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일상을 특별하게 만드는 글쓰기 | 김애리 '어른의 일기' 저자 | #글쓰기 #인생 #동기부여 | 세바시 1513회
저는 18살 때부터 지금까지 47권의 일기를 쓴 자칭 타칭 일기 장인입니다.
한 마흔 정도가 되면 삶의 모든 게 안정이 되고 흔들림 없는 불혹의 어른이 되어 있을 줄 알았어요.
'나 진짜 잘 살고 있는 거 맞나? '
잘 살고 있다는 확신은 어디서 어떻게 얻으시나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저는 김애리라고 하고요.
어른의 일기라는 책을 쓴 저자이기도 합니다.
뒤에 사진 보이시죠?
네 어떤 책일까요? 네 맞습니다.
뒤에 있는 사진은요 제가 무려 21년간 쓴 일기장 사진입니다.
손으로 꾹꾹 눌러서 21년간 일기를 썼는데요.
저는 18살 때부터 지금까지 총 47건의 일기를 썼더라고요.
몇 권 분실한 걸 제외하면요. 그래도 엄청난 숫자죠?
47권의 일기를 쓴 자칭 타칭 일기 장인입니다.
돌아보면 저는 어려서부터 좀 생각이 많고 복잡한 애였어요.
그래서 사랑, 결혼, 이별, 죽음 이런 문제에 대해서도 남들보다 좀 깊이 고민하고 밤잠 설치면서 그 의미를 곱씹고 공상에 빠지고 이런 걸 좀 좋아했습니다.
그랬던 제가요 한 18살부터 일기를 쓰기 시작했던 그 무렵쯤에 이제 마음에서 말들이 차고 넘쳐서 덜어낼 공간이 필요하다. 더는 감당이 안 된다 이런 느낌이 들었던 것 때문 것 때문인 것 같아요.
그렇게 글을 썼고요.
또 다른 이유는 어 저희 집이 이제 IMF 때 직격탄을 맞으면서 굉장히 많이 힘들어졌습니다.
그러면서 더더욱 저의 속상하고 슬프고 막막하고 우울한 감정들을 누구와도 터놓을 수가 없었어요.
그렇게 글을 썼어요.
처음에는 단순하게 그냥 떠오르는 말들을 옮겨 적었어요.
네 오늘 이래서 속상했고 짜증 났다 내일 뭐 하지 이런 아무 말 대잔치였습니다.
근데 재미있고 놀랍게도요.
그렇게 한 달 정도 지나니까 '어 뭘 쓰지?'가 아니라 뭐라도 쓰면 마음이 시원해져 이런 경험을 얻게 됐습니다.
저로서는 되게 놀라운 발견이었고 또 변화의 시작이었던 것 같아요.
초반에 제 일기장에 적힌 내용들입니다.
이게 뭔 일기야 할 만한 내용 맞아요.
근데 제가 20년 이상 꾸준히 즐겁게 일기를 쓸 수 있었던 비결은요.
일기에서만큼은 거창하고 대단한 뭔가를 적으려고 노력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노트를 펼치고 어떤 말이든지 다 풀어내 보는 거예요.
어차피 내 안에 없는 건 쓸 수 없으니까요.
그냥 원래 있던 것들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관찰하는 것만 적어보자 이런 마음이었어요.
그래서 어떤 날은 일기장에 30대에 하고 싶었던 일들을 다 잔뜩 적어보기도 하고요.
또 어떤 날에는 생각만 해도 속상하고 슬펐던 기억 10가지 이런 걸 막 정리해 보기도 했고요.
어 또 어떤 날에는 네 20대 중반 거든요. 사실
일기장에 엄마 아빠 뒷다마도 한 가족이었고요.
제 연예사를 무슨 뭐 대하 장편 소설처럼 이렇게 풀어쓰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일기를 쓰면서 저는 난생 처음으로 엄청난 해방감과 자유로움을 느꼈어요.
저도 항상 그 저에게 있어서도 일기 쓰기라는 어 보름치를 막 하루 만에 몰아서 써서 제출하는 그 숙제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거든요.
소실 적에 다들 경험 해 보셨죠?
그렇게 항상 누군가에게 점수 맡고 피드백받고 보여주기 위한 글만 쓰다가요. 처음으로
'어 그럼 너는 어떤 사람이야? 네 안에 대체 뭐가 있어?'
여기에 한번 주목해 보기 시작한 겁니다.
여러분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지속하고 있는 좋은 습관들 한 두 개 정도 다들 있으시죠? 없으신가요? 다들 갑자기
한번 지금 그 배경을 떠올려 보시기 바랍니다.
