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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 위 5호흡이 가르쳐준 꾸준함의 진리 — 배우·작가 김지호의 아쉬탕가 요가 10년 | 세바시 1967회 시선을 내 안으로

"못 할 것 같으면 도망치기 바빴던 제가 깨달았어요. 변화라는 건 가만히 앉아 걱정만 한다고 오는 게 아니라 실천과 꾸준함이 가져다 준다는 걸요." — 배우이자 작가, 그리고 10년차 아쉬탕가 요기이로 이번엔 무대에 선 김지호가 세바시 1967회에서 풀어낸 '꾸준함'에 관한 17분 이야기입니다.

📌 한 줄 요약

너무 계획하지도, 결심하지도 말고 그냥 꾸준히 — 매일 안 해도 된다. 잘 못해도 괜찮다. 시선을 안으로 돌리는 순간 변화는 이미 시작된다.

⭐ 추천 점수

★★★★★ 5/5 — 17분 동안 '꾸준함'이라는 평범한 단어가 매트 위 한 동작의 5호흡으로 단단해집니다. 요가 모르는 사람에게도 통하는, 도망치고 회피하는 자신을 알아본 적 있는 모든 사람에게 닿는 강연.

👥 이런 분께 추천해요

① 뭐든 쉽게 얻고 쉽게 질려서 "오래 하는 게 없는" 어정쩡한 자신이 답답한 분

② 못 할 것 같으면 미리 도망치거나 합리화 핑계부터 만드는 습관에 지친 분

③ 50세 전후 새로운 무언가를 시작해도 되는지 망설이는 분 (김지호는 나이 50에 첫 강연 무대)

📑 목차

1. 인기와 비난, 도망치던 배우 — 일이 지옥 같았다
2. 어정쩡한 김지호 — 뭐든 쉽게 얻고 쉽게 질리던 사람
3. 요가 입문 — 안전한 맨 뒷자리에서 시작
4. 아쉬탕가 — 같은 시퀀스 반복이 만든 성취감
5. 우띠따 하스타 파당구쉬타사나 — 옆 사람 다리가 흔들리면 내 다리도
6. 코로나 집수련 — 시선이 안으로 향한 순간
7. 매트 위, 혼자 견뎌낸 시간이 만든 근육

 

세바시 1967회 — 시선을 내 안으로 돌렸을 때 진짜 마음의 근력이 생깁니다 (배우·작가 김지호)

 

흑백 사진 속 단발 머리에 긴 귀걸이를 하고 두 손을 모은 채 옆을 바라보는 배우 김지호의 강연자 카드
배우·작가 김지호 강연자 카드 (월간 세바시 4월 강연회 '봄빛질주')

 

매트 위 5호흡이 가르쳐준 꾸준함의 진리 — 배우 김지호의 요가 10년

1. 인기와 비난, 도망치던 배우 — 일이 지옥 같았다

 

파란 셔츠와 흰 카디건을 입은 김지호가 입을 다물고 정면을 바라보는 드라마 한 장면
"준비되지 않았던 내가 창피하고 부끄러워 도망쳤습니다" (출처: KBS 드라마 〈참 좋은 시절〉 캡처)

 

강연의 첫 문장은 "잘 해야지, 그렇게밖에 못 하면 어떡해"였습니다. 아무런 준비도 안 됐던 김지호는 우연한 기회에 배우가 됐고, 너무나 갑자기 엄청난 인기와 사랑을 받게 됩니다. 사람들의 기대는 컸고 — 정작 본인은 "처음이라 못 할 수 있잖아요"라는 자연스러운 사실 앞에서 자기를 용서하지 못했습니다.

"제 인기와 위치 덕분에 당연히 잘하는 사람이어야 했어요." 창피함과 부끄러움 때문에 현장이 지옥 같았다고 말합니다. 그렇게 도망치기 시작했고, 도망치기 위한 이유와 핑계를 만들었습니다. 합리화의 끝에 남은 건 자기 비난뿐이었습니다 — "그것도 못 견뎌? 그것도 못 해?"

