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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진원지를 찾아서 | 박용준 인디고 편집장 | 세바시 12회


강연 소개 : 인문학은 인간학이다. 사이-존재로서의 인간(人+間)은 세계와의 관계를 구축함으로써 스스로를 정립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어떤 모습인가. 그 속에서 우리는 어떤 변화를 모색할 것인가. 희망이 아니면 그 어떤 것도 말할 가치가 없다. 인문학의 가치란 바로 이 희망을 정의롭게 구현하는데 있다.


게시일: 2011. 6. 28.




네, 반갑습니다. 저는 부산 인디고 사원에서 국제 인문학 프로젝트 팀장을 맡고 있고

동시에 국제 인문학 잡지 'INDIGO'(인디고)라고 하는 잡지를 발행하고 있는 편집장이기도 합니다


오늘 제가 여러분께 간단하게, 짧은 시간 안에 말씀드리고 싶은 것들은 희망에 대한 것입니다

제가 만났던 분들 또 지난 5년 간 친구들과 함께 진행해왔던 여러 프로젝트를 통해서

제가 배운 것들을 오늘 공유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때로는 불편한 내용도 조금 있을 수도 있습니다

아까 앞서 말씀하셨던 많은 분들께서 이야기하셨지만

때론 삶은 불편을 감수하면서까지 옳은 선택을 해야만 하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우리가 사는 세상은 어떤 모습인가에 대해서 먼저 좀 살펴보고

그리고 우리는 어떤 희망을 믿어야 하는가

과연 희망은 믿을만 한 것인가에 대해서 잠깐 보려고 합니다


이 지도 낯이 익으신가요, 혹시?

네, 이 지도는 나사(NASA) 항공사에서 찍은 지구의 밤 사진입니다

하지만 이 사진 좀 아름답죠? 기본적으로

하지만 사진을 다시 한번 보게 되면

아름답지만은 않은 사진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린 때론 눈에 보이는 것들만 보게 되고

또 혹은 보고싶은 것들만 보기 마련이기 때문이죠

이 사진에서도 보이는 것은 미국 동부, 일본, 한국, 유럽 뿐입니다

보이지 않는 곳은 훨씬 많죠

아프리카, 호주, 남미, 그리고 북한은 너무 정말이지 너무 어둠 속에 있습니다


우리의 도시의 밤하늘을 비추는 불빛이라고 하는 것을 하나의 문명의 상징이라고 한다면

이 지도 안에도 사실은 그 문명의 격차들이 명확하게 드러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작년에 대한민국을 강타한 책이죠 마이클 샌달'정의란 무엇인가'

정의란 무엇인가

27살에 최연소 하버드대학교 교수가 된 마이클 센델 교수의 실제 하버드대 강의 '정의'를 바탕으로 쓴 책

이 책의 궁극적인 질문은 바로 '공동선'에 대한 질문입니다

앞서 보신 그 어둠속에 있는 지구의 다른 공동체 구성원들과

우리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그 책의 사실상 가장 중요한 질문일 수도 있는 것이죠


이 사진은 '에른스트 프리드리히'라는 사람이 1차 세계대전 이후에 쓴

'전쟁에 반대하는 전쟁'이라는 책에 실린 작품입니다

사실 이 사진에 있는 이 얼굴 이 한 인간의 얼굴은 우리 인간이 갖고 있는 잔혹함, 살육과 타락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겠죠

사실 이 사진 속 얼굴을 우리가 기억했다면 과연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났을까요?


여기 또 하나의 사진이 있습니다

이 사진은 미국 종군작가 '제임스 낙웨이'라고 하는 사람이

수단에서 영양보급센터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이 사진은 같은 작가가 찍은

소말리아에서 영양결핍으로 죽음을 맞이하는 한 소년에게

수의를 입히고 있는 장면입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사실상 이 모습입니다

우리가 늘 보고, 혹은 보고 싶어하는 모습은 좀 다르죠

그래서 5세 이하의 유아중에 빈곤에 의한 사망자 수는 약 1,000만 명이고

가난 때문에 매일 죽어가는 아이들은 유니세프 보고에 따르면 24,000명

그러니 이걸 시간으로 나누면 하루 24시간이니까

한 시간당 1,000명 정도가 가난, 혹은 가난에 의한 질병 때문에 죽어가고 있는 것이죠

제가 이 자리에 서서 이렇게 여러분과 대화를 하고 있는 순간에도

아프리카의 한 아이는 죽어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사진은 호화스러운 호텔 사진이 아니고요

보잉 787 드림라이너 비행기 안 사진입니다

놀랍죠? 여기 곡선이 보이시죠? 그림 끝에

구글 창립자인 '세르게이 브린'하고 '래리 페이지'가

자신의 전용기를 개조하고 업그레이드 시킨다 그러죠

그걸 하기 위해서 한 수십억 원을 들였다고 그래요


하지만 동시에 절대빈곤 기준인 1.25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하면 한 1,500원 정도가 될 거 같아요

