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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바시 1546회 | 건강하게 민폐 끼치며 삽시다 | 함광성 상담 전문가 , '모두에게 잘 보일 필요는 없다' 저자

건강하게 민폐 끼치며 삽시다 | 함광성 상담 전문가, '모두에게 잘 보일 필요는 없다' 저자 | #상담 #힐링 #건강 | 세바시 1546회

 

둘 다 심리상담사인 우리 부부도 이 문제로 자주 싸웁니다

 

 

 

옛날 별명이 프로 죄송러였거든요. 

무슨 말만 하면 자꾸 미안한데, 죄송한데 이 말을 너무 달고 사는 거예요.

죄송하지만 물 좀 주세요. 죄송하지만 김치 좀 주세요.

죄송한데 계산 좀 해요. 

제가 이렇게 자꾸 쭈글쭈글거리니까 

아내가 나중에는 자기 미안한데 라는 말 하루에 딱 세 번만 쓰라고,

왜 자꾸만 이렇게 죄송해 할까요?

 

 

건강하게 민폐 끼치며 삽시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저는 심리 상담을 하고 있고요.

10년 차 상담심리사입니다. 

조금 TMI인데요.

제 아내도 상담심리사예요. 

그래서 저희 부부가 함께 좀 작은 상담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보통 그 부부가 둘 다 상담을 하고 있다고 하면요.

제일 많이 듣는 말은 이거예요. 

"어머 선생님 두 분이 둘 다 상담하시면 싸울 일은 없겠어요?"

어떨 것 같으세요?

천만해요.  그런 게 어디 있어요? 

다른 부부들이 그렇듯 저희도 엄청 많이 싸우는데요.

오히려 다른 부부들이라면 잘 안 싸울 것 같은 독특한 포인트에서 싸움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저희가 신혼 때 싸웠던 얘기 중에 하나를 좀 들려드릴게요.

 

사실 싸웠다기보단 혼났어요. 

혼난 얘기인데, 아내가 그날따라 뭔가 되게 표정이 안 좋은 거예요.

사실 아내가 표정 안 좋을 이유는 수십 가지 수백 가지겠죠?

근데 제가 아내한테 가서 말합니다. 

저 혹시 내가 뭐 잘못한 거 있어?

아내가 아니라고, 아니라고 근데 한 2시간 있다 가서 또 그러는 거예요.

잘못한 거 진짜 없어? 진짜 없어?

이러다가 다음 날은요. 

우리가 어딜 가기로 했는데 아내가 이제 늦장을 부려가지고 기차 시간을 놓쳤어요.

아내가 잘못했잖아요. 

근데 그런 아내에게 가서 제가 또 이렇게 말합니다.

미안해. 내가 이거 빨리 시간 더 체크해서 빨리 가자고 했어야 되는데,

제가 이렇게 자꾸 쭈글쭈글거리니까

이쯤 되니까 이제 아내도 짜증이 나는 거예요.

내가 뭐 눈치 준 적도 없고, 내가 무서운 사람도 아니고, 왜 자꾸 나 나쁜 사람 만드냐 이거죠.

 

 

그러니까 하다 하다가 아내가 나중에는 

자기 미안한데라는 말 하루에 딱 세 번만 쓰라고 이런 말까지 하더라고요.

 

 

 

근데 좀 잘 생각을 해 보니까요.

제가 옛날엔 더 했던 것 같아요.

좀 창피한 얘기인데 제 옛날 별명이 프로 죄송러였거든요.

프로 죄송러 

무슨 말만 하면 자꾸 미안한데 죄송한데 이 말을 너무 달고 사는 거예요.

그러니까 뭐 어디 식당만 가도 

죄송하지만 물 좀 주세요.

죄송하지만 김치 좀 주세요 

죄송한데 계산 좀요. 

 

 

또 이제 뭐 a한테 연락해서는 너무 오랜만에 연락드려서 죄송해요.

이 전화 끊고 이번엔 b한테 전화해서 갑자기 연락드려서 또 죄송하다고,

이런 거 보니까 너 프로 죄송하다 주변에서 이랬던 거죠.

 

 

 

여러분들은 어떠세요? 

미안하다 죄송하다 이런 말 자주 쓰세요?

근데 우리가 진짜 이 죄송하다는 말을 쓸 때마다 정말 죄를 지은 거라면, 우리는 지금 아마 여기서 못 만났겠죠?

구치소나 교도소나 이런 데서 만나지 않았을까요?

