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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막 세바시 43회 진정으로 막힘없이 사는 법 | 남궁성 교통예보관


강연 소개 : 이동은 삶의 중요한 일부입니다. 그런데 참 이상하죠? 이동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고 무언가를 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거쳐야 하는 번거로운 과정이었던 것입니다. 교통예보를 하면서 깨닫게 된 이동이란 과연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살펴보고, 이 급변하는 시대에 진정으로 막힘없이 사는 법에 대해서 이야기를 합니다.



게시일: 2011. 9. 11.




안녕하세요

뒷모습 좀 보여드릴까요?

앞으로도 인사하고 이렇게 뒤로도 인사드리기는 오늘이 처음인 것 같습니다

기상예보관은 바람의 흐름을 내다보죠

교통예보관은 교통의 흐름을 내다봅니다

1990년에 교통방송국이 처음 개국을 했어요

모든 사람들이 교통문제가 끝났다고 생각했습니다

왜?

손만 뻗으면 닿는 라디오를 켜면

어디가 막히는지 다 알려준다는 겁니다

그렇죠?


그 첫날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아세요?

영동대교가 막힌다는 방송이 나가자마자 잠실대교가 막히기 시작하고 영동대교는 뻥 뚫려버렸어요

기상예보는 비가 온다는 예보를 듣고 우산을 쓰고 나간다고 해서 오는 비가 그치지 않습니다

교통예보는 달라요 미래를 바꿉니다


정보를 주는 행위 자체가 미래를 바꿉니다

매우 어렵습니다 


그래서 트래픽캐스터라는 교통통보관이라는 말은 있어도 교통예보관이라는 말은 없는 겁니다

우리나라가 3년 정도 됬는데

교통예보를 시작한지

명절 때

3천 만 이상의 국민이 동시에 움직이는

특수한 상황에서

나타난 새로운 방법입니다




제가 교통예보를 하다보니까요 비밀을 하나 알게됬어요 막힘없이 사는 방법이라는 겁니다

그 흥미로운 이야기 속으로 여러분들과 같이 들어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들 행복하세요? 행복이라는 게 뭘까요? 행복하시죠?


각자 자기한테 똑같이 분배된 시간을 얼마나 잘 인위적으로 꾸며나가느냐가 바로 행복의 열쇠라고 생각을 합니다


이렇게 생각을 한 번 해봤습니다


한국인의 평균 기대 수명은 80년입니다 초로 환산해보니까요 25억 초 입니다

여러분들의 인생을 파란 박스로 한 번 표현해봤습니다

살아가기 위해서 꼭 해야 되는 행위들이 있어요

주무셔야지요 먹기도 해야 됩니다

그 시간을 빼니까

불과 14억 초 밖에 남지 않아요

이 시간이 여러분들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행복의 시간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다른 시간이 하나 숨어 있습니다

바로 이동하는 시간이 숨어있는 거에요

그 시간을 빼니까

11억 초 밖에 남지 않아요

다시 돌아와서

이동하는 데 걸리는 이 시간

3억 초




오늘은 이 3억 초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여러분 이동을 하지 않고

살 수 있는 사람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여러분들 여기 왜 오셨어요?

15분 동안의 이야기를 통해서

이 우주의 중심인 여러분 자신의 인생을 한 번 바꿔볼 수 있지 않을까 

그것이 바로 여러분들이 여기 앉아있는 이유일 겁니다

여기까지 오는 과정이라는 것은 사실 없으면 좋을 그런 번거로운 과정이죠

이것이 바로

이동이 갖는 본질입니다


이동이라는 것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닙니다

이동이라는 건 바로 지금 여기에서처럼

무언가를 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거쳐야 되는

번거로운 과정이었다는 겁니다


그래서 이것이 과연 우리에게 가져다 준

이미지가 뭘까요?

그걸 한 번에 표현하면

바로 이런 이미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꼬여있는지 모를

어디서부터 풀어야 될지 모르는 것이 바로

우리들이 살면서 가져 온

이동이라는 과정이 우리에게 가져다 준

그러한 이미지일 것입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풀어야 될지 모르죠

어쩌면 좋아하는 사람과 드라이브하는

굉장히 행복한 과정일 수 있겠으나

대부분의 이동이라는 과정은

혼잡 때문에 힘들고

다칠까봐 두렵고

게다가 불편하기까지 한

그런 과정이었던 거죠

도대체

이런 것이 왜 그럴까요?



