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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바시 1488회 | 화성 습지로 소리 여행을 떠나다ㅣ장이권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생명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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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습지로 소리 여행을 떠나다

 

 

수원청개구리의 노래 한번 들어볼게요. 

그 턱 밑에 있는 이 노래 주머니거든요.

이 노래 주머니가 볼록볼록볼록 하면 바로 그때 소리가 나오는 거예요.

이 수원청개구리는 멸종위기종입니다. 

수원청개구리 멸종하면은 우리나라 생태계에 어떤 일이 닥치나요?

아마 아무 변화도 없을 거예요. 

정말 그럴까요? 근데?

 

 

자연의 소리에 미친 생물학자가 된 이유

 

 

 

야외 생물학자 장이권입니다.

저는 동물의 의사소통을 연구하고 있고요.

그중에서도 소리를 이용한 의사소통에 관심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다양한 소리를 찾아서 여행을 하게 되는데 제가 주로 찾는 곳이 알고 봤더니 습지였어요.

습지 하면 뭐 버려진 땅 쓸모없는 땅으로 알려져 있는데,

저랑 같이 습지 여행을 하면서 과연 습지가 우리에게 얼마만큼 중요한가 한번 같이 알아보겠습니다.

 

임진강

 

자 여기는 임진강인데요. 임진강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북쪽에 있는 강이에요.

제가 1월 어느 날 임진강을 방문했는데요. 보시다시피 강에 얼음이 있고 눈이 있어요.

자 그런데 저쪽에서 상류 쪽에서 쇠기러기 한 무리가 날아왔어요.

보통의 경우 우리는 지면에 있고 이 기러기는 저 하늘을 날면서 의사소통을 해요.

근데 그날은 위치가 바뀌었어요. 제가 위에 있고 이 쇠기러기가 밑에 있었어요.

이 소리는 이 공기 중에서 이렇게 똑바로 전달되는 것이 아니에요.

온도 차이에 따라서 이 소리가 이렇게 굴절되거든요.

낮에는 소리가 위로 굴절이 돼요. 그래서 이 쇠기러기의 소리가 유난히도 제게 잘 들렸는데요.

한번 쇠기러기의 소리를 들어보겠습니다.

 

 

사실 제가 임진강에 찾은 이유는 이 겨울철새의 잠자리를 보기 위해서였어요.

지금 여기에는 흰 두루미, 재두루미, 기러기류가 잠을 청하거든요.

그런데 이 철새들은 좀 몸무게가 많이 나가요. 

그래서 비행을 할 때 바로 제자리에서 이 공중으로 치솟을 수가 없어요.

대신 이들은 몇 발자국 걸어서 이륙을 해야만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 겨울 철새는 잠을 잘 때 포식자한테 취약해요.

그래서 겨울 철새들은 이 잠자리를 발견할 때 조건이 조금 까다로운데요.
이렇게 멀리서도 포식자를 탐지할 수 있는 장소를 원해요.

지금 보시면은 그 강 건너편에 모래사장이 발달해 있거든요.

이렇게 탁 트인 모래사장 그리고 넓은 수면 바로 이런 곳에서 이 겨울 철새들이 잠을 청합니다.

그리고 가운데 보면 모래톱도 있죠 여기도 이 겨울 철새들이 잠을 자기 좋은 곳이에요.

 

한탄강

 

자 여기는 임진강의 지류 한탄강입니다.

보시다시피 이 자갈밭이 잘 발달되어 있죠.

누구에게는 저 여기를 확 밀어버리고 뭐 아주 멋진 펜션을 세우고 싶어 할 거예요.

그리고 누구는 저 자갈을 채취해서 이 건물을 건축 자재로 사용하고 싶어 할 거예요.

그리고 혹시 여러분 중 누구는 바로 저기 가서 캠핑을 하고 싶어 할 수도 있어요.

그렇지만 누구에게는 여기가 삶의 보금자리입니다.

 

흰목물떼새

 

바로 흰목 물떼새인데요. 

흰 목물 떼 새는 자갈밭에 둥지를 짓고 저렇게 알을 낳고 새끼를 양육합니다.

자 그러다 보니까 포식자에게 굉장히 취약해요. 

그래서 포식자가 접근하면 흰 목물 떼 새는 이 날개를 다친 척하고 그다음에 쩔뚝거리면서 둥지에서 벗어나요.

