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지 못하던 시절에는 "변한다"는 말이 무서웠습니다. 입 모양이 또 달라지면, 자막이 또 사라지면, 내 자리가 또 바뀌면 어떡하지. 그런데 어느 순간 깨달았어요. 큰 변화는 야금야금이 아니라, 갑자기 와요. 뇌과학자 장동선 박사의 이번 세바시 강연이 정확히 그 이야기를 합니다. 변화는 어떻게 일어나는가, 그리고 CES와 딥시크는 왜 지금 그 변화의 신호인가.
📌 한 줄 요약
거대한 변화는 비선형적으로, 임계점에서 폭발한다. AI 시대의 경쟁력은 '혼자'가 아니라 '연결'이며, 우리는 200년 된 삶의 공식이 무너지는 변곡점 앞에 서 있다.
⭐ 추천 점수
★★★★★ 5/5 — 18분 동안 뇌과학·물리학·사회학·기술 트렌드를 한 줄로 꿰는 흔치 않은 강연. CES 다녀온 사람의 1차 자료라 신선함도 가득.
👥 이런 분께 추천해요
① 지금 변화가 두려운 사람 — 변화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면 덜 무섭습니다.
② AI 시대에 내 자리가 흔들리는 사람 — 왜 흔들리는지, 그리고 어디에 발을 디뎌야 하는지에 대한 단서.
③ 리더·기획자·사업가 — '협업을 통한 혁신'이 왜 올해 CES의 키워드였는지 한 번에 정리됩니다.
📑 목차
1. 변화란 무엇인가 — 애벌레는 언제 자기가 나비가 되는지 알까
2. 거대한 변화는 비선형이다 — 임계점과 티핑 포인트
3. 변화를 만드는 세 가지 — 정보, 자원, 기술 혁신
4. CES — 변화의 세 축이 한 자리에 모이는 현장
5. 올해 CES의 키워드 — 협업을 통한 혁신
6. 딥시크가 던진 질문 — AI는 누구의 것이어야 하는가
7. 200년 된 삶의 공식, 그리고 변하지 않을 가치

변화는 갑자기 온다 — 뇌과학자가 본 변곡점의 정체
1. 변화란 무엇인가 — 애벌레는 언제 자기가 나비가 되는지 알까
장동선 박사는 "변화의 대표 사례"로 흔히 떠올리는 애벌레와 나비 이야기로 강연을 엽니다. 사전적으로 변화는 그냥 "달라지는 것". 그런데 정작 애벌레는 자기가 언제 나비가 되어야 하는지 어떻게 알까요?
답은 뇌에 있습니다. 애벌레의 뇌가 분비하는 유충 호르몬(주베나일 호르몬)이 충분히 쌓이면 분비가 멈추고, 바로 그 순간 "이제 나비가 될 때다"라는 결정이 내려진다고 합니다. 즉, 변화는 그라데이션처럼 서서히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임계점에서 '딸깍' 일어나는 사건입니다.
이게 단순한 곤충 이야기가 아닙니다. 사람이 어느 날 "나 너 못 믿겠어"라고 돌변하는 순간, 회사가 어느 분기에 갑자기 무너지는 순간, 사회가 어느 날 갑자기 광장으로 쏟아져나오는 순간 — 모두 같은 메커니즘이 작동합니다.
2. 거대한 변화는 비선형이다 — 임계점과 티핑 포인트
물리학·생물학·사회학의 시스템에서 거대한 변화는 모두 비슷한 모양으로 일어납니다. 쭉 비슷한 상태를 유지하다가 어느 한 순간 '쾅' 하고 폭발하는 식이죠.
과학자들은 이 지점을 임계점(Critical Point)이라 부르고, 말콤 글래드웰의 표현으로는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입니다. 같은 사람이 어느 순간 완전히 새로운 생각을 하면 — 그게 창의의 시작. 잘 지내던 둘 사이에 어느 순간 "저 사람 미친 거 아니야?"가 끼어들면 — 그게 분열의 시작.
장동선 박사가 강조하는 포인트는 이겁니다. 변화는 점진적으로 오지 않는다. 따라서 "지금까지 별일 없었으니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판단은 가장 위험한 판단이다.
3. 변화를 만드는 세 가지 — 정보, 자원, 기술 혁신
그렇다면 그 임계점은 무엇이 결정할까. 강연은 세 가지 메커니즘으로 정리합니다.
첫째, 정보가 어떻게 흐르는가. 누구나 도서관에 가고 학교에 가던 사회에 갑자기 "경전만 읽어라"가 강요되면 사회 전체가 급변합니다. 일부 독재 국가, 이란의 사례가 그렇습니다.
둘째, 자원이 어떻게 배분되는가. 먹고 살 만할 때와 당장 아이를 먹여 살리기 힘들 때의 공격성·날카로움은 차원이 다릅니다. 역사 속 거의 모든 혁명의 방아쇠가 바로 이 자원 압박이었습니다.
셋째, 기술 혁신이 위 둘을 어떻게 바꾸는가. 디지털·AI·핀테크 같은 기술 혁신은 정보 흐름과 자원 배분 양쪽을 동시에 흔드는 촉매입니다. 그래서 기술 트렌드를 읽는 일이 곧 사회 변화를 읽는 일이 됩니다.
4. CES — 변화의 세 축이 한 자리에 모이는 현장

