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쓰기 어려워진 이유 | 허윤나 지구기후팬클럽 어셈블 창단멤버 | #우울 #불안 #기후 #계절 #어셈블 | 세바시 1643회
저는 한 기사를 보게 되었습니다.
죽은 어린 고래의 배 속에서 88파운드 약 40kg의 플라스틱이 나왔다는 내용이었죠.
제가 알던 세상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어요.
난 지금까지 이 지구에 무슨 짓을 하면서 살아온 거지?
우리가 저지른 과거에 대한 분노, 현재 상황에 대한 절망 그리고 미래에 대한 불안이 커지는 느낌이었어요.
나한테 미래가 있긴 한 거야?
내가 이 행성에서 꿈을 가져서 그걸 이룰 수 있을까?
강연 요약:
- 기후 우울의 시작
좋아하던 별과 계절이 점점 사라지는 현실에 시를 쓸 수 없다는 슬픔 → 기후 우울로 이어짐.
어린 고래의 배 속에서 플라스틱이 나왔다는 기사를 보고 충격을 받으며 기후 위기를 심각하게 인식. - 무력감 속에서도 시작된 실천
중학생 시절, 기후 위기에 대해 막막함과 무력감을 느끼던 중 ‘작은 실천’의 중요성을 깨달음.
➤ 플렉시테리언(유연한 채식) 실천, 에코백 사용, 텀블러 사용 등 자신만의 방식으로 실천 시작. - 기후 실천을 지속하는 방법
① 나만의 의미 부여: 사소해 보이는 실천에도 내 안에서 가치를 찾기
② 서로에게 의지: 같은 문제의식을 가진 친구들과 공감, 대화하며 지지 기반 형성 - 기후 팬클럽 어샘블
아동 청소년이 주체가 되어 지구를 위한 활동을 하는 모임.
지구(Earth, us) + 모이다(Assemble) → 어샘블(Assearthble)
함께 로고 정하고, 입장문 쓰고, 규칙도 스스로 만드는 주체적 참여 - 마무리 메시지
"우리가 지키고 싶은 건 사소한 일상 속의 소중한 감정들이다."
“지금이 아니면,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따뜻한 이기심을 실천으로 옮기자.”
안녕하세요.
세이브 더 칠드런 지구 기후 팬클럽 어셈블 창단 멤버 허윤나입니다.
뭔가 되게 길고 거창한 수식어로 소개를 드렸는데요.
사실 이건 어른들이 제안해 주신 공식적인 소개고요.
제가 한 면접에서 저를 한 단어로 표현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을 때 저는 시인이라고 답했어요.
섬세하고 다정하게 세상을 바라보고 싶어서이기도 하고 실제로 시를 쓰는 걸 좋아해서이기도 한데요.
약간 그럴 것 같이 생겼죠?
저에게는 시를 쓸 때 가장 큰 영감이자 소재가 되어주는 두 가지 존재가 있습니다.
그중 첫 번째가 별인데요.
반짝반짝 작은 별 소원을 비는 별똥별.
시라고 하면 어렵고 지루하다고 생각하실 여러분들도 별을 생각하면 없던 문학적 감성까지 생길 것 같지 않나요?
그런데 조금 슬픈 이야기를 들려드리자면 밤하늘에 가득한 쏟아질 것 같은 별을 사실 저는 직접 본 적이 없어요.
전설 같은 이야기와 또 이렇게 사진들을 통해서 상상하면서 글을 쓸 수밖에 없죠.
다른 하나는 계절인데요.
한 번은 여름이 끝나고 슬슬 날씨가 추워지길래 아 가을이 왔구나
가을 하면 시의 계절이지 라는 생각으로 떨어지는 낙엽도 관찰하고 괜히 이렇게 하늘도 좀 올려다보고 했죠.
근데 채 단어를 고르기도 전에 저는 패딩을 꺼내고 있었습니다.
