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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바시 1539회 | 도전은 ‘싸게 싸게’ | 이대양(닥터베르) '닥터앤닥터 육아일기' 웹툰작가

도전은 ‘싸게 싸게’ | 이대양(닥터베르) '닥터 앤 닥터 육아일기' 웹툰작가 | #동기부여 #도전 #사랑 | 세바시 1539회

 

혈액암 4기에도 내가 행복했던 이유

 

 

 

꿈을 이뤘다고 기뻐하던 그 바로 한 달 후에 혈액 감사 아기 환자가 되어 있었어요.

그때 저는 과거에 제 자신이 너무나 고마웠어요. 

포기하지 않고 

만약에 제가 중간에 제 길을 포기했다면, 나는 아마도 아무것도 아닌 채로 이 암이라는 질병을 마주해야 했을 텐데.

나는 적어도 내 꿈을 이룬 사람이구나. 

저는 암 환자지만 행복한 사람이었어요.

 

 

도전은 '싸게 싸게'

 

 

 

안녕하세요.

웹툰 그리는 공학박사 닥터 베르입니다.

저는 서울대학교를 졸업했고요. 같은 대학교 대학원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어요.

대학생 시절부터 작가 생활을 시작했고, 당시 제 팬클럽에서 지금의 아내를 만나 결혼했습니다.

2015년에는 사랑스러운 아들 레서를 얻었고요.

 

닥터앤닥터 육아일기

 

2019년에는 닥터앤닥터 육아일기라는 작품으로 네이버 웹툰에 데뷔를 해서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았어요.

그리고 가장 최근에는 과학 특성화 중학교라는 청소년 소설을 써서 청소년 분야 베스트셀러에 올랐습니다.

 

여기까지 들으면 썩 괜찮은 인생이에요. 

걱정도 없을 것 같고, 꿈을 이뤘고, 행복할 것 같고, 키 크고 날씬하고

아마 저랑 인생을 바꾸자고 하면 바꾸고 싶은 그런 분들도 계실 거예요.

 

이런 저한테 딱 하나 좀 큰 고민이 있는데, 그건 제가 혈액암 4기 환자라는 겁니다.

그래도 제 인생은 여전히 부럽고 바꾸고 싶은 그런 인생일까요?

 

 

 

저는 무척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어요.

얼마 전처럼 물 난리가 나지 않아도 저희 네 가족이 살던 단칸방은 늘 비가 샜습니다.

그래서 저희 아버지는 장마철이 다가오면 커다란 비닐 천을 들고 지붕 위로 올라가셔서 이제 비닐 천을 깔고 타이어랑 벽돌이랑 이런 것들로 비를 막는 일상이었어요.

그때부터 저는 글 쓰기나 책 읽는 걸 좋아했습니다.

왜냐하면 책은 도서관에서 공짜로 빌릴 수도 있고, 글 쓰는 거는 연필이랑 종이만 있으면 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 경험들이 쌓여서 중학교 때부터 제 장래 희망은 작가였어요.

하지만 그 꿈을 정말 진지하게 생각해 주고 응원해 주는 사람은 없었죠.

'작가? 그거 열리면 아홉 배고픈 직업이야.'

'작가는 아무나 되는 줄 알아?'

그래도 저는 꾸준히 글을 썼어요.

고등학교 3년 내내 교지 편집부에서 활동을 했고, 대학생 시절엔 드디어 인터넷 소설 작가로 데뷔를 하는 데 성공합니다.

저의 데뷔 소식에 잠깐 주변은 오오~  하다가 그래서 한 달에 얼마나 버는데?

20만 원 

그 이야기에 다들 약간 저를 비웃었어요.

한 달 과외비도 안 되는 걸 벌면서 무슨 작가라고. 

그렇지만 저는 그 생활이 무척이나 자부심 넘치고 뿌듯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저한테 그 굉장히 큰 기회가 찾아왔어요.

인터넷 소설 '엽기적인 그녀'처럼 저에게도 영화화 계약이 들어온 거예요.

이때는 정말 모두가 놀랐죠. 

정말 한우물만 팔면 뭐가 돼도 되는구나.

근데 그로부터 얼마 앞선 영화의 흥행 실패로 영화사가 도산하게 됩니다.

그래서 휴학까지 하고 글을 쓰고 있던 저는, 갑자기 실업자가 되어서 갈 곳을 잃고 헤매다가 학교로 돌아가요.

