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와 사회를 향한 자조와 분노를 돌아봐야 하는 이유 | 진미정 서울대학교 아동가족학과 교수 | 추천 강연 강의 듣기 | 세바시 1875회
- 이런 저출생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면 유독 악플이나 좀 이런 무서운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 왜 그럴까요? 왜 이렇게 사람들은 저출생이라는 주제가 나오면 부정적인 반응을 하는 걸까요?
-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 또는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너무 내 삶에 대해서 함부로 얘기하는 거 아니야?
- 내 삶에 대해서 뭘 안다고
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저는 이제 대학에서 가족학과 가족 정책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사람인데요.
그러다 보니까 요즘 정말 질문을 많이 듣습니다. 이제 똑같은 질문이죠.
하다못해 이제 친구들을 만나서 이야기할 때도
도대체 저출산 해결책이 뭐냐? 없냐? 이렇게 막 물어보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근데 그럴 때 저는 정말 난감합니다.
이게 현상은 굉장히 단순해 보여도 답이 단순하지 않다라는 건 우리가 다 잘 알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그 자리에서 뭔가 제가 이렇게 딱 답을 주기가 어렵습니다.
그런 데다가 그러면 뭐 외국에서는 어떻게 하는데 좀 벤치마킹하고 가서 좀 보면 좋지 않아?
그리고 또 우리가 저출생에 대한 프로그램 하면 또 외국 사례들 많이 얘기하잖아요.
그래서 그런 거를 보면 우리가 해결책에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한데
또 막상 그런 나라들은 가족 정책의 목표가 출산율을 높이는 것이 아닙니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 가족 정책을 하는 게 아니고요.
여성들의 경제활동을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그리고 여자든 남자든 일과 자기 생활을 좀 균형 있게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행복한 가정생활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게 가족 정책의 목표지
이 출산율을 높이는 게 가족 정책의 목표가 아니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그 나라에서 성공한 정책이라고 하더라도 우리나라에서 성공해서 출산율을 높일 수 있다
이렇게 단정해서 이야기하기도 참 어렵습니다.
그리고 또 제가 아까 이제 전문가라고 소개를 해 주셨는데
전문가로서 이런 이야기를 할 때 또 조심스러운 게
아까도 말씀하신 대로 이런 저출생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면 유독 악플이나 이런 무서운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그래서 이게 이렇게 막 저의 어떤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라
그냥 인구 통계를 얘기하든
국가에서 이런 정책을 하기로 했다라고 발표를 하든
아니면 전문가가 나와서 이런 게 원인이다 이렇게 얘기를 하든
거기에는 유독 부정적인 그런 댓글이 많이 달리는 것을 볼 수가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왜 이렇게 사람들은 저출생이라는 콘텐츠, 화재 또는 이제 주제가 나오면 거기에 대해서 뭔가 긍정적인 반응을 하기보다는 부정적인 반응을 하는 걸까요?
첫 번째는 아마 피로감도 있을 것입니다.
너무 많이 얘기를 들었거든요.
너무 많이 들어서 지겹다 새롭지 않다 얘기 또 하고 또 하고 하지만 해결책이 아니지 않느냐 이런 얘기들 많이 하시는 것 같고요.
그리고 또 한 가지는 특히 이제 청년 세대 중에서는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신 것 같아요.
이거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 또는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너무 내 삶에 대해서 함부로 얘기하는 거 아니야?
내 삶에 대해서 뭘 안다고, 나의 삶에 대해서 뭘 안다고 저렇게 짚어서 이야기하지?
이런 느낌도 좀 받으시는 것 같아요.
사실 연애나 결혼이나 가족이나 이런 거 굉장히 사적인 영역이잖아요.
누구도 나의 사적인 영역에 대해서 이제 함부로 이야기하기 어렵죠.
그런데 나를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이제 내 삶에 대해서 이렇게 넘겨짚어서 이야기하는 게 좀 불쾌감을 가져오기도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 불쾌감이 때로는 자조로 나타나기도 하고,
또 때로는 냉소로 나타나기도 하고,
또 때로는 분노로 표현이 되기도 하죠.
그러니까 내 상황을 알지도 못하면서 얘기하는 그 사람들
또는 나의 상황을 이렇게 안 좋게 만든 이 시대와 사회에 대해서 내가 부정적으로 대응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런 대응들 그런 부정적 댓글들을 보면 이제 정말 우리 사회의 어떤 디스토피아적인 측면들 면모들을 되게 많이 보게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그 댓글들만 봐도 도대체 왜 우리가 저출산일 수밖에 없는지를 알게 되죠.