그러면 포식자가 아 저기 쉬운 먹이가 있다 하고 달려가죠.

그러면은 흰목물떼새는 이 포식자를 둥지에서부터 멀어지도록 유도한 다음에 다시 이렇게 둥지로 돌아옵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저런 자갈밭이 있는 그런 강은 거의 없어요.

혹시 여러분이 저런 자갈밭에 갔는데 어떤 새가 하늘을 날면서 어떤 삑삑 소리를 지른다 한번 들어보시겠어요?

혹시 이런 소리

 


자 이 소리는 흰목물떼새가 여러분을 발견하고 지금 다른 흰 목물 떼새에게 경고음을 보내는 거예요.

그래서 혹시 여러분이 이 소리를 들으면은 조용히 그 자리에서 물러나 주시면 좋겠어요.

 

화성호

 

다음은 제가 며칠 전에 다녀온 이 화성호인데요. 이 화성호는 원래 갯벌이었어요.

저기 그 하늘 끝선 보이시죠? 거기가 지금 제 방이고 지금 그 안쪽으로 그 민물 습지인데요.

그리고 보시다시피 바로 앞에 지금 갈대숲이 잘 발달되어 있죠.

 

개개비

 

이 갈대숲 하면은 연상하는 새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개개비인데요. 

바로 갈대숲에 이 둥지를 짓고 살아가는 새예요.

그래서 이 갈대숲을 보면은 이 개개비를 볼 확률이 굉장히 높고요.

혹시 여러분이 이 개개비의 소리를 들으면 아마 분명히 거기에 갈대숲이 있을 거예요.

 

 

한번 이 개개비의 노래를 들어볼게요.

 

 

청개구리


다음은 논이고 그리고 이 논을 대표하는 생물의 소리는 저는 제가 연구하는 청개구리라고 생각해요.

청개구리의 노래 한번 들어볼게요.

청개구리 수컷은 번식기 때 암컷을 유인하기 위해서 이 노래를 부르는데요.

저는 청개구리의 노래를 '한국의 소리'라고 합니다.

봄철에 한국의 소리 

왜냐하면 우리나라 어디를 가도 이 논이 있으면 이 청개구리의 노래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논에는 이 청개구리만 있는 것은 아니고요.

 

수원청개구리
노랑배청개구리

 

수원 청개구리도 있고 노랑배 청개구리가 있는 지역도 있어요.

사실 제가 주로 연구하는 종인 데요. 이 수원청개구리는 멸종 위기종입니다.

이 수원청개구리와 이 청개구리는 서로 경쟁 관계에 있어요.

노래하는 자리를 두고 그런데, 이 수원청개구리가 일방적으로 밀려요.

그래서 이 수원청개구리는 밀려서 논 안쪽으로 들어올 수밖에 없고, 이 청개구리처럼 이 앉아서 노래할 수 있는 이런 지지대가 없어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이 '벼'를 붙잡고 올라와서 노래를 합니다.

이 여기 있는 그 턱 밑에 있는 이 노래 주머니거든요.

이 노래 주머니가 볼록볼록볼록 하면 바로 그때 소리가 나오는 거예요.

한번 잘 들어보세요.

 

 

자 지금까지 우리 습지에 이 다양한 형태를 봤는데요.

자 임진강의 넓은 모래사장 그리고 넓은 수면 한탄강의 자갈밭 화성호의 이 갈대숲 그다음에 논 이것이 전부 습지이고요.

이것 말고도 다양한 습지가 있습니다. 

 

 

뭐 예를 들어서 연못이나 호수 둔벙 갯벌 이 갯벌은 염습지예요. 짠물 습지이고요. 

 

기수역

 

그다음에 기수역 

기수역은 강 하류에서 이 강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지역이에요.

 

 

이 습지는 우리나라에서 차지하는 면적은 굉장히 적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습지는 왜 중요할까요? 우리 사람은 음식 없이 살아갈 수가 없습니다.

이 모든 동물도 음식이 있어야만 살아갈 수가 있고요.

식물도 그래요. 대신 식물은 스스로 광합성을 해서 어 유기물질 음식을 만들죠.

자 그렇다면은 이 생태계의 누군가가 그 다른 생물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생산해야 하거든요.

