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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바시 1560회 |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자잘하고 일상적인 참견 | 민지우 특허청 아이디어 공모전 최우수상 수상자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자잘하고 일상적인 참견 | 민지우 특허청 아이디어 공모전 최우수상 수상자 | #공모전 #아이디어 #창의성 | 세바시 1560회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최우수상 받고 내가 깨달은 것

 



평소와 다르게 밤늦게 노트북으로 뭔가 숨기면서 하는 것 같으니까 엄마가 저한테 뭐 하냐고 여쭤보셨거든요.

그런데 저는 끝내 대답을 피했습니다. 

그래서 공모전 끝날 때까지 아무도 관심 안 가져줬으면 좋겠다 

그냥 소리 소문 없이 자기 만족하고 지나가면 좋겠다 싶었어요.

그런데 제가 1년의 과정을 겪으면서 느낀 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자잘하고 일상적인 참견

 

 

 

 

이 사진에서 신경 쓰이는 부분 있으신가요? 

새로 페인트 칠한 아파트 지하주차장 계단인데 모두 초록색 페인트로 칠해져 있다 보니 단차를 식별하기 어렵고 자칫 잘못하면 발을 헛디뎌 넘어질 수 있겠더라고요.

 

 

그럼 미끄럼 방지 및 색 구분 테이프 시공을 하면 되겠죠 

 

 

 

이 사진에서 신경 쓰이는 부분 있으신가요?
숨은 그림 찾기 하는 것 같죠? 조금 더 당겨볼게요.

 


몇 년 전 태풍 피해로 휴게 시설물 유리 덮개가 휘고 깨져버렸습니다.

비바람이 심한 날이면 언제든 유리 파편이 튈 위험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아무런 조치 없이 방치되어 있었습니다.

저도 오가며 봤지만 '아, 저거 위험하겠다' 생각만 한 채 지나쳐 버렸어요.

최근에야 유리 덮개를 철거해 달라는 요청을 했고, 며칠 있으니 유리 덮개가 말끔히 철거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일상에서 마주하는 수많은 풍경중, 내 신경을 건드리는 불편함을 무시하지 않고 기억해 뒀다가

기회가 생기면 나름의 방식으로 해결해 보고자 행동하는 사람 중 한 명입니다.

 

 

 

올해에는 구 주민 참여 예산으로 횡단보도 부근에 앉아서 대기함으로써 교통사고를 예방하고 보행자 편의를 증진하는 안전 의자를 설치할 것을 제안하였습니다.

관내에서 교통 지도하시는 어르신이 대기하는 시간에도 무릎 아프게 서 계시거나, 어디선가 벽돌을 가져와서 위태롭게 앉아 계신 모습을 보고 2019년 남양주시에서 시작한 장수 의자가 떠올랐거든요.

 

 

되게 자잘하고 일상적인 참견이죠 '어 저 정도는 나도 하겠는데'라고 쉽게 생각하셨으면 좋겠어서 기억 저편에 있던 작고 다양한 참견을 발굴해 왔습니다.

누가 시킨 건 아닌데 신경 쓰이는 게 있으면 모른 척 무시하고 넘어갈 수는 없겠더라고요.

나와 내 주위 사람들이 먹고, 자고, 생활하는 문제니 까요.

당장 내 일상과 맞닿아 있고 내가 사는 곳에 관한 이야기이니까요.

그리고 이번 강연의 기회를 열어준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아이디어 공모전 역시 신경 쓰이는 걸 무시하지 못하여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저도 제 참여의 범위가 이렇게 확장될지는 몰랐는데요.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공모전에 참여한 것은 올해가 처음입니다.

저에게도 코로나19 감염과 격리의 시간이 찾아왔고, 전염병 시대의 새로운 생활양식으로 인한 피로가 극에 달하여 정신 건강에 관심이 생겼습니다.

지자체, 보건소, 복지센터에서 나눠주는 코로나19 심리 정서 지원 키트를 받고 싶었으나,

아쉽게도 제가 사는 지역에서 그러한 키트를 받을 방법은 없더라고요.

또 그 구성품을 살펴보니 뭐 보드 게임, 뭐 마사지 볼, 달고나, 핸드크림, 파우치 등 정신 건강을 챙기기에는 연결고리가 약한 것 같았어요.

그렇게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공모전 포스터를 발견하게 됩니다.

지역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특허청 대전시의 아이디어 공모전 희망 찾기 사회적 협동조합의 청년 마음 건강 관리를 위한 심리 정서 지원 키트 아이디어 

비록 저는 운동, 독서, 식단 관리, 각종 심리 검사, 상담 등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될 만한 걸 직접 찾아서 했지만,

다른 사람들은 좀 더 쉽고 편안하게 심리 정서 지원 키트를 받아보고 자기에게 맞는 마음 건강 관리법을 찾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제안서를 제출하였습니다.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것 대신 독서를 더 하고 싶지만 너무 지쳐서 멍하니 화면을 스크롤할 에너지밖에 남아 있지 않다.