전통적인 가족 제도에 대한 거부감도 있고,
또 결혼과 출산을 원하는 사람조차도 할 수 없게 만드는 그런 경제적인, 사회적인 상황도 있고
또 아이와 노인과 돌봄 이런 것들을 이제 무시하거나 냉소하는 그런 문화도 있죠.
그래서 아마 그런 것들을 다 이야기하자면 더 우울해지고 힘들 것 같습니다.
근데 이제 저는 오늘 그런 우울한 얘기를 하고 싶은 것은 아니고,
또 이 자리에 계신 분들도 그런 이야기들이 아니라 우리가 꿈꿀 수 있는 유토피아는 뭐가 있을까?
뭔가 이렇게 거대한 담론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은 뭐가 있을까?
이런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오신 분들이라고 생각하고요.
저는 오늘 그 얘기를 좀 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유토피아라는 게 뭐가 있을까?
거창하지는 않지만 소소한 출발점
제가 그 답을 다 알고 있는 것도 아니어서 이제 아까 저출생에 대한 답을 드릴 수 없는 것처럼
이 현실 가능한 유토피아에 대한 답도 다 그냥 드릴 수는 없거든요.
그냥 우리가 같이 할 수 있는 그런 소소한 출발점들은 무엇이 있을까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우선 첫 번째로 생각해 보고 싶은 게 이제 우리의 상황이 다 다르다.
아까도 말씀드린 것처럼 결혼하지 않는 이유도 다 다르고 또는 뭐 거기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도 다 다르겠죠.
저희가 이제 수업시간에 보는 이론 중에 에이젠이라는 학자가 계획된 출산 행동 이론이라고 하는 것으로 출산의 결정 또 출산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가지 요인들을 정리해 놓은 이론이 있습니다.
그런 거기에 보면 사회적 규범도 영향을 미치고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신념이나 태도도 영향을 미치고 또 그 사람의 특성 또 영향을 미치고 무엇보다도 또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자원이 영향을 미치겠죠.
그런데 출산이라고 하는 건 결혼이라고 하는 건 나 혼자 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나의 파트너에게도 또 그런 조건들이 있을 거 아니겠어요?
그러니까 이건 두 사람이 그 복잡한 것들이 다 결합해서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다 다를 수밖에 없어요.
그게 다 당연하다.
결혼과 출산에 대한 결정은 내 앞으로의 인생에 영향을 미치는 굉장히 중요한 의사결정인데 이거 남의 말 듣고 할 수 없잖아요.
하다못해 부모님 세대도 우리한테 부모님들조차도 우리한테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말하기 어렵습니다.
근데 이거는 부모님 세대한테만 제가 드리는 말씀이 아니라, 당사자들도 청년 세대 당사자들도 좀 같이 생각을 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내가 결혼하지 않는 이유가 남이 결혼하지 않는 이유와 같은 거 아니거든요.
다를 수 있거든요.
나는 이런 이유 때문에 나는 경제적 부담 때문에 결혼하지 못했어.
하지만 다른 사람은 나는 일과 가정생활을 같이 하는 거야.
내 경력이 단절될까 봐 결혼을 선택하지 못하겠어,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거든요.
그러니까 그 말은 다시 돌려서 말하면 무슨 말이냐면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정책도 누군가에겐 도움이 될 수 있어요.
그러니까 내가 봤을 때 저 정책은 틀렸어 이게 아니고, 나한테는 저 정책이 상관이 좀 낮지만 누군가한테는 저게 필요한 일이야.
나는 일가정 양립이 중요하지만, 누군가에게는 현금 지원하는 거 그거를 받는 게 중요할 수도 있거든요.
그러니까 이런 것들
그러니까 나의 문제에서 다른 사람을 진단해서 생각하면 안 될 것 같다.
우리의 다양성을 인정해야 될 것 같다 이런 말씀을 처음으로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드라마 얘기하고 싶은데요.
제가 드라마를 너무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그래서
우리들의 블루스라는 드라마 보셨어요? 많이 보셨죠?
워낙 명작 아니겠습니까?
그 드라마를 보면서 우리가 감동을 받았던 것들은 왜였을까요?
왜 어떤 포인트에서 감동을 받았을까요?
거기에 나오는 사람들이 한 사람 한 사람이 다 주인공이다.