우리가 이것을 생산자라고 합니다.

 

생산자

 

그래서 생산자에는 식물, 조류, 남세균이 있어요.

그리고 어떠한 생태계에서 이 단위 면적당 단위 시간당 생산하는 유기물질의 총량 음식의 총량을 우리가 1차 생산성이라고 해요.

 

1차 생산성

 

1차 생산성이 높으면 어떻게 될까요? 네 음식이 많겠죠. 그래서 다양한 생물들이 살 수 있어요.

그러면 전 세계 생태계에서 1차 생산성이 가장 높은 그런 생태계는 어디일까요?

이 많은 동물이 살고 있는 곳, 뭐 그런 곳을 생각하면 되거든요.

바로 열대 우림입니다. 그리고 열대야와 아열대의 산호 생태계 있죠. 여기도 1차 생산성이 굉장히 높아요.

 

습지가 중요한 이유 1 ❘ 국내 최고의 1차 생산성

 

자 그런데 이 습지의 1차 생산성은 바로 이 열대 우림과 이 산호 생태계의 1차 생산성과 맞먹어요.

우리나라에서 지금 1차 생산성이 가장 높은 곳은 바로 이 습지예요.

그렇기 때문에 이 습지에는 굉장히 많은 생물이 살아가고 있고 그래서 생물 다양성이 굉장히 높은 지역입니다.

 

 

지금 다음 사진을 보면 정말 저는 가슴이 아픈데요.


지금 농수루예요. 콘크리트 농수로 

사실 농경지가 있는 우리나라 어느 곳을 가도 바로 저런 콘크리트 농수를 볼 수가 있는데요.

이 콘크리트 농수로는 비가 오면 물이 흐릅니다. 그렇지만 그 외의 시간에는 보시다시피 지금 말라 있어요.

그 안에 많은 생물들이 빠져 죽기도 하는데요. 

비가 오면은 어 바로 저 지점에서부터 이 하류까지 짧은 시간 내에 아주 단거리로 물을 내보내는 게 습지의 유일한 기능이라고 지금 생각해서 만든 구조물이에요.

다시 말해서 습지의 기능은 배수 하나뿐, 근데 배수 말고도 습지는 다양한 기능을 수행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습지를 보여주면 바로 이 전통적인 농수로인데요.

지금 보시다시피 옆에 풀이 가득 나 있습니다. 수초이죠.

수원청개구리가 낮에는 이 수초로 와서 쉬기도 하고 먹을 것을 찾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 이 수로에는 굉장히 많은 생물이 살아갈 수 있기 때문에 이 생물 다양성이 굉장히 높아요.

 

 

습지가 중요한 이유 2 ❘ 생물다양성의 보고

 

그래서 저는 이 습지의 또 다른 중요한 기능이 바로 생물 다양성의 보고이고요.
습지에 있는 이 식물들이 사실 비가 오면은 그 물을 머금어요.
뿌리라든가 그 주변에 있는 흙으로 그러다가 천천히 물을 내보내거든요.
그래서 여기 보시다시피 저 작은 농수로에 물이 마를 날이 없어요.
항상 일정하게 아 적은 양의 물이라도 늘 흐릅니다.

그래서 이 습지는 이 홍수와 가뭄을 조절할 수가 있습니다.

 

습지가 중요한 이유 3 ❘ 홍수와 가뭄을 조절

 

'아 그런데 저렇게 작은 이 습지로 조절할 수 있는 물의 양이 얼마나 된다'라고 뭐 이렇게 말씀하실 수가 있는데요.

저 작은 농수로는 우리 몸에 있는 실핏줄과 같아요.

저 작은 농수로가 그 우리나라 전국에 지금 퍼져 있다고 생각을 해 보세요.

이런 농수로 하나하나가 할 수 있는 그런 조절할 수 있는 물의 양은 어마어마합니다.

 

 

습지가 중요한 이유 4 ❘ 수질 정화

 

그리고 또 이 수로가 하는 중요한 역할은 바로 수질 정화인데요.

지금 저기 있는 이 풀들이 그 중금속을 다 흡수할 수가 있어요.

그래서 논에서 농약을 뿌리죠. 그러면 그 농약이 결국 이 농수를 통해서 하류로 내려가는데요.

