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 소개 : 딸과 아들을 키우는 20년 차 아빠입니다. 지난 13년간 두 아이에게 책을 읽어줬습니다. 퇴근 후 매일 밤 잠들기 전 아이들과 15분씩 함께한 소중한 시간은 우리 가족의 삶의 많은 것을 바꿔주었습니다. 아빠가 된다고 부성애는 자동으로 생기지 않습니다. 가족의 변화는 물론 어떤 책을 어떻게 읽어주면 좋을지 구체적인 실천 방안까지 이야기하겠습니다.
게시일: 2018. 6. 4.
안녕하세요
저는 '아빠가 책을 읽어줄 때 생기는 일들'에 저자 '옥명호'입니다
|
저는 지금 만 18살 그리고 만 16살 된 딸과 아들을 둔 20년 차 아빠입니다
아이들이 7살 그리고 4살 때부터 지금까지 13년째 밤마다 잠들기 전에 책을 읽어 주고 있는데요
제가 처음서부터 그렇게 열심히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아이들과 시간을 같이 보내고 그런 아빠는 아니었습니다
제가 하는 일이 책을 만들고, 편집하고, 책을 읽고 하는 이런 일을 직업으로 가진 출판 편집자인데
다른 대한민국 아빠들처럼 야근이 굉장히 많이 있었죠
저는 거제도가 고향입니다
1.5km 정도가 되는 모레 해변을 끼고 있는 마을에서 10대 시절을 보냈습니다
그렇게 아름다운 풍광을 바라보면서 어린 시절을 보냈는데요
중요한 것은 저한테 굉장히 큰 결핍이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아름다운 자연은 늘 제 곁에 있었고 바로 앞으로 나가면 바로 있었지만
저에게 가장 가까워야할 아버지는 제 곁에 늘, 자주, 흔하게 없었거든요
저희 아버지는 직업이 선원이셨습니다
8 가족의 생계를 위해서 1년 12달을 거의 바다 위에서 그리고 배 위에서 생활을 하셨어야 됐죠
아버지가 집에 오시는 날 제가 아버지를 볼 수 있는 날은 1년 내 그렇게 얼마 되지는 않았습니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하루 또는 이틀 정도 집으로 들어오시는데
그나마도 오시면은 아무런 말씀이 없으셨어요
그런데다가 아버지가 저를 꼭 이렇게 안아 주신 기억이 저에게는 없습니다
그러니까 당연히 아버지와 어딜 여행을 가거나 놀러 간다거나 이렇게 하면서 시간을 보낼 그런 기억이랄지 그런 경험은 거의 없죠
그런데 이런 아버지에게서 제가 지금까지 받은 유일한 그리고 처음이자 마지막인 선물이 있는데요
그게 바로 아빠와 같은 뱃사람 이야기가 담겨 있는 '로빈슨 크로소우'였습니다
근데 저 사진으로 보시기에는 그렇지 않을지 몰라도
당신 제가 저 책을 받았을 때는 표시가 금빛 찬란하게 제 눈에 보이더라고요
읽고, 읽고 또 읽고 그렇게 시간을 보냈어요
아버지가 제 곁에 계시지 않았던 그 부재의 시간 동안 아마도 저는 책과 10대 시절을 보내지 않았나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저도 아버지가 되었습니다
근데 제가 아버지가 되었을 때 기쁨보다는 두려움이 컸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자상한 아버지, 곁에 늘 머무는 아버지, 대화를 늘 건네시는 아버지를 경험한 적이 없었잖아요
그러니까 제가 아버지 노릇을 어떻게 해야 될지 너무 막막한 거죠
자신이 없었습니다
어떤 게 좋은 아버지인지, 내가 좋은 아버지가 될 수 있을지 너무 막막하고 두렵더라고요
저는 아이들을 키우는데 사랑이 본능적으로 자연발생적으로 생기지가 않는 거예요
제 안에 전에 없었던 그 사랑이 갑자기 아이들이 태어났다고 해서 막 샘솟듯이 솟아나고