내가 단어를 고르는 데 시간을 너무 오래 쓴 건가? 싶어 가지고, 봄이야말로 시를 쓰고 말겠어라고 다짐을 했는데요.
시간이 흐르고 계절이 바뀌면서 저는 깨달았습니다.
이대로라면 100년이 결로도 봄과 가을에 대한 시는 못 쓰겠구나.
제가 좋아하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시를 생각하면 좀 우울해지는 거예요.
그래서 한동안은 시를 못 쓰기도 했어요.
나는 볼 수 없는 존재에 대해, 사라져 가는 존재에 대해 허거의 이야기를 지어내야만 하는 걸까?라는 고민도 했고요.
그때 제가 겪고 있었던 것이 기후 우월이었다는 걸 알게 된 건 얼마 전이었는데요.
어 시의 소재들을 잃어가면서도 그때까지 저는 기후 위기에 대해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거든요.
무력감과 우울을 벗어나기 위해 저는 제가 좋아하는 다른 것들을 떠올리기 시작했습니다.
별과 계절에 대해서만 시를 쓸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그때 제가 떠올린 게 바다였어요.
산이 좋아 바다가 좋아라고 하면 저는 무조건 바다거든요.
어 특히 저는 고래를 엄청 좋아해요.
누가 다음 생에 뭘로 태어나고 싶냐고 물어보면 저는 항상 인간은 너무 피곤해 난 고래로 태어날래라고 이야기할 정도였어요.
그런데 몇 년 전에 저는 한 기사를 보게 되었습니다.
죽은 어린 고래의 배 속에서 88파운드 약 40kg의 플라스틱이 나왔다는 내용이었죠.
그뿐만이 아니었어요.
매일매일 인간이 버린 쓰레기로 인해 죽어가는 바다 동물들과 비정상적인 폭풍 가뭄 폭염 한파가 세계 곳곳에서 보고되었죠.
그 시기에 저는 뭐라고 해야 될까요?
제가 알던 세상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어요.
난 지금까지 이 지구에 무슨 짓을 하면서 살아온 거지?
다음 생에는 고래로 태어나고 싶다고 말하면서. 사실 나는 고래들을 죽이고 있었던 게 아닐까?
기사 속 사진들을 보면서 저는 정말 고래로 태어났다면 내가 저 고래가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기후 위기와 기후 우울의 심각성을 인지한 것은 바로 이때였는데요.
그 뒤로 기후위기를 비롯한 환경 문제에 대해 알면 알수록 우리가 저지른 과거에 대한 분노, 현재 상황에 대한 절망 그리고 미래에 대한 불안이 커지는 느낌이었어요.
아마 기울기라는 단어를 들으시면 이렇게 불안감, 슬픔, 심지어는 분노를 느끼시는 분들도 적지 않으실 거예요.
기울기의 심각성을 인지하는 것은 개인적 사회적 실천의 첫걸음이지만,
이런 감정들을 마주했을 때 무력감을 벗어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죠.
저도 한참 동안 그냥 그 우울감을 가지고 살았던 것 같아요.
한창 진로를 고민할 중학생 시절에 이런 근본적인 의문도 들었죠.
나한테 미래가 있긴 한 거야?
내가 이 행성에서 꿈을 가져서 그걸 이룰 수는 있을까?
제가 이렇게 기울기에 대한 활동을 하고 있다는 걸 제 친구한테 얼마 전에 이야기를 했는데요.
한 친구가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나도 기후위기를 알고, 기후 위기가 너무 심각한 걸 알고 있는데, 내가 뭘 해야 될지 모르겠어.
현실적으로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는 것 같아
저는 그 친구의 감정을 보면서 그 속에서 저를 봤습니다.