아 그런데도 우리는 왜 자꾸만 이렇게 죄송해할까요?

잘 생각해 보면 좀 착해서 그래요. 착해서 그래요.

무슨 말이냐면, 다른 사람한테 폐 끼치고 싶지 않고, 다른 사람 힘들게 하고 싶지 않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싶은 마음에서 그런 말들이 자꾸 입버릇처럼 나오는 거죠.

 

 

 

근데 제가 지금까지 이렇게 좀 상담을 하면서 보니까요.

이런 분들 중에서는 많은 경우 이런 특징들이 있더라고요.

다른 사람에게 민폐 끼치지 않는 거,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거에다가 너무 많은 에너지를 쓰다 보니까

정작 내가 나에게 민폐를 끼치고요.

내가 나를 배려하지 않는 분들이 정말 많다는 걸 알게 됐어요.

어떤 분들은 앞에 있는 사람 막 웃겨주고 싶어 가지고 나를 막 깎아내리면서 막 웃긴 말을 해요.

자기 비하 개그라고도 하죠. 

 

 

또 어떤 분들은 내가 직장 상사예요.

직장 상사면 이렇게 업무 지시를 해야 되잖아요. 

업무 지시를 못 하는 거예요.

이 업무 지시를 하면 또 저 사람한테 피해 주는 것 같다 이거죠.

그래서 혼자 일을 다 떠맡고, 그러다 이제 결국 잘 알고 계시는 번아웃이 오기도 하는 거죠.

어떻게 보면 나한테 폐 끼친 거죠. 

 

 

관계라는 건 타인을 존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나도 존중해야 되는 게 어떻게 보면 건강한 관계잖아요?

근데 이런 분들은 타인을 너무 존중하다가 나를 소외시키고 굉장히 타인 중심적인 관계를 맺는다는 거죠.

우리는 어떻게 하면 타인을 존중하는 만큼 나도 존중하면서 건강한 관계를 맺을 수 있을까요?

 

오늘 세 가지 이야기를 드리려고 합니다. 

 

 

 

어느 날 상담실에 굉장히 좀 뭐랄까 따뜻한 인상을 가진 한 여성분이 찾아오셨어요.

이분이 직장에서 별명이 천사래요. 진짜 천사 같아요.

주변 사람 정말 끔찍이 잘 챙기고요. 

도와달라고 말하기 전에 먼저 알아서 찾아서 도와주고요.

남들이 모두 꺼려하는 무언가가 있다면 이분이 솔선수범해서 하세요.

그래서 이분한테 이렇게 얘기했어요. 

누구 씨

누구 씨가 주변 분들을 정말 배려하고 챙기고 잘 존중하시는 것 같은데,

정작 그러느라고 본인 스스로를 너무 안 챙기고 안 존중해 주시는 것 같아서 제가 마음이 너무 속상합니다

라고 말씀을 드렸어요.

그랬더니 이분이 하시는 말씀이 선생님 저도 저를 되게 존중하고 예뻐해 주고 싶은데요.

제가 저를 존중하기엔 전 잘난 게 너무 없어요. 

전 장점이 없어요.

이런 얘기를 하시는 거죠. 

 

 

실제로 이분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이 장점 찾는 걸 참 어려워해요.

우리도 참 그게 어렵죠?

 

 

 

자 제 얘기를 하나 들려드릴게요.

저는 남고 이과 출신이고요. 그래서 대학도 이공계열로 갔어요. 컴퓨터 쪽으로 갔어요. 

근데 한 1년 해보니까 못 해 먹겠는 거예요.

이 길은 내 길이 아니다는 느낌이 강하게 왔어요.

그래서 아 이거 안 되겠다 전공 바꿔야겠다 그래서 막 진로 고민을 했죠.

우리가 진로 고민할 때 내가 뭐 좋아하지? 뭐 잘하지? 이런 거 고민하잖아요.

나도 뭐 잘하지 막 이렇게 고민을 해봤는데 잘하는 게 없는 거예요.

특별히 잘하는 게 하나도 없는 거예요.

어떡하지? 어떡하지? 이러다가

생각해 보니까 애들이 본인의 힘든 얘기 고민 얘기를 저한테 자주 하는 거예요.

이런 걸 보니까 내가 특별히 뛰어나게 잘하는 건 없는데, 사람 말을 잘 듣긴 듣나 보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럼 사람 말을 이렇게 잘 듣는 거를 뭔가 이렇게 진로로 찾을 만한 게 뭐가 있지? 하고 막 찾아보다가 심리 상담이라는 분야를 알게 된 거죠.