그리고 그 사람들의 삶이 다 다양하다 다르다.
그런데 지금 다 어우러져서 잘 살고 있다 이런 포인트였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사실은 우리의 삶도 앞으로는 이렇게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거든요.
우리가 결혼하고 출산이라고 하는 삶을 안정적인 삶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이게 결혼하고 출산하면 심리적으로 안정된다 이런 의미만은 아닌 것 같아요.
이 결혼과 출산이라고 하는 제도는 굉장히 오래된 제도이기 때문에 완전히 구조화가 되어 있고 우리가 그거를 선택하는 순간 우리의 삶이 대체로 어떻게 되겠구나라고 하는 것이 예측 가능합니다.
그러다 보니 뭐 다 똑같지는 않겠지만
결혼하면 이런 삶을 살게 되겠지, 아이를 낳으면 이런 삶을 살게 되겠지, 이런 것들이 조금 상상이 가능하죠.
그런데 결혼하지 않는 삶은 사실 우리 사회에서는 굉장히 최근의 일이에요.
그러니까 그게 인류 역사상 그런 적이 별로 없었거든요.
그러다 보니 결혼하지 않고 사는 삶은 어떤 삶인가에 대한 그림이나 비전이나 이런 것들이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 퍼즐을 내가 맞춰야 돼요.
어떻게 살아야 될지를 내가 생각하고 내가 맞춰야 되는 거죠.
그러다 보니 좀 불안정하게 느껴질 수도 있고 힘들게 느껴질 수도 있고 또 불안할 수도 있습니다.
그 드라마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그 드라마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내가 누구랑 같이 살고 싶은지, 언제 같이 살고 싶은지, 어떤 방식으로 살고 싶은지
그리고 나의 노후에 내가 만약 결혼과 출산을 선택하지 않았다면
나의 노후에 누구와 같이 시간을 어떤 방식으로 보내고 싶은지
이런 것들을 더 많이 상상하고 또 사실은 상상하고 생각하는 거에만 그치지 말고 준비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노후자금 준비하듯이
사실은 내가 노후에 나의 생애 후반기에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해서 정해진 답이 없다 보니
그것을 잘 퍼즐을 맞추듯이 생각하고 또 준비하고 그렇게 해야 합니다.
결혼을 하신 분들은 그러면 정해진 대로 그 안정된 삶을 그대로 따라가서 살면 되냐?
사실 그거 하고 싶지 않아서 결혼 안 하시는 분들도 많이 계시잖아요.
그러니까 저는 결혼을 선택한 사람들도 좀 이제는 상상력을 좀 발휘해야 될 때가 아닌가?
남들과 또 똑같이 원가족과의 관계, 나의 원래 가족과의 관계나 자녀를 키우는 방식에 있어서 똑같이 할 필요 없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왜 유튜브 보면 현실 가족에 대한 콘텐츠들도 되게 많잖아요.
그래서 막 시부모님들 놀려 먹는 걸로 콘텐츠 만들어서 막 엄청 이렇게 인기 끄는 거
또는 장인 장모님 놀려먹는 걸로 콘텐츠 만들어서 하는 거 그런 것들도 되게 인기거든요.
그분들이 '나는 우리 사회 문화를 바꿀 거야' 이러면서 그런 거를 하시지는 않았겠지만,
그런 것들이 사실은 되게 경직되어 있는 우리의 관행들을 깨는 소소한 시도인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그런 것들도 재미있다 충분히 가능하다라고 생각을 합니다.
제가 아는 분은 얼마 전에 아들을 결혼시키셨는데 제 아들을 이제 그댁 사위라고 부른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이제 사돈댁은 딸을 그댁 며느리 이렇게 부르신대요.
그러니까 그게 이제 결혼한 자녀들과 좀 거리를 두겠다. 거리 조정을 하겠다.라고 하는 표현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결혼을 하고 나서도 그냥 다 똑같이 그렇게 살 필요 없다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건 이제 아이를 키우는 방식일 텐데, 그 아이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
나는 사실 내 삶에 대해서 생각할 때는 막 이제 꿈도 꿀 수 있고 막 이런데
아이에 대해서 딱 생각을 하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서 옛날처럼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요즘 아이 키우는데 얼마나 돈이 많이 듭니까? 아까 다 상세하게 말씀해 주셨잖아요.
태아 보험 들어보셨어? 태교 여행 들어보셨어요?