2. 어정쩡한 김지호 — 뭐든 쉽게 얻고 쉽게 질리던 사람

 

체크무늬 머플러를 두른 어릴 적 김지호의 SNS 옛 사진과 자막
"뭐 하나 꾸준히, 제대로 하는 게 없는 어정쩡한 김지호" (출처: 김지호 SNS)

 

도망치는 습관은 갑자기 생긴 게 아니었습니다. 김지호는 원래 꾸준함과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고 솔직하게 인정합니다. 뭐든 습득이 빠르고 직관적이라 쉽게 얻고, 쉽게 어느 정도 잘하고, 쉽게 질려했습니다. "소위 말하는 어정쩡이. 여기도 그런 분들 계실 거예요."

잘할 것 같지 않으면 회피하고, 시간 지나면 '해볼걸' 미련이 쌓이고, 도전 못한 자신에 대한 실망감이 마음에 쌓였습니다. 방송 일을 하면서 그 성향은 점점 심해졌고요.

3. 요가 입문 — 안전한 맨 뒷자리에서 시작

 

대나무로 만든 아치형 야외 요가 사원에서 매트 위에 가부좌로 앉아 명상하는 김지호
매트 하나만 있으면 시작할 수 있는 요가 — 야외 요가 사원에서 명상하는 김지호

 

다른 데서 자기를 채워보려고 자전거, 그림(어떨 때는 8~15시간 작업실에 처박혀서) 등 여러 가지를 해봤지만 채워지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 떠올린 게 — "매트 하나만 있으면 내 몸뚱이와 의지로 할 수 있는 게 요가잖아."

처음 간 요원에서 김지호는 모두를 볼 수 있지만 그 사람들은 자기를 보지 않는 가장 뒷자리에 섰습니다. 동작도 순서도 모르니까 눈치 보면서 허겁지겁 따라하던 시간. 운동 부심이 있던 자신이 흔들흔들 비틀비틀, 중심 잡는 게 그렇게 힘들 줄 몰랐다고요. "어라, 이게 안 된다고?" — 그 순간 오기가 붙었습니다.

4. 아쉬탕가 — 같은 시퀀스 반복이 만든 성취감

 

매트 위에서 머리를 바닥에 대고 두 다리를 위로 곧게 뻗은 핸드스탠드 자세의 김지호
아쉬탕가 요가(Astanga yoga) — Astou(8) + Anga(단계), 8단계를 수련한다는 의미 (출처: 김지호 SNS)

 

김지호가 시작한 요가는 아쉬탕가. 365일 똑같은 시퀀스를 매일 반복하는 수련이라 동작과 순서에 빠르게 익숙해집니다. 어느 정도 익숙해지자 어려운 고난이도 동작들이 나오기 시작했고요.

"와, 이게 인간의 몸으로 가능한 거야?" 형상을 취할 때마다 고통이 따르고, 버티기 힘들고, "그만할까, 도망갈까, 짜증나" 같은 불편한 감정들을 마주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그냥 흘려보냅니다. 도망치지 않습니다. 다시 매트 위에 올라서고, 또 연습하고, 또 연습하고 — 그 반복이 만들어낸 작은 성취감이 늘 '못하는 아이'라 생각했던 김지호의 마음에 자신감을 쌓아주기 시작했습니다.

5. 우띠따 하스타 파당구쉬타사나 — 옆 사람 다리가 흔들리면 내 다리도

 

흰 요가복을 입은 사람이 한 다리로 서서 다른 다리를 옆으로 들어 올린 우띠따 하스타 파당구쉬타사나 자세
우띠따 하스타 파당구쉬타사나(Uttita Hasta Padangushtasana) — 한 다리로 중심 잡고 다른 다리를 옆으로 뻗는 동작

 

강연에서 김지호가 직접 시연한 동작이 있습니다. 우띠따 하스타 파당구쉬타사나(Uttita Hasta Padangushtasana). 산스크리트어로 우띠따는 뻗다, 하스타는 손, 파당구쉬타는 발가락, 아사나는 동작. 한 다리로 중심 잡고 다른 다리를 들어 5호흡, 옆으로 5호흡, 손 놓고 5호흡 — 버티는 힘·뻗는 힘·누르는 힘·집중력·코어가 모두 협업해야 버틸 수 있는 고난이도 자세.