그 이하의 수입을 가진 사람은 14억 명이고

좀 더 범위를 넓혀서 2달러 이하의 수입을 갖고 있는 사람은 27억명

그러니까 지구 거의 절반에 가까운 숫자가 하루 2달러 수입 이하의 가난에 있는 것입니다

27억명이니까 그 숫자는 어마어마하죠


하지만 동시에 또 미국에서 포장도 채 뜯겨지지 않은 채

버려지는 음식물은 매년 100조에 가깝다고 그래요

말하자면 정말 지독하게 극명하게 대비되는 인간 운명의 동시대적인 공존에 대해서

실은 우리는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앞서 강연하셨던 분이 언급하셨던 것처럼

잘 사는 것, 연결해서 타인과 함께 더불어 산다는 것이

SNS가 전부는 분명 아니라는 것이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고

또 내가 할 수 있는 능력의 범위는 과연 어디까지인가를 아는 것

그로부터 사실 희망도 인간적인 삶도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합니다


프랑스의 한 철학자 '자크 데리다'라는 사람은 

책임

responsibility

라고 하죠

이 책임의 문제를 철자를 몇 개 바꾸어서 

respondability

응답하는 것으로 설명했습니다


우리가 나의 가족이랄까요 내 동생이 추운 겨울에

맨발로 신발이 없어서 맨발로 학교를 가게 놔두지는 않지 않습니까?

내 신발이라도 벗어서 주게 마련이거든요

그게 이제 인간의 선한 본성일 수 있는데요

말하자면 그 신발이 없어서 맨발로 걸어나가야 하는 나의 동생에게

신발을 내어주는 그런 응답을 사실은 우리가 얼마 만큼 하고 있는지

혹은 우리가 무심코 지나가고 있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에 대해서

사실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제 그런 응답을 아주 탁월하게 잘 한 분들을 몇 분 소개하고

제 말씀을 마치려고 합니다


이 그림은 혹시 본 적이 있으신가요 ? 'Q 드럼'이라고 하는 것이죠

미국 스미소니언 연구소에서 '소외된 90%를 위한 디자인'이라는 책으로

한국에 번역이 되어있기도 합니다

아프리카의 한 소녀의 이야기로부터 이 아이디어는 시작이 되었는데요

우리는 물을 틀면 그냥 콸콸 물이 나오지 않습니까

뜨거운 물, 차가운 물 번갈아가면서 물이 나오지만

아프리카의 이 소녀는 한 4시간을 걸어서 물을 길러 가야만 합니다

그래서 떠올 수 있는 물은 고작 한 10리터 정도

오다가 행여 넘어지기라도 하거나 돌부리에 걸려서 다치기라도 한다면

그 물을 길으러 다시 또 4시간을 걸어서 가야되는 거죠

그래서 이런 아이들을 위해서 피엣 헨드릭스 (Piet Hendrikse)라고 하는 사람이

75리터짜리 'Q 드럼'을 디자인 한 겁니다


전세계 많은 유명한 디자이너의 95%는

세계 상위 10%를 위해서만 디자인을 합니다

여기도 뭐 아직 저도 정확히 보진 못했지만 명품들 있죠?

그 95%의 디자이너들이 오직 상위 10%의 소비를 위한 상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죠

하지만 역으로 선한 욕망을 선한 꿈을 가진 디자이너들은 1%밖에 안 되지만

그 1%의 디자이너들은 세계 95%의 사람들을 위한 디자인을 만드는 것이죠

이 'Q드럼'이 하나의 예시가 될 수 있을 겁니다


또 한 사람이 있습니다

미국의 하버드 대학교 의과대학 교수이자

동시에 지진이 났던 아이티의 '봉 소베르'라고 하는 아주 작은 소도시의 의사이기도 한 '폴 파머(Dr. Paul Farmer, 1959~)' 교수님이십니다

이분은 이전에 아시아인 최초의 미국 아이비리그 총장이 되신 '김용' 한국인

그러니까 한국 교포이시죠 김용 씨와 함께

'건강의 동반자들'이라고 하는 세계 의료 단체를 만들었어요

건강의 동반자들(Partners In Health)

미국 아이비리그 김용 총장과 폴 파머가 설립한

세게의 빈민가에 의료프로그램을 지원하는 단체


폴 파머의 질문은 이것입니다

왜 질병은 가난한 자에게 먼저 찾아오는가?

때로는 감기때문에 죽음을 맞이하는 상황 여러분 상상 되십니까?