영유아들 다 일찍부터 이제 교육용 태블릿 하나씩 들고 대학생들마냥 이렇게 공부하잖아요. 드림렌즈 들어보셨어요?
이거 다 20년 전만 해도 없었던 것들이거든요.
근데 지금 마치 되게 필수적인 것처럼 아이를 키우는 데 되게 필수적인 것처럼 생각하잖아요.
정말 그게 다 필수일까? 그게 시대가 바뀌었기 때문에 필수일까?
이런 연구를 하는 육아정책연구소에서 아이들을 키우는 데 들어가는 비용 같은 것들을 조사 연구하고요.
그리고 그 아이들을 키우는 데 들어가는 어떤 상품이나 서비스만 가지고 육아물가지수 같은 것들을 조사해서 발표하거든요.
근데 이제 그런 걸 보면 이 육아 물가를 높이는 데 기여하는 것들이 어린이 보험, 영유아 학습지 영어 유치원 이런 것들입니다.
그러니까 이게 꼭 필요한 것 같지는 않지만 남들이 하면 어쩔 수 없이 나도 할 수밖에 없는 거 아까 도태라는 말씀하셨는데 그런 것
그런데 사실 조금만 돌아보면 나는 나를 굉장히 개성적인 존재라고 생각하고 내 삶을 되게 주도적으로 살아가는데,
왜 아이를 키우는 방식에서는 그런 주도성을 발휘할 수가 없는가? 없을까?라고 하는 것들을 이제 조금 생각해 볼 때가 되지 않았나라는 생각을 합니다.
소비 중심적인 그런 양육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면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됩니다.
아이한테 미안해하실 필요 없고요.
미안할 일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키우지 않아도 아이들은 충분히 잘 자랄 수 있고 우리는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거에 대해서 아이한테 미안해할 필요 없고 내가 그걸 지금 못 시킨다고 해서 이 아이가 도태될 것이다라고 생각하실 필요도 없어요.
어렸을 때 다 피아노 배우셨죠? 미술학원 다니지 않으셨어요?
그거 지금 무슨 나의 예술적 취향을 그렇게 높이는데 정말 크게 기여했나?
그거 안 했으면 내 삶이 너무 도태될 정도로 힘들었을까요?
그렇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그런 점들도 다시 한 번 좀 짚고 싶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취향과 가치를 좀 구분해야 되지 않을까?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결혼과 출산은 사실은 어떻게 생각하면 취향의 문제일 수도 있어요. 그렇죠?
내 취향대로 선택하고 내 삶을 이렇게 살아가겠다라고 하는 나의 선택이니까요.
그런데 약자나 공동체나 돌봄, 아동 이런 것은 취향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혼인율과 출산율이 감소하는 것이 아동과 가족의 가치가 감소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요.
우리 사회가 그런 사회로 가고 있는 것이라면 약자와 공동체와 돌봄 이런 것들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회라면
이건 진짜 저출산이라는 그 현상 자체보다도 더 큰 문제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우리가 인류를 통해서 발전해온 그런 역사적인 방향을 완전히 거꾸로 거스르는 거거든요.
예전에 저는 이제 약간 이제 가족을 연구하다 보니 탈북 가족도 연구를 하거든요.
탈북해서 오신 분들의 가족도 연구를 하는데 그분들과 이제 얘기를 하다가 느낀 점이 북한은 정말로 각자 도생이라는 거예요.
그래서 승냥이들만 살아남고 양 같은 사람들은 다 죽는다 이런 얘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그래서 제가 그 얘기를 들을 때는 아 정말 여기서 태어나서 너무 다행이다 이런 생각을 했거든요.
근데 마치 우리는 지금 우리가 막 엄청나게 노력해서 각자 도생하지 않으면 안 되는 사회인 것처럼 우리 사회를 만들어가고 있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듭니다.
내 선택과 상관없이 다른 사람들의 돌봄을 존중하고 응원하는 사회가 저는 성숙한 시민사회라고 생각하거든요.
제가 이제 평소에 이렇게 얘기를 하니까 학생들이
'도대체 응원 어떻게 하라는 말이냐 '
'응원 말은 좋은데 응원 어떻게 하라는 말이냐 '
'구체적으로 그럼 뭐 친구 아이를 봐주라는 소리냐 '
나는 결혼할 생각이 전혀 없는데 이렇게 얘기를 하더라고요.
사실은 뭐 친구 아이를 돌봐줄 잠깐 봐줄 수 있는 상황이 되면 그렇게 되겠죠.