그래서 이쪽으로 이제 전과에서 학부 다니고 석사 과정, 박사 과정 하면서 이제 여기까지 온 거죠.

그렇게 해서 이제 훈련을 하다 보니까요. 

그나마 좀 잘 듣는 거였던 게 점점 더 잘 들어지더라고요.

만약에 제가 아마 처음에 남의 말을 잘 듣는 거, 이걸 그나마 나은 장점으로 여기지 않았다면, 아마 전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거예요.

 

 

장점은 남보다 뛰어난 것이 아니라 내 안에서 그나마 나은 것이다.

 

 

그러니까 만약에 여러분들도 정말 장점을 찾고 싶다면요.

남보다 뛰어난 걸 찾지 마시고 내 안에서 그나마 나은 걸 찾아보세요.

그리고 그걸 개발시켜 보세요.

그러다 보면 처음에는 내 안에서 그나마 나은 것이었던 그 장점이 어느샌가 남들과 견주어도 크게 꿀리지 않는 장점이 될 거고 더하면 남들보다 뛰어난 장점이 될 수도 있다는 거예요.

 

 

 

 

두 번째로 드리고 싶은 말씀은요. 

조금은 식상할 수도 있는데 자존감 얘기를 조금만 해볼게요.

어 제가 어느 날 인스타에서 디엠을 받았어요.

디엠을 받았는데, 선생님 저는 자존감이 너무 낮아서 인간관계에서 자꾸 호구가 돼요.

그래서 제가 자존감을 높여봐야겠다 마음을 먹고 책도 보고, 유명한 분의 강연도 찾아다니고, 나름의 어떤 자기 수양을 많이 했는데 선생님 근데 자존감이 안 높아져요.

어떻게 하면 자존감을 높일 수 있을까요? 딱 한 가지만 얘기해 주세요.

너무 어려워요. 딱 한 가지를 어떻게 말해, 한참 고민하다가 그래도 답장을 했어요.

누구님 자존감을 높이고 싶다면 자존감이 높은 척하고 살아보세요라고 말씀을 드렸어요.

 

 

자존감을 연기하라

 

 

많은 분들이 자존감을 높이고 싶다고 말씀 그러니까 마음의 근육을 키우고 싶다고 말씀을 하시는데 

어쩐지 이 몸의 근육을 키울 때만큼의 노력을 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

자존감 말 그대로 그냥 감이니까 약간 마음먹기 달렸다고 생각을 하시고 막 책이나 강연이나 이런 것들을 좀 답습하죠.

마치 어떤 도를 깨우치듯이 자존감이 뿅 하고 높아질 거다라고 생각을 하시는 분들이 정말 많은 것 같아요.

죄송하지만 

또 죄송하지만이라고 그랬네. 

자존감을 높이는 거 정말 쉽지 않아요.

적어도 우리가 근육을 만들어서 바디 프로필 찍을 정도의 어떤 고생 혹은 그 이상의 고생을 각오하셔야 높일 수 있어요.

사실 PT 받는 것처럼 이제 마음 피티라고 하는 심리 상담을 받으면 당연히 도움이 되시겠지만 

우리가 PT 말고 홈트를 하기도 하잖아요.

좀 홈트처럼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방법들을 좀 얘기해 보려고 해요.

 

 

지난 한 주 간, 내가 자존감이 낮아서 생겼던 에피소드는?

 

먼저 첫 번째는요 이 질문에 한번 답변을 해 보시는 거예요.

지난 한 주간 내가 자존감이 낮아서 생겼던 에피소드는 뭔지를 떠올려보는 거예요 

 

두 번째는요 이 질문에 답을 해보는 거예요.

만약에 진짜 마법처럼 기적처럼 내 자존감이 뿅하고 높아졌다면, 뿅하고 높아졌다면 

내가 다음 주에 어떤 행동들을 할 수 있을 것 같은지를 최대한 많이 떠올려 보는 거예요.

 

만약 내가 자존감이 높다면 다음 한 주 동안 어떤 행동을 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이제 답을 해보면 사람마다 생각하는 자존감의 정체가 굉장히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어떤 분은 내가 자존감이 높다면 내 돈 빌려가서 몇 달째 안 갚고 있는 친구한테 야 내 돈 빨리 갚아 이 말할 거어요라는 분도 있고요.