장동선 박사가 매년 CES에 가는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정보·자원·기술이라는 세 축이 1년에 한 번 한 자리에 압축적으로 모이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1967년에 처음 열린 이후 CES는 단순 가전 박람회를 넘어 글로벌 트렌드의 변곡점을 가늠하는 무대가 되었습니다. 이곳에서 어떤 기술이 주목받느냐가 그해의 사회 변화 방향을 보여주는 셈입니다.
5. 올해 CES의 키워드 — 협업을 통한 혁신

올해 CES에서 가장 큰 임팩트를 남긴 사건 중 하나는 엔비디아 젠슨 황의 키노트였습니다. 그가 던진 핵심 메시지는 "앞으로의 AI는 언어 기반이 아니라 피지컬 AI — 로봇과 자율주행을 위한 물리 세계 이해로 간다"는 것.

흥미로운 건 엔비디아가 정작 CES에 부스를 차리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대신 키노트에서 "이 로봇에도, 게임기에도, 스마트 글래스에도, 소니·삼성에도 우리가 들어간다"를 강조했어요. AI 시대의 경쟁력은 '우리 제품이 좋다'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회사와 함께 혁신을 만드는가'로 옮겨갔다는 선언이었습니다.
이 컬래보레이션 흐름은 곳곳에서 보였습니다. 델타항공은 우버와의 협업을 강조했고, LG는 마이크로소프트와 함께 AI 에이전트·스마트홈 비전을 선보였습니다. 삼성은 자기 부스에 현대자동차를 등장시켜 "자동차도 스마트홈으로 제어한다(Smart Things for CAR)"를 시연했고요. 소니 부스에서 지멘스를 만날 수 있는 시대가 된 겁니다.
KAIST 출신들이 만든 수면 AI 스타트업 에이슬립도 같은 길을 갔습니다. 경동나비엔·세라젬·삼성전자와 손잡고 "영상·소리·습도·기온·매트리스 강도까지 묶어 한 번에 깊은 수면을 만든다"는 비전. 강조점은 똑같습니다 — 혼자가 아니라 연결.
6. 딥시크가 던진 질문 — AI는 누구의 것이어야 하는가

그런데 CES가 끝나기 무섭게 모두의 입에서 CES가 사라지고 딥시크(DeepSeek)가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중국의 한 작은 스타트업이 왜 거대 박람회의 모든 주목을 가져갔을까요?
장동선 박사의 해석은 이렇습니다. 딥시크는 자기 기술을 테크니컬 페이퍼와 오픈소스 형태로 공개해버렸습니다. 의도했든 아니든, 그 한 수가 던진 질문은 이것이에요. "AI라는 기술을 일부 잘나가는 회사가 수백조 수천조를 벌며 독점할 것인가, 아니면 전 세계 누구나 쓰는 기술로 갈 것인가?"
이 질문 자체가 변곡점입니다. AI 기술이 누구의 것이 되느냐에 따라 앞으로 10~20년의 사회 구조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7. 200년 된 삶의 공식, 그리고 변하지 않을 가치

