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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사 흥망성쇠의 비밀





사형선고를 받은 한 남자가 있습니다.

'이릉(李陵)'이라는 죄 없는 젊은 장수를 변호 하다가 황제의 미움을 산게 원인이 되었습니다.


이릉은 한(漢) 나라의 뛰어난 무장으로 보병 5000 명을 거느리고 그 열 배가 넘는 흉노군과 맞서 싸웠습니다.

하지만 화살과 무기는 모두 바닥이 났고 부득이하게 흉노군에 투항하고 맙니다.

이 일로 한무제(漢武帝)는 크게 진노했습니다.


황제의 눈치를 살피던 대부분의 신하들은 하나같이 '이릉의 일'에 침묵을 지켰습니다.

그런데 이 와중에 오직 한 사람만이 이릉을 변호하고 나섰습니다.


"황제폐하! 이릉은 충신이옵니다.

그의 충절은 이미 수많은 전투에서 증명 되었고

집안 대대로 한(漢)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명문가입니다.

어찌 그가 오랑캐인 흉노군에게 항복할 수 있겠습니까?

이릉은 단지 어쩔 수 없이 거짓 항목을 한 것입니다"


이름을 변호 하던 그 남자는 황제에게 바른말을 하다 결국 옥에 갇히게 되었고 사형선고까지 받게 됩니다.


당시 법에 따르면 사형을 벗어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었습니다.

하나는 50만전 이라는 막대한 돈을 내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궁형을 받아 내시가 되는 일이었습니다.

그는 하급관리로 많은 돈이 있을 리 만무했습니다.

그렇다고 생식기를 제거 당하는 궁형은 사대부에게 죽음보다 더 무서운 치욕스러운 형벌이었습니다.

이때 그는 선택의 기로에서 최고 능욕인 궁형을 자청합니다.


당시 사대부이자 남자로서 죽음보다 더 수치스러운 궁형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단지 구차하게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서였을까요?

아닙니다. 

그가 그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까닭은 

위대한 과업인 "사기(史記)"를 완성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알고 있는 "사기(史記)"는 이렇게 탄생됩니다.

그리고 이야기의 주인공은 바로 사마천 입니다.




사마천은 기원전 145년 중국 섬서성 용문에서 태어났습니다.

황제 측근으로 각종 기록을 담당하던 아버지 사마담의 영향으로 어렸을 때부터 학문에 정진했습니다.

10살 때부터 고대 경전을 암송하고, 열일곱 즈음 당대 최고의 대 유학자 동중서의 문하생이 되어 '춘추'등의 역사철학을 배우게 됩니다.

20대에는 아버지의 권유로 역사 유적지를 찾아 자유롭게 중국 천하를 방랑하는데, 이는 훗날 '사기' 저술의 큰 자양분이 됩니다.


그러다 서른 여덟살 때인 기원전 108년,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지 3년 만에 아버지 뒤를 이어 사관으로서 역사서를 편찬하는 일에 종사하기 시작했습니다.

사관 집안으로서의 자부심이 강했던 아버지 사마담이 죽기 전 남긴 유언, 즉 '역사서의 완성'을 필생의 사명으로 물려받은 것입니다.


40대에 접어든 사마천은 조정의 일과 '사기' 저술이라는 두 가지 일을 열정적으로 해내며 정신없는 나날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서서히 그의 기구한 운명이 시작됩니다.

그리고 그의 나이 마흔일곱 살이 되던 해에 일생일대의 가장 큰 사건이 터집니다.

바로 '이릉(李陵) 변호사건'으로, 황제에게 바른 말을 하다가 옥에 갇히게 된 것입니다.

상황은 갈수록 꼬여만 가더니, 결국 이릉이 흉노에게 벼슬까지 받고 병법을 가르쳤다는 근거 없는 소문마저 돕니다.

이성을 잃은 한무제는 이릉 가족을 몰살시킨 다음 역적을 옹호한 죄로 사마천에게 사형을 선고 합니다.


사마천은 생각하고 또 생각했지만, 정답은 하나 밖에 없었습니다.

이대로 억울하게 죽기보다 치욕스러운 궁형을 자청한 것입니다.

그는 이 시기 꼭 올바른 사람이 승리하는 것도, 대접받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절실하게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지난날 일어났던 역사적인 일들을 되돌아봄으로써 붓으로 세상의 부조리와 인간적 가치를 되살려 후세에 전하려 했습니다.


궁형을 당한 이후 '사기'의 저술 방향도 크게 바뀝니다. 

한(漢)나라와 황제를 칭송하던 그가 

황제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내고, 권력층에 문제를 신랄하게 지적하며 세태를 풍자합니다.

또한 사회적 약자, 민중들의 삶을 역사의 전면에 끄집어냅니다.

2100년전 당시 민중을 역사의 전면에 끌어냈다는 점은 파격적인 발상으로 이는 사마천이 아니면 할 수 없었던 일입니다.

현실의 부정부패를 과감히 비판하고 정의와 의리를 찬송하는 내용은 사마천 이후에 역사서에서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따라서 우리는 <사기>를 읽으며 인생의 의미와 처세와 태도 그리고 인간관계 등에 대해 깊이 사색할 수 있습니다.




사기(史記)는 130권, 총 52만 6천 500자로 그 양이 방대합니다.

전설 속 중국의 시조인 황제 터 요·순 임금, 하-은-주 왕조, 춘추전국시대, 진시황의 천하통일, 7년에 걸친 초한(楚漢)쟁패, 유방이 세운 한나라까지 3000년의 역사를 기록했습니다.

사마천은 '사기'를 통해 성공과 실패의 법치, 부와 권력이 비밀, 인간과 사회에 관한 모든 것을 밝혀내려 했습니다.

여기서 모든 것이란 말은 결코 과장된 표현이 아닙니다.


'사기'에는 황제나 고관대작, 영웅과 권세가뿐 아니라 상인과 농사꾼, 심지어 자객과 도굴꾼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모든' 종류의 인간 군상이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온갖 부류 사람들이 펼치는 생생한 언행들은 마치 우리 자신의 이야기처럼 들리게 되고, 언제든지 자신의 처지에 대입시켜 삶의 지혜를 얻어낼 수 있게 만들어 줍니다.


특히 사마천 본인이 가장 절실하게 경험했듯,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좌절과 시련을 어떻게 돌파하고 위대한 삶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지 풍부한 사례와 날카로운 통찰을 통해 보여줍니다.


3천년 역사에서 찾은 지혜의 보고 "사기 인문학"을 한 번 읽어보면 어떨까요?


사기 인문학
국내도서
저자 : 한정주
출판 : 다산초당 2018.12.07
상세보기




END


이 글은 청각을 잃은 제 친구를 위해 작성되었습니다.

전체 또는 일부가 잘못 듣고 잘못 옮겨 적은 내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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