어떤 분은 주간 회의에서 늘 나한테 무례하게 대하는 김 대리한테 자꾸 그런 식으로 하시면 제가 너무 불쾌합니다.

그렇게 안 하셨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분명하게 말하는 모습을 떠올리기도 하고요.

이렇게 어떤 행동을 할지를 떠올려 보는 거 

 

 

 

자 마지막 3단계예요.

이 3단계가 제일 어렵고 제일 중요해요. 

자 우리가 이 2단계에서 어떤 행동을 할지 떠올려 봤죠?

이 행동들을 이제 실제로 해보는 거예요. 

겁날 거고요.

어색할 거예요. 

절대 그 행동이 여러분의 마음에서 우러나서 나와지지 않을 거예요.

그래서 우리는 이 행동들을 억지로 연기한다는 마음이 필요해요.

그러니까 마치 자존감이 높은 사람인 척하고 사는 거죠.

 

 

포인트는 '억지로', '척' 하기

 


이렇게 억지스러운 행동이 왜 도움이 되냐면요. 

우리의 마음이랑 우리의 행동은 서로 쌍방향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그래요.

 

 

마은 vs 행동

 

 

우리의 자존감이 높다면 좋은 행동들이 당연히 나올 거예요.

하지만 반대로 자존감이 높은 사람들이 할 법한 행동들을 하다 보면 자존감이 억지로 따라오기도 한다는 거예요.

그렇게 우리는 처음에는 비록 자존감을 연기하겠지만 나중에는 자존감이 몸에 밴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거죠.

 

 

 

 

마지막으로 좀 드리고 싶은 얘기는요.

우리가 모든 관계에서 어차피 서로 피해를 주고 살 수밖에 없다는 걸 인정하셨으면 좋겠어요.

 

어차피 우리는 '민폐'를 주고 받는다.


정말 많은 분들이 다른 사람에게 절대 피해 주고 살면 안 된다 라는 신념 신조를 가지고 사세요.

아무리 조심해도요. 

우리가 그냥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서로에게 피해를 줄 수밖에 없어요.

서로의 물리적인 정서적인 접촉이 있는 한 우리는 서로 피해를 끼치면서 살 수밖에 없어요.

우리가 가깝고 소중한 관계라는 건 서로 좋은 것만 주고받는 관계가 아니에요.

생각해 보면 우리가 성인이 돼서 카페에서 커피 한 잔 마시면서 교양 있는 얘기만 주고받은 그 관계는 안전할 순 있지만 깊어지거나 소중한 관계가 되기 조금 더 어렵죠.

우리가 어릴 때 사귀었던 친구들을 생각해 보면 커피가 웬 말이에요. 서로 코피를 터트리면서 지낸 사이죠.

사실 그 관계가 조금 더 깊어지고 소중할 수 있는 이유는요.

좋은 것만 주고받았기 때문이 아니라 좋은 거 안 좋은 거 다 많이 나누고 살았기 때문이에요.

이렇게 좋은 거 안 좋은 거 다 많이 주고받는 관계를 전문 용어로 지지고 볶는 관계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지지고 볶는 관계 우여곡절을 함께 하는 그 관계가 그 관계를 더욱더 짙어지고 소중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사람 '인'

 

화면에 보시면 사람 인 자예요. 저는 저 글자를 저 글자를 보면요.

이 사람인이라는 글자가 어떤 인간 그리고 어떤 관계의 본질을 나타내고 있는 것처럼 보여요.

보면 이렇게 두 개가 서로 이렇게 기대고 있죠. 그 관계라는 게 그런 것 같아요.

내가 상대방한테 기대면 상대방이 조금 힘들 거라는 걸 알아요.

그래도 기대는 거 반대로 상대방이 나에게 기대면 나도 좀 힘들어요. 그래도 기대게 해주는 거 

어떻게 보면 사람들은 서로 이렇게 기대서 민폐를 주고받고 있을 수도 있지만 

그러면서 지지고 볶으면서 더 소중한 관계를 맺고 있을 수도 있다는 거죠.

그 민폐 끼치는 거 너무 두려워하지 마시고요.

서로 민폐도 끼치고 사랑도 주고받고 지지고 볶으면서 소중한 관계를 더 많이 만드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이런 노력들을 통해서 타인을 배려하는 만큼, 타인을 존중하는 만큼, 딱 그만큼

나도 배려하고 나도 존중하는 우리가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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