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를 깎는 노력이 반드시 실패하는 이유 | 이지영 이투스 강사 @leejiyoung_official | #동기부여 #공부 #노력 | 세바시 1491회
생각해 보니 최악의 실수를 했더라고요. 독 해야 돼!! 무슨 말인지 알아?? 어떻게 해야 돼?
하루에 3시간 자도 죽지는 않은다고 독함이 성공의 가장 중요한 원동력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 일 이후 제겐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안녕하세요.
학생들에게 사회 탐구를 가르치는 강사 이지영입니다.
여러분은 얼마를 준다면 맹장이 터져서 온몸에 고름이 차 있는데도 열이 38도가 넘는데도 마감을 지키겠다고 컴퓨터 앞에 앉아 있을 수 있나요?
얼마에 정도를 벌면 그런 생명을 건 모험을 감수하시겠나요?
또는 여러분의 가족이 그런 건강 상태에서 진통제를 30분마다 먹어가며 업무 마감일을 지키고 있다면 여러분은 어떤 마음이 드실 것 같으세요?
이 사진은 2017년 7월 당시 제 뱃속을 촬영한 사진입니다.
급성 충수염으로 맹장이 터져서 복만염으로 진행되었는데, 그 사실을 모르고 3일 넘게 방치해서 안에 복수가 차 있습니다.
수술을 집도하신 의사 선생님께서는 살다 살다 이 정도로 심각한 상태에서 병원에 실려와서
수술 전에 비키니 입어야 하니까 수술 흉터 남지 않게 예쁘게 꾸며주세요라고 천진난만하게 부탁한 사람은 처음 봤다고 하셨습니다.
보통은 이 지경이 되기 전에 데굴데굴 구르며 살려달라고 소리치며 병원에 먼저 뛰어온다고 도대체 어떤 중요한 일이 있으면 이렇게까지 자신의 몸을 가혹하게 다룰 수가 있냐고요?
저는 그 질문이 너무 충격적이었습니다.
다 이 정도는 감내하며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남들도 다 성공을 위해 작은 몸의 위험 신호들은 무시하고 사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오랜 의사 경험을 가진 선생님께서 정말 흔치 않는 미련, 무식한 독함이라고 혼내시는 걸 보고 무엇인가 잘못되었다는 걸 느꼈습니다.
하지만 그런 생각도 잠시 이내 마감 기한 내에 넘기지 못한 원고가 생각나서 안절부절못하고 있었습니다.
일주일 이상 입원해야 한다는 말에도 참을 수 있다면서 급히 퇴원을 했고요.
정말 어리석고 한심하죠.
매년 7월은 제게 매출 피크의 시기입니다.
학생들이 수능을 5개월 앞둔 시점이고 또한 여름방학 특강을 개강하기 직전입니다.
여름방학 교재 원고는 7월 14일까지 써야 현장 강의에 기다리는 약 2천 명에서 3천 명의 학생들이 첫 주에 교재를 받고 수업을 들을 수 있고요.
연간 프리패스를 결제하고 포스텝이라는 이름의 강의를 기다리는 10만여 명이 넘는 학생들에게 온라인 강의를 기한 내에 차질 없이 개강할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교재를 미리 쓰면 좋겠지만, 그해 6월 모의고사와 7월 5일 출간되는 EBS 수능 완성 교재를 반영해서 새로 써야 되기 때문에 일주일 리녀의 최신 유형을 반영해야 하는 긴박한 작업이었죠.
그런데 하필 그 시기에 배가 아팠고, 그 아픈 정도가 정말 심하다 생각했지만 도저히 일정을 미루지 못했습니다.
개강이 미뤄지면 중요한 9월 모의고사 전에 완강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가 고통에 정신을 잃고 쓰러져 엠블런스에 실려가게 되었고 결과는 위에 보여드린 사진과 같습니다.
다시 첫 질문으로 돌아가서 여러분은 얼마의 보상이 있다면 그런 생사를 깎아 먹고 건강에 치명적인 어리석고 무식한 선택을 하실 것 같으세요?
잠시 보여드릴 것이 있습니다.
59억 9천
218억 300
39억 600
위에 보시는 숫자는 제가 아프던 해 저의 매출입니다.
순서대로 제 개인 교재 판매, 강의 판매, 그리고 형광 매출입니다.
당시 저는 한 인터넷 강의 사이트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강사였기 때문에
계약 조건이 유리했고 보시는 숫자의 50에서 70%의 금액을 수입으로 정산받았습니다.
자 이제 생각이 좀 달라지시나요?
저 정도의 숫자라면 몸을 갈아서라도 일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시나요?
지금의 저라면 아마 억만금을 준다 해도 일론 머스크처럼 부자가 된다 해도
절대로 그렇게 최악의 선택을 하지 않았을 텐데
그때는 너무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었던 저였던지라 학생들에 대한 책임감을 이유로
조기 퇴원을 하고 100% 회복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한 여름방학 개강을 진행했습니다.