한 마디로 결론을 내려보면

바로 사람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한 번 볼까요?

여러분들 이 두 개의 그림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드세요?

교통을 하는 공학자인 제가 볼 때는

왼쪽과 오른쪽이 완벽하게 동일합니다

오른쪽은 차량의 행렬로 보이나

결국 그 안에는 사람이 있습니다

결국은 사람이 흐름을 만들어내는 거고

불규칙하고 불확정적인 사람이 만들어내는

그 불규칙한 흐름 속에서

여러분들은 다칠까 두려워 하고

혼잡 때문에 힘들어 하고

불편해하기까지 하는 겁니다


쉽게 설명을 좀 드릴까요?

차 두 대가 있는데

조사를 해보니까요

사람은 앞차와의 간격을

끊임없이 줄였다가 늘렸다가

이걸 반복하면서 주행을 합니다

바로 이것 때문에 혼잡이 일어나고

이것 때문에 여러분들이 위험해지는 겁니다


예를 하나 들어 볼까요?

행렬을 하는데

여러분들 군대 갔다 오신 분들은 아실 거에요

이 행군에서

바로 앞에 있는 사람이

신발끈이 풀렸다하여

잠시 멈칫거리는 행위가 있었다고 합시다

과연 이 뒤쪽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행군을 해보셨으면 아실 거에요

앞에 있는 작은 요동이

결국 뒤에 가니까

한참을 섰다가

한참을 100미터 달리듯 달려야 하는 그런 상황으로

만들어지는 겁니다

우리가 흔히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차선변경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차안에서 전화통화를 해서는 안되지만

전화통화하면서 주변의 흐름과 맞추지 못함으로써

일어나는 그 작은 요동이

결국 지금 여러분들이 겪고 있는

고통스러운 혼잡을 만들어내고 있는 겁니다

결국 사람이기 때문에 그런거죠



여러분들

여기서 우리 막힘없이 사는 법이란 것

우리가 40년 동안을 해온

도대체 막힘없이 사는 법을 위해서

무언가 해왔던 그 행위

그 세 가지를 정리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첫 째, 모자라지 않도록 해주는 겁니다

도로를 건설해주는 거죠

돈이 엄청나게 많이 들어갑니다

둘 째, 나눠갖도록 하는 거에요

교통정보를 왜 주겠습니까?

여러분들 운전자들이 교통정보를 가지고

지혜롭게 활용해서 있는 도로라는 자원을

잘 나눠갖도록 해주는 겁니다

돈을 적게 들어가지만

효과는 매우 크죠

마지막으로 세 번째가 욕심내지 않도록 하는겁니다

홀짝제, 2부제

그렇죠?

이 세 가지가 어떻게 보면

막힘없이 사는 법이라고 하여

우리가 그동안 40년, 100년 간

이동이라는 것과 함께 해온 행위입니다

좀 나아졌습니까?


40년 전, 50년 전 신문을 보나 지금이나

여전히 혼잡은 존재하고

그리고 여전히 사람들은 다칩니다

나아지질 않아요




여기서 잠깐 교통예보 이야기로 들어가보십시다

그런 과정에서 우리가 했던 엉뚱한 사건

그게 바로 교통예보입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하십니까?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고속도로의 한 휴게소의 장면입니다

2007년 9월 26일은 2007년 추석 연휴의 마지막 날이었습니다

고속도로 한 휴게소

이 휴게소를 나오는데 무려 다섯 시간이 걸립니다

여러분들 이해가 안되시죠?