감기약이 없어서, 혹은 나의 치통을 해결해 줄 진통제가 없어서

때로는 죽기도 하는 사람들의 상황에 대해서 폴 파머는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죠

그리고 그 문제가 궁극적으로 구조적 폭력에 있다라고 해서

가난한 자들을 위한, 혹은 의료 혜택이 부재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무상으로 의료 시스템을 제공하고 약을 제공하기도 하는

'건강의 동반자들'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단체를 아직도 운영하고 계십니다

이런 사례들은 무수히 많습니다




베네수엘라의 '엘 시스테마'라는 그룹 혹시 들어보셨는지요?

엘 시스테마(El Sistema)

경제학자인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 박사가 설립한

베네수엘라 빈민층 아이들을 위한 음악교육 프로그램

빈민층 아이들이 마약과 폭력과 총기에 노출되어 있는 아이들을 위해서 '총 대신 악기를 들어라'라는 슬로건으로

아이들에게, 이 빈민층 아이들에게 악기를 하나씩 건네주게 되고

그 아이들이 어느덧 26만명 가량 된다고 하죠

그리고 그 중에는 아주 걸출한 스타인 '구스타브 두다멜'같은 LA 필하모닉 상임 지휘자가 나오기도 하고


그래서 그 한 개인의 선택이 전지구적 변화를 일으켜 낼 수 있다라고 하는 그 사실 거기서부터 희망은 시작될 수 있는 것입니다

사실 대개 '내가 뭘 할 수 있을까?'라는 걸 의심하게 되잖아요


하지만 그걸 역으로 생각해 보면

한 인간이 전 지구를 얼마 만큼 망쳐놓을 수 있는지도 히틀러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한 인간의 손에, 혹은 한 인간의 생각 때문에 500만 명, 600만 명이 죽었으니까요


또한 아주 작게는 자신의 철학 선생직을 버리고

영국에 있는 공장에 취직하여서 노동자들과 함께 삶을 살다가

34세로 요절한 프랑스 여성 철학자 '시몬 베유'도 있고요

시몬 베유(Simone Weil, 1909~1943)

부유한 가정에서 자랐지만 노동운동가로 살면서

가난한 이들과 함께 지내다가 34살에 요절한 프랑스의 사상가


또는 그 아우슈비츠 아사감방에서 무작위로 선별되어 죽음을 맞이했던 사람을 대신해서 

'이사람 대신 내가 죽겠소' 라고 했던 '막시밀리안 콜베' 신부님도 계십니다

막시밀리안 콜베(Maksymilian Kolbe, 1894~1941)

2차 세계대전 중 유대인을 도왔다는 이유로 나치에 체포되고

아우슈비츠에서 다른 사람을 대신해 처형당한 폴란드의 신부


그래서 우리의 한 개인의 선택이 어떤 전지구적 변화를 일으켜낼 수 있을 것인가는 앞서 말씀하셨던 것처럼 그런 SNS 등등을 통해서

우리의 힘은 훨씬 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넓은 범위까지 미칠 수가 있습니다

우린 그런 시대에 살고 있다'라는 것이죠


앞서 말씀드렸던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 혹은 그들이 살고 있는 세상도 물론 있습니다

영화배우 '윌 스미스' 같은 경우는 시카고에서 영화를 찍고

자기 비행기를 타고 뉴욕에 가서 밥을 먹고 다시 비행기를 타고 집에 귀가를 한다고 하죠

그 비행기를 한번 띄우는 데는 작게는 천만원 이상이 든다고 하는데도


또한 페이스북을 만들었던 '마크 주커버그' 같은 경우도

현재 사용하는 인원이 6억 명 정도가 된다고 하잖아요

지구 인구의 10분의 1입니다

최소한 페이스북을 통해서 내가 만날 수 있는 사람의 범위는 6억명이라고 하는 거죠


그래서 이 개인의 한 노력과 선한 꿈이 이뤄낼 수 있는 변화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큰 범위에 있습니다

그래서 희망이라고 하는 것은 그 존재의 있음과 없음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신뢰와 불신, 내가 믿는 것으로부터 시작될 수 있습니다


제가 오늘 '희망의 진원지를 찾아서'라는 제목을 붙였지만

희망의 진원지는 다른 곳에 있지 않습니다

간디가 얘기했듯이

당신이 원하는 변화, 그 변화가 되어라


희망의 진원지는 선한 꿈을 갖고 있는

혹은 꿈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여러분 그리고 우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이죠


그래서 그 희망을 믿는 것

그 희망이 내가 될 수 있다는 그 사실을 믿는 것

그 가능성을 끊임없이 추구하는 것이

앞서 보았던 아픈 인간의 얼굴들을 하나씩 지워나갈 수 있는 길이 되지 않을까 생각을 합니다

감사합니다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