엔 헬렌 피터슨의 요즘 애들에 나오듯이 

번아웃 세대라고도 불리는 우리네 세대의 어려움을 다른 세대는 잘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우리끼리는 잘 알고 있으니 함께 힘내보자고 응원하고 싶었습니다.

 

 

이 공모전은 아이디어로라는 플랫폼에서 진행되었는데요.

짧게 소개하자면 아이디어로는 특허청과 한국발명진흥회가 전 국민의 아이디어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 정부, 공공기관, 기업 등 아이디어 수요자가 과제를 공고하면 누구나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게끔 만든 아이디어 거래 플랫폼입니다.

 

한 번 이 플랫폼에서 활동하니 이메일로 "이런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아이디어 공모전도 있어요" 라며 이메일이 날아왔고 그게 바로 아름다운 가게와 함께하는 헌 옷 활용 아이디어였습니다.

 

 

아름다운 가게 미판매 의류란 오래되어 상품 가치가 떨어지거나 상품군의 판매 타깃이 서로 맞지 않아 재판매가 어려운 의류를 뜻합니다.

아름다운 가게의 기증품 중 60% 이상은 폐기되는데요.

이에 아름다운 가게는 미판매 의류를 활용하여, 의류 폐기물을 줄이고, 친환경적 효과를 함께 누릴 수 있는 아이디어를 발굴하고자 경진대회를 연 것이었습니다.

저도 평소에 아름다운 가게, 구질 스토어 등 기부 센터에 물품을 기부해 왔고, 

내가 기부한 물건이 잘 재사용될까 내가 너무 쉽게 사고 쉽게 기부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죄책감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제안한 초기 아이디어는 미판매 의류를 재자 원화 한 패블릭 얀을 그래피티 니팅의 주 재료로 공급하자는 내용이었는데요.

재자원화 과정에서 과잉 생산 및 과잉 소비의 틀을 답습한 채

결과적으로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고 쓰레기를 양산하는 그린 워싱의 함정에 빠지지 않게 주의하자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화학적 처리나 추가적 자원 투입 없이 직무를 잘라서 굵은 실로서 재자원화한 패브릭 양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원래부터 실이라는 소재에는 익숙했는데요.

예전에 조 부모님께서 시장에서 실 장사를 하셨고, 실뜨기의 대가이기도 하셔서 목도리나 이불 등 각종 생활용품을 만들어 주셨던 기억이 있습니다.

작년에는 세비 더칠드런 신생아 모자 뜨기 키트를 선물로 드렸는데,

나이가 드시니 뜨개바늘로 정교하게 뜨개질을 하는 게 어려워서 제가 옆에서 도와드려야 했습니다.

그때 실이 굵어서 할머니 할아버지도 손으로 쉽게 엮을 수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찾아보다가 패브릭 안이라는 게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그라피티 니팅의 경우 겨울철 동네를 산책하다가 형형색색의 뜨개 옷을 입은 가로수를 발견하고

"와 저거 누가 실로 엮었을까? 새 실을 사용한 걸까? 한 번 일회성으로 전시하고 버리는 걸까?"

궁금해서 찾아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조금 더 깊이 자료 조사를 하다 보니 미판매 의류 패블릭 양으로 그래피티 니팅 소재 전환이 가능하겠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이후 전문가 멘토링을 거치며 그래피티 이팅 외에도 지속 가능하고 책임 있는 의류 소비 가치에 부합하는 팔찌 캠페인, 반려동물 개인용품, 예술 작품 등 여러 지역사회 공익사업으로 아이디어를 확장하게 되었습니다.

잠시 지구를 경유하는 인간의 책임과 도리를 다하는 방향을 함께 고민해 보고 싶었어요.

 

 

올해 처음으로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아이디어 공모전에 제안서를 제출하고 PT 발표를 하고 다양한 사람들과 아이디어를 나누면서 느꼈던 건 "이게 되네?" 였거든요.

제가 보기에 제 아이디어는 별건 아니었어요. 

아이디어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 있으려면 어디서도 본 적 없는 독창적이고 번뜩이는 생각이어야 할 것 같은데,

과연 내 생각이 그러한가? 의문이 들었거든요.

평소와 다르게 밤늦게 노트북으로 뭔가 숨기면서 하는 것 같으니까 엄마가 저한테 뭐 하냐고 여쭤보셨거든요.

그런데 저는 끝내 대답을 피했습니다. 