그런 저를 보면서 또 사람들은 말했죠. 

'아 그러면 그렇지 대부분 그렇더라.'
'저렇게 쉽게 될 리가 있나'

 

 

그 뒤로도 몇 번 더 고배를 마시면서 저는 안정된 길을 찾아서 대학원까지 가게 됩니다.

왜 안정된 길을 찾아서 대학원을 갔는지는 지금 조금 의문이지만,

당시에는 그게 저한테 되게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했어요.

어 그리고 이제 그 무렵 아내와 결혼했고 한 3년 정도 신혼 생활을 즐기다가, 이제 가족계획을 세우게 됩니다.

그때만 해도 저는 제가 아이를 직접 키울 계획은 없었어요.

왜냐하면 저는 박사 과정을 마쳐야 하고, 아내는 산부인과 의사로서 일을 해야 하니까.

당연히 어머니나 보육기관의 도움을 받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아이는 갖고 싶다고 그 자연스럽게 생기는 것도 아니었고, 생긴다고 해서 다 무사히 태어나는 것도 아니었어요.

저희 아내는 이제 저희 첫 아이는 세상 빛도 보기 전에 이제 별이 됐고, 저희 아내도 저도 굉장히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심지어 저희 아내는 산부인과 의사니까 그런 경우를 무척이나 많이 봤던 사람이란 말이에요.

그렇지만 어떤 대부분의 고통들이 그렇듯이 그게 본인 일이 됐을 때는 다른 이야기죠.

 

저는 여러 가지 생각들을 이제 정리를 하다가 아내한테 말을 했어요.

만약 우리한테 두 번째 기회가 온다면 그때는 내가 직접 아이를 키워보고 싶다.

그 말에 저희 아내는 한 번 더 용기를 내주었고, 저의 박사과정 5년 차에 저희 사랑스러운 아들 레서가 태어납니다.

그리고 그 길로 저는 대학원을 그만두고 육아의 길로 접어들었어요.

 

어 3년의 시간이 흘러서 아이가 자라고, 어린이집에 가면서, 저는 다시 대학원으로 돌아가 박사 학위를 마무리 짓는 데 성공합니다. 그게 저한테는 무척이나 중요한 일 중의 하나였거든요.

그런데 3년에 공백을 가진 저에게 남아 있는 선택지는 그렇게 많지가 않았어요.

해외 장기 파견을 각오해야 하거나, 굉장히 열악한 근무 환경을 각오해야 하는 그런 일들밖에 남아 있지 않았죠.

저는 학위 과정 내내 저희 아들한테

"이것만 마치면 아빠가 일찍 데리러 갈게, 옛날처럼 우리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거야."

이런 약속을 잔뜩 했는데 그런 약속을 지키기가 되게 어려운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여러 가지로 다시 고민을 하다가 작가의 꿈을 다시 꾸게 됩니다.

어떤 작품을 쓸까 고민하고 있는 저에게 아내가 먼저 이야기했어요.

'요즘 웹툰이 유행이던데 당신 일상 만화를 한번 그려보는 거 어때?'

저는 처음에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했거든요. 

도전만화에 올라오는 수많은 작품 중에서 몇몇 작품만이 베스트 도전에 올라가는데,

거기에 있는 일상 작품만 천 작품이다. 이걸 지금 일상 만화를 그려서 데뷔를 할 수가 없다.

그런데 그런 저에게 아내가 다시 묻는 거예요. 

그 많은 작품 중에서 남자가 육아를 하기 위해서 박사 학위를 그만두고, 경력 단절로 고민하는 그런 작품이 있어?

정말 약간 어!뜨아! 해서 찾아봤어요.

없더라고요.

그 많은 작품 중에서 그런 작품은 없었어요. 

 

 

그렇게 해서 나타난 작품이 닥터 앤 닥터 육아일기입니다.

산부인과 의사 엄마가 낳고 공학 박사 아빠가 논문을 보면서 아이를 키운다.

이런 내용의 일상 만화예요. 

저도 제가 되게 부족한 걸 알았기 때문에 웹툰 작가의 꿈에 올인을 할 수는 없었어요.

그래서 낮에는 학교에 있는 연구 지원소라는 곳에서 계약직으로 일을 하고,

밤에는 웹툰 그리는 생활을 이제 1년의 기간을 정해놓고 하기로 했습니다.

