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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바시 1541회 | 적어도 나 스스로를 미워하지 않는 법 | 안예은 싱어송라이터, '안 일한 하루' 저자

적어도 나 스스로를 미워하지 않는 법 | 안예은 싱어송라이터, '안 일한 하루' 저자 | #가수 #동기부여 #도전 | 세바시 1541회

 

적어도 나 자신을 미워하지 않는 법

 

 


나를 사랑한다는 거는 너무 어려워요. 

정말 너무 어렵고 

저는 선천적으로 기형인 심장을 갖고 우심방 우심실 밖에 없어요.

야 우리 모두는 그래서 각각 너무 빛나고 특별한 사람이에요.

저처럼 꼭 생각을 해 보세요

라는 말씀을 드리는 것도 아니에요.

그렇지만 자신을 미워하지는 않을 수 있게 됐는데요.

그게 이제 제가 찾은 '사랑하지는 못해도 공존하는 방법' 그 얘기를 조금 자세히 해볼까 합니다.

 

 

안예은
적어도 나 스스로를 미워하지 않는 법

 

 


박수 박수를 박자에 맞춰서

깊은 바닷속은 너무 외로워 춥고 어둡고 차갑고 들어오는 무섭기도 해.

에 그래서 나는 매일 꿈을 꿔 이곳은

참 무울 하지만 어떻게든 버텨보려고 노력하는 싱어송 라이터 안예원입니다.

 

반갑습니다. 

 

 

네 혹시 여기 계신 분들 중에서 막 나는 내가 진짜 너무 사랑스럽고 너무 자랑스럽고 막 그래갖고 미쳐버리겠어 하시는 분 계세요?

혹시 저도 제 자신을 사랑하지 않아요.

그리고 아마 평생 나를 사랑하는 법이라는 거를 모를 것 같고,

근데 어쨌든 간에 태어났기 때문에 살아야 되지 않습니까?

그래서 자신을 미워하지는 않을 수 있게 됐는데요.

그게 이제 제가 찾은 자신을 사랑하지 않아도 공존하는 방법이고요.

그 얘기를 조금 자세히 해볼까 합니다. 

 

 

 

제가 청소년기에 무리해서 저렇게 배척을 당하던 경험이 꽤 많았어요.

근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기자랑 무대에 막 올라가서 노래를 부르고 그랬거든요.

근데 그때 이제 들으라는 듯이 제 옆에서 막 '쟤는 노래도 못하면서 왜 저렇게 나대?' 막 이러고

무대에 올라가서 올라가자마자 전교생이 저한테 야유를 해가지고 5분 동안 제가 한마디도 못하고 그냥 내려오는 일도 겪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계속 동네 노래자랑, 어디 아파트 축제, 이런 데를 계속 나갔거든요.

불굴의 정신력을 여러분들께서 가지고 이런 얘기를 하려는 게 절대 아니에요.

이게 제 음악 색깔이 짙어서 그런지, 많은 분들께서 제가 되게 강한 성격 같은 거를 가졌을 거라고 추측을 하시더라고요.

근데 절대 아니고요. 

 

 

저는 진짜 약간 이런 순두부 이렇게 쥐면 터지는 멘털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에요.

 

 

그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서 주목을 받게 되고 사람들의 관심이랄지 사랑 같은 거, 따뜻한 거를 받게 되면서

저를 포함한 그 누구도 알아채지 못한 채로 이제 정신 건강에 병들기 시작했던 게 딱 그때가 아닐까 해요.

 

 

제가 오늘 처음으로 제 청소년기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이게 간략하게 압축해서 들으시는 것 같긴 한데, 저는 되게 자세히 얘기를 하고 있는 건데,

왜 제가 이 얘기를 잘 안 하냐면, 그 시기는 저한테 아직 되게 어둡고, 이게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그 암흑기 인생의 암흑기라고 압축을 할 수가 있겠습니다.

 

 

아까 보신 사진처럼 

자꾸 무리해서 배척을 당하고, '넌 나오지 마, 너는 하지 마' 이렇게 하면서 발 앞에 자꾸 선이 그어지니까요.

그러면 이제 당연히 내가 뭘 잘못했나? 나는 한 게 없는 것 같은데?라는 생각을 자꾸 하게 되지 않습니까?

친구를 사귈 때는 정말 매일매일 언제나 행동 하나 말 한마디 단어 하나 눈빛 조사 이런 것까지 다 신경을 쓰고,

마찬가지로 상대방한테도 행동 말 눈짓 단어 무슨 의의를 썼는지, 애를 썼는지, 이런 것까지 다 신경을 쓰고,

과도하게 눈치를 보고, 그다음에 이제 집에 돌아가는 길에,

'오늘 역시 나오지 말았어야 됐어'라는 후회만 달고 맨날 귀가를 하게 돼서 이게 점점 밖으로 나가지가 못하게 되잖아요.

사람이 그런 경험이 쌓이면 

 

거기에다가 이제 앞서 말씀드렸듯이 

'쟤는 음악 한다고 나대는 애'

'재주도 없는데 나 되는 애'

나 되는 애 나 댄다 쟤는 나 대 이 말을 너무 많이 받아서 이게 약간 위축될 수밖에 없는 최적의 컨디션이었던 거죠.

