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글의 평가 시스템이 어렵기로 소문난 시스템이에요.
- 세상에 천재들은 다 모여 있는 것 같은데, 나는 그만한 실력이 아닌 것 같고,
- 심각하게 1년을 못 버티고 정말 회사를 그만두려고 했어요.
- 나 혼자만 힘들 줄 알았는데, 나만 힘든 게 아니었더라고요.
- 제가 돈 벌면서 성장하는 팁을 드릴게요.
안녕하세요.
구글 디자이너 김은주입니다.
저는 한국에서 8년, 미국에서 17년을 일해오고 있는 25년 차 현역 디자이너입니다.
25년을 일했으니 그 시간 내내 평탄했을 리 없겠죠.
수많은 업다운이 있었어요.
물론 여러분들도 많은 업다운들이 있으셨죠?
일을 하다 슬럼프가 올 때 어떻게 되나요?
할 만큼 했다고, 어쩌라고, 왜 나만, 억울하다고, 제기랄, 이런 십장생, 막 욕 나오고, 다 부숴버리겠어, 화나고, 맨날 실수하고, 내가 지금 뭐 한 거지 후회되고, 사라지고 싶어, 더 이상은 못하겠어, 아무것도 하기 싫어, 이런 무력감
이런 감정 다들 경험해 보셨죠?
너무너무 당연한 거예요.
그리고 여러분들이 이런 경험을 했다면 잘하고 있다는 신호예요.
아무 생각 없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들은 이런 걸 느끼지 않아요.
그러니까 적어도 여러분들이 이런 경험이 있다면 지금 여러분들이 무언가를 열심히 하고 있다는 뜻이에요.
저는 오늘 여러분들과 이런 슬럼프가 왔을 때, 어떻게 극복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성장했는지 나를 성장시키는 세 가지 방법에 대한 얘기를 해보려고 해요.
우리 이런 얘기 흔히 하죠.
내가 밥벌이만 아니면 일 때려친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내가 하는 거지 내가 이런 일 할 사람이 아니야."
그렇죠. 저는 먹고살기 위해서 일을 합니다.
전 20살이 되면서 경제적인 독립을 꿈꿨어요.
경제적으로 누군가에게 의존을 하게 되면 내 인생의 지분을 나눠주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전 제 인생의 주인이 되고 싶었어요.
누구도 내 인생에 훈수질을 하도록 허락하지 않겠다는 다짐이 있었어요.
세상에 하찮은 돈벌이라는 건 없어요.
밥벌이는 내 인생의 선택권, 결정권, 소유권, 이런 지분을 확보하는 일이에요.
그래서 일을 그만두고 싶을 때마다 꼭 생각해 보세요.
내 인생의 지분을 나는 충분히 확보한 상태인지, 내 인생의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는 다짐이 됐다면 제가 돈 벌면서 성장하는 팁을 드릴게요.
첫째 내가 가진 것으로 승부한다. 그중에서 나의 퍼스트를 찾아야 한다.
미국에서 대학원을 졸업하고 첫 직장에서 제가 맡은 프로젝트가 스테이 팜 미국의 최대 보험회사인데 보험 시스템을 개편하는 일이었어요. 2년 정도 했는데 너무 재미가 없는 거예요. 그리고 제가 잘할 수 있는 일인지도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직장을 옮겨야겠다 그런 생각을 하고 제가 미 팩트 테이블이라는 걸 만들었어요.
이게 뭐냐면 나에 대한 팩트를 써요.
그런 다음에 그 팩트가 가진 장점, 단점 그리고 전략 이렇게 써 내려가는 거예요.
이를테면 나는 한국인이다. 팩트죠.
그럼 장점은 한국 혹은 아시아 시장의 시각과 경험을 가지고 있다.
단점은 미국 시장 경험이 부족하다.
그러니까 미국 보험회사 시스템은 제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일이 아니었던 거죠.
결론은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하는 회사 그중에서도 한국이 잘 나가는 분야를 찾자
이런 식으로 쭉 써 내려가는 거예요.
이를테면 나는 일리노이 공과대학 졸업생이다. 나는 얼리어댑터다.
나는 논리적이다. 각각 팩트에 대한 장점과 단점과 전략들을 써 내려가는 거죠.
이렇게 생각을 구체화해 보니까 제가 가야 할 길이 조금 선명하게 보이더라고요.
제 머리에 떠오른 회사 모토로라.
그 당시에 모토롤라 본사의 디자인 센터가 시카고에 있었거든요.
이 테이블을 완성하고 나니까 나는 모토로라에 가야겠다.
한국은 핸드폰 강국이고 모토로라는 글로벌 마켓을 대상으로 하니까 내 장점을 잘 살릴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된 거예요.
