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 소개 : 평일엔 열심히 일하고 주말엔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던 평범한 아빠였습니다. '매주 아이들과 뭐 하고 놀지?' 를 고민했지요. 배드민턴 클럽에서 함께 모인 네 명의 아빠들과 강원도 홍천에서 놀이터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진짜 아빠가 되기 위해 열심히 삽질했던 이야기 들어보세요.
게시일: 2018. 5. 29.
안녕하세요
저는 아이들과 친구처럼 놀기 전문가를 꿈꾸는 김태성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여러분 최근에 혹시 놀이터 가보셨나요? (아이들도 많은 거 같은데)
놀이터 뭐가 가장 먼저 생각이 나세요?
저는 놀이터 하면 막노동, 노가다, 삽질이 생각납니다
보시는 것처럼
저는 3명의 멋진 아빠들과 함께 1년 동안 홍천을 오가면서 아이들을 위한 자연 놀이터를 직접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올해 초에는 그 과정들을 모아서
"아빠들 삽질하겠습니다"라는 책을 발간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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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네 명은 동네 배드민턴 클럽에서 만나서 운동을 하면서 친해진 사이입니다
짐작하시겠지만 운동 후에는 맥주 한잔씩을 합니다
한 잔이 두 장이 되고 두 잔이 두 병이 되죠
그런데 이렇게 술잔을 기울이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면 꼭 나오는 이야기가 이번 주말에 애들이랑 뭐 하지?
무슨 어떻게 뭘 놀면서 시간을 보내지? 이런 고민을 항상 했었습니다
저희 네 명 모두 두 아이를 키우고 있고 고민하는 것들을 항상 비슷하거든요
저희는 서로를 부를 때 본인들의 이름을 넣어서
후진 아빠, 상규 아빠, 태성 아빠 그리고 성근 아빠 이렇게 부르기로 했습니다
수진 아빠가 외모와는 다르게 지금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사업의 일환으로 홍천에 렌트하우스를 짓고 있는데
그곳에 작은 공터가 있으니 거기서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를 만들어 보자고 제안을 하더라고요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많이 마셨나?'
'취했나?'
'도대체 뭘 어떻게 만들자는거지?'
진짜 취한 건지 진담인지 조금 더 들어 봤습니다
주말마다 아이들을 위해서 뭘 해야 될지 고민하지 말고 우리가 직접 아이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 주자는 것이었습니다
저희 세 명은 박수를 치면서 바로 시작하자고 했죠
취지가 너무 좋지 않습니까?
(박수)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저희는 건설현장에 알바 경험도 없었습니다
더 나가서는 집에서는 전구 하나를 바꾸는 것도 힘들어 하는 사람이 였습니다
심지어 저 보고 놀이터 총괄 감독을 맞으라고 하더라구요
정말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많이 취했내
많이 취했어
근데 그 이유를 들어 보니까 그럴듯 했습니다
몇 년 전에 다섯 가정에서 1박 2일로 여행을 간 적이 있는데 그때 모인 아이들이 한 여덟 명 정도 됐구요
나이는 4살부터 9살 정도 되었습니다
아이들은 모두 처음 만나는 사이였습니다
모두 쭈뼛거리고 놀지를 못 하길래 제가 한대 불러 보았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이야기를 했죠
'얘들아 바다 탐험대 옥토넛 알아?
우리 그 놀이 할래?'
라고 물어봤더니
아이들은 모두 좋다라고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그래서 전화 다짜고짜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나는 바나클(Barnacles)대장이다 너 이름은 뭐냐'
아이들은 동공이 지진이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눈치빠른 아이가 먼저 이야기 했습니다
'나는 페이소(Peso)'
그랬더니 아이들이 덩달아서
'나는 콰지(Kwazii)'
'나는 트윅(Tweak)'
이렇게 자기들이 원하는 캐릭터를 정하고 나서 그때부터 바다 탐험대 옥토넛 놀이가 시작되었습니다
'이제부터 미션을 수행하는 거야
미션은 뭐냐면 저기 보이는 저기 흰동가리가 있는데 지금 위험에 쳐해있어
가서 빨리 도와주자'
라고 이야기를 하고 주저앉았습니다
그리고 쪼그려 앉아서 걷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은 한줄 기차를 만들더니 저를 따라 왔습니다
저는 긴장감을 좀 더 주고 싶어서
'얘들아 백상아리가 지나가
지나가니까 빨리 얼굴을 숙여
아이들은 모두 고개를 숙였습니다
상황은 심각했는데
아이들이 키득키득 거리는 소리는 시간이 갈수록 더 커졌습니다
저는 조금 더 가서 보이지 않는 흰동가리를 들어올렸습니다
'흰동가리야 괜찮아? 많이 다쳤니? 조금만 기다려 치료해 줄게'
이야기가 끝나자마자
아이들은 몰려와서 치료를 해 줍니다
붕대를 감싸주고 소독약을 바르고 난리가 났죠
그러더니 한 아이가 와서는
'대장님 흰동가리가 많이 다쳤습니다
수술을 시행하겠습니다'
제가 봤을 때는 과잉진료였는데 분위기가 좋아서 가만히 놔뒀죠
그렇게 1시간 넘게 노는 모습을 수진 아빠는 열심히 잘 봤다고 하면서
저에게 놀이터 총괄 감독이 되기에 충분하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묘하게 설득됐습니다
사업을 잘 하는 이유가 있었던 거 같아요
그리고 놀이터 총괄 감독하면 뭔지 지시하고 관리 감독만 하면 될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현실은 직접 제가 통나무를 나르고 건너가는 사진입니다
너무 힘들었습니다
실제로 저희가 놀잇감들 하나씩 만들어 갈 때 대부분은 통나무를 이용해서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통나무를 자르고 옮기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보시는 거는 그네 사진인데요
저희 아빠들 네 명의 아빠들의 혼신의 힘이 들어가 있는 걸작입니다
보이실지 모르겠지만 통나무 통나무 사이를 연결하는 홈을 정말 정교하게 만들었습니다
여러분들이 보시기에도 작품처럼 보이십니까?