그 많은 노력과, 그 많은 사람들이

막힘없이 사는 법에서 노력을 한 결과가

현대에 와서 결국 또 이렇게 나타나는 겁니다

덕분에 제가 난리가 났습니다

주부가 아침을 하면 점심을 해야 되고 설거지 끝내니 바로 저녁을 해야 되듯이

2007년 그 교통혼잡이 지난 다음에 

2008년의 설날이 또 여지없이 다가오고 있었던 거죠

뭐라도 해야 됬던 겁니다


자, 그래서 이렇게 변화된 겁니다

지금 있는 상황을 전달해 주는 것은 여러분들이 원하는 게 아닐지 몰라요

여러분들은 내가 지금 출발했을 때 겪게 되는 앞으로의 상황이 궁금한 겁니다


따라서 지금 도착한 사람이 얼마나 걸렸냐가 중요한게 아니라

앞으로 여러분들이 얼마나 걸릴 것이냐는 걸 알려줘야 되는 것이죠

그게 바로 교통예보입니다


이날 만큼은 모든 국내의 도로의 교통상황을 제 앞에 펼쳐놓습니다

여기있는 한국도로공사 교통센터 맨 앞에 앉아서 모든 상황을 모니터링합니다


여러분들 제가 2008년 그 처음 교통예보를 할 때 그 복장입니다

이걸 왜 차고 나왔냐면 예보를 잘하는 요령 중의 하나는 과거를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어야 되요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정확하게 이해를 한 다음에야

미래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있는 겁니다

기억력이 짧다보니까요

찍는 수밖에 없었어요

모든 자료들이 눈앞에 펼쳐지는 상황에 의미있는 그런 이벤트들을

바로 이 카메라로 찍어왔던 겁니다


TV보시면 나오죠

어디부터 어디까지 앞으로 얼마나 걸릴 것이라는 정보가 나가기 시작합니다


제가 한 시간마다 기자실가서 브리핑하면 

언론에서 그걸 적극적으로 여러분들한테 전달을 하고

여러분들은 그 방송을 들으면서 집에서 보따리를 들었다가 다시 이따 새벽에 가자고 놨다가

이렇게 되는거죠


결국 교통예보관이 하는 일은 뭘까요? 이겁니다

이렇게 막히는 상황에서

몰리지 않도록 해주는 겁니다

어느 교통예보가 있었어요

10년 간 상황을 보니까

명절 당일만큼은 언제나 오전 10시부터 3시까지

엄청난 급 정체를 겪게 됩니다

원인을 알 수가 없었어요


짐작은 하죠 명절에 차례끝나면 바로 다 도로로 나오시는 겁니다

이때만큼은 뭔가 수를 썼어야 했어요


그래서 이런 예보를 내보냅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극심한 정체가 일어나니 

그 시간을 피해서 5시 이후 또는 3시 이후에 출발하라

교통예보관이 하는 얘기가 아닙니다


한 시간이나 두 시간 뒤면 거짓말로 탄로날 지도 모르는 이야기를 이렇게 함부로 할 수가 없어요

교통사고가 나거나 재난이 일어났을 때 할 수 있는 표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걸 했던 이유는

그날만큼은 어떤 다른 수를 썼어야만 했어요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요?

놀라운 일이 일어납니다

그 결과, 바로 10여 년 동안 우리가 명절 때 겪는 극심한 정체를

처음으로 겪지 않았습니다


정체는 있었으나 극심하지 않았고요

대신 교통정체가 새벽까지 이어졌습니다

분산이 이루어졌던 것이죠

이때부터 교통운영하는 사람들은

자신감을 갖게 됩니다


교통정보가 틀렸다고 해서 죄책감을 갖는 게 아니라

'아, 우리가 할 일은 바로 저거구나'

자신감을 갖고 적극적인 행위를 한 결과

여러분들 지금 명절 때

많이 아직은 힘드시죠?

그러나 과거랑 비교를 해보세요

많이 나아졌습니다

여러분들이 교통정보나 그런 것들을

지혜롭게 이용한 결과이기도 합니다


이런 예보를 하면서 제 눈에는요

사람이 차로 보이는 게 아니라

차가 사람으로 보이기 시작했고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차나 도로가 아니라 이동이라는 것의 본질은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뭔가 다른걸 하기 시작했어요


여러분들 국토순례를 하는 이 젊음들이 땅끝마을에서 임진각까지 가는 게 목적일까요?