그래서 제가 모토로라에 지원을 했고 미팩트 테이블로 정리를 해본 저의 장점을 잘 어필해서 합격을 했어요.
여러분들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 뭘 잘하는지, 잘 모르겠으면 한번 만들어보세요.
내 생각을 구체화할 수 있는 아주 좋은 툴이에요.
두 번째 내가 원하는 걸 어필한다.
모토로라로 이직해서 잘 적응을 했어요. 2년 정도 지났는데 어느 날 어느 팀에 매니저 한 명이 나가면서 공석이 생겼어요.
그래서 제가 디렉터를 찾아가서 제가 하고 싶다고 했어요.
내가 왜 이 자리에 적임자인지, 우리 회사 지금 이 팀의 매니저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해서 설명했어요. 여러분 제가 지금 이렇게 말하니까 저 엄청 용감한 것 같죠? 저 엄청 쫄았거든요.
제가 미리 써가지고 연습하고 외우고 그날도 심장이 막 쿵쾅쿵쾅 거리는 걸 안 들키려고 겨우겨우 말을 했어요.
디렉터가 생각을 해보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러고 나서 며칠 후에 제가 매니저로 결정이 됐어요.
제가 매니저가 돼 보니까 '우는 아이 떡 하나 더 준다'는 말이 뭔지 알겠어요.
매니저는 독심술사가 아니에요. 원하는 게 있으면 표현을 하셔야 해요.
구글에는 독특한 제도가 있어요. 셀프 승진 지원제도라는 걸 운영하거든요.
본인이 승진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생각했을 때 승진 심사를 신청하는 제도예요.
몇 년 전에 이런 일이 있었다고 해요.
남자 직원에 비해서 여자 직원들의 승진율이 떨어져서 혹시나 평가가 공정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나? 하고 조사를 해봤다는 거예요. 그랬더니 평가의 문제가 아니라 여자 직원들의 신청률이 떨어지더라라는 결과가 나왔대요.
그래서 그때부터 대대적인 캠페인을 벌여서
"신청해야 한다 신청하세요."
이렇게 캠페인을 벌인 이후에는 지금은 남녀 승진율이 비슷해졌다고 해요.
성과를 내려면 성과가 나는 과제를 할당받는 게 중요하잖아요.
매니저가 내 일을 대신해 줄 수는 없지만 성과를 낼 수 있는 과제를 할당해 줄 수는 있단 말이에요.
그리고 승진이 아쉬운 건 나잖아요. 매니저가 아니라,
그러니까 지금 내가 뭐가 필요하고 뭐를 하고 싶고 이런 걸 계속 어필하셔야 돼요.
주변에 막 소문도 내시고요. 아시죠?
세 번째 나를 믿어도 된다.
구글에 입사하고 첫 1년을 엄청 헤맸어요.
심각하게 1년을 못 버티고 정말 회사를 그만두려고 했어요.
세상에 천재들은 다 모여 있는 것 같은데 나는 그만한 실력이 아닌 것 같고 누군가 내 실력을 알게 될까 봐 되게 무서웠고요. 만약에 그렇게 되면 회사에서 해고될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있었어요.
출근하기 전에 차를 세워놓고 사무실로 들어가지 못하고 한참을 앉아 있었고요.
미팅과 미팅 사이에는 화장실에 숨어 있고 그랬어요.
그런 시간이 너무 길어지니까 이러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가까운 동료 몇 명에게 제 상태를 얘기를 했더니,
굉장히 잘나 보였던 그 동료들이 본인들도 그렇게 느꼈거나 아니면 지금 그런 상태에 있다는 거예요.
그러면서 한 동료가 심리 상담을 추천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심리 상담을 받기 시작했어요.
저를 괴롭히는 생각은 이런 거였어요.
나 충분하지 않아. 그런데 최선을 다하지도 않아. 그런 내가 너무 싫어
이게 악순환인 거예요. 스트레스를 받으니까 막 먹어요. 저는 스트레스받으면 먹거든요.
그리고 할 일은 미루고 인터넷만 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시간에 쫓겨서 초치기로 일을 하고, 그러면 당연히 퀄리티 떨어지고, 그럼 미치겠고, 이 루프인 거예요.
빠져나올 수가 없는 거예요.
다른 사람들이 나를 위로해 줄 수 있지만 그렇다고 내 일을 대신해주지는 않잖아요.
그러니까 해야 하는 일이 이렇게 쌓이는 거죠. 그럼 더 미치겠고 뭔지 아시죠?
어느 날 제가 상담을 받으러 가서 이런 얘기를 했어요.
'나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모든 게 다 엉망진창이다. 어떻게 해야 되냐?'
이렇게 말했죠. 그랬더니 상담사가 이러는 거예요.