그런데 중간에 저렇게 수풀이 잘 발달되어 있으면 그 내려가는 과정에서 이 많은 중금속을 다 흡수할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어 농약을 뿌렸다 하더라도 이 하류쯤 가면 굉장히 깨끗한 물을 기대할 수가 있죠.

 

 

습지가 중요한 이유 5 ❘ 기후변화에 대응 가능

 

그리고 또 이 습지는 이 기후 변화를 완화시키는 데도 굉장히 중요한데요.

이 습지에는 많은 동물들의 이 사체 그리고 뭐 잔존물들이 어 이렇게 가라앉아요.

이게 전부 다 이산화탄소 덩어리거든요. 

그래서 이 공기 중에 있는 이산화탄소가 이 습지의 바닥으로 이렇게 가라앉아요.

우리가 돈을 이용하여서 공장을 지어서 이 모든 기능을 수행한다고 생각을 해보세요.

엄청나게 많은 예산, 엄청나게 많은 인력이 들 거예요.

그렇지만 우리가 이렇게 습지를 잘 조성해 놓으면은 

뭐 돈을 거의 들리지도 않고 뭐 노력을 많이 드릴 필요도 없고 

그리고 보기에도 아름답게 이 모든 습지의 기능을 훌륭하게 수행할 수 있습니다.

 

 

 

이런 습지에 지금 엄청난 위기가 닥쳤습니다. 바로 우리 인간 때문인데요.

 

습지가 사라지는 이유

 

 

그리고 그 근본적인 이유는 이 습지는 우리 인간의 활용이 가장 많은 공간이기 때문이에요.

일단 우리에게 필요한 물이 있어요. 그리고 우리 인간은 사실 동물 중에서 굉장히 커다란 동물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이 중력의 영향을 많이 받고 이렇게 단단한 이 지지대가 필요해요.

그래서 우리는 물은 필요하지만 습지는 싫어해요.

그래서 습지가 있으면 이걸 건조한 땅으로 계속 바꿉니다.

 

 

그러다 보니까 지금 습지가 아주 빠르게 사라지고 있고 그 습지에서 수행하는 이런 중요한 기능이 지금 사라지고 있기 때문에 지금 우리 주위에 여러 가지 기후 그다음에 환경 문제가 닥치고 있습니다.

 

 

습지가 작동할 수 있는 방법

 

습지가 잘 작동하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요?

습지의 기능에 대한 인식 전환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 습지는 배수만 하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아까 보시다시피 굉장히 많은 기능을 수행하고 있고요.

그리고 그런 기능을 수행하려면 충분한 공간이 필요해요.

비가 되어 물이 내려서 다시 바다에 흘러가기까지 다시 또 공중으로 올라가서 비가 될 때까지 이런 물 순환하는데 이 강 양쪽에 굉장히 넓은 공간이 있어야만 어 이 습지의 모든 기능을 수행할 수가 있습니다.

 

 

저는 이 멸종위기종 수원청개구리를 연구하고 있기 때문에 가끔 이런 질문을 받아요.

수원청개구리 멸종하면은 우리나라 생태계에 어떤 일이 닥치나요?

 

아마 아무 변화도 없을 거예요. 

어쩌면 지금 우리나라에 있는 모든 이 멸종 위기종이 사라진다고 하더라도 아마 커다란 문제는 닥치지 않을 거예요.

정말 그럴까요? 근데?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 보전 생물학자 폴 에얼리는 다음과 같이 말했어요.

 

생태계를 구성하는 종은 비행기 날개에 들어가는 나사와 같다

 

생태계를 구성하는 종은 비행기 날개에 들어가는 나사와 같다.

우리 비행기에서 뭐 나사 한 10개 빠진다 하더라도 큰 문제가 없어요.

그렇지만 어느 순간 더 이상 이 날개가 동체에 잘 붙어 있을 수가 없고 비행 중에 추락할 수가 있어요.

그리고 그 순간은 갑작스럽게 닥칠 수 있습니다. 

 

생태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여기 작은 농수로 하나 이 작은 자갈밭 모래사장 하나하나가 제대로 작동해야 건강한 생태계가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우리 인간은 이 잘 작동하는 건강한 생태계에서 살고 싶어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런 생태계에서 살아갈 때 행복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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