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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치듯, 다시 봄

가까이 있지만 놓치기 쉬운



동일한 시간


각자의 속도


가까이에 있지만 놓치기 쉬운




스치듯, 다시 봄


저는 식물을 그림으로 기록하는

식물세밀화가 이소영입니다


저에게 가장 중요한 건

식물을 자세히 오랫동안 관찰하는 거예요


수개월에서 1년

하나의 식물 관찰하기


자연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숨어 있는 수 많은 의미를 발견할 수 있어요


매일 매일 만나는 얼굴이 다 다르거든요




봄 : 아직은 준비하는 계절


웅크렸던 기지개를 켜고 

온몸의 에너지를 다해 시작을 알린다


성격이 급해서 잎보다 꽃을 먼저

틔우는 식물들이 있어요

황량함 가운데 피어나는 꽃들이에요


사람들이 화려함에 집중하는 사이


조금만 시선을 내리면,

나무 아래에서 작은 얼굴들이 내미는

잡초와 들품들이 보여요


흔하디흔한 쑥꽃에

우리는 시간을 내주지 않는다


여름 : 세상과 소통하며 

본격적으로 성장하는 계절


햇빛과 물이 많이 있으니까

식물들이 많이 먹고, 운동도 열심히 해요


더 크고 화려하게


혹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모습으로


'왜 이 식물은 이렇게 생긴 걸까?' 라는

질문으로 접근하면


식물을 깊숙이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돼요


그들의 형태는 그들이 속한 상황에서


치열하게 살아온 과정을 담고 있어요


가을 : 지금까지 살아온 것을

완성하는 계절


단풍 지고 낙엽이 떨어지는 참나무를

보통 도토리 형제라고 이야기해요

비슷한 형태인데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형태가 많이 달라요


욕심내지 않고 하나씩 하나씩

긴 계절을 함께 기다려 맺은 열매


누군가를 위한

그리고 나를 위한 열매


겨울 : 일련의 삶을 마치고 

쉬어가는 계절


모두가 할 일을 끝내고 떠난 듯한 숲

조용히 제각기 봄을 준비한다


보이지 않지만,

식물들은 모두 나름대로

추위를 견디기 위해서 꼼지락 꼼지락 움직여요


멈춰서 바라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자연스러운 삶의 과정




서서히 길어지고 짧아지는

해의 길이로 살아가는 식물들


서두르고 바쁘기만 한

우리의 시간


식물을 따라 천천히, 조금씩

식물과 함께한 시간


한 장의 그림에 담아낸

식물과 함께한 시간


저는 식물과 같은 호흡으로

살아가는 것 같아요

식물의 삶이라고 할 수 있는,



뿌리로부터 잎을 틔우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기까지의 과정을 그려내는 게

저의 삶이니까요



출연 이소영 식물세밀화가


사진 및 영상

이소영의 식물라디오

유어마인드, 감독 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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