다음 사진은 롤링을 하는 작업인데요
뭐냐면 놀이터 바닥은 날 것 그대로 였기 때문에 눈이 오거나 비가 오면 진흙 바닥이 됩니다
그래서 틈만나면 바닥을 다지는 작업을 했습니다
사실 그게 너무 힘들었는데요
아 이게 진짜 언제까지 일을 해야 되나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일을 주말마다 가서 해야 됬기 때문에 솔직히 후회도 됐습니다
왜 나한테 이런 일을 시켜서 이런 고난을 나에게 줬지? 정말 많이 힘들었습니다
그때 저희를 포기하지 않게 해 주었던 것은 다른게 아니라
아이들이 이곳에서 재밌게 노는 모습이였습니다
놀면서 '아빠 너무 행복해요' 라는 그런 표정을 보여지는 상상을 하면서 힘들었지만 끝까지 참았던 거 같습니다
그리고 놀잇감들을 하나씩 하나씩 만들어 가면서 드디어 아이들을 놀이터에 초대 하기로 했습니다
초대 하기로 한 날 그날 아침은 사실 너무 떨렸습니다
아이들이 와서 어떻게 놀지 뭐라고 이야기를 할지 너무 기대 됐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밀리는 고속도로를 뚫고 홍천 자연 놀이터에 도착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아이들은 저희가 만든 의도대로 놀지를 않았습니다
저희가 생각했던건 그네를 타고 내려서
대형 수도관을 지나고
지그재그 통나무를 지나고
무지개 다리를 건너 가면서 그렇게 뛰어 놀 줄 알았는데
아이들은 전혀 그렇게 놀지 않았습니다
정말 실망이 컸죠
저는 아이들이 도착해서 그 모습을 지켜봤습니다
그네를 타고 내려와서는 아이들이 흙장난의 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삽으로 흙을 파기 시작하는데
계속 흙만 팝니다
10분 20분 30분이 되도록 움직이지 않고 흙장난만 합니다
아 이게 뭐지? 뭘 잘못했나?
이런 생각을 할 때쯤
제 눈에 들어온 거는 상규 아빠에 둘째 아들 정욱이 였습니다
이 친구는 어린이 삽으로 땅을 파는데 뭐가 그렇게 맺쳤던지 1시간 넘게 땅만 팝니다 정말 땅만 팠습니다
마치 지구를 뚫어 버릴 사람처럼 땅만 팠습니다
정욱이는 어찌나 열심히 땅을 받던지 그날 초저녁부터 깊은 잠에 빠져 들었읍니다
아들 있는 분들은 참고하세요
어린이 삽 한자루와 흙바닥이면 충분합니다
일찍 재울 수 있습니다
저는 놀이터 여기저기를 보여 주고 싶어서
'얘들아 저기 숲속에 파란집 있어 빨리 가서 구경해 봐'
라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아이들은 우르르르 뛰어가더니 자기네들끼리 속닥속닥 하면서 파란 집 안으로 들어갑니다
그리고는 손에 진흑을 잔뜩 묻히고는 벽에다 바르기 시작합니다
'뭐 하는 거냐' 물어봤더니 '페인트칠을하고 있다'라고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이후에 저희 아빠들은 그 모습을 보고 실제 페인트를 칠해 줬습니다
그리고 놀이터를 처음 만들 때부터 흙과 물은 아이들에게 최고의 놀잇감이 하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을 위한 수로를 만들어주었습니다
아이들이 수로 근처에 있을 때 지하수 물을 세게 틀어 줘습니다
수로를 따라 물이 콸콸 흘러넘쳐 갈 때
아이들은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저도 속으로 환호성을 질렀죠
'그래 이거 야 이런 반응이 야' 라고 할때
아이들은 어린이 삽으로 수로 안으로 푹 집어 넣더군요
그러더니 물을 수로 밖으로 넘치게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생긴 새로운 물길을 따라 아이들은 또 상황을 만들어서 놀기 시작합니다
여러분들은 아이들이 이렇게 놀 거라고 알고 계셨나요?
