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의 종말은 맞는 말이 될 겁니다. 단, 종류가 다른 노동이." 한양대 ERICA 로봇공학과 교수이자 ㈜에이로봇 CTO 한재권이 14분 동안 풀어내는 휴머노이드 로봇과 인구 절벽의 이중주. 1975년생 한 사람이 학교 60번 이상이었던 그 시절에서 시작해, 25만 명이 100만 명을 먹여 살려야 하는 20년 뒤까지, 그리고 일론 머스크 옆에 휴머노이드가 서 있는 한 장면을 산업혁명 사진에 끼워 넣으며 도착하는 결론은 — 잉여를 부리는 게 인간의 일이 될지 모른다는 것.
📌 한 줄 요약
로봇공학자 한재권 교수의 14분 — 제레미 리프킨 〈노동의 종말〉이 30년 지나 빗나간 이유, 학교 60번 이상이었던 1975년생과 오늘 25만 명만 태어나는 인구 절벽, 휴머노이드 로봇이 산업혁명 사진 한 장에 끼어드는 의미, 그리고 노동에서 자유로워진 인간이 추구할 가치에 대한 질문.
⭐ 추천 점수
★★★★★ 5/5 — 휴머노이드·AI·인구 절벽·교육 개혁을 한 자리에서 한꺼번에 만나고 싶다면 가장 단단한 14분. 비관과 낙관을 한 줄로 잇는 솜씨가 좋다.
👥 이런 분께 추천합니다
"내 직업이 AI에 대체될까" 막연한 불안을 느끼는 분
인구 절벽·저출생 대책에 관심 있는 분
자녀에게 어떤 교육을 시켜야 할지 흔들리는 부모
📑 목차
1. 제레미 리프킨의 30년 — 노동의 종말은 왜 빗나갔나
2. 60번 이상의 1975년생, 25만 명의 2026년
노동의 종말, 그러나 종류가 다른 노동 — 한재권 교수의 14분 휴머노이드론
1. 제레미 리프킨의 30년 — 노동의 종말은 왜 빗나갔나
"안녕하세요. 한양대학교 ERICA 로봇공학과 교수 겸 ㈜에이로봇 CTO 한재권입니다. 저는 로봇 만드는 사람입니다. 휴머노이드 로봇 — 인간형 로봇을 만들고 있죠." 강연은 그가 못한 얘기로 시작한다. 노동의 종말.




"제레미 리프킨이 1995년에 〈노동의 종말(The End of Work)〉이라는 책을 썼어요. 그 얘기에 사람들은 매료됐습니다. '자동화가 되면 결국 일이 없어지고 노동은 사라질 것이다.' 그래서 머릿속에 뽀글뽀글 안 좋은 스토리들이 생겨났습니다."
그가 자료를 꺼낸다. "3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답을 알고 있죠. 20년간 고용률 그래프를 봤더니 — 큰 위기(코로나·금융위기)에는 뚝 떨어지지만 전체적으로는 우리가 좋아하는 우상향 곡선입니다. 실제로는 일자리가 줄지 않고 있었어요." OECD 국가 기준이라 더 의외다. "그럼 제레미 리프킨이 틀린 얘기를 한 건가? 근데 과연 그럴까요?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 보겠습니다. 지금은 — AI 얘기, 로봇 얘기가 나오겠죠. 이번에는 맞을까요?"
2. 60번 이상의 1975년생, 25만 명의 2026년
한재권 교수는 1975년생이다. "그때 당시 학교 들어가면 제 번호가 항상 60번 이상이었어요. 60몇 번. 제 6년간 소원이 그 60번 안쪽으로 들어가 보는 거였어요. 키도 컸고 성도 한 씨라 늘 뒤였거든요."

"지금은 어떻죠? 20번도 넘어가나요? 안 되죠." 인구가 반의 반으로 줄었다. "20년 후면 어떻겠습니까? 지금 태어난 아이들은 성인이 될 거고, 저처럼 1970년대생들은 70대가 돼서 왕성한 경제활동을 잘 못 해요. 그러면 25만 명이 100만 명을 먹여 살려야 되는 상황이 옵니다. 저희 때는 100만 명이었거든요. 지금은 25만 명입니다. 이거 재난이죠."

"이거 어떻게 해야 되냐가 사실은 더 큰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직업이 없어진다가 문제가 아니라 사람이 없어진다가 더 문제일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인구 절벽으로 인해서 산업·경제·사회 전체가 무너지는 스토리예요."
3. 사람이 없어진 게 아니라, 일할 사람이 없어졌다
"그럼 어떻게 할까요? 대한민국을 빨리 벗어나야 될까요? 그러고 싶지는 않은데요. 그래서 이걸 어떻게 할 거냐의 대책 중에 하나는 — 로봇입니다. 로봇은 일하는 기계거든요. 사람의 일을 할 수 있는 기계를 우리는 로봇이라고 부릅니다."