그렇게 막 풍성하게 꽃이 피고 그렇게 되지를 않더라고요
앞서 말씀드린 대로 출판 편집자로서 야근을 하고 주말이나 공휴일에도 일을 하는 그런 아버지로서 아이들과 함께 살다 보니까
어느 날 저 자신이 아이들 곁에 없는 시간이 많아지는 거죠
거의 아이들이 잠드는 시간 또는 너무도 제가 여러 가지 일로 인한 피로나 아니면 스트레스 때문에 지쳐서 집에 들어가니까
뭘 다른 걸 할 생각이 아무것도 들지가 않는 거죠
그러던 어느 날 위기감이 들었습니다
'아! 이렇게 해서는 안 되겠다
이렇게 해 가지고는 나 역시도 아이들과 지금 함께 살고 있고
나는 우리 아버지처럼 바다에 나가서 1년 12달을 보내지는 않지만 크게 다를 바 없이
한 지붕 아래서 살아간다고 해서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데
나 역시도 별다를 바가 없겠구나 (우리 아버지와)'
그래서 제가 아이들 곁에 어떻게 하면 좀 더 다가가고 어떻게 하면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을지 고민했습니다
손을 뻗으니까 책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책을 뽑아서 읽어주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제가 처음서부터 말씀드린 대로 책을 열심히 잘 읽어 주었던 그런 아빠는 아니었어요
그런데 그 마음을 가지고 그 결심을 하고 책을 뽑아들고 밤마다 아이들에게 아이들 방에 가서 책을 읽어 주기 시작하고
그 책을 읽어 준게 13년 정도 되어 가면서 어느덧 저 스스로 이 이름을 붙였습니다
'밤에 낭독 공동체'라고 스스로 이름을 붙였습니다
저 스스로 이름 붙인거 이기 때문에 저희 아이들은 아직도 이 이름을 모릅니다
(ㅎㅎ)
이 '밤에 낭독 공동체'는 10년이 넘어서면서 여러 가지 제 삶에 저희 가정의 삶에 변화를 주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저희 아내가 제가 밤마다 책을 읽어 줌으로서 그 시간만큼 자기만의 개인 자유시간을 누리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은 아내에게 육아의 피로를 줄여 주었고요
아내가 그 시간에 책을 읽으면서
혹은 자기 개인적인 시간을 가지면서 나름의 쉼과 하루의 피로를 씻어내는 그런 자유를 누릴 수가 있었죠
다음으로는 저희 아이들의 경우에 저의 아이들이 아빠와 어떤 깊은 우정을 쌓아 가기 시작을 했습니다
교육 전문가들이 흔히 이런 얘기를 합니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 주면
책을 읽어 주는 사람과 긍정적인 애착관계가 형성이 되고 정서지능이 발달한다'
다들 하시는 얘기일 거예요
제가 어느 날 너무 피곤하고 지쳐서 집에 오자마자 곧장 침대로 가서 침대에서 쓰러져 드러누웠어요
그때 사춘기 저희 아들 우리 옆으로 쓰~윽 다가와요
옆으로 다가오더니 능글맞은 목소리로
'아빠 오늘 밤 아빠의 로맨틱한 목소리를 들으면서 잠이 들 수 있을까요?' 이렇게 얘기를 해요
상상해 보십시오
사춘기를 보내는 아들이 중 3 아들이 옆에 다가와서 아빠에게 그렇게 달달한 그러면서도 능청스러운 멘트를 날리는 거 죠
그뿐 아니라 제가 책을 읽어 주기 시작한 지 한 10년 즘 된 어느 날 아이들에게 한번 물어봤어요
과연 이 아이들이 이 시간이 즐겁고 이 아이들도 좋아하는가?
궁금했었어요
그래서 물어봤죠
'너희들은 아빠가 책을 읽어 주는 게 어떤 게 가장 좋니?'