한번 생각해 보시면요 아마도 그 경험을 통해서 작은 기쁨이나 성취감을 느낀 경험이 있으실 거예요.
뭐 예를 들자면 물을 많이 마셨더니 화장실에 잘 가게 된 경험
그리고 출근 시간에 영어 흘려듣기를 했더니 어느 날 귀가 뻥 뚫린 경험,
또 뭐가 있을까요?
하루에 만 보씩 열심히 걸었더니 어느 날 살이 빠진 그런 경험들
이런 경험이 삶에 생기면요.
나의 가장 한정되고 소중한 자원인 시간을 그 앞에 부지런히 갖다 바칠 수 있게 됩니다.
왜냐하면 좋으니까
그 일이 내 삶에 유용하다는 믿음과 확신이 있는 거죠.
제가 20년 이상 일기 쓰기를 지속할 수 있었던 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저는 의지력에 의지하지 않고요.
그 안에서 저만의 소소한 기쁨과 즐거움을 계속 찾았습니다.
'일기를 썼더니 마음이 뻥 뚫렸어'
아니면
'어떻게 살아야 될지 너무 막막했는데 글을 써서 원하는 것들을 정리를 해 봤더니 길이 보이기 시작했어.'
혹은
'내가 오랫동안 당 중독이었던 이유를 드디어 알아냈어.'
이런 경험들이 쌓이면서요.
저로서는 하루 10분 정도 투자해서 할 수 있는 일 치고는 가성비 최고다라는 걸 알게 됐고요.
안 할 이유가 없어졌습니다.
무엇보다도 일기를 쓰면서요 안 보였던 내 모습이 보이는 게 가장 신기했어요.
여러분 전혀 몰랐던 누군가와 한 6개월에서 1년 정도 꾸준히 대화를 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 과정 속에서도 엄청난 배움과 성찰이 아마 일어날 겁니다.
그런데 하물며 그 누군가가 나라면요.
나 자신과의 대화라면 어떨까요?
저는 책에서만 읽었던 뭐 나다운 인생, 진정한 행복과 성공의 정의 같은 그런 추상적인 개념들이 서서히 이해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나를 알아가니까 불안한 마음도 확 줄어들었어요.
왜냐하면 내가 어떤 마음으로 이런 행동을 하는지 알고 있으니까
내 하루 시작과 하루 루틴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이해하고 있으니까요.
그렇게 5년, 10년, 15년, 21년
저는 일기를 쓰면서요 비로소 두 가지를 제대로 볼 수 있게 됐습니다.
그 첫 번째는 바로 저의 일상입니다.
여러분 제가 질문 하나 드릴게요.
잘 살고 있다는 확신은 어디서 어떻게 얻으시나요?
우리 막 바쁘게 정신 없이 살다가요. "나 진짜 잘 살고 있는 거 맞나?" 이런 의문 드실 때 있잖아요.
저도 있고 여기 앉아 계신 여러분들도 별로 있으실 것 같아요.
그때 스스로에게 어 나 잘 해내고 있어 내 식대로 열심히 잘 살고 있어요.
이런 대답을 어떤 근거로 해 줄 수 있느냐는 질문입니다.
저에게 있어서 그 대답은요 내가 내 일상을 잘 꾸리고 있다는 확신에서 나옵니다.
내가 대단하고 훌륭하게 살고 있지 않아도 하루하루 나랑 한 약속들은 지키면서 살고 있어 이런 확신인 거예요.
일기를 쓰면 무엇보다도 내 일상이 들여다 보입니다.
일상을 누가 Vlog로 촬영한다고 한번 생각을 해보세요.
관찰자 입장에서 나를 보면요 안 보이던 것들이 자세히 들여다 보이는데요.
내가 나랑 정말 잘 지내고 있는지 아닌지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내가 나랑 잘 지내는지 아닌지는요
내가 뭐 남자친구랑 사이가 좋다고 아니 회사 일 잘한다고 이렇게 확인될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그것보다는 내가 잘 챙겨 먹고, 또 제때 적당히 몸을 잘 움직이고, 그리고 주변을 깨끗이 잘 정돈하고,
이렇게 하루하루 내가 정한 질서를 잘 지키면서 살고 있는지를 통해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카푸카는 말을 했어요.
일상이 우리가 가진 인생의 전부다.
매일의 습관 태도 마음 이게 전부인 거죠. 여러분 매일매일 내가 뭘 생각하고 먹고 마시고 원하고 꿈꾸는지 스스로의 하루하루를 잘 이해하고 계신가요?
그건 일기를 쓰면서요.
내 하루를 줌 인에서 바라볼 때 비로소 잘 보입니다.