강연의 마지막 1/3은 묵직합니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잘 사는 삶"의 공식 — 초중고를 거치고, 대학을 나오고, 직장을 구하고, 세금을 내고, 연금을 받으며 노년까지 — 이 공식은 언제 만들어졌을까요?
대략 200년 전 유럽에서 시작된 제도입니다. 도시화·산업화·산업혁명 이후, 그 방식이 "최대 다수가 그럭저럭 건강히 살 수 있는 모델"이었기 때문에 자리잡았죠.
그런데 AI와 로봇이 인간의 노동·생산·창작을 대신하는 세상에서 — 인간은 세금을 내지만 AI는 세금을 내지 않습니다. 10명이 할 일을 로봇 1대가 처리하면 국가 세수는 줄고, 그 수익은 일부 빅테크에 집중됩니다. 장동선 박사는 단호하게 말합니다. "앞으로 20년, 어쩌면 10년 안에 우리가 알던 이 모든 시스템이 무너질 수밖에 없는 변곡점에 와 있다"고요.
그래서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이번에 무슨 신기술이 나왔지?"가 아닙니다. "이 변화의 선이 닿는 끝에는 어떤 세상이 있고, 나는 거기에 무엇으로 서 있을 것인가."
그리고 그 변화 한가운데서 변하지 않을 가치가 있다면, 장동선 박사는 그것을 '우리 사이의 연결, 연대, 그리고 어떤 기술보다도 사람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마음'이라고 답합니다.
✍️ 내가 밑줄 친 세 문장
"대부분의 거대한 변화는 비선형적으로 일어난다. 쭉 비슷한 상태를 유지하다가, 어느 한 순간 '쾅' 하고 굉장히 큰 변화가 일어난다." — 장동선
"AI 시대의 경쟁력은 '우리 회사는 이 한 제품을 잘해요'가 아니라, '우리는 이렇게 많은 다른 회사들과 함께 혁신을 만들고 있어요'다." — 장동선
"더 나은 세상을 위해 필요한 것은 우리들 사이의 연결, 연대, 그리고 어떤 기술보다도 사람을 더 중요시 하는 마음이다." — 장동선

참고로 강연 후반부에 장동선 박사가 직접 가리켰던 PNAS(미국 국립과학원 회보) 논문 — "European Neolithic societies showed early warning signals of population collapse" — 은 신석기 유럽 사회의 인구 붕괴 직전에 '조기 경보 신호'가 통계적으로 검출 가능했다는 연구입니다. 임계점은 비유가 아니라 측정 가능한 과학적 현상이라는 점이 강연의 묵직함을 뒷받침합니다.

📝 블로거 한 줄 후기
점진적이지 않습니다. 어느 날 '딸깍'합니다. 우리는 매일 임계점 근처를 살고 있고, AI 시대는 그 임계점을 더 자주, 더 크게 만들어낼 거니까요. 장동선 박사가 마지막에 못 박은 한 문장 — '어떤 기술보다도 사람을 더 중요시 하는 마음' — 이 말은 청각 접근성 기술에도 똑같이 들어맞습니다. 자막 기술이 아무리 좋아져도 결국 화자가 말을 천천히 해주는 마음, 옆 사람이 한 번 더 적어주는 마음을 못 따라가요.
💡 오늘, 단 한 가지만 해본다면
지금 내 일·관계·소비 중에서 "이건 영원히 안 바뀔 것"이라 무의식적으로 가정하고 있는 한 가지를 종이에 적어보세요. 그리고 그 가정이 무너졌을 때 내가 가장 먼저 잃을 것과, 그래도 손에 남는 것을 한 줄씩 적어보는 겁니다. 그게 자신만의 변곡점 시뮬레이션입니다.
📚 더 보면 좋을 자료
같은 결의 이야기를 더 듣고 싶다면, 말콤 글래드웰의 『티핑 포인트』, 장동선 박사의 다른 세바시 강연들, 그리고 CES 2025·딥시크 관련 한국어 분석 영상들을 권합니다. 한 번에 모든 점이 이어지는 경험이 있을 거예요.
♥ 변화의 임계점, 같이 잘 건너봐요. 좋아요와 댓글, 그리고 이웃 추가는 다음 회차 정리에 큰 힘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