그렇게 물었을 때 이렇게 대답을 하더라고요
'아빠랑 밤마다 굉장히 좋은 추억을 쌓아온 거 그게 가장 좋죠'
또 이렇게 대답을 해요
'아빠가 책을 읽어 주니까 친구처럼 지금까지도 대화를 나누면서 그렇게 지낼 수 있는 거 같아요'
그러면서 아이들이 저더러
'우리한테 아빠가 책을 읽어 준 이야기 이거 꼭 책으로 써 보세요
다른 아빠들한테 굉장히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그 격려와 응원이 있었기 때문에 제가 이 책[아빠가 책을 읽어줄 때 생기는 일들]을 쓸 수가 있었습니다
(박수)
|
그 다음으로는요
제 자신이 저희 아내나 저희 아이들보다도 제 자신이 실은 가장 유익을 많이 누렸던 거 같습니다 (변화되는 거죠)
무엇보다도 제가 굉장히 지치고, 힘들고, 스트레스 때문에
아이들에게 오늘은 도저히 책을 못 읽어주겠다
그런 날에도 마음을 다시 다잡고 책을 들고 아이들 방에 가서 아이들 곁에 앉습니다
그런 다음에 책을 읽어 주기 시작하는데요
5분, 10분 이렇게 지나다 보면요
어느 틈엔가 그날 하루의 모든 스트레스가 서서히 서서히 제 몸에서 빠져나가는 걸 느껴요
마음이 쭈그러들고 심장이 쭈그러들었던 게 펴지는 느낌이 드는 거예요
이런 상황이 되니까
이런 어떤 힐링의 경험을 제가 하다 보니까
그다음서부터는 제가 아이들한테 졸라 대는 거예요
아이들도 피곤한 날이 있잖아요
'아빠 오늘은 일찍 잘게요'
그런데 제가 '아빠가 5분만 읽어줄게 15분 안 읽고 5분만 읽어줄게 짧게 읽어줄게'
제가 오히려 아이들에게 사정하는 그런 상황이 되더라고요
그리고 마지막으로요
이렇게 책을 읽어 주고 하다 보니까
여러 가지 아주 흥미진진하고 또 재밌고 즐거운 상황들이 많이 생기고 행복한 기억들이 늘어났는데요
제가 장기 출장을 아주 드물게 2주간 해외로 나갔다 온 적이 있습니다
근데 앞서 말씀드린 그런 힐링의 시간을 제가 못하게 되니까 그 시간이 너무 아쉬워요
그래서 아이들 몰래 녹음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출장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어떤 일이 있었을까요?
아이들이 저 테이프에 담긴 아빠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통곡을 했다는 거예요
제가 아내에게 깜짝 놀라 물었어요
'아니 왜?'
통곡을 했다니까요
아내의 얘기가 이렇습니다
아이들이 저 목소리를 아빠의 목소리를 며칠째 듣더니
아빠 보고 싶다고 펑펑 울었다는 거예요
근데 저희 부부는요
아이들이 펑펑 울었다는 얘기를 하면서 엄청 웃었습니다
너무 행복하고 즐겁고 기쁘잖아요?
행복한 웃음을 터뜨렸던 지금도 기억으로 남아 있고
제가 책을 쓰면서도 저 대목 이야기를 쓰면서 저절로 굉장히 행복한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모든 사랑이 아마 그렇지 않을까 싶은데요
수고하지 않는 거, 애쓰지 않는 거 때론 눈물이 담기지 않는 사랑은 없다고 저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꼭 책을 좋아하거나 책을 뭐 저럼 전문적으로 편집하고 만드는 그런 직업을 가진 아빠가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누구나 마음만 있으면요
할 수 있는 게 바로 이 '책 읽어 주기'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러면 구체적으로요 어떻게 책을 읽어줘야할까요?
제일 먼저는요
아이들이 좋아하는 책을 들고 아이들 방으로 가시면 됩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책을 잘 모르겠거든 엄마들에게 물어보시면은 단박에 아십니다
늘 읽어 주시거든요
그다음에는
고전 스토리북을 읽어 주시면 좋습니다
이건 검증된 이야기잖아요?
깊이가 있고요
좋은 세계관이 들어 있고요
좋은 정말 감동 깊은 또 통찰이 있는 이야기가 들어 있기 때문에 굉장히 유익합니다
세 번째는요
책을 읽어 주실 때 그냥 읽어 주시지 마시고
목소리 연기를 곁들이시라는 거예요
그냥 이야기책 속에는 여러 다양한 인물들이 나오고 캐릭터가 나오기 때문에
그 등장인물의 나이와 캐릭터에 맞게끔만 목소리를 내주시면 돼요
어색한 대로 서툰 대로 아이들은 그 자체를 굉장히 즐거워하고 신기해할 겁니다
저희 아이들이 그랬거든요
때로는 목소리뿐 아니라 몸짓까지 곁들이시면 좋습니다
특히 아이들이 어린 경우
'사과가 쿵'이라는 유명한 책이 있잖아요?