내가 뭘 할 수 있겠어?라는 그런 무력감은 어 제가 겪은 가장 큰 기후 우울 중 하나였어요.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고 있으면서도, 처음 1년 정도는 제가 뭘 할 수 있는지도 몰랐고,
그리고 뭘 해야 하는지도 몰랐기 때문에,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은 제 자신이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했어요.
나 혼자 힘으로 학교에 채식 급식을 도입할 수도 없고, 학교를 빠지고 시외를 나갈 수도 없고,
막막한 마음에 아직 중학생이었던 제가 전기차, 수소차 가격을 알아보기까지 했어요.
하지만 돌이켜 보면 결국 저를 실천과 행동으로 이끈 것도 그 감정들이었습니다.
지금 당장 기후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면, 소중한 이 지구를 위해서라도
그리고 소중한 내 마음을 위해서라도 사소한 것부터 작은 것부터 실천해 보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어쩌면 그것이 평범한 개인인 우리들이 기울기를 해결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실천에 참여하는 것이요.
그런데 기후의 문제를 위해서 실천하고 참여하려고 하다 보면 또 그로 인한 불안감이 생길 때가 있어요.
내가 괜히 나섰다가 제대로 해내지 못하면 어쩌지?
내가 하는 일들이 과연 소용이 있을까?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실천들은 곧바로 결과가 나오는 일이 아니에요.
그렇다 보니 당장 내 일상 속의 문제들을 처리하다 보면 그러한 실천과 행동들에 소홀해지거나 확신을 잃는 일도 당연히 있을 수밖에 없는데요.
저는 이러한 불안, 무력감, 우울이 찾아올 때 자신을 위한 지지 기반을 찾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첫 번째 방법은 사소해 보이는 실천이더라도 나만의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가치를 만들어가는 겁니다.
내가 텀블러를 들고 다닌다고, 내가 자동차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한다고,
비닐봉지 대신 에코백을 쓴다고 변화가 생길까?라는 의문이 들 때
그 행동에 대한 의미를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 결과가 아닌 내 안에서 찾아보는 것이죠.
예를 들어서 저는 플렉시테리언으로 채식을 하고 있는데요.
플렉시 테리어는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가능한 채식을 하는 사람들을 말하죠.
학교를 다니고 가족들과 함께 사는 제가 이 실천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한 문장이었어요.
한 명의 완벽한 채식주의자보다 여러 명의 불완전한 채식주의자가 더 큰 변화를 만들어낸다.
완벽하지 못하다고 해서 죄책감을 가질 필요도 없고, 당장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야만 하는 것도 아니에요.
그 대신 저는 일상을 살아가면서 제가 할 수 있는 선택을 하는 것이죠.
카페에 갔을 때 오트 우유나 두유 옵션이 있는지 물어보고,
전에는 몰랐던 다양한 비건 식품들을 가족들과 함께 시도해 보고,
그렇게 함으로써 저의 삶뿐만 아니라 우리가 함께 사는 이 지구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는 의미를 스스로에게 부여하면서요.
또 다른 방법은 서로에게 의지하는 겁니다.
기후 위기로 인해 스스로에 대한 확신을 잃어버렸을 때 제가 불안함과 우울, 회피하고 싶은 마음을 책임감으로 느끼고 일상 속으로 실천을 가져올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결국 사람이었거든요.
나와 같은 문제에 공감하고, 걱정을 나누고, 대화해 줄 사람이 있다는 것은 뻔하지만 정말 큰 원동력이자 의지가 될 수 있어요.
이러한 지지 기반들을 토대로 우리의 마음을 행동으로 옮길 때 우리는 무엇보다 강력한 변화의 주체가 됩니다.
개인들의 실천은 사회적 정치적으로도 뻗어나가는데요.
나의 선택과 행동이 가지는 영향과 가치를 깨닫고 여러 개인들이 소비 투표, 투자 캠페인 참여와 같은 방식으로 힘을 합치는 것이죠.