"사실 사람이 없어져서 문제가 생기는 게 아니라 — 일할 사람이 없어져서 문제가 생긴다고 저는 정의했습니다. 그 재앙 스토리를 꼼꼼히 살펴보면, 누군가가 돈을 벌지 않아서, 누군가가 부가가치를 만들지 않아서, 누군가가 서비스를 안 해 줘서 만들어지는 재앙이거든요. 그래서 일할 존재 — 로봇 — 을 만들어서 이 재앙을 막아 보자는 게 저의 가치관을 만들었습니다."
"모든 악마는 디테일이 있죠. 어떤 일을 할 거냐? 다양한 반복 작업, 위험하고 어려운 작업, 비좁은 공간에서 겨우겨우 하는 작업. 어렵고 힘든 일일수록 사람들이 안 하려고 하잖아요. 그런 데일수록 사람이 더 없어지겠죠." 단, 이런 단일 목적 로봇은 잘 안 팔린다. ROI(Return On Investment)가 안 나온다는 게 문제다.
4. 휴머노이드 = 범용 기계 = 산업혁명의 한 장면
"생각을 바꿀 수는 없을까. 로봇 하나 딱 만들었는데 이 로봇이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다양한 일을 다 하면 어떨까. 예전에 국민학교 다닐 때 만화 속에 봤던 그런 존재 — 어떤 위기 상황에서 이 일도 하고 저 일도 해서 문제를 해결해 주던." 그 상상 속에 있는 게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본질이 범용 로봇이에요. 범용 다목적 로봇을 우리는 휴머노이드 로봇이라고 부릅니다. 범용이라는 얘기는 굉장히 큰 가치를 품고 있는데요 — 세상이 바뀐다는 얘기와 같습니다."
"1900년대 산업혁명 사진들을 보면 공통점이 하나 있어요. 기계 하나가 있고 사람 하나가 있어요. 그 기계는 어떤 단일 목적이 아니라 — 범용 기계입니다. 단일 목적 기계가 나타나면 사람들은 '아 그건 이걸로 써야지' 그러는데, 범용 기계가 등장하면 — '저 뭐지? 이거 나 이렇게 한 번 써 볼까?' 상상을 합니다. 그 상상 속에 산업혁명이 있더라고요."
"스마트폰의 목적이 뭔가요? 카메라? MP3? TV? 지갑? 다죠. 그런 종류의 기계가 손에 쥐어지니까 '나 이거 가지고 뭐 하지? 길찾기 한 번 해 볼까, 채팅 한 번 해 볼까, 내 삶을 기록해서 사람들에게 알릴까.' 범용 기기가 등장한다는 건 새로운 산업이 일어난다는 것과 동의입니다." 그가 슬라이드에 한 장의 사진을 더 끼워 넣는다. 일론 머스크 옆에 휴머노이드 로봇(테슬라 옵티머스)이 서 있는 한 장.
"비슷하죠? 똑같은 일이 계속 벌어지고 있는데 다른 결과가 주어질 것이다 — 이렇게 생각하는 게 더 이상하죠. 우리는 인간의 삶을 바꿔 왔던 그 장면 속에 지금 다시 한 번 놓였습니다. 이걸 나중에 AI 혁명이라고 부르지 않을까."
5. 엘리스 — 가르쳐 주면 적응하는 로봇
기술 속으로 좀 더 들어가 보자며 그는 자기 회사의 휴머노이드 엘리스(ALICE)를 꺼낸다. "저 로봇은 지금 열심히 학습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프로그래밍된 일만 했는데, 지금은 주어지는 상황에 적응해서 스스로 일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로봇 어떻게 만들어요?' 하면 노트북 열고 키보드 치며 코딩하는 장면을 보여 줬을 거예요. 근데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냥 사람이 하는 걸 가르쳐 줍니다. 그리고 새로운 일이 벌어져도 — 여태까지 프로그래밍된 일이 아니더라도 자기가 적응해서 일하는 모습을 보여 줘요. 그게 지금의 로봇입니다."

"두려움이 조금씩 생겨나기 시작하시나요?" 그는 이 로봇들이 산업 현장에 들어가는 그림을 보여 준다. 근로자가 없는 위기감을 풀어 주는 새로운 형태의 휴머노이드 로봇. "빠르면 올해부터 들어가야 됩니다. 이 모든 것은 다 인공지능이 하는 일이에요. 완전히 다른 세상이죠. 조금 더 위기감이 생기시나요? 저거 내가 하고 있는 일인데 — 라는 생각이 드시나요?"
6. 교과서를 들이파라? — 미래 교육의 다른 질문
"그런 상황에서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능력을 가르쳐 줘야 될까요? 교과서를 들이파라 라고 하시겠습니까? 지금은 열심히 선행 학습해야 돼 라고 얘기를 하고 있죠. 그게 과연 옳은 걸까요? 우리 아이들에게 맞는 걸까요?"