|
'커다란 사과가 때 구루 루루 쿵' 이렇게 시작을 하는데요
이걸 읽어 주시는데
'커·다·란· 사·과·가· 때 구루 루루 쿵' 이렇게 읽어 주실 분은 안 계실 거예요
그래서 이런 읽기의 방법을 보시려면 사실은 가장 좋은 것은 엄마가 책을 읽어 주시는 거를 가끔 이렇게 곁눈질을 해 보십시오
그러면은 엄마들은 제가 만난 엄마들은 모두가 다 굉장히 감성 있게 읽어 주십니다
엄마들에게서 배우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요
책을 읽어 주시다가 작은 이벤트를 가지시는 것도 좋습니다
예를 들면 그 고전에는 이 고전을 영화로 만든 게 있는데
이 영화를 고전 책을 읽어 준 다음에 같이 보는 거죠
그렇게 영화를 같이 저희 아이들과도 보았는데요
그 덕분이었는지는 모르겠는데
저희 큰 아이가 작년에 다큐 영화를 만들어서
서울 국제 여성 영화제 와 DMZ 영화제에서 본선에 영화가 진출이 되어서 상영이 되는 그런 경험을 하기로 했습니다
(박수)
대한민국의 아동 청소년들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 Organiz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 회원국가 가운데에서는 주관적인 행복지수가 가장 낮다고 얘기합니다
최근 어느 조사에서는
우리나라 아동 청소년들이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하루 중에 13분 밖에 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작년 한 해에 또 아동학대 사건이 일어난 것은 2만 건이 넘습니다
해마다 아동학대 건수는 점점점 점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오늘날은 물질문명의 풍요 시대에 살아가고 있죠
그런데 이 풍요의 시대 넘어에서 우리 모두는 혹은 우리의 아이들은 관계의 가난을, 관계의 결핍을 겪으면서 하루하루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마더 테레사는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사랑이 부족해서 생긴 끔찍한 질병에
현대인들은 시달리고 있다
그 끔찍한 질병이란 바로
외로움과 무관심이다
-테레사 수녀-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들이
좀 더 행복하고, 좀 더 풍요로운 관계를 경험하면서 성장할 수 있을까요?
그러기 위해서는 단순히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안 될 거라 생각합니다
사회구조적인 변화도 있어야 될 거고요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혹은 온 세상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나쁜 아동 학대 사건 같은 이런 이야기들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겪는 그런 관계의 가난들 이것들을 뭔가 변화하고 변화시키고 바꿀만한 그런 좋은 이야기들을 우리가 살아 내고
또 실제 삶 가운데서 우리가 실천하는 그런 노력들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 변화를 위해서 그 작은 시작을 위해서 바로 당장 오늘 밤부터
댁에 돌아가시면 한 권의 책을 뽑아 들고 아이들 방으로 가서
조근 조근 책을 읽어 주시면 어떨까요
제가 나누고 싶은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
이 글은 청각을 잃은 제 친구를 위해 작성되었습니다.
전체 또는 일부가 잘못듣고 잘못 옮겨적은 내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해당글에 댓글 남겨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추신 : 여러분의 '공감' 클릭은 제게 정말 큰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YouTube > 세바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바시 343회 | 길을 잃는 것의 묘미 | 박혜린 이노마드 대표 (0) | 2018.07.24 |
---|---|
자막 세바시 719회 당신은 디지털 성폭력의 가해자가 되겠습니까? | 이선희 다큐멘터리 감독 (0) | 2018.07.23 |
자막 세바시 703회 기억의 건축 백희성 KEAB 건축디자인 대표 (0) | 2018.07.21 |
세바시 434회 | 등신감(等神感)을 느끼는 당신에게 : 내가 바보같이 느껴질 때 | 이호선 서울벤쳐대학원 사회복지상담학 교수 (0) | 2018.07.20 |
세바시 924회 | 프로 부모의 기술 : 자존감을 고민하는 부모들에게 | 이호선 숭실사이버대학교 교수, 한국노인상담센터 센터장 (0) | 2018.07.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