근데 내 친구에는 아무도 내 주위엔 그런 사람이 없다 그러면 난 어떻게 돌봄을 응원할까?
내가 간 카페에 아이들이 와서 좀 떠들어도 그냥 눈총 주지 않고 그냥 좀 참는 거
내가 건물에 들어가려고 하는데 유아차 끌고 오는 사람이 있으면 그냥 문을 좀 잡아주는 거,
내가 엘리베이터 타고 있는데 어르신이 저기서 좀 천천히 걸어오고 있으면 누르지 말고 조금 기다려주는 거
이런 것들이 저는 사실은 돌봄을 응원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되게 사소하죠.
그리고 이거는 그냥 타인에게 친절을 베푸는 일이에요.
그러니까 돌봄을 응원한다라는 일이 뭔가 되게 거창한 일이 아니고
이렇게 일상생활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친절을 베푸는 거 이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조금 더 나아가 볼 수도 있겠죠. 조금 더 나아가 볼 수 있어요.
우리 직장을 다니시는 분들은 내 주위에 누군가가 이제 임신했다 그러면 이제 덜컹합니다.
저 사람 좀 있으면 출산 휴가 가겠구나, 육아휴직 가겠구나, 그러면 이제 그 일이 누구에게로 떨어질까?
대체 인력 들어올까? 아니면 그냥 N분의 1로 또 나눠져 가지고 내가 그 일을 하게 될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되면 응원하기 쉽지 않죠. 그럼 어떤가요?
그 동료가 돌아와서 좀 있다가 둘째를 임신했어요. 또 육아휴직을 간다고 합니다.
진짜 응원하기 쉽지 않죠.
그런데 그럴 때 사실은 우리가 응원하는게 어떤 것인지를 보여줄 수 있는 상황이 되는 것 같아요.
보건사회연구원에서 조사한 설문조사를 보면
육아휴직을 이용하지 못하는 첫 번째 이유가 사실은 동료에게 부담이 될까 봐가 가장 큽니다.
60~70% 정도가 그렇다고 얘기하거든요. 미안한 감정이 있는 거예요.
저도 사람인지라 내가 이렇게 이 일을 놓고 갔을 때 내 동료들이 얼마나 힘들까에 대해서 미안한 마음이 있고 눈치도 보이는 거죠.
사실 승진해서 뒤처질까 봐 인사상의 불이익 얻을까 봐 이런 것들은 오히려 그것보다도 더 적게 나왔습니다.
그러니까 내가 눈치를 보는 대상이 나의 고용주뿐만이 아니고요.
내 옆자리의 동료거든요.
근데 이럴 때 내 옆자리의 동료가 되게 막 관대하게 '걱정하지 말고 갔다' 와라 이런 말을 해주면 얼마나 든든하고 고마울까요?
그리고 또 그럴 때 그 사람들에 남아서 일을 해주는 그 사람들에게 혜택이 가는 정책이 있다면 얼마나 도움이 될까요?
이런 것들이 필요한 정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일들은 사실 아이를 키우는 사람들은 언젠가 내 문제가 될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할 수 있어요.
근데 나는 결혼과 출산이 내 인생의 선택지에서 없다 그런 분들은 사실 자연스럽게 하기 어렵죠. 경험이 없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당장 이렇게 계산을 해보면 나에게 손해나 불이익이 될 것이 명확하기 때문이죠.
그럴 때는 그냥 억지로 시민의식을 발휘해서 하시면 됩니다.
지금 내가 결혼과 출산에 동반되는 돌봄은 안 할지라도 나중에 우리 부모님을 돌보는 돌봄을 하게 될 수도 있거든요.
부모님이 휠체어를 타게 되실 수도 있고, 더 나이가 들면 내가 휠체어를 타게 될 수도 있어요.
그럴 때 누군가 동료가 내가 가족 돌봄 휴직한다고 했을 때 '걱정하지 말고 다녀와라' 이렇게 말을 해주면 얼마나 고맙고 안심이 될까요?
이런 것들이 사실은 우리가 돌봄을 또는 출산을, 결혼을 응원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출생이 우리 사회에 많은 것들을 바꾸고 있죠.
우리가 이것에 대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정책도 중요하지만 저는 우리의 생각이 바뀌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고요.
그중에 하나는 오늘 말씀드린 것처럼 삶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친절을 통해서 다른 사람의 돌봄을 응원하는 것
이런 시도가 현실 가능한 유토피아를 만드는 데 첫 걸음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