강의는 정말 인기가 많았습니다.
10시간 줄 서서 듣는 대치동 강의로 뉴스에도 나고 업계 최초 프리패스를 도입하는 데 가장 크게 기여하는 강사이며,
학생들의 사교육비 평균을 낮추는 데 기여한 강사로 학생들에게 인정받았습니다.
회사에서도 특별 감사패도 받았죠.
보통 바쁜 일정을 쪼개서 공교육 강의 사이트인 EBSI에도 출강을 하고, 사설 인강의 매출 감소가 있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생활과 윤리라는 사회탐구 선택자 수 1위의 과목에 풀 커리큘럼 및 고1 통합사회 개념 가입까지 무료로 EBS에서 제공해서 최연소 공로상까지 수상하기도 하였습니다.
저는 그때까지만 해도 저의 독함이 모두의 표본이 되고 독함이 성공의 가장 중요한 원동력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사교육 강사이지만 대치동에서 현장 강의로 수백만 원, 수천만 원이 들 수 있는 사교육비를 전 과목 29만 원에 들 수 있게 해주고, 대학에 합격하면 환급까지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 도입에 핵심적인 공을 세웠으니 훌륭한 교육자까진 아니더라도 적어도 좋은 영향력을 주는 학원 강사 정도는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는 데는 그로부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인강 강사는 1년에 유일하게 수능 직후 일주일 동안 달콤한 휴가가 주어집니다.
나머지 51주는 살인적인 스케줄을 감당해야 되기 때문에 그 기간에 재충전을 하고 다음에 준비를 시작해야죠.
그런데 2017년이 혹시 어떤 해인지 아세요? 바로 지진으로 수능이 일주일 연기된 해입니다.
수능 연기 발표 당일부터 뉴스 인터뷰, 일주일간의 무료 특강, 수험생을 위한 무료 자료 배포 등으로 그 휴식을 하지 못하게 된 거예요.
수술 후 회복되지 못한 상태에서 무리한 퇴원을 강행하고 그 후 주당 40시간이 넘는 현장 강의 촬영으로 인한 피로 누적의 결과가 어땠는지 혹시 짐작이 되시나요?
네, 저는 2018년 4월 죽음의 고비를 만났습니다.
모든 강의를 진행할 수 없을 정도로 건강이 악화되었습니다.
숟가락을 들림이 없었고, 힘들게 입안에 음식을 넣는다 해도 턱에 힘이 없어 씹지도 못할 정도였고, 앉아서 몸을 가누지도 못했습니다.
턱 끝까지 죽음의 공포가 올랐고, 신체의 모든 수치는 죽음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강사로서 복귀는 불투명했고, 계약서상 강의 중단으로 인해 배상해야 하는 금액은 계약금, 지급 받은 주식 가치, 매출액, 홍보비, 이미지 수출 비용, 그리고 앞으로 기대하는 수익을 합산하여 도합 3배까지 위약으로 물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때 제가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도대체 나는 얼마나 큰 죄를 지었길래 이렇게 큰 벌을 받나,
도대체 내가 무슨 잘못을 해서 이토록 최악의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일까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공부를 열심히 하라고 할 때 정말 열심히 공부하고
자기 분야에서 성공하라고 할 때 정말 성공을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했는데
어째서 이렇게 된 것일까? 생각해 보니 정말 저는 최악의 실수를 했더라고요.
피곤에 지친 고3 수험생들에게 하루에 3시간 자도 죽지는 않는다고 죽을 각오로 공부를 하라고 다그치고
다이어트를 하고 싶으면 해야지 왜 자기 먹는 양 먹는 것도 컨트롤 못하냐며 다그쳤더라고요.
큰 후회가 밀려왔습니다.
좀 더 쉬어가면서 공부하라고 할 걸,
자신에게 좋은 것을 베풀어 주기 위한 공부 때문에 자신을 학대하면 안 된다고 할 걸,
더 많이 건강한 걸 맛있게 자신에게 먹여주라고 할 걸
제가 어떤 큰 실수를 하고 있었는지 다 늦어버린 그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고민했습니다.
만약 기적적으로 회복한다면 강의에 복귀해야 할 것인가?
다시 이렇게 살인적인 스케줄에 혹독한 경쟁이 가득한 어깨에 다시 서야 할까?
저를 공격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악성 댓글 테러를 하던 분야로 들어가는 것이 과연 행복일까?
하지만 이내 다시 생각을 고쳐먹었습니다.
