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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막 세바시 719회 당신은 디지털 성폭력의 가해자가 되겠습니까? | 이선희 다큐멘터리 감독


강연 소개 : 인간의 성적 욕망은 사회적으로 학습되는 사회적 욕망입니다. 여성을 혐오하는 언어, 이미지 등은 성차별과 성폭력의 지침서가 됩니다.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만드는 여성 혐오 문화는 여성을 잠재적 피해자로 남성을 잠재적 가해자로 이분화시킵니다. 이 성차별적인 문화구조를 깨기 위해서 이제 더 이상 우리 사회는 침묵해서는 안 됩니다. 폭력은 피해자 개인에게 일어난 일이 아니라 우리에게 일어난 일입니다.


게시일: 2016. 11. 30.



반갑습니다

다큐멘터리 감독을 하고 있는 이선희입니다 

제가 요즘 그 만들고 있는 다큐멘터리는요 '디지털 성폭력'에 관한 것입니다 


디지털 성범죄란?

디지털 카메라를 이용해 타인의 은밀한 사진이나

성관계 영상을 상대방의 동의 없이, 찍거나 유포하는 성범죄


보통 '디지털 성범죄'라고 얘기하는데 

상대방에 동의 없이 상대방을 은밀한 사생활이라든지 신체라든지 혹은 성관계 동영상을 몰래 촬영하거나 유포하는 성범죄를 말합니다 


사실 용어는 미국에서부터 왔는데요 

'리벤지 포르노'라고도 얘기를 해요 

복수하기 위에서 상대방의 어떤 신체, 성관계 영상을 인터넷에 유포하는 것이죠 

그래서 사랑했던 어떤 한순간을 음란물로 소비하는 그런 건데요 


제가 이 다큐를 찍게 된 것은 한 사건을 알게 되었기 때문에요 


그녀는 스무 살에 첫사랑을 했다고 해요 

대학생이었는데요 

남자친구와 좋게 잘 지내다가 남자친구가 굉장히 집착하는 스타일이었나 봐요 

많은 요구가 있었고 

그 요구를 감당하려고 하다 보면 

수업을 갈 수도 없고, 친구를 만나는 것조차 싶지가 않았었나 봐요 

많이 고민을 하다가 헤어지자고 말을 했다고 해요 


그 말을 들은 남자친구 굉장히 다른 모습이었다고 해요

'폭발적인 분노'를 보이고 협박도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친구가 뜻을 굽히지 않자

사랑했던 사이에 찍었던 어떤 영상을 인터넷에 유포한 겁니다 (그녀의 얼굴과 함께)

당연히 신상이 털렸다고 얘기하죠 

신상이 드러나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이 친구는 그 사실조차 알고 있지 않았대요 

그런 인터넷 사이트를 들어가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요 

그런데 학교 친구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은 거예요 

'너 같다'

'네가 이렇게 뜬 거 같다'

너무 놀랐겠죠

이 친구가 그 사실을 알고 영상을 봤을 때는 이미 수만 명의 사람들이 본 거예요 (조회 수가)

너무 놀라겠죠? 

그 친구의 심정이 어땠을까요? 


만약에 여기 계시는 분들이 그와 비슷한 일을 당했다면 어떠실까요? 

저도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인 거 같아요 

사랑했던 한순간이 음란물로 변하는 그런 걸 목격했을 때 말이죠

그냥 있을 수가 없더라고요

저는 그 학생이 다니던 학교에 한번 가봤어요

봄바람에 살랑이는 날이었거든요

햇살이 정말 눈부시고 봄옷을 고르는 학생들의 손깃이 정말 아름다웠어요 

그런데 그 거리에 참아 있을 수가 없는 거예요

왜냐하면 이 현장에 그녀는 다시는 오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을 했기 때문이죠


그 친구는 이름을 바꿨어요

얼굴도 바꾸고요

집에서는 이민 가라 그렇게 종용도 하고 했죠

더 이상 집 밖으로 나오는 게 두렵고

누군가 스마트폰을 켤 때마다 깜짝깜짝 놀라는 거예요

혹시 나의 영상을 보고 있는 건 아닐까?