실제로 지난 몇 년간 소비자들의 뜨거운 관심도로 인해 기업들은 각종 비건 및 친환경 제품들을 내놓고 있고,
또 가짜 친환경 그린 워싱에 대한 소비자들의 감시까지 이루어지면서,
기업뿐만 아니라 정부도 여러 규제와 정책들을 내놓고 있는데요.
이렇듯 집단적 대응은 우리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고, 그 변화는 우리의 실천을 위한 또 다른 원동력이 될 수 있어요.
아동 청소년은 이 지구에서 가장 오랜 시간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입니다.
그 점 때문에 저와 같이 아동 청소년들은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깨닫게 되었을 때, 누구보다 큰 분노와 우울감을 느끼기도 하는데요.
미래에 대한 불안과 무력감에 직면했을 때 저는 우리가 우리 앞에 놓인 상황을 제대로 바라보고 고민과 실천을 함께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구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미래를 지키기 위해서는 지금 우리 눈앞에 있는 기후 위기에 대응해야만 하죠.
아동 청소년들이 이를 위해 힘을 합치고 목소리를 높인다면 우리는 서로를 위한 지지 기반이자 변화의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지구 기후 팬클럽은 앞으로 가장 오랜 시간 지구에서 살아가는 아동 청소년들이 어 환경 문제에 더 관심을 가지고 지구를 위한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저희 아동 청소년이 주체가 되어 만든 모임인데요.
누군가의 팬이 된다는 건 내가 좋아하는 대상을 덕질해서 더 잘 알고 싶고 또 무슨 일이 있으면 지켜주고 싶고 앞으로도 오래오래 보고 싶은 그런 일이잖아요.
팬클럽이라는 단어 그대로 저희는 기후 위기로 인해 고통받는 지구의 팬이 되어서 기후 위기에 대한 아동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내고 있어요.
창단 멤버들이 직접 정한 이름 어샘블은 지구를 뜻하는 어스와 모이다를 뜻하는 어샘블의 합성어인데요.
지구를 위해 모인 사람들이라는 뜻이죠.
창단 멤버로서 청소년들이 모여서 지구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지구에 대한 이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 얘기도 하고 같이 사진도 찍고 맛있는 것도 먹고 하면서 서로에게 의지할 수 있었는데요
그렇게 서로의 지지 기반으로서 함께 직접 로고도 정하고 또 입장문도 쓰고 저희 팬클럽의 운영 규칙도 정해왔습니다.
저희는 이렇게 아동 청소년들이 기후 위기 문제에 참여하면서 서로를 의지하고 또 어른들도 기후 위기와 아동 권리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 볼 수 있는 곳이 되고 싶어요.
지금까지의 제 발표를 돌아보면 저의 이야기는 너무 감성적이고 감정적이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저는 우리가 지구에 대해, 우리의 평범한 일상들에 대해 가지고 있는 소중한 감정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등굣길에 보는 버스 밖 풍경, 가장 좋아하는 동물, 시를 쓰며 보내는 계절, 혼자 떠나는 바닷가 여행
사소해 보이지만 너무나 중요한 이런 것들을 우리는 지키고 싶어 하죠.
지구를 위한 우리의 행동과 실천은 그런 마음으로부터 시작되는 게 아닐까요?
바쁜 일상 속에서 시간과 관심을 내서 기후 위기 문제에 참여하기란 쉽고 편한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개인적 실천과 정치적, 사회적 참여는 나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이 지구에 함께 살아가는 생명들,
그리고 무엇보다 아름답고 경이로운 이 행성을 지키기 위해 가장 중요한 일이에요.
당장 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사랑하는 것들과 오래 함께하기 위한 마음
지금이 아니면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마음
여러분이 가진 그 따뜻한 이기심을 실천으로 옮겨주세요.
그 마음이 모여서 변화를 만드는 것이 저희 어샘블이 바라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세이브 더 칠드런 지구 기후 팬클럽 어샘블 창단 멤버 하연 아였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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