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의 슈퍼스타는 너무 연약하고 보살핌이 필요합니다.
- 건강하고 행복했으면 좋겠는데 자꾸만 병들고 죽고 멸종되어 갔다고 합니다.
- 세바시에서 저에게 바다 사랑을 주제로 한 섭외 전화를 주셨을 때 저는 다시 꿈이 생겼습니다.
- 나의 진심을 누군가는 보고 있었구나. 그리고 나의 슈퍼스타를 위해 다시 나의 화력을 불태워야 할 때가 왔구나.
여러분 안녕하세요. 최송현입니다.
제가 오늘 여러분들께 들려드릴 이야기는 저의 아주 깊은 사랑 이야기입니다.
그 사랑의 시작이 2012년이었으니까요. 올해로 벌써 10년째가 됐습니다.
제가 열렬하게 사랑하는 그 대상은 바로 수면 아래의 깊은 바닷속 세상입니다.
제가 만난 바닷속의 핵 인사들, 제 친구들 사진을 좀 보여드릴게요.
제가 다 직접 촬영한 사진들입니다.
굉장히 많은 친구들을 제가 만났어요.
그래서 지금까지 10년 동안 이 스쿠버 다이빙을 하면서 만난 생물체 중에 가장 최고의 생명체는 어떤 생물이었냐? 인터뷰를 하면 종종 물어보시거든요.
여태까지는 그게 참 1번을 꼽는 게 힘들었어요.
근데 제가 주저 없이 제 인생 초대박 넘버 원으로 꼽을 수 있는 생물체를 2019년에 바닷속에서 만나게 됩니다.
바로 저의 사랑하는 남편 이지안 씨입니다.
세바시에 출연을 하게 돼서 남편이 매우 매우 행복해했습니다.
제 남편은 스쿠버 다이빙 강사예요.
그러면 사람들이 그분이 강사랑 교육생으로 만나신 거예요?라고 많이 물어보세요.
아니요. 저희는 처음 만났을 때 둘 다 강사였어요.
제가 2015년에 강사 시험에 합격을 했거든요.
남편과 저는 2019년에 한 수중 사진대회 참가를 하기 위해서 작은 섬에 우연히 같이 머물게 되면서 2박 3일 동안 똑같은 일정을 보냈습니다.
'누가 먼저 반했나요? '
이 질문에 남편이 한 20분 정도 먼저 반한 것 같아요 하고 제가 농담처럼 얘기를 하는데요.
사실은 결혼이라는 제도에 굉장히 회의적이었던 30대 후반의 여자와 마흔을 넘긴 남자가 만나서 서로를 그렇게 빨리 내 사람으로 가슴 떨리게 느낄 수 있었던 건, 물론 저희가 늘 주장하고 있는 그 운명 때문도 있지만 그 이유 중에 아주 큰 부분이 저는 이것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마 둘 다 바다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이었고, 둘 다 다이빙을 전혀 못하는 사람을 바닷속으로 안내를 할 만큼 전문 지식과 기술을 가졌기 때문에 저희가 보고 또 느낄 수 있는 시각과 감각이 더 발달돼 있고, 그런 두 사람이 바다에 같이 들어가서 그 안에서 서로의 닮은 모습 닮은 생각을 보고 느꼈기 때문이었을 거예요.
스쿠버 다이빙은 인생과 많이 닮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각 다이버마다 자신의 다이빙 철학이 있다고 생각하고 아무리 기술이 좋다고 해도 나랑 철학이 맞지 않으면 같이 다이빙하는 건 굉장히 괴로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응? 익스트림 스포츠에 무슨 철학과 인생이 있다는 거야? 너무 거창한 거 아니야?'
여러분 그렇게 생각하실 수 있죠.
그럼 제가 잠시 여러분을 상상 속의 수중 속 세계로 안내를 해드릴게요.
처음에 다이빙을 배우는 교육생들은 신생아 체험을 합니다.
걸음마를 배우던 아기처럼 내 몸이 내 몸 같지가 않아요.
자꾸만 강사를 막 엄마처럼 붙잡게 됩니다.
시야도 엄청 좁아요.
바다에 처음 들어갔다 와서 무슨 물고기 봤어요? 물어보면
'강사님 오리발밖에 기억이 안 나요'라고 적지 않은 교육생이 말을 합니다.