"예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잉여를 부리면서 살았던 부류가 있었죠. 그리스·로마 시대의 시민과 귀족, 우리 말로 하면 양반들은 아주 팔자 좋게 붓으로 글을 쓰고 시를 읊으며 살았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누군가가 노동을 해 줬기 때문입니다. 누군가가 돈을 벌어 줬기 때문이에요. 그걸 바탕으로 잉여를 부릴 수가 있었죠."
"많이 다를까요? 그 잉여가 부가가치가 돼서 돈이 된다면, 그럼 우리는 잉여를 부리는 것을 '인간의 일', '우리의 일'이라고 여기면서 살지도 모릅니다."
7. 잉여가 인간의 일이 되는 시대
"노동을 이제는 세분화해야 될 때입니다. 노동의 종말은 맞는 말이 될 겁니다. 단 — 종류가 다른 노동이 또 하나의 새로운 인간의 일이 돼서 우리 곁에 찾아올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미래의 인간이 추구할 가치를 가르치는 것이 미래 교육이 돼야 됩니다. 노동으로부터 자유로워진 인간이 추구하게 될 가치는 무엇일까요? 그것을 잘 깨우친 사람이 미래를 선도할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강연의 마지막 한 줄. "저는 열심히 로봇을 만들어서 육체적인 노동, 그리고 인구 절벽을 막아 보겠습니다. 저의 로봇을 사용해서 — 꿈을 펼쳐 주십시오. 새로운 직업, 새로운 삶, 새로운 사회에 주인공이 되시기 바랍니다."
✍️ 내가 밑줄 친 세 문장
"사람이 없어진 게 아니라, 일할 사람이 없어진 게 문제다."
"범용 기계가 등장하면 사람들은 '저 뭐지? 이거 나 이렇게 한 번 써 볼까?' 상상을 합니다. 그 상상 속에 산업혁명이 있어요."
"노동의 종말은 맞는 말이 될 겁니다. 단, 종류가 다른 노동이."

📝 블로거 한 줄 후기
14분 강연인데 한 줄로 압축 가능하다. "노동의 종말은 맞는 말이 될 겁니다, 단 종류가 다른 노동이." 가장 인상 깊은 대목은 1975년생 1학년 60번 이상에서 시작해 오늘 25만 명만 태어나는 인구 절벽까지를 한 줄로 잇는 도입부였다. 통계 한 줄이 아니라 한 사람의 출석부 번호로 인구 절벽을 보여 주는 솜씨가 단단하다. 그리고 산업혁명 사진들에 일론 머스크와 옵티머스 사진을 한 장 더 끼워 넣는 슬라이드 한 컷이, 휴머노이드가 단일 산업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다음 OS 전환이라는 사실을 가장 정확히 보여 준다.
개인적으로 가장 오래 남는 건 마지막 도착지였다. "잉여를 부리는 게 인간의 일이 될지도 모른다." 그리스·로마 시민, 한국의 양반들이 부으로 글을 쓰고 시를 읊을 수 있었던 건 누군가가 노동을 해 줬기 때문이라는 한 줄짜리 분석이, 휴머노이드가 노동을 가져가는 미래의 한 줄짜리 그림으로 그대로 옮겨진다. 노동이 끝나는 게 아니라 노동이 세분화되고, 인간의 일은 부가가치를 만드는 잉여로 이동한다는 진단이, 자녀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할지 흔들리는 부모에게 가장 정직한 한 줄짜리 단서가 된다. 14분 안에 비관과 낙관을 한 줄로 잇는 강연자의 시야가 단단하다.
💡 오늘, 단 한 가지만 해본다면
오늘 한 줄만 적어 본다. "내가 지금 하는 일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이 가져갈 부분과 끝까지 나만이 할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인가." 한재권 교수가 말하는 '종류가 다른 노동'의 가장 작은 단서가 그 한 줄에서 시작된다.
📚 더 보면 좋을 자료
한재권 교수의 저서 〈로봇 정신〉, 그리고 ㈜에이로봇(A-ROBOT)의 휴머노이드 엘리스(ALICE) 공개 영상. 노동의 종말 일반론으로는 제레미 리프킨 〈노동의 종말(The End of Work)〉(1995). 휴머노이드 산업 동향으로는 테슬라 옵티머스, 보스턴 다이내믹스 아틀라스, 피규어(Figure 01) 공개 영상을 함께 보면 좋다. 인구 절벽 통계는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와 KOSIS 인구 동향 자료에서 확인할 수 있다.
♥ 노동의 종말이 아니라, 종류가 다른 노동. 오늘 그 한 줄을 한 번 들여다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