일기를 쓰면서 제가 제대로 보게 된 두 번째는 바로 저의 마음이에요.
어 저는 공감과 위로는 타인에게서 받아야만 하는 줄 알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일기를 쓰면서요.
누군가에게 듣고 싶었던 말 그리고 누군가 나에게 해줬으면 하는 행동들 그런 것들을 내가 나 자신에게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자 이런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내 행복을 외주로 넘기지 않기로 한 거예요.
왜냐하면 일생의 동반자는 어쨌든 나거든요.
우리 좋든 싫든 평생 데리고 살아야 하는 사람은 어쨌든 나 자신입니다.
내가 내 감정을 조금 더 들여다보고 이해하고 예뻐하기로 한 거예요.
감정을 들여다 본다
감정을 바라보는 일기를 쓴다는 게요 거창하고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저 같은 경우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묻듯이 이렇게 안부를 묻는 거예요.
"오늘 하루 마음이 어땠어? "
그리고 내가 경험한 감정들을 없는 샘 치고 퉁 치고 넘어가는 게 아니고요.
"그러면 내가 너에게 어떻게 해주면 좋을까?
그렇구나 많이 힘들었겠다 너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게 뭘까?"
이렇게 물어봐 주는 겁니다.
제 딸이요 얼마 전에 어 작년 겨울인데요.
이제 유치원에 하원하고 제가 앞에서 운전을 하면서 집에 오고 있는데, 갑자기 이렇게 물어요.
"엄마는 어떤 할머니가 되고 싶어? "
질문이 너무 신선하잖아요?
그래서 제가 엄청 예쁜 할머니 이렇게 대답을 했습니다.
그러니까 자기가 생각했던 대답이 아니었는지 또다시 물어요.
"아니 어떻게 사는 할머니가 되고 싶냐고. "
그래서 잠깐 생각이 잠겼다가요.
또 이렇게 대답을 했습니다.
일기 쓰는 할머니가 되고 싶어, 엄마는 할머니가 돼서도 예쁜 공책에 일기 쓰면서 살 거야.
제가 그렇게 대답을 하고 나서도 아주 잠깐 한 70대 중반에 일기 쓰는 제 모습을 떠올려 봤거든요.
그 나이에도 거기에 쓸 게 있을까라는 생각이 또 드는 거예요.
그런데 금방 생각을 고쳐 먹었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정말로 18살 때 처음 일기를 쓰기 시작하면서요.
제가 이 나이까지 이렇게 열심히 일기 쓰면서 살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거든요.
왜냐하면 어 한 마흔 정도가 되면 삶의 모든 게 안정이 되고 고민도 없고 말 그대로 흔들림 없는 부록의 어른이 돼 있을 줄 알았어요.
아니 근데 웬 걸요.
삶의 단계마다 품은 고민과 생각도 달라졌고요.
그때 그때 저의 변화들을 기록하느라고 할 말이 더 많아졌습니다.
서른이든 마흔이든 우리는 강물처럼 흐르고 있잖아요.
다들 처음 겪는 나이시고 인생 2회 차 없으시죠?
오늘 하루도 처음 살아보는 시간입니다.
그래서요 내일 당장 제 앞에 그리고 여러분 앞에 뭐가 펼쳐질지 저희는 알 수 없어요.
그래서 저는 설렘과 기대를 가지고 저를 알아가는 이 작업을 계속해나갈 것 같습니다.
어떤 날은 내가 미워 죽겠다가, 어떤 날은 좀 자신감 뿜뿜 되기도 했다가요.
또 어떤 날은 실망스럽다가, 어떤 날은 나를 좀 더 사랑하기도 하고
이 과정을 100번 1천 번 반복할지라도 나에 대한 관심을 끝까지 놓지 않겠다고 저는 다짐합니다.
무려 60년간 일기를 쓴 것으로 유명한 미국의 소설가 아나이스니는 이렇게 말을 했습니다.
모든 사람에게 공통된 인생의 의미 따위는 없다.
우리는 자신의 인생에 개별적인 의미와 줄거리를 부여한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소설이고 한 권의 책이다.
여러분 나라는 책을 한번 성실하고 꼼꼼하게 기록해 보고 싶지 않으신가요?
그래서 저는 더 많은 어른들이 일기를 썼으면 좋겠습니다.
일기를 쓴다는 아무도 보지 않을 책에 헌신할 만큼 내 삶이 가치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우리 각자의 삶은 특별하고 그 자체로 의미 가득합니다.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을 위해서 한번 글을 써보세요.
내가 스스로에게 줄 수 있는 정말 멋진 선물이 될 거라고 확신합니다.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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