강사도 마찬가지로 입문하는 학생들을 처음 봤을 때 그냥 '아기'라고 생각을 합니다.
절대로 내가 시선을 떼면 안 되는 존재
이렇게 바다는 인간이 자력으로 숨 쉴 수도 없고 또 마음대로 이렇게 걸어 다닐 수도 없는 공간이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스쿠버 다이빙이 단순히 이 낯선 공간에서 살아 움직이는 물리적인 기술만을 배우는 스포츠라고 오해합니다.
그런데 이 바닷속 세상은요.
단순히 우리가 그냥 들렀다 가는 관광지가 아니라 또 다른 생명이고 있는 커다란 다른 세상입니다.
사실은 입주민이 따로 있는 나의 생활 터전이 아니라 남의 세상인 거죠.
그래서 반드시 바다에 들어가기 전에 올바른 생각과 규칙 그 새로운 세계의 문화를 배워야 합니다.
그러니까 처음 다이빙에 입문을 할 때 이 새로운 세상의 엄마 즉 강사가 어떤 생각과 가치관으로 교육 학생에게 이 수중 세계의 문을 열어주느냐가 정말 정말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남편과 처음 만난 날에 있었던 일인데요. 만난 지 약 18시간 정도 됐던 것 같아요.
나이트 다이빙을 할 때였는데, 사실 그다음 날에 있을 수중 사진 대회까지 뭐라도 찍어서 결과물을 제출을 해야 되는 상황이라서 둘 다 큰 수준 카메라를 들고 찍을 만한 생물을 열심히 찾아다니고 있었습니다.
근데 그때 제 눈에 쓰레기가 들어왔어요.
그 생수병 플라스틱 뚜껑 이렇게 감싸고 있는 비닐 같은 푸른색 비닐 같은 거였는데,
저는 그냥 평소 습관처럼 아무렇지 않게 쓰레기가 눈에 보이길래 그걸 주웠습니다.
근데 남편이 저한테 와서 제 어깨를 이렇게 툭툭 치더니 '주세요' 하더라고요.
남편은 슈트에 바지 주머니가 있었거든요.
그래서 제가 이렇게 '고맙습니다' 하고 이렇게 드렸는데 그땐 남편이 아니고 그날 처음 만난 강사님이었죠.
지금 생각해 보니까 제가 제 남편한테 처음 줬던 물건이 '쓰레기'였더라고요.
그 다이빙이 끝나고 물 밖에 나오자마자 남편이 제게 제일 처음 했던 말이
'송현 쌤 진짜 바다에서 쓰레기 줍는 사람이었어요'
였습니다.
제가 속한 다이빙 단체인 패디에 한국에서 강사 자격을 가진 여배우가 저밖에 없어서 사실 다이빙 프로들 사이에서 저는 꽤 유명한 사람입니다. 페디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회원을 가진 글로벌 다이빙 단체인데요.
제가 거기서 유일한 한국인 홍보대사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제가 해양 환경보호 활동을 하는 모습은 여러 매체를 통해서 소개가 된 적이 있거든요.
남편은 그래서 연예인 최송현 말고 실제로 다이버 최송현은 어떤 사람일까 궁금했었대요.
그리고 미디어 속에 메이킹된 모습이 아니라,
저 사람이 실제로 바닷속에서 쓰레기를 보면 손을 뻗는 사람이었다는 사실이 굉장히 심쿵 포인트 중 하나였다고 했습니다.
나중에 연인이 되고 나서 이 일에 대해서 서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남편이 그 쓰레기를 자기 슈트 주머니에 넣었던 걸 완전히 잊어버리고 한국에 돌아가서 슈트를 세척하고 뒤집어서 건조를 하던 중에 주머니에서 꼬깃꼬깃한 그 파란색 플라스틱 비닐봉지 조각을 발견을 한 거예요.
송현이가 나한테 처음 줬던 쓰레기
이거를 싱크대에 올려놓고 혼자 미소를 지으면서 한동안 그 쓰레기를 버리지 못했다고 합니다.
저희는 사실 별로 정리 정도를 잘 못하는 커플입니다.
사실 둘 중 하나가 깔끔한 성격이면 싸움이 날 법도 한데 둘 다 생각 없이 어지르고 별로 불편함을 느끼지 않습니다.