김지호가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한다 싶었을 때조차, 이 동작 두세 동작 전부터 머릿속은 거기에 가 있었다고 합니다. "오늘은 안 흔들려야 하는데." 막상 동작에 들어가 입을 꽉 다물고 한 다리로 잘 섰는데 — 저쪽에서 누군가의 다리가 흔들리는 게 보이면, 멀쩡하던 자기 다리도 같이 흔들리고, 그 사람 다리가 떨어지면 자기 다리도 툭 떨어졌다고요. "아니 쟤 왜 하필 내 옆에 서 가지고…" 옆에 누가 매트를 까느냐까지 신경이 쓰이던 시절이었습니다.

6. 코로나 집수련 — 시선이 안으로 향한 순간

 

식물이 가득한 곳에서 검은 옷을 입은 김지호와 검은 안경을 쓴 남편이 환하게 웃고 있는 셀카
"마음에 여유가 생기니 관계에도 여유가 생겼습니다" — 김지호와 남편 (출처: 김지호 SNS)

 

그러다 코로나가 왔습니다. 수련원을 갈 수 없어 집에서 혼자 수련을 시작했고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 수련하는 동안 마음에 불편함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다리를 들어 흔들려도 떨어져도 다시 들어서 하고, "이때 어떻게 하면 안 흔들릴까, 아, 내가 여기 좀 더 밀렸구나" — 어떻게 잘 설 수 있는지에만 집중하고 있더라는 거예요.

 

빨간 요가복을 입은 김지호가 한 다리를 손으로 잡아 위로 들어 올린 자세로 자택 매트 위에 선 모습
"시선을 내 안으로 돌리니 도전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지는구나" — 자택 매트 위 (출처: 김지호 SNS)

 

그때 머리를 탕 쳤습니다. "야 김지호, 너 좀 달라졌다더니 여전하구나. 너의 시선은 아직도 밖으로 향해 있었구나." 그동안 흔들리고 떨어지는 게 두려웠던 게 아니라, '이제 좀 한다'고 하는 자기가 흔들리고 떨어지는 모습을 남에게 보이는 게 싫었던 거였습니다.

시선을 안으로 돌리니 도전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졌고, 결과보다 과정을 즐기게 됐습니다. 그리고 그게 어느 순간 가족·관계에도 옮겨갔습니다. 남편 행동에 날 서 있던 자신이 "저 사람은 저런 사람이니까 그럴 수 있어"로 받아들여졌고요. 김지호의 남편이 주변에 하는 말 — "지호가 요가 안 했으면 우리 벌써 이혼했어."

7. 매트 위, 혼자 견뎌낸 시간이 만든 근육

 

흰 탱크탑을 입은 김지호의 뒷모습 — 등 뒤에서 두 손을 합장 자세로 모은 모습
"매트 위, 혼자 견뎌냈던 시간들은 몸과 마음을 보다 단단하게 만들었습니다" (출처: 김지호 SNS)

 

강연 막바지에 김지호는 한 우스개를 풉니다. 예전에 매니저가 "다리를 일자로 찢을 수 있으면 CF 한 편 할 수 있대"라고 연락 왔던 적이 있었답니다. 돈에 눈이 멀어 "해본다"고 답했고, 잠 안 자고 선생님을 괴롭히며 다리를 찢었지만 — "마음만 찢어지더라고요." 결국 다른 동작으로 대체해 촬영했죠.