거의 하루에 3~4시간 자는 건 일상이었죠.

그런 생활을 5개월째 하고 있을 때, 저는 꿈에도 그리던 네이버에서 연락을 받고, 웹툰 작가로 데뷔하게 됩니다.

네이버에서 계약서를 쓰고 집으로 돌아와서 제일 먼저 한 일은 '닥터 앤 닥터는 연재 협의 중입니다'라고 공지를 올리는 거였어요.

베스트 도전에 계속 있다 보면 가장 부러운 순간이 거기 같이 있던 사람들이 아 연재 협의 중입니다.

연재 협의 중입니다. 이렇게 공지를 올리고 떠나가는 그 순간이 너무너무 부러웠거든요.

그래서 막 저도 하하 나도 떠난다 막 나도 드디어 탈출한다.

막 이러면서 막 깔깔거리면서 공지를 썼어요. 

그 공지를 써서 딱 올렸는데, 정말 순식간에

'작가님 축하해요 잘 될 줄 알았어요.'

'어디로 가시든 꼭 챙겨볼게요.'

이런 댓글이 수백 개가 쫙 올라가는 거예요.

그래서 어 정말 저는 네이버에서 계약서 쓸 때도 되게 침착했다고 자신하는데 그 순간 정말 가슴이 벅차서 눈물이 나더라고요. 아 정말 네 제 인생 최고의 순간 베스트 3 중에 하나였죠.

 

 

 

그런데 그 기간 동안 너무 무리를 했던 탓이었을까요?

한동안 건강 상태가 너무 안 좋았어요. 

자도 자도 졸리고, 막 14시간 15시간을 잘 정도로, 자도 자도 졸리고, 조금만 걸어도 막 숨이 이렇게 차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이게 바로 번아웃이구나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이게 계속 사람이 쉬어도 컨디션이 나아지지 않고 오히려 조금씩 안 좋아졌어요.

그러다가 어느 주말 저는 막 설사, 구토 이런 게 멈추지 않아서 병원 응급실까지 가게 됩니다.

그런데 그 의사 선생님이 검사 결과를 이렇게 보시더니

"환자분 장염 같기는 한데, 검사 결과가 다른 게 이상하니까 좀 큰 병원에서 검사를 받아보세요."

하시더라고요.

큰 병원에 갈 때까지도 저는 건강 검진받으러 갔다고 생각했어요.

'연재하기 전에 한 번 좀 싹 훑고 이제 하면 되겠지'

그리고 제가 받아본 결과는 제 몸속이 암 세포로 가득하다는 결과였습니다.

 

당시 혈액암 검사결과 실제 사진

 

 

네 그 골수 검사 결과 골수까지가 침범이 되어 있었고 저는 되게 꿈을 이뤘다고 기뻐하던 그 바로 한 달 후에 혈액 감사 아기 환자가 되어 있었어요.

정말 깜깜했던 시간이었죠. 

저는 원래 영화 보는 것도 되게 좋아하고 게임하는 것도 되게 좋아하고 24시간이 부족한 그런 사람이거든요.

그런데 그때는 내가 이걸 봐서 뭐 하지? 내가 이걸 해서 뭐 하지? 내가 이거 하다 죽으면 안 억울할까?

막 이런 생각이 들어서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어요.

 

 

근데 여러분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면 시간이 멈춰 있나요?

시간은 돈이랑 달라서 내가 쓰지 않는다고 해도 계속해서 흘러가요.

그래서 저는 다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왜냐하면 그게 제가 가장 오랫동안 꿈꿔 왔고 사랑했던 일이니까.

그리고 저희 아들이 언젠가 제 작품을 보면서, 아빠가 이렇게 너를 가졌고, 이렇게 너를 사랑했다는 걸 알 것 같았어요.

 

정말 그때 저는 과거에 제 자신이 너무나 고마웠어요.

 

포기하지 않고, 제가 중간에 제 길을 포기했다면,

나는 아마도 아무것도 아닌 채로 이 암이라는 질병을 마주해야 했을 텐데, 나는 적어도 내 꿈을 이룬 사람이구나.

저는 암 환자지만 행복한 사람이었어요.

그런 긍정적인 마음과 적절한 치료 덕분에 저는 올해 1월 마지막으로 항암을 마치고, 추적 관찰기에 접어들었습니다.

