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 따뜻한 밥 한 끼를 차려 주고 싶었던 마음. 우정욱 셰프는 그 마음의 뿌리를 자신의 가장 깊은 결핍에서 길어 올린다. 가정식 레스토랑 수퍼판의 오너 셰프이자 흑백요리사2 '서울엄마'로 알려진 그가, 30년간 사람들을 '먹이며' 살아온 시간을 돌봄이라는 단어로 묶어낸다. 돈도 아니고 이름도 아닌, 누군가를 보살피는 순간에 비로소 어른이 자란다는 한 문장이 마음에 오래 남는다.
📌 한 줄 요약
수퍼판 오너 셰프 우정욱이 30년간 '먹이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요리해 온 인생, 그리고 10년간 아이를 갖지 못한 결핍 끝에 발견한 '돌봄'이라는 달란트 이야기.
⭐ 추천 점수
★★★★★ 5/5 — 음식과 돌봄, 결핍과 회복을 이렇게 잔잔하면서도 단단하게 이어 붙이는 강연은 흔치 않다. 결핍을 가진 사람 누구에게나 위로가 된다.
👥 이런 분께 추천합니다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에게 정성껏 밥을 차려 주고 싶은데, 그 마음의 뿌리를 잘 모르겠는 분
결핍이나 상실 끝에서 자기 일의 의미를 다시 찾고 싶은 분
늦은 나이에 새로 시작해도 괜찮을지 망설이고 있는 50+ 분
📑 목차
결핍 끝에 발견한 '먹임'이라는 돌봄 — 셰프 우정욱이 30년 동안 차려 온 한 끼
1. 30년간 사람들을 '먹인' 셰프 우정욱
강연은 한 문장으로 시작한다. "저는 그냥 먹이고 싶었어요." 우정욱 셰프는 김밥부터 떡볶이, 국밥, 스테이크, 파스타까지 가리지 않고 만드는 자신의 메뉴를 '좀 이상한 음식'이라 농담하지만, 그가 30년간 붙잡아 온 단어는 단 하나, '먹임'이다.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음식이 뭘까요? 엄마가 해준 음식 맞죠?" 어떤 기교보다 정성, 어떤 퍼포먼스보다 진심 어린 음식. 그가 만들고 싶은 건 처음부터 끝까지 그런 음식이었다. 그래서 그는 '요리를 한다'는 말보다 '먹이고 싶다'는 말을 더 좋아한다. 먹인다는 말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게 아니라, 누군가를 보살피고 지지하고 지켜준다는 의미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2. 어린 시절 식탐, 그리고 미식가 아빠의 식탁
우정욱 셰프의 요리 뿌리는 의외로 어린 시절 식탐에서 시작된다. 3대째 서울 토박이 집안의 어머니는 종일 부엌에서 끓이고 볶고 과자까지 굽던 분이었고, 아빠는 엄청난 미식가셔서 주말마다 새로운 식당으로 그를 데리고 다니셨다.
아빠는 어느 날 이렇게 물으셨다. "정욱아, 내가 너를 이렇게 좋은 식당에 데려가는 이유가 뭔 줄 아니?" 답은 의외였다. 나중에 어떤 남자가 너를 고급스러운 식당에 데려갔을 때 홀랑 반하지 말라고. 어린 딸이 식당에서 넘어갈까 봐 미리 좋은 음식을 경험시켜 주신 거였다. 그 식탁의 경험들이 결국 그를 셰프의 길로 이끌었다.
3. 시댁 30명 대가족 식탁이 첫 요리책으로
아버지는 그가 결혼하기 전에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 요리학교를 한 번도 다녀 본 적이 없는 그는, 어느 날부터 부엌에 있는 것이 너무 좋았다고 한다. "부엌에 있으면 그냥 제가 있을 곳에 있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요리는 공부이자 일이었지만, 무엇보다 그만의 사랑의 표현 방식이었다.
늦게 결혼한 시댁은 만만치 않았다. 남편은 외아들이었고, 시아버지는 혼자 되셨고, 시누이만 세 명이었다. 명절·생일 등 일 년에 네 번, 30명의 대가족을 자기 집에 불러 일주일 동안 메뉴를 짜고 한 상씩 차려 냈다. "지금 생각하면 엄청 끔찍한 일이었어요. 그런데 '맛있다'는 한 마디에 또 즐겁게 새 음식을 차렸어요."