 

주황색 요가 팬츠를 입은 김지호가 자택 매트 위에서 다리를 일자로 완전히 찢은 자세로 앉아 있는 모습
꾸준함이 만든 결과 — 자택 매트 위 완전한 다리 찢기 자세

 

그런데 세월이 흘러 매트 위에서 꾸준히 요가를 하다 보니, 다리가 어느새 찢어져 있더라고 합니다. "저는 이런 게 될 줄 몰랐어요. 꾸준히 하면 다 할 수 있습니다. 100% 똑같은 형상이 되지는 않아도 점점 그 형상에 근접해 가요."

강연의 결론은 한 문장 — "잘 못 해도 괜찮고, 실수해도 괜찮고, 못 생기게 해도 괜찮다. 그러나 너무 서두르거나 욕심내지는 말 것." 김지호 본인도 "오늘 너무 잘해야겠다 욕심냈으면 정말 힘들었을 것"이라고요. 무대에 오르기까지 두려웠지만 결국 마음의 소리를 들었습니다 — "어, 나이 50에 강연 무대에도 한 번 서봐야지." 그 한 번의 용기가 이 강연 17분을 만들었습니다.

✍️ 내가 밑줄 친 세 문장

"요가는 운동이 아니라 수련이라고 합니다. 신체를 다루면서 마음을 바라보고 다스리는 것." — 김지호

"너 좀 달라졌다더니 여전하구나. 너의 시선은 아직도 밖으로 향해 있었구나." — 김지호 (코로나 집수련 중 자기 자신에게)

"너무 계획하지도, 결심하지도 말고요. 그냥 꾸준히만 하시면 돼요. 매일 안 하셔도 돼요." — 김지호

📝 블로거 한 줄 후기

김지호가 "옆 사람 다리가 흔들리면 내 다리도 흔들렸다"고 말하는 대목 — 그건 단순한 요가 비유가 아니라 '밖으로 향한 시선'이 어떻게 사람을 휘청이게 하는가를 정확히 짚는 문장이거든요. 내 자리가 어떤 자리인지 들여다보기보다, 내가 못 듣는 그 자리에 신경 쓰느라 정작 내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놓치고 산 시간이 길었습니다. 잘 듣지 못해서 멋있게 못 쓸까봐 걱정하는 시선은 결국 밖을 향한 시선이고, 내가 듣지 못해도 쓸 수 있는 내 자리에서 한 호흡을 더 버티는 것 — 그게 결국 글의 다리를 찢어지게 만드는 시간이라는 걸 다시 배웠습니다. 그러니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오늘 하루 작은 매트 위 5호흡을 자기 자신에게 선물해보시면 좋겠어요. 잘 못해도 괜찮고, 매일 안 해도 괜찮습니다. 다만 시선만 살짝, 안으로.

💡 오늘, 단 한 가지만 해본다면

최근 자꾸 미루고 있는 일 하나를 떠올려, 오늘 딱 5분만 시작해보세요. 잘하는지 못하는지 평가하지 말고, 그냥 5분만. 김지호의 표현으로 — "매일 안 해도 되고, 잘 못해도 되고. 그냥 꾸준히만."

📚 더 보면 좋을 자료

김지호 배우가 요가를 통해 달라진 자기 삶을 정리해 책으로 냈습니다. 강연 끝에 본인이 "책의 저자로서도 이 자리에 섰다"고 소개했고, 이번 무대 출연도 그 책의 연장선상에 있죠. 요가 입문에 관심이 생긴 분이라면 김지호가 시작한 아쉬탕가 요가(365일 동일한 시퀀스를 반복하는 수련)의 입문 클래스, 그리고 강연에서 언급된 동작 우띠따 하스타 파당구쉬타사나(Uttita Hasta Padangushtasana)의 단계별 튜토리얼을 찾아보시면 좋습니다. 강연을 다시 듣고 싶을 때는 "시선을 내 안으로" 한 문장만 기억해도 충분합니다.

매트 위 5호흡이 인생을 바꾸지는 않을지 모릅니다. 그런데 5호흡 + 5호흡 + 5호흡이 어느 날 보면 다리를 찢어놓습니다. 우리 오늘도 — 그냥 꾸준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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