그래서 간단한 의사표현도 제대로 못했어요. 

그냥 뭐 예를 들어서 나 오늘 된장찌개 먹을래.

이런 것도 하나도 못하고, 그냥 집에 오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그날 하루의 어떤 테이프 같은 게 있잖아요.

그거를 그냥 계속 되감아 보면서, 내가 뭘 실수를 했나?

그 사람이 왜 그랬지?

그 사람이 내가 역시 안 좋았던 거야.

이러면서

그냥 테이프만 되감는 사람으로 성장을 그냥 그대로 해버린 거예요.

 

그러니까 성장하고 나서는 제 자신을 민폐 덩어리, 같은 걸로 이렇게 규정을 짓고,

살면서 이제 인간관계라거나 작업도 해야 되고, 그런 거를 '나는 민폐 민폐덩어리야'라고 살면서 하니까

저는 레슨 선생님 앞에서 건반도 못 쳤어요.

팔이 다 떨려가지고, 저는 아무것도 알 수가 없었고,

이게 너무 과분한 사람 같은 게 갑자기 오니까 오히려 더 좀 구석진 곳으로 계속 파고들게 되는 느낌이 있었죠.

 

 

 

지금은 다행히 정신과 통원 치료를 통해서 본래의 모습을 많이 되찾았습니다. 네 

여전히 정말 소극적이고, 여전히 사람 대하는 거 어려워하고, 여전히 아래로 이렇게 푹푹 가라앉는 날도 있어요. 

종종 많아요. 

그렇지만 잘 씻고 잘 먹고 잘 잡니다.

이게 되게 중요한 3요소더라고요. 

근데 이제 굉장히 모순적이게도, 사회의 시선이 제일 따갑게 꽂히는

어쩌면 이제 제가 제 모습 중에 제일 싫어할 수도 있었던 요소가

오히려 저를 미워하지 않는 데 제일 많이 도움을 줬어요.

그게 뭐냐면은 이제 바로 제 흉터와 지병인데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저렇게 아토피 때문에 몸에 다 흉터 투성이었고요.

이 쇄골뼈부터 배꼽 밑까지 세로로 가로지르는 흉터가 하나 또 있고,

이쪽 어깨 쪽지에 니은 자로 흉터가 하나 또 있고,

그리고 몸통 군데군데 이제 한 요만한 흉터가 열몇 개 정도 있어요.

 

이거는 이제 제가 심장 수술을 받은 흔적인데요. 

저는 선천적으로 기형인 심장을 갖고 태어난 사람입니다.

보통 사람들은 좌심방 좌심실, 우심방 우심실 이런 식으로 구성이 됐다고 하는데요.

심장이 근데 저는 우심방 우심실밖에 없어요. 즉 심장이 반쪽이라는 말입니다.

너무 멋있죠. 

 

지금보다 어릴 때는 당연히 이런 병이나 흉터 같은 게 되게 콤플렉스였거든요.

왜냐하면 정상인들은 병 같은 것도 없고, 수술 안 받고 그리고 흉터는 이제 이름부터 흉터잖아요.

그러니까 이게 좋은 시선을 받을 일이 없어서, 그냥 무조건 감춰야 되고, 무조건 사람들이 동정을 하고, 그냥 그런 거라고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어렸을 때는 지금이야 반팔도 입고 민소매도 입고 하는데,

어렸을 때는 다 덮는 옷 무조건 한여름에도 그러고 다녔었는데,

 

 

사람이 이제 자꾸 하지 말라고 그러면 하잖아요.

그런 비슷한 반항심 같은 거라고 하면 될 것 같은데, 저는 정말 평생을

'아이고 너 흉터가 있어서 어떡하니'

'아이고 너는 심장병이 있어서 어떡하니'

이러 제가 뭘 하든 뭘 하든 공부를 하든 게임을 하든 노래를 하든 피아노를 치든 그냥

'아이고 너는 심장병이 있는데 너는 아이고 팔에 흉터가 이렇게 많아서...'

계속 이 얘기만 들으니까 '어떡하라고' 이렇게 되더라고요.

저는 아니 흉터가 있는데 '어떡하라고' '심장병이 있는데 어떡하라고'

이게 나고 내 팔에 흉터가 많고 나는 심장이 반쪽이어 갖고 수술을 다섯 번을 받았어.

근데 뭐 어떡하라고 불만 있어 불만 있으면 죄송합니다.

하지만 이게 저거든요. 

우리 모두는 그래서 각각 너무 빛나고 특별한 사람이에요.

저처럼 꼭 생각을 해보세요라는 말씀을 드리는 것도 아니에요.

평범한 인생 뭐 특별한 인생 아름다운 나 이런 미사여구를 다 떼고 그냥 나 

나는 태어나서 산다 

그냥 이렇게 좀 무뚝뚝해 보일지라도 앞뒤로 뭘 안 붙여보면 어떨까 싶어요.