그래서 가끔 정리하고 종종 어지릅니다. 청소는 뭐 저희 취향이 아니라는 거죠.
그런데 왜 저희는 바다에 가면 쓰레기를 줍고 망가져가는 바다를 보면 마음이 너무 아프면서도 쓰레기 하나라도 주우면 내가 뭔가 바다를 위해서 했다는 생각에 위안을 받는 걸까요?
음 그냥 좋아서 그래요
정말 그렇게 하는 게 좋아서 그렇습니다.
이게 어떻게 하면 여러분께 와닿을 수 있을까?
제가 너무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이렇게 하면 공감이 될까요?
저는 해양생물을 덕질하는 중입니다.
해양생물 이콜 정말 멋진 아티스트 슈퍼스타라고 생각을 해볼까요?
팬들에게 왜 그렇게 그 사람 좋아해라고 하면 아마 밤을 새도 그 이유를 대답하는 데 시간이 모자랄 겁니다.
그들의 무대를 보는 것만으로도, 노래 한 소설만으로도, 위안을 받는다는 분들이 정말 많습니다.
저도 그래요.
바다는 내가 가장 무기력해졌을 때 내 심장을 뛰게 만들어 주었고, 심지어 남편까지 주었습니다.
그럼 여러분과 저의 슈퍼스타를 한번 대입해서 떠올려보자고요.
7월에 몰디브에서 콘서트를 한데 휴가를 알아보고 비행기 티켓을 끊어야 됩니다.
만난 날을 손꼽아 기다리죠.
그날은 정말 막 행복 열광 그 자체입니다.
근데 아무리 내가 좋다고 해서, 그 아티스트의 무대에 난입을 해서 아티스트를 만지고 붙잡는다거나 무대에 뭘 막 던진다거나 하면 그건 그 아티스트를 정말 존중하고 사랑하는 방식이 아니라는 건 우리 모두 공감할 겁니다.
공연이 끝난 후에 공연장은 정말 깨끗하게 정리를 하겠죠.
우리 팬텀은 아티스트 닮아서 개념 장착했어, 누군가 나의 슈퍼스타를 공격하면 너무도 화가 나고
그의 입장에서 반대 성명을 내기도 합니다.
그리고 진심으로 그의 건강과 행복을 바랍니다.
저의 슈퍼스타는 콘서트 날짜를 정해주지 않습니다.
대략 이맘때쯤 요기 언저리에 가면 볼 수도 있대 그렇습니다.
맘 같아서 몇 날 며칠 기다려서 밤을 새워서라도 보고 싶은데,
그 세계에서 제가 머물 수 있는 시간은 제가 가지고 있는 탱크 속 기체량만큼 짧은 시간입니다.
그래서 더 간절하고 더 소중한 만남입니다.
저의 슈퍼스타는 너무 연약하고 보살핌이 필요합니다.
건강하고 행복했으면 좋겠는데 자꾸만 병들고 죽고 멸종되어 간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게 그쪽 세계가 아니라 내가 속한 세계의 사람들 때문이라고 합니다.
저의 슈퍼스타는 소속사가 없습니다. 대신해서 말을 해줄 사람도 건강 관리를 해줄 사람도 없습니다.
그리고 사실 여기에는 너무도 많은 산업과 이권들이 얽혀 있어서 진정 그들을 위한 하나의 목소리를 만드는 것도 사실은 어렵고 두려운 일입니다.
그리고 저희 팬덤들은 종종 오해를 받습니다.
바다에 직접 들어가는 너희 다이버들이 오히려 슈퍼스타를 괴롭히는 거 아니냐고,
그렇지만 실제로 바닷속 세계를 경험하고 저처럼 바다와 사랑에 빠진 사람들 중에
이 바다의 문제를 네 일의 일이라고 미루지 않고 내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2018년에 저는 시작은 작지만 정말 원대한 꿈을 꾸면서 유튜브에 수중 전문 채널을 개설했습니다.
제가 직접 촬영한 바닷속 영상과 저의 바다 이야기를 보면서 사람들이 서서히 이 세계에 스며들기를 기대했어요.
그러니까 제가 저희 슈퍼스타의 소속사이자 출연 프로그램의 연출자가 되고 싶었던 거예요.