당연히 학교도 가지 못했죠


저는 그날 너무 충격을 받아서요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서 보니까 비좁은 골목에 하나 있더라고요

그 골목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그리고 몸을 돌려서 있었던 거리를 봤는데요



저 골목 끝에 정말 저렇게 밝은 햇살을 보고 싶음에도 불구하고 

보지 못해서 골목에 서성이는 그녀가 된 거 같았어요 

제가 다큐를 찍게 된 이유였죠 


처음에는 우연한 어떤 사건이라고 생각을 했거든요 

이 다큐를 찍으면서 너무 놀랐어요 

2015년도에 이렇게 디지털 성폭력 범죄의 의해서 개인 성관계 동영상 삭제해 달라고 방송통신위원회에 요청한 건수가 무려 3,397 건이에요

다른 말로 3,397 명의 피해자가 있다는 얘기죠 


뿐만 아니라 검찰청에서 범죄 분석을 했는데요 

2015년도에 이렇게 몰래 찍히는 카메라에 의해서 당한 범죄의 수가 6,000 건이 넘어요 



이건 근 10년 동안 20배에 달하는 수치이고요 

이건 성폭력 사건에 24.1%를 점한다고 하더라고요 


이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세상은 Google 을 통해서 접속 가능하다 


이제 우리의 성은 이런 인터넷에 어떤 성적 폭력 문화를 통해서 이렇게 접속이 되고 있는 현상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했어요 

한 마디로 무척 심각하다는 거죠 

근데 심각성은 디지털이라고 하는 특성 때문에 정말 더 끔찍해요 

삭제되지가 않는 거예요 

피해자가 자신의 영상을 삭제하기 위해서 얼마나 노력을 했겠어요?

그 가족분들 친구들 수많은 밤을 삭제하기 위해 삭제를 해도 안 되는 거예요 


사이버수사대 수사 요청을 하고 방송통신위원회를 통해서 삭제를 해도 

인터넷을 통해서 클릭하면서 퍼져나가는 그 속도를 따라갈 수가 없었다고 해요 


지금은 이 리벤지 포르노라고도 표현하는 디지털 성폭력 영상을 삭제해주는 전문 업체까지 있어요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그런 업체들이 성업 중이에요 

피해자가 자신의 영상을 삭제하기 위해서 들여야 되는 돈이요 

3개월이면 300만 원 1년에 천만 원이 넘어요 

다 피해자의 몫이 되는 거죠 


이게 맨 처음에는 뭐... 

'사랑했던 관계에서 헤어지니까 비겁한 복수의 방법으로 

이렇게 사이트에 성관계 동영상 올리는 것'

으로 이렇게 이해를 했었거든요 


근데 취재를 하면 할수록 더 기가 막힌 거는요 

소위 말하는 파일공유 사이트 아시죠? 

파일공유 사이트에서 이 디지털 성폭력 범죄의 영상을 수집을 해요 

그래서 끊임없이 올립니다 

그 수집하고 올리는 이를 위한 따로 임시직 직원을 고용합니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조직적으로 아주 자극적인 제목과 댓글을 끊임없이 달면서 이 영상들을 올리는 거거든요 

이들이 왜 그렇게 할까요?

그렇게 올리게 되면 사람들이 조회 수가 늘겠죠 

조회 수가 는다는 건 그 사이트를 많이 이용한다 하는 거니까 

소위 말하는 불법 성매매 광고가 붙습니다 

인터넷 도박 광고도 붙고요

물뽕이라고 하는 소위 말하는 최음제 

우린 이걸 강간 약물이라고 얘기하는데요 

그런 광고도 막 붙습니다 


그 얘기는 뭐냐면 조직적으로 디지털 성폭력 범죄 영상물을 유포함으로써 

그리고 그걸 운영함으로써 돈이 들어온다는 얘기에요 

'성폭력이 상품화되고 있다'라고 하는 거죠 


그 수익금이 어마어마해요 수십억입니다 

뭐 얼마 전에 폐지됐던 소라넷도 수백억이었죠 

문제가 굉장히 심각한데요 



문제는 이겁니다 

그 너무나 쉽게 접속이 가능해서 볼 수 있는 그 영상을 아무 생각 없이 보는 거예요 

맨 처음엔 호기심으로 보는 거죠 

그리고 그 호기심을 통해서 보다 보면 익숙해져요 

좀 더 더 자극적인 것들을 보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그 이미지를 통해서 무엇을 받고 있냐면 

폭력적인 어떤 성향 가학적인 성적 욕망을 나도 모르게 학습하고 내면화하게 된다고 하는 거죠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는 인터넷 강국이라고 얘기를 하잖아요 

청소년뿐만 아니라 성인들도 많은 성적 정보를 인터넷을 통해서 얻어요 

인터넷이라고 하는 매체를 통해서 성폭력이 상품화된 것을 성적으로 학습하고 있는 것이 우리들에 현실이라는 거죠


클릭 하나만으로도 자기가 무슨 일을 했는지 모르는 사이에 

디지털 성범죄에 가해자가 되고 있는 현실입니다 



이 얘기는 그냥 가해자로 끝나는 것이 아니에요 

성 산업의 소비자가 되는 거죠 

아까 얘기했던 것처럼 더 나아가서 이 성 산업을 후원하는 후원자가 되는 거예요 

내가 성폭력을 학습하면서 

돈도 쓰고 

성 산업을 도와주고 있는 거죠

이런 카테고리 안에 나도 모르게 들어가게 되는 겁니다 


이런 말이 있어요 

가해자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

이라고


태어날 때부터 '나 그렇게 할 거야' 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만연된 이런 풍토 속에서 

나도 모르게 어느새 슬쩍 가해자가 되고 있는 현실들을 볼 수 있다는 겁니다


제가 이 디지털 성범죄와 관련된 다큐를 찍는다니까 

제일 많이 들은 질문이 뭔지 아세요? 