다시 강의할 생 기회가 생긴다면 학생들에게 조금 더 자고, 맑은 정신으로 공부해도 괜찮다고
그깟 성적 따위로 평가되지 않는 넌 정말 소중한 사람이라고
비정상적 입시 체제 속에서 우리는 공부하는 기계가 아니니 지칠 때가 있는 것은 당연하다고
내가 잘못한 게 아니라고 말해줘야겠다고요.
회복의 희망이 없을 것만 같아 휴대폰도 끄고
없는 메일 보지도 않고
가족들과 삶의 마지막 때일지도 모르는 시간을 보내기 위해 제주도에 갔습니다.
그런데 참 아이러니하죠.
한두 달의 휴식과 깊은 잠, 그리고 인생에 대한 진지한 성찰 그리고 건강한 여유는 제게 기적적인 회복을 가져다주더라고요.
지난 삶에서 이렇게 단 한두 달만이라도 휴식을 줬다면 그 죽음의 고비까지는 가지 않았을 텐데 생각하니 정말 제가 더 어리석게 느껴졌습니다.
그렇게 깨달음을 얻었기 때문일까요?
지금은 여러분들이 보시다시피 정말 건강합니다.
3개월 후인 같은 해 7월부터 강의에 복귀해서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돌아보면 건강이 없으면 인간 이지영, 강사 이지영은 존재할 수 없는 거였습니다.
건강이 없으면 저는 수험생의 조력자가 아니라 무책임한 중도 이탈자와 배신자가 되는 거였더라고요.
건강을 잃었을 때 학생들은 왜 하필 내년이 아닌 올해 아파서 내 입시에 피해를 주냐 이렇게 항의하더라고요.
결국 건강을 관리하지 못하면 나의 커리어를 관리할 수 없고,
나의 정신이 온전하지 못하고 내가 이뤄놓은 모든 것들이 물거품이 되는 거더라고요.
저는 그 단순한 사실을 죽음의 문턱까지 가서야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 일 이후 제겐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저는 이제 휴일 없이 월화수목, 금금금 7일 내내 수업하던 대치동 현장 강의를 주당 3일로 줄였습니다.
도저히 식사를 위해 별도로 낼 시간이 없어 편의점 도시락과 계란으로 때우던 식사도 바뀌었습니다.
반드시 30분 이상 식사 시간을 내어 건강한 한식 상차림으로 먹고 있습니다.
연중 4월과 6월엔 학생들의 수능이 아닌 내신에 집중하는 기간에는 휴강 기간도 같습니다.
휴강에는 바다의 요트를 타고 나가서 바다 낚시를 하면서 마음을 정리합니다.
북적북적한 서울 도심을 떠나서 바다와 산 그리고 강을 보며 교재 연구를 합니다.
이렇게 여유가 생기다 보니 강의 내용도 달라지더라고요.
3시간만 자고 공부해도 죽지 않으니 인생이 가장 중요한 시기에 독하게 공부해야 한다는 말은 하루 3시간만 자면 정말 죽을 수도 있다고
자신을 사랑해서 자신에게 좋은 걸 베풀어주기 위해 하는 공부 때문에 자신을 가혹하게 혹사시키면 안 된다고
우리는 공부하는 기계가 아니니까 지칠 때도 있으니 너무나도 당연하게 오는 슬럼프 때문에 죄책감을 느끼며 공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자신을 잘 재워주고 잘 먹여주고 잘 다독여 주라고요.
그랬더니 학생들이 정말 좋아하더라고요.
"선생님 너무 크게 위로가 돼요.", "제가 스스로에게 너무 가혹했던 것 같아요. ",
"저를 아껴주기로 했어요.", "독하게만 하라고 하실 때보다 더 선생님이 따뜻하게 느껴져요"라고요.
세상에는 아직도 독함을 강요하고 성공의 중요한 키워드를 부단한 노력이라 강조하는 동기부여 강의가 많이 존재합니다.
많은 사람들은 아직 자신이 성공하지 못한 이유가 바로 그 뼈를 깎는 노력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자책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절대로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뼈를 깎는 노력은 반드시 실패한다는 것을요.
자신을 귀하게 여기지 않는 사람에게는 절대로 큰 선물이 주어지지 않습니다.
자신을 아껴주지 않는 사람에게는 그 사람에게 주어지는 그 어떤 성취도 그다음 단계의 자기 혹사를 위한 변명이 될 뿐이에요.
스스로를 체찍질하는 동안 저는 진짜 중요한 것을 잊었더라고요.
나에게 좋은 걸 베풀어주기 위해서 시작했던 그 성공을 위해 정작 중요한 나를 잃어가고 있었다는 사실을요.
우리가 원하는 어떤 것도 자신이 존재하지 않으면 의미 없잖아요.
자신을 아껴주세요. 자신에게 좋은 것을 베풀어 주세요.
자신을 귀하게 여기는 사람만이 진짜 귀한 선물을 받을 자격이 있다는 것을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제 얘기를 들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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