그들의 예쁘고 멋진 모습, 여러분들이 잘 몰랐던 반전 모습, 친숙하게 자주 보여주면서 이 친구들의 대중적인 인기를 높이고 싶었습니다.
이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제가 조금 더 깊고 무거운 이야기를 하더라도 좀 덜 부담스럽게 받아들이는 날이 올 거라고 믿었거든요.
근데 쉽지 않았습니다.
연예인들 유튜브 그거 다 돈 벌려고 하는 거 아니야?
회사에서 다 만들어주는 거 아니야?
저도 그랬으면 좀 덜 지쳤을 텐데, 유튜브 이 녀석은 또 하나의 제 마이너스 지출 요인이 되었습니다.
기획 촬영, 편집 전부 다 저 혼자 하다 보니까 재정적으로도 체력적으로도 물리적 시간적으로도 힘들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직접 운영하는 채널이다 보니까 이유 없는 욕설도 다 직접 마주하고 마음의 상처도 혼자 치유를 해야 됐습니다.
계속해야 되나? 마음이 엄청나게 흔들릴 때 남편을 만나게 됐고,
다행히 그 사람이 저의 가장 든든한 동료 촬영 감독이 되어 주었습니다.
남편을 만난 후에 저는 바다를 새롭게 사랑하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보통은 다이빙 투어를 가면요. 가이드를 따라서 이동을 하면서 바다를 보거든요.
근데 요즘 저희는 똑같은 곳에 반복적으로 들어가서 아주 조그만 아이들을 지켜보고 촬영하는 다이빙을 즐깁니다.
한 생물을요. 같은 자리에서 3분만 지켜봐도 정말 많은 걸 볼 수 있어요.
이 친구들이 밥도 먹고 하도하고 막 싸우기도 하고, 주변 자연물로 자신을 막 꾸며서 다른 생물인 척 위장을 하기도 합니다.
마크로렌즈로 지켜보고 촬영을 하면 그 눈이 정말 우주를 담은 것 같이 신비롭습니다.
그래서 같은 공간에 있어도 우리는 각자 바라보는 것이 다르고, 같은 것을 보고 있더라도 어떤 시각으로 보고 있느냐에 따라서 대상을 전혀 다르게 기억하고 느끼게 된다는 인생을 오늘도 저는 사랑을 통해서 배웁니다.
사실 스쿠버 다이빙도 코로나19로 크게 타격을 받은 업종입니다.
남편에게는 생계인 다이빙이 타인에게는 여가로 인식이 되기 때문에
유명인의 남편이라는 이유로 혹여나 너무 안 좋게 비칠까 봐 코로나 초기에는 제가 일부러 일을 못하게 했습니다.
근데 생각보다 이 시기가 너무 길어지면서, 저희 부부는 에너지도 많이 떨어지고 사실 이제 어떻게 하면 좋을까 생각도 많아지고 많이 무기력해진 시점이었어요.
또 한 번 제 마음을 시험하는 시기가 찾아온 거예요.
아직 실버 버튼도 못 받은 내 채널 이거 계속하는 게 맞는가?
돈 쓰면서 욕먹는 일 하는 것이 맞는 길인가?
그런데 세바시에서 저에게 바다 사랑을 주제로 한 섭외 전화를 주셨을 때 저는 다시 꿈이 생겼습니다.
나의 진심을 누군가는 보고 있었구나.
그리고 나의 슈퍼스타를 위해 다시 나의 화력을 불태워야 할 때가 왔구나.
반려동물들과 함께하는 분들이 많아지면서 동물과 함께 살지 않는데도 랜선 집사님들도 생겨나고
동물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굉장히 많이 변화한 것 같아요.
저는 오늘 여러분들이 제 얘기를 들으면서 바다 그리고 해양생물에 대한 여러분의 마음의 거리가 정말 한 걸음만 더 가까워졌다면 정말로 행복할 것 같습니다.
결국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관심과 사랑의 시작이라고 믿거든요.
저도 호통치는 강아지 두 마리랑 살고 있는데요.
저의 슈퍼스타 해양생물들과 바다도 그렇게 강아지, 고양이처럼 많은 분들의 마음속에 친숙하고 애정이 가는 존재로 자리하는 시간이 너무 늦기 전에 왔으면 좋겠습니다.
귀한 시간 저의 사랑 이야기 함께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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