'당신 몸이 지금 너무 지쳐 있다. 몸이 너무 지쳐 있어서 에너지가 필요하니까 자꾸 음식을 섭취하는 거다.
그리고 그렇게 인터넷 인터넷을 계속 찾는 건, 당신 마음이 쉴 곳을 찾는 거다.
위로받는 곳, 안정감을 느끼는 곳 안 그러면 죽을 것 같으니까.
그러니까 당신 지금 충분히 최선을 다하고 있다.
너무 자책하지 말아라. 스스로에게 조금만 친절해져도 괜찮다.'
제가 그 말을 듣고 마음이 이렇게 누그러지면서 저도 모르게 막 울었어요.
그러니까 나는 내가 최선을 다하고 있지 않다는 생각 때문에 나를 계속 채찍질을 하고 있을 때
내 몸은 어떻게든 버티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었구나, 내 마음은 어떻게든 살려고 애쓰고 애썼구나.
내가 나를 돌아보지 않았던 지난 1년 동안, 내 몸과 마음은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발버둥 치고 있었구나,
그렇게 생각을 하니까 제 자신한테 너무 미안해지는 거예요.
그러면서 내가 그동안 최선을 다하고 있지 않았다는 죄책감에서 조금씩 벗어나지면서 극복이 되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저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니까 저도 꽤나 쓸만한 사람인 거예요.
그래서 제가 다짐을 했죠.
나 좀 그만 괴롭히자. 내 인생 살아줄 사람 나밖에 없는데, 나를 좀 믿자. 나 믿고. 나 믿고 가자.
이렇게 결심을 했어요.
그렇죠? 여러분?
내 인생 살아줄 사람 나밖에 없는데 나 믿어도 돼요.
마지막으로 저의 최근 경험담 하나 나누면서 마무리할게요.
구글의 평가 시스템이 어렵기로 소문난 시스템이에요.
작년에 코로나로 다들 너무 힘들었죠. 평가가 시작된다는 이메일이 왔더라고요.
제가 입사하고 1년 동안 너무 힘들었던 시간이 떠올랐어요.
누군가 지금 이 순간 이런 마음으로 괴로워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제 얘기를 들려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제가 그룹 이메일을 보냈어요.
우린 각자 보석 같은 사람이다.
평가서에 담기지 못한 나의 가치를 잊지 말자.
혹시 지금 난 충분하지 않아라고 느끼면서 괴로워하고 있다면
내가 누구인지 잊지 말자.
나는 세상에 하나뿐인 소중한 존재다.
여러분에게 나의 우물 안 개구리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이러면서 제가 썼던 우물 안 개구리 이야기를 같이 보냈어요.
이 이야기는
우물 안에서 사는 개구리가 문제가 아니라, 우물 안에서 불행하게 사는 게 문제다.
개구리로 행복하게 살면 된다. 개구리가 어때서 난 행복한 개구리다
이런 내용이에요.
그 이메일을 보내고 나서 놀라운 일이 벌어졌어요.
여기저기서 개굴개굴개굴 개굴 이러면서
나도 개구리, 나도 개구리, 나도 개굴 이러면서 갑자기 개구리 커밍아웃들을 하기 시작하는 거예요.
저는 나 혼자만 힘들 줄 알았는데 나만 힘든 게 아니었더라고요.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것만으로도 굉장한 위로와 힘이 됐어요.
그리고 그 후에 블로그나 강연으로 제 경험을 나누기 시작했고요. 그러다 책까지 내게 된 거예요.
우리가 슬럼프일 때 제일 위험한 게 동굴 속으로 숨는 거예요.
동굴 안으로 들어가면 밖이 안 보이기 때문에 나 혼자라는 공포가 밀려와요.
그리고 밖에서도 그 동굴 안에 누가 있는지를 모르기 때문에 도움을 줄 수가 없어요.
그래서 동굴로 들어가는 게 제일 위험해요.
여러분들 슬럼프일 때 동굴로 들어가지 마세요.
제가 동굴 생활 많이 해봐서 아는데, 그게 혼자서는 해결이 안 되더라고요.
힘들어도 어떻게든 동굴에 숨지 말고 나 힘들다 말하고 동굴 밖으로 나와야 해결책이 보이더라고요.
여러분들 혼자가 아니에요.
이 지구에 나 혼자 있는 거 아니거든요.
힘들 때일수록 마음을 열고 주변을 돌아보면 분명 누군가와 눈이 마주칠 거예요.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아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더라고요.
우리 서로 바라보고 나 혼자가 아니라는 걸 확인하고 그렇게 다 함께 힘을 내면 좋겠어요.
우리 끝까지 함께 성장해요.
제가 여러분들 응원할게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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