손님이 늘고 입소문이 나면서 그 시기 유행하던 홈 쿠킹 클래스를 시작했고, 1997년 동아일보에서 요리책 제안이 들어왔다. "말도 안 된다, 어떻게 요리책을 내냐"고 거절했지만 결국 설득당해 1998년 첫 책 『맛있는 우리집 초대요리』가 출간된다. 이게 셰프 우정욱의 공식 출발점이 되었다.

4. 53세에 처음 차린 작은 집밥, 수퍼판
53세, 남편이 57세이던 시점. 건축가 남편과 함께 동네에 아주 작은 집밥집을 열게 된다. 이름은 '수퍼판'. 정말 늦은 나이에 처음 차린 창업이었다.
"누구든 여기서 힘이 나게 해주고 싶었어요." 수퍼판은 파인 다이닝도 아니고 그냥 한정식집도 아니다. 아기부터 어르신까지 그냥 와서 따뜻한 밥 한 끼를 먹을 수 있는 곳. 그 자리에서 어느덧 10년이 흘렀고, 정말 많은 분들이 다녀갔다.

5. 30번의 인공수정과 10년의 결핍
강연의 결은 여기서 한 번 깊게 떨어진다. 그렇게 누군가를 '먹이고 싶다'는 마음의 뿌리는 사실 오랫동안 그를 슬프게 했던 결핍에서 나온 거였다고 고백한다.

늦은 결혼 직후 인공수정을 30번, 시험관을 다섯 번. 외아들과 결혼했고 홀시아버지였기에 그는 죽도록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하지만 유산은커녕 임신 자체가 되지 않았다. 의사 선생님에게서 "이번에도 실패를 했습니다"라는 전화를 받기를 수십 번. 어떤 선생님은 너무 다정해서 그와 함께 운 적도 있다고 한다. "엄마가 될 수 없다는 걸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어요. 그런데 그 절망감으로 10년을 정말 우울하게 살았습니다."
6. 6년 전, 슬픔을 내려놓고 깨달은 달란트
독실한 크리스천이었던 그는 주일마다 교회 유아세례식에서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이쁜 아기들이 부모 품에서 축복기도를 받는 모습을 보면 주책같이 우는 자신을 멈출 수 없었다. 그 절망감의 큰 구멍 속에서 열등감과 자책으로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전환점은 6년 전이었다. 목사님이 기도를 한 번 해주시더니 "너, 그 슬픔 빨리 내려놔. 아직도 네 마음속에 슬픔이 너무 많은데"라고 하셨다. "그때 깨달았어요. 내가 할 일이 따로 있구나. 빨리 이 슬픔을 내려놓고 나는 음식을 열심히 해야 되겠다." 그때부터 정말 많이 자유해졌고, 해방감을 느꼈고, 본격적으로 더 음식에 매달리게 됐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은 고아원 봉사도 다니고, 사격 금메달을 두 개 딴 아이부터 법대·간호대학에 간 아이들까지 수퍼판은 언제나 문이 열려 있다. 한 아이는 내년에 4명 뽑는 국가대표가 되어 다시 오겠다고 한다. 그런 아이들에게 봉사하고, 교회 음식 봉사도 하고, 해외 외교관 행사도 마다 않고 달려간다. "그런 일을 할 때 진짜 제일 기쁘고 감사하고, 제가 그런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너무너무 행복합니다."

7. 한강 작가의 수박, 그리고 따뜻한 밥 한 끼
60세를 훨씬 넘긴 지금 돌아보니, 사람이 정말 성장하는 순간은 돈을 버는 것도, 이름을 알리는 것도 아니라고 한다. "비로소 내 안에 어른이 자라는 순간은 누구를 보살피고 누구를 살피는 순간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게 바로 돌봄인 것 같아요."

아이를 안 낳겠다고 당연하게 말하는 요즘 젊은 분들의 선택도 너무 이해가 간다고 한다. 세상이 어렵고 돈도 많이 들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 그런데 그러면서 그는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의 일화를 꺼낸다. 한강 작가도 아이를 안 낳고 싶었다고 한다. 세상이 너무 잔인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남편분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여보, 세상에 맛있는 게 얼마나 많아. 여름엔 수박도 달고, 봄엔 참외도 있고, 목마를 때 물도 달고, 빗소리도 같이 들려주고 싶고, 눈 올 땐 같이 뛰어도 보고 싶고." 한강 작가는 "아 그래 맞아, 수박이 달지" 하면서 그 사실을 인정했다고 한다.