그 과정에 가치가 있는거죠


그래서 시작하기 시작합니다

'뭔가 다른 걸 해봐야 되겠다'

우리가 이동하는 과정을 지금껏 우리가 겪지 못했던 다른 과정으로

채워줘야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것이 바로 이것입니다

여러분들 요즘 소셜네트워크라고들 하죠? 트위터, 페이스북

이것을 이동하는 과정에 옮겨 놓습니다

나에게 정보를 줄 수 있는 가장 감동을 할 수 있는

정보를 줄 수 있는 자는 누구일까요?

내가 가야될 길을 나보다 먼저 겪고 가는 앞에 있는 사람일 것입니다

내가 이동을 하면서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하고 소통을 한다고 생각을 해보세요

뭔가 다른 과정이 펼쳐지지 않겠습니까?

여기에 사람들은 열광을 하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만들었습니다


요즘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앱을 만들어서 

그걸 켜면 주변의 10km 또는 20km에 있는 내가 가야될 길에 있는

사람들하고 서로 뭔가를 마음껏 주고 받을 수가 있어요

때로는 '여기 맛있으니까 들렸다 가세요'라던지 아주 여러 정보를 주고 받습니다

지금 만화에서 보는 것처럼 이러한 현상들이 일어나는 겁니다

왼쪽에는 CCTV라던가 교통상황을 전달해주고 오른쪽을 보면

바로 여러분들 스스로가 서로 나눈 메세지들입니다

'여기 막히니까 오지 마세요'

'여기 막히지만 지나가면 좋은 게 있습니다'

뭐 이렇게


자, 여기서 한 단어만 추가를 해보겠습니다

진정으로 막힘없이 사는 법이란 무엇일까요?

바로 이동의 과정을 가치있는 경험으로 채워주는 것

이게 진정으로 막힘없이 사는 법이 아닌가 하는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자, 지금부터는 좀 엉뚱한 상상을 해보기 시작했어요

도대체 어떤 가치있는 경험을 도로를 운영하고 교통을 운영하는 제 입장에서 할 수 있을까

라는 엉뚱한 상상을 시작하게 됩니다



여러분들 에버랜드나 이런 놀이공원에 놀러가보셨죠?

놀러가서 견디는 고통스런 시간을 줄여주는 게 바로 저겁니다

여기서부터 30분 여기서부터 15분

저게 없다고 하면

언제 줄어들지 모르는 줄을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어야 되요

명절날 이럴 수 있잖아요, 막히는 데 도로공사직원이 피켓들고

'여러분 고생하셨죠? 대전까지 40분만 참으세요'

이렇게 들고 있는 겁니다

디지털에서 나오는 도로전광판의 정보가 아닌 그런 정보들도 해볼 수가 있고



이런 것도 있어요 외국에서 했던 건데요

과속 단속을 하는데 벌을 주는게 아니고요

속도를 맞춰서 지나가면

그 사람들 중 한 사람한테는

당첨을 해서 로또처럼 상금을 주는 겁니다

실제로 이건 실험을 했던 겁니다

재미있게 해주면 사람들의 행동이 바뀌죠

고속도로도 하루에 380만 대 정도가 다니는데

그 중에 한 열 분 정도는 공짜로 해줄 수도 있잖아요?

그 분이 공짜면 저렇게 톨게이트 옆에 불이 들어 옵니다

축하한다고

얼마나 기분 좋겠어요?

주변에서 보는 사람들도 '언젠가 나도 저렇게 될 수 있겠지'

(웃음)



여러분들 제게는요 꿈이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외갓집 가자고 하면

바로 아이들이 이렇게 합니다

외갓집가서 할아버지의 사랑을 받으며 노는 게 즐거운 게 아니라

그것도 즐겁지만

거기 가는 과정이 너무나 설레고 재밌는 거에요

박물관도 있고, 재밌기도 하고

이동의 과정이라는 것이 그 3억 초가 여러분에게 사랑과 행복의 시간으로 채워지는

그러한 시간이 되도록 하는 것이 

바로 앞으로 10년 동안 제가 이루고자 하는 꿈입니다

여러분들 행복하시고요


추석 때 뵙겠습니다



이 글은 청각을 잃은 제 친구를 위해 작성되었습니다.

전체 또는 일부가 잘못듣고 잘못 옮겨적은 내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해당글에 댓글 남겨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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