규모 오케스트라와 같이 덩어리가 크고 또 비용이 많이 필요한 연주는 스스로 만들 수가 없습니다.
대규모 순수 클래식 음악 무대 역시 꾸려지기가 쉽지 않아요.
그래서 이 둘을 연결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보고 싶었고요.
플래직이라는 스타트업을 설립하게 되었습니다.
게임 회사에게는 자신들의 우수한 콘텐츠를 유저들에게 더 가까이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음악을 전공한 연주자들과 편곡자들에게는 새로운 분야로의 문을 열어서 더 넓은 시야와 그런 활동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했어요. 또 클래식 분야에는 혁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클래식 음악
물론 예술적 가치가 높고요.
저의 마음속에서 항상 가장 1순위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요.
평생 배워야만 하는 그런 저의 주 전공 분야이자 숙제이기는 하지만
어떻게 보면 예전의 창작물을 누가 더 맛깔나게 재현해내느냐를 경쟁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사실 예전에 클래식 작곡가들은 아주 혁신적인 사람들이었어요.
새로운 음악 양식을 시도했고 새로운 사운드를 만들어냈고요.
그런 도전과 혁신을 주저하지 않았던 그런 사람들만이 2~3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잊히지 않았고 꾸준히 연주가 되고 기억이 되고 있는 것이죠. 여러분들께요.
그런데 현대사회에서는 더더욱 다양성과 혁신성을 추구하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도태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기존의 클래식에 더해서 새로운 콘텐츠적인 시도가 젊은 예술가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분야 간 융합, 새로운 가치 창출 뭐 이렇게 요즘 어디서나 들을 수 있는 그런 말들이 클래식 업계에도 좀 적용이 되기를 원했어요. 역사의 이름을 남긴 옛날의 그 위대한 작곡가님들이 도전과 혁신을 결코 주저하지 않았던 것처럼요.
물론 쉽지는 않습니다.
보수적인 전통 예술 분야 그러니까 서양의 전통 예술을 다루는 업계에서 게임 음악이라는 어느 정도 편견을 가지고 바라볼 수밖에 없는 그런 상업적인 음악을 클래식 음악과 접목한다는 것은 기존의 음악인들에게는 당연히 조금은 지나친 혁신으로 느껴졌을 것 같아요.
아직 게임이라는 것에 대한 고정관념이나 부정적인 개념 또한 어느 정도는 존재를 하죠.
틀에서 벗어나서 저항하고 내 방식을 추구하며 살아가고자 하는 그런 저의 이단화적인 기질 덕분에
그래도 이렇게 버티며 열심히 새로운 분야들을 개척해 올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도 요즘은 클래식 분야에서도 점점 편견을 거두는 분들이 꽤 많아지고 계세요.
저는 뭐 감사할 따름입니다.
일단 남들이 하는 것을 맞추어 따라하다 보면 언젠간 뭐라도 될 수 있을 거야라는 그 틀에서 벗어나서
나의 가치관, 세상을 올바르게 받아들이는 나만의 방법, 그리고 나 자신의 노력과 성실함을 믿고 내 마음의 소리를 따르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이 세상의 모든 이단아들을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