이 세상이 너무 복잡하지만, 누군가와 같이 밥을 먹고 함께 계절을 나누는 일이 얼마나 귀한 일인지를 그는 그 일화 끝에 깨닫는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그저 따뜻한 밥 한 끼다. 그래서 한 권사님이 "그 밥 하나가 손님이 나가서 좋은 일을 할 수도, 나쁜 일을 할 수도 있게 한다, 기도하며 요리하라"고 했던 말을 10년 전부터 곱씹으며 음식을 만든다.
강연 마지막, 그는 청중에게 한 가지 부탁을 남긴다. 마음이 허전하거나 줄 게 별로 없다고 느끼시는 분들에게, 오늘 따뜻한 말 한마디, 정성 어린 한마디, 내일 맛있는 거 하나 사주는 정도의 작은 돌봄. 그게 인생을 더 단단하고 더 따뜻하게 만들어 줄 거라고. "조금 더 산 사람으로서 오늘 그 얘기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 내가 밑줄 친 세 문장
"먹인다는 말은 단순히 배를 채운다는 말이 아니잖아요. 그 안에는 사람을 보살피고 지지해주고 지켜준다는 말이 담긴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그 먹인다는 말은 돌봄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할 일이 따로 있구나. 이제 빨리 이 슬픔을 내려놓고 나는 음식을 열심히 해야 되겠다. 어떤 사람은 아이를 키우고, 저는 하나님이 저한테 주신 달란트를 가지고 음식을 열심히 해야겠다."
"비로소 내 안에 어른이 자라는 순간은 누구를 보살피고 누구를 살피는 순간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게 바로 돌봄인 것 같아요."

📝 블로거 한 줄 후기
강연을 보는 내내, 17분이 짧다고 느낀 건 오랜만이었다. 우정욱 셰프가 풀어 놓는 인생은 결코 매끄럽지 않다. 식탐 많은 어린아이, 미식가 아빠의 식탁, 30명을 일주일에 한 번 먹이던 시댁, 53세의 늦깎이 창업, 그리고 그 가운데 박혀 있던 10년의 난임. 그 결핍은 매끈한 동기부여형 강연에서처럼 "그래서 저는 극복했어요"로 봉합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지금도 친구 자식들 자랑할 때 약간 쓸쓸하다"고 솔직히 말한다. 그 솔직함이 이 강연을 단단하게 만든다.
개인적으로 가장 오래 멈춰 섰던 건 한강 작가 일화였다. 세상이 너무 잔인해 보인다는 작가에게, 남편이 "수박이 달잖아"라고 말해줬다는 대목. 거대한 정의나 명분이 아니라, 여름의 수박과 봄의 참외와 빗소리와 눈을 같이 보는 일. 누군가와 같이 밥을 먹고 계절을 나누는 일이 결국 한 사람을 살게 한다. 우정욱 셰프의 결론도 그 자리에서 만난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냥 따뜻한 밥 한 끼"라는 문장이 오래 남는다. 거창한 돌봄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진심 어린 한마디, 오늘 사 줄 수 있는 맛있는 것 하나. 그 정도의 작은 단위로 우리가 서로를 지킬 수 있다는 가능성. 강연을 다 보고 나면, 내가 다음 끼니를 누구와 어떻게 나눌지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 그게 이 강연이 남기는 가장 정직한 효과다.
💡 오늘, 단 한 가지만 해본다면
오늘 가까운 누군가에게 "밥 한 끼 같이 먹자"고 먼저 말해 본다. 거창한 식당일 필요는 없다. 같이 앉아서 계절을 한 번 나눠 보는 것, 그게 우정욱 셰프가 말하는 가장 작고 단단한 돌봄이다.
📚 더 보면 좋을 자료
우정욱 셰프가 출연한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2〉 '서울엄마' 편, 그리고 1998년 동아일보에서 출간된 그의 첫 책 『맛있는 우리집 초대요리』. 가정식 레스토랑 '수퍼판'의 메뉴와 운영 철학이 궁금하다면 검색 한 번으로 충분히 찾아볼 수 있다.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도 이 강연 끝에서 자연스럽게 다시 펼쳐 보게 된다.
♥ 결핍은 부끄러운 게 아니라, 누군가를 더 깊이 보살피게 만드는 자리일지도 모릅니다. 오늘 누군가에게 한 끼를 차려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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