왜냐면은 그 인생이라는 것에 앞뒤로 그런 어떤 

'아름다운 인생이어서 나는 이렇게 살고'

이런 거를 살을 계속 붙이면 나는 이렇다 내세울 게 없는 굉장히 평범한 인생을 살고 있는데,

그러면 나는 나를 어떻게 미워하지 않을 수가 있습니까?라고 하면서 의기소침해지기도 할 거예요.

 

 

 

일단 저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세상에 저 사람은 심장병이 있는데 저렇게 살아남아 가지고 사랑받는 가수가 돼?

막 이렇게 흉터도 있는데 세상에 방송에 나오고,

이게 아니고

아랫배가 나왔지만 난 너무 아름다워,

나는 턱살이 있지만 정말 내 턱살도 사랑해 이거 못해요.

왜냐하면 사회가 평생 만들어온 기준에서 저희가 살아왔는데 어떻게 그걸 합니까?

 

저도 아무리 운동을 해도 아랫배가 안 빠져요. 

저도 술을 좋아해서,

그러나 이 얘가 사랑스럽진 않지만, 받아들일 수는 있어요.

어 내 아랫배는 나와 있다.

 

이렇게

나를 사랑한다는 거는 너무 어려워요.

정말 너무 어렵고,

저는 입에 담기도 저는 좀 간지럽고,

그렇지만

나를 증오하다가, 혐오하다가, 조금 미워하다가

이런 식으로 아니면 또 다른 감정이 긍정적인 감정이 될 수도 있고요.

그런 식으로 감정의 톤이 바뀐다고 그래야 되나요?

어두운 물감으로 계속 칠하긴 하는데, 물감 짜는 양이 적어진달까요?

 

 

 

제가 심장 수술을 처음 받은 게 20년 도 더 됐거든요. 한 25년 전인데,

지금은 이제 의학 기술도 발달했고 지금은 그렇지 않겠지만,

저는 태어나면서 성인으로 자랄 확률이 한 30% 정도일 것이다라는 말을 들었어요.

그리고 이제 그렇게 뭐 수술받고 살다가 전 사실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살았거든요.

19살 때 이제 제가 수술을 받은 병원에서 환우회를 주최를 해 주셨어요.

이제 저와 같은 수술을 받은 환자와 환자의 부모님, 이렇게 모임 주최를 해 주셨는데,

그때 이제 제 병의 1세대가 제 삼촌 벌이고, 제가 이제 한 2세대쯤 되고요.

대부분이 이제 아기를 키우시는 부모님들이셨는데,

그때 이제 그 부모님들께서 저를 보고 '우리 애도 열아홉이 될 수 있어' 이 생각을 하시는 거예요.

근데 전 너무 충격적이더라고요. 

왜냐면은 제가 무슨 뭐 어디 막 진짜 명문 고등학교에 진학을 해가지고 막 무슨 막 서울대 예비 입학생 막 이런 것도 아니고, 그러니까 사회적으로 어떤 존경을 받을 만한 학생은 아니었는데,

나는 그냥 아무것도 아닌데 왜 그러지? 하고 되게 충격을 많이 받았었는데,

그게 이제 지나고 생각하니까 내가 뭘 안 해도 살아만 있어도 이제 힘이 되는 거죠.

이게 제가 공교롭게도 지병이 있어서 되게 엄청나 보이는데,

제 생각에는 여러분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을 해요.

 

누군가 

뭐 예를 들어서 직장의 후배가

아니면 어제 만난 친구가 혹은 정말 오래된 20년 지기 친구가

형제자매가

혹은 SNS에서 본 내가 쓴 한 줄의 그냥 글로

누군가 정말 이름도 모르는 누군가가 이 사람이 이렇게 살아 있네?라는 것만으로도 힘을 얻지 않을까 싶어요.

이게 되게 거창하게 느껴지는데, 그냥 이렇게 나는 이런 사람이야를 먼저 받아들이고 나서 한번 그런 생각을 해 보시면요.

이게 받아들여져요. 

뭔가 이래야 돼. 저래야 돼. 특별해야 돼. 잘 살아야 돼.

이런 거를 버리고, '이게 나야'를 일단 받아들이는 연습을 저는 이제 정신과 치료를 병행하면서 정말 많이 했거든요.

그러니까 뭐 보기에 못 나도 

아 나 아니야 난 아름다워 이게 아니고,

어 그래 나는 이거야 하고 그냥 거기서 끝내는 연습을 진짜 많이 했고,

그러다 보니까 이제 그 인생이라는 진흙탕 같은 거를 구르면서

막 흙도 묻고 꼬질꼬질해져 갖고 막 울기도 하고 콧물도 나오고,

그래도 어떻게든 버텨지기는 해요.

 

그리고 그 거울을 봤을 때 

그 못난이를 사랑하지는 못해도, 미워하지는 않게 되실 거예요.

 

이 속도가 각자 다 다르더라도,

방법도 각자 다 다르더라도,

여러분도 저와 함께 이 인생을 어떻게든 꾸역꾸역 헤쳐 나갈 수 있는 힘을 찾으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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