내가 하는 게 별건 아닌데 공모전에 나간다고 하니까 별게 되는 것 같고 별거여야만 하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공모전 끝날 때까지 아무도 관심 안 가져줬으면 좋겠다.

그냥 소리 소문 없이 자기 만족하고 지나가면 좋겠다 싶었어요.

 

앞서 제가 소개해 드렸던 자잘하고 일상적인 참견과 다르게 갑자기 스케일이 커졌잖아요.

그래서 전문가 멘토링을 받고 나니까 현실 감각이 돌아오면서 조금 위축되더라고요.

내가 지금 여기서 뭐 하고 있는 건가? 

내가 전문가도 아닌데 갑자기?

나는 그저 평온한 일상을 가꿔 나가고 싶었을 뿐, 이렇게 본격적으로 뭔가 해보고 싶었던 건 아닌데

코로나19 자가격리 기간을 명분으로 삼아서 일상적이지 않은 일을 벌여도 괜찮지 않을까 싶어
가벼운 마음으로 참여했다가 갑자기?

내가 관리사무소 직원도 아니고, 구청 직원도 아니고, 지역 전문가도 아니고, 국회의원도 아닌데

내가 사는 문제를, 내 이웃이 사는 문제를, 우리 세대가 사는 문제를 고민하고 이렇게 저렇게 해보는 건 어떤가? 의견을 내도 되는가? 그걸 아이디어라고 부를 수 있는가? 하면서 아이디어의 불씨를 꺼뜨리고 있더라고요.

 

그런데 제가 1년의 과정을 겪으면서 느낀 건

공모전, 경진대회, 사회 문제, 해결, 아이디어 이 단어가 주는 무게감에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는 거였어요.

거시 담론의 껍질을 벗겨낸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아이디어는 그 본질이 나와 내 주위의 사람들이 겪는 어려움을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하여 해결해 보고자 하는 마음에 있더라고요.

그리고 공모전이나 경진대회는 그러한 마음을 나누는 하나의 형식일 뿐이고요.

내 삶이, 내 주위의 삶이 더 나아지길 바라는 마음을 틀렸다고 할 수 있나요 부족하다고 할 수 있나요?

 

자연스럽게 흘러나온 그 소중한 마음을 가꾸고 키워나가면 됩니다. 

그리고 내가 혹은 내가 잘 아는 사람이 겪는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뭐가 필요한지는 내가 가장 잘 알잖아요.

문제 해결에 필요한 자원을 적시 적소에 투입하는 모든 생각을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하니까 

내 생각과 행동의 범위를 제한하던 잣대가 옅어지더라고요.

 

그리고 저뿐만 아니라 많은 분이 나름의 문제의식에서 비롯한 행동을 하고 계셔요.

일상 속 실천으로 묵묵히 자기 자리에서 일상을 지탱해 주고 이 사회를 아름답게 가꿔 나가시는 분이 많아요.

그런 모든 일상적인 문제의식과 행동도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아이디어라고 할 수 있겠더라고요.

누군가 "아 그거 참 괜찮은 아이디어다" 평가해 주지 않더라도요.

공모전에서 수상하지 못하더라도요.

누군가의 인정이 필요한 게 아니잖아요.

내가 불편함을 느꼈고, 이런 식으로 하면 해결될 것 같고, 실제로 나와 내 주변에 도움이 되었고,

그럼 된 거 아닌가요?

 

 

그래서 누군가 저에게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아이디어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자기가 직면하거나 깊이 공감하고 있는 일상의 불편함을 해결해 보고자 제안하는 모든 생각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그리고 그러한 생각은 분명 나를 포함하여 누군가에게 도움이 됩니다.

이런 아이디어 공모전이나 경진대회도 좋고요.

주민 참여 예산이나 국민 제안도 좋고요.

일상 속 실천도 좋고요.

내 사업장에 접목할 수 있는 그 어떠한 행동 양식도 좋아요.

내가 전문가가 아니라는 이유로, 내 소관이 아니라는 이유로 미루지 말고요.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아이디어에 있어서는

그 문제를 직접 겪고 있거나 깊이 공감하고 있는 당사자가 최고의 전문가잖아요?

내가 봐주지 않으면 영원히 담당자를 찾지 못해 떠도는 미해결 불편 사항이 될 수 있습니다.

꼭 지금 당장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아도 돼요. 

신경 쓰이는 순간을 차곡차곡 메모장에, 사진첩에, 머릿속에 저장해 두었다가 

한숨 돌릴 틈이 생기거나 기회가 생겼을 때 잊지 않고 행동으로 연결하면 돼요. 

누군가의 삶이 더 나아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뭔가 하시는 여러분이 그 많은 힘이에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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