제 다큐에 피해자에 얼굴이 나오는가?였습니다 

참 집요했어요 

'피해자의 얼굴이 나오는가?'

저는 생각했죠 

피해자의 얼굴이 나와서 

피해자가 울고불고 하면서 자기 피해를 막 얘기하면 

이 다큐에 가치가 올라가는가? 

정말 그런가? 


물론 인터넷 사이트에 피해자의 얼굴이 드러나는 성관계 동영상이 유포되면요 

막 ... 조회 수가 올라갑니다

그 얘긴 가격이 많이 올라 간다는 얘기죠

평균적으로 한 번 클릭에 100원에서 200원이라고 해요 

저는 이 두 경우가 똑같은 지점에서 이 문제를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해요 


피해자에게 책임을 돌리는 그런 시점 

그리고 피해자의 피해를 관음적으로 소비하려고 하는 어떤 관점이 있는 거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제가 이 다큐를 찍는다고 하니까 제 지인들의 모임에서 저를 초대를 했어요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랬더니 막 여기저기서 계속 고백이 나오는 거예요 

사실 자기도 봤다고 

여기도 많은 분들이 보셨을 거 같은 생각도 드는데요 


그냥 자기는 사실 호기심에서 봤다고 

그리고 남들도 보니까 이게 이렇게 큰 문제인지 몰랐다고 이렇게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그럼 어떻게 해야 돼요? 

어떻게 해야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이렇게 저한테 물어보시는 거예요


저도 한번 똑같이 물어볼게요 

어떻게 해야 될까요? 

네?

어우 훌륭하십니다

맞아요 

안 보면 됩니다 

보이지 않으면 유출하지 않아요 

왜?! 

보복이 되지 않을까요

유출하지 않으면

유출하기 위한 어떤 문화환경들이 만들어지지 않아요

당연히 찍지도 않는 거죠


그 얘기를 했더니 

아 과거에 본 거는 좀 이제 용서를 구한다 

사과하고 

다시는 보지 않겠다 

이렇게 얘기하시더라고요 

참 좋았어요 


그런데 그 다음날 

그 단체 SMS 방에 어떤 한 영상 딱 올라오는 거예요 

그 아침 산책을 하면서 봤다고 

너무 신기했다고 

그래서 딱 찍은 거예요 



모기가 사랑을 나누고 있네요

신기해서 찍었을 거예요 


그런데 너무 재밌게 이 영상이 올라가자마자 밑에 댓글들이 막 달리는 거예요 

뭐라고 달렸 을까요? 

'나는 보지 않겠습니다'

밑에 

'저도요'

금방 저 영상은 어떻게 됐을까요 

내리셨죠 

영상을 금방 지우셨어요


저 영상은 그분에게 부탁해서 제가 허락을 받고 가져온 거거든요 

아마 그 분위기를 환기 시키기 위해서 곧바로 그런 댓글을 달아 주셨을 거예요 

참 유쾌했어요 


마음가짐 하나가 작은 실천을 불렀고 

그런 작은 실천들이 큰 변화를 이루어 낼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거든요 


제 다큐에 이름은 '얼굴 그 맞은편'이에요 

피해자의 얼굴에 주목하지 말자 

'그 맞은편'

피해자의 사생활을 음란물로 촬영하고, 유포하고 그리고 나누어보는 소비자들 

그리고 그것을 통해서 어떤 수익을 노리려고 하는 업자들에게 주목해야 된다 

그리고 그 문화를 우리가 다시 한번 '이거 아니야'라고 생각해 봐야 된다고 생각 합니다 


그래야지만이 

학교에서 직장에서 멀어진 방 안에서 유배 아닌 사회적 유배를 당하고 있는

이 피해자가 저 밝은 거리로 나와서 다시 사회적으로 복귀할 수 있는 거 아닐까 그런 생각 합니다 


그래서요 선생들 여러분들께 제안합니다 


나는 보지 않겠습니다 

(나는 보지 않겠습니다)

다시 한번 할게요 


나는 보지 않겠습니다 

(나는 보지 않겠습니다)

내 멋지십니다 

감사합니다




이 글은 청각을 잃은 제 친구를 위해 작성되었습니다.

전체 또는 일부가 잘못듣고 잘못 옮겨적은 내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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