(네~)
저는 사실 이날 머리를 한대 맞은 기분이었습니다
제 의도대로 놀지 않아서 정말 충격이었죠
저는 그 때부터 놀이터를 만드는 저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한번 해 보게 되었습니다
누구를 위한 놀이터를 지금 만들고 있지?
혹시 이 놀이터에서 놀면 거미를 무서워하는 아이들은 거미를 무서워하지 않게 되고
몸과 마음도 튼튼해지고
모험심이 강한 그런 아이들로 자라기를 바라는 아빠의 욕심으로 지금 만들고 있는 건 아닌가?
이런 고민을 하게 됐습니다
울퉁불퉁한 놀이터에 바닥을 다지면서 제 마음도 다지려고 했고
아이들이 놀다가 스쳐서 다칠만한 높이에 나뭇가지들을 쳐 내면서 아빠 욕심도 쳐 내려고 노력을 했습니다
이런 고민 어린 아빠의 삽질은 1년 동안 지속되었고 드디어 놀이터는 완성단계에 이르렀습니다
1년이 지난 지금 아이들은 이 자연 놀이터에서 마음껏 뛰어 놀았습니다
뛰어논 아이들은 지금 현재 어떻게 변화 되었을까요?
네
아이들은 변한게 없었습니다
(ㅎㅎ)
거미를 무서워하는 제 딸은 여전히 거미를 무서워 합니다
도시의 거미 보다 몇 배나 더 큰 거미를 보면서 왕거미에 대한 공포심은 더 커졌습니다
(ㅎㅎ)
밥을 먹을 때 밥알을 세면서 먹던 성근 아빠의 아들 지우는 여전히 밥알을 세면서 밥을 먹습니다
놀이터에서 놀다가 넘어지면 툭툭 털고 일어나서 다시 놀 줄 알았는데
아이들은 여전히 대성통곡을 하면서 웁니다
아이들을 위한 자연놀이터 만들기는 실패인가요?
아빠인 저는 어떻게 변화되었을까요?
그동안은 아이들의 바라볼때 어디 넘어져서 다치지 않았는지
내 시야에서 사라지지 않는 지만 걱정하며 바라봤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아무 일이 없어도 아이들의 마음이 궁금해집니다
그래서 아이들의 눈을 한참동안 바라보게 됩니다
자연 놀이터에서 1년에 삽질은 변해야할 주체가 아이가 아니라 아빠 인 나 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자연 놀이터를 만들기 시작하면은 상처받은 아이들이 이곳에서 치유 받고 그리고 한 사람으로서 성장하기를 바랬지만
놀이터를 만들어 가면서 저도 모르게 아빠로써 성장 하고 있었던 것이죠
기적처럼 만난 내 아이를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매일매일 만나지만 아이에 마음이 너무 궁금해서 아이에 눈을 한참동안 바라 보게 됩니다
아이들을 위한 자연놀이터 만들기는데 대성공했습니다
(박수)
자연 놀이터는 저에게 새로운 삶을 줬습니다
퇴근을하고 우리 아이들 만나면 어떻게든 웃음을 주고 싶어서 말도 안 되는 춤을 추면서 아이들에게 인사를 합니다
그러면 아이들은 깔깔깔 웃으면서 말도 안 되는 포즈로 저 아빠의 인사를 받아주죠
혹시 여러분 중에 지금도 아이들에게 뭔가를 해 줘야 될 것 같아서 그런 부담감으로 힘들어하고 계신 분이 계신가요?
혹시 넘치는 사랑을 표현 못해서 지금이 순간 이 시점에서도 애쓰고 계신가요?
너무 많이 애쓰지 말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아이들은 부족한 아빠 그대로를 사랑합니다
아빠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깊이 아이들은 아빠를 사랑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해주려고 노력하지 마시고 힘 쓰지 마시고
아이의 마음 그대로를 바라봐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아이들에게 놀이터를 만들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이들의 눈을 지긋이 바라 봐주세요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감사합니다
이 글은 청각을 잃은 제 친구를 위해 작성되었습니다.
전체 또는 일부가 잘못듣고 잘못 옮겨적은 내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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