굉장히 

앞으로 한 3년 정도만 재발이 없으면, 완치 판정도 기대할 수 있는 굉장히 긍정적인 상황이에요.

갑자기 인생 바꾸고 싶어졌다. 그렇죠?

네 다시 인생 바꿔볼 만 할 것 같아요.

네 아무튼 

여기서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여러분은 여러분의 인생 중에서 가장 젊고 도전하기 쉬운 도전하기 좋은 순간에 있다는 거예요.

여러분에게 주어진 시간은 결코 영원하지 않거든요.

그 끝이 갑자기 실감이 나는 거리에 다가왔을 때

"아 이럴 줄 알았으면 이거 말고 그거 할 거야 나 전에 그거 했어야 되는데 "

그런 후회만으로 남은 시간을 보내야 된다면 그보다 아까운 일은 없을 거예요.

그런데 사람은 어떤 기대되는 보상은 똑같은데,

거기에 내가 쏟은 시간 열정 이런 매몰 비용은 커지고, 그러면 부담감도 커지고, 에너지는 이미 써버렸고,

그러면 내가 거기에 쏟은 그 내의 열정과 시간 같은 그것들이 손실로 되는 게 두려워서요.

그 가능성을 계속 붙잡고 있는 상태에 중독됩니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우리는 적절한 목표를 설정하고 거기에 최선을 다하는 방법을 연습해야 해요.

가장 추천드리는 연습 방법은 100% 성공하는 도전부터 하는 겁니다.

대표적으로 가벼운 운동이 있죠. 

 

제가 최근에 발레를 배우고 있어요.

배우게 된 계기는 대단한 게 아니었고 계속 앉아서 일을 하다 보니까 목 디스크가 와서요.

처음에는 필라테스나 이런 걸 생각했는데, 이상하게 저희 집 근처에는 필라테스 학원이 없더라고요.

그렇다고 막 제 꿈이 막 발레리노에 도전하는 그런 건 아닙니다.

그 현실적으로 이제 가능한 목표가 아니죠. 

 

그런데 가끔 취미 생활 이런 거 얘기를 하면, 막 그림 그린다고 하면,

"야 너 그림 그려서 뭐 하려고 그래? 너 화가 될라 그래?"

음악 한다고 하면

"야 너 음악해서 뭐 하려고 그래? 가수 되려고 그래?"

이런 식으로 하는데,

안 그래도 되게 나한테 싫은 일, 하기 싫지만 해야 되는 일, 그런 것들로 우리 일생은 되게 가득하잖아요.

그런데 거기에 나를 위한 시간 그냥 하는 즐거운 일 이런 것들도 이렇게 중간중간 띄워주면,

그것만으로도 되게 한 주 한 주는 살아갈 만해요.

 

 

여러분이 일주일에 두 번, 한 달만 달리기를 계속해도요. 여러분은 처음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나아집니다.

만약에 그전에 그만둔다고 해도요.

그때까지 뛴 만큼은 성공해요.

그때까지 뛴 만큼은 체력이 붙죠. 

체력은요 여러분이 앞으로 어떤 도전을 하시든 가장 원초적이고 강력한 무기가 됩니다.

그리고 거기서 배우는 두 가지는 하나는 작은 성공의 경험. 그리고 두 번째로는 꾸준함은 생각보다 위대하다는 확신이에요.

그 확신이 있어야 여러분이 앞으로 더 어려운 도전, 더 오랜 시간과 많은 것들을 요구하는 도전을 이겨낼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나는 전에도 초보였고 형편은 없었지만 꾸준히 노력했더니 나아졌어.

이 일도 그럴 거야라고 내가 확신할 수 있는 거예요.

저는 어려서부터 참 많은 일에 도전했고, 어느 순간인가 도전이 그렇게 크게 두렵지 않은 인간이 되었습니다.

여러분이 나이가 더 들고, 가족이 생기고 많은 책임이 생기면,

그때는 여러분의 도전이 나의 시간과 열정뿐만 아니라 가족의 희생이나 생계나 그 이상이 걸린 문제가 될 수도 있어요.

그때 여러분이 얼마나 현명한 판단을 내리고, 그 역경을 극복할지는, 그때까지 단련된 여러분의 도전 근육에 달려 있습니다.

그래서 여러분 도전은 싸게 싸게, 저렴할 때, 빨리

이 한마디만 기억하셔도 여러분의 남은 인생이 훨씬 더 흥미진진하고 행복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긴 시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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