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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 축구·러닝 가이드 6년 — 장태기 시나브로 봉사단장의 '함께 뛰는 법' | 세바시 1965회 인생의 경기장

"시각장애인이 축구를 한다고요?" — 6년 동안 시각장애인 러너의 동반 주자로 함께 달려온 장태기 시나브로 봉사단장이 세바시 1965회 무대에서 풀어낸 시각장애인 축구·러닝 가이드 이야기입니다. 빛나눔 동반주자, 5인제 시각장애인 축구 가이드, 클라이밍 동반자로 누적 3,301시간을 채워온 그의 14년이, '가능과 불가능' 대신 '얼마나 어렵냐'의 언어로 다시 그려집니다. 듣지 못해도 읽을 수 있는 친구를 위해 이 블로그를 쓰고 있는 저에게도, '누군가의 가이드가 되어준다는 것'이 어떤 뜻인지 다시 묻게 한 강연이었습니다.

📌 한 줄 요약

혼자 뛰는 선수는 없다 — 우리는 서로를 믿고, 서로의 목소리를 듣고, 누군가의 가이드가 되어주며 인생이라는 경기장을 함께 만들어 간다.

⭐ 추천 점수

★★★★★ 5/5 — 12분 동안 '도전·신뢰·동반'이라는 세 단어가 머릿속에 깊이 박힙니다. 자원봉사·장애·러닝·축구 어느 키워드로 들어오시든 마지막엔 '나는 누구의 가이드가 되어줄 수 있을까'를 자문하게 됩니다.

👥 이런 분께 추천해요

① 새로운 도전 앞에서 "내가 잘못해서 누구를 다치게 하면 어쩌지"하고 먼저 망설이는 분

② "나는 안 될 거야, 이미 늦었어"라는 생각이 자주 발목을 잡는 분

③ 자원봉사·동반 러닝·장애 인식 개선처럼 '함께 뛰는 일'에 한 발 들여보고 싶은 분

📑 목차

1. 공을 볼 수 없는 사람들의, 공을 듣는 축구
2. 오렌지색 조끼 — 빛나는 동반 주자가 되다
3. "태기 님, 제가 왜 달리는지 아세요?"
4. 장대비 속 첫 가이드 — 갈팡질팡과 자책의 밤
5. "보이는 사람도 다친다" — 단호한 한마디와 1대 0의 승리
6. 클라이밍 — 가능·불가능이 아니라 '얼마나 어려운가'의 차이
7. 삶의 경기장에서 — 서로의 '가이드'가 되어주다

 

세바시 1965회 — 인생의 경기장에서 서로를 믿으면 벌어지는 일 (장태기 시나브로 봉사단장)

 

장태기 시나브로 봉사단장이 무대에서 꽃다발을 안고 마이크를 든 강연자 카드 이미지
장태기 시나브로 봉사단장 — 강연자 카드 (·세상을 바꾸는 시간 특집 강연회 — 우리, 서로에게 길이 되다)

 

혼자 뛰는 선수는 없다 — 시각장애인 가이드 6년이 가르쳐준 '함께 뛰는 법'

1. 공을 볼 수 없는 사람들의, 공을 듣는 축구

안대를 쓰고 분홍색 챔피언 유니폼을 입은 시각장애인 축구 선수들이 경기 전 모여 있는 모습
공을 '볼 수 없는' 사람들의 공을 '듣는' 축구 — 안대를 쓴 시각장애인 축구 선수들

강연은 단도직입적인 한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패스, 왼쪽, 슛, 골 — 환호성이 터지고 선수들이 서로를 부둥켜안는 평범한 축구장 풍경 같지만, 놀랍게도 이들은 공을 볼 수 없는 사람들입니다. 흔히 축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을 보는 것이라 생각하지만, 5인제 시각장애인 축구 선수들은 오직 귀로 판단하고 전력으로 뜁니다.

그들이 의지하는 것은 단 세 가지. 공 안에서 나는 작은 딸랑거리는 소리, 가이드의 목소리,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에 대한 믿음입니다. 장태기 단장은 묻습니다. 만약 공이 어디 있는지 눈으로 볼 수 없다면, 당신은 여전히 축구를 할 수 있겠느냐고요.

2. 오렌지색 조끼 — 빛나는 동반 주자가 되다

 

오렌지색 빛나눔 조끼를 입은 두 명의 러너가 손을 잡고 함께 달리는 모습
시각장애인 러너와 줄 하나로 연결돼 함께 달리는 빛나눔 동반주자(장태기, 등번호 20463)

 

원래 그는 혼자 달리는 것을 좋아하는 평범한 러너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공원에서 오렌지색 조끼를 입고 줄을 잡고 뛰는 사람들을 봤습니다. 시각장애인 러너와 함께 달리는 '빛나는 동반 주자', 빛나눔 봉사자들이었습니다.

"어, 나도 한번 해볼까?"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함께 달리는 동안 그는 점점 다른 감각에 빠져들었습니다. 상대를 믿고, 나 역시 신뢰를 받는 느낌 — 혼자 뛰던 시절에는 모르던 감각이었습니다. 그렇게 6년이 흘렀고, 한 사람의 인생에 가이드로서의 시간이 차곡차곡 쌓였습니다.

3. "태기 님, 제가 왜 달리는지 아세요?"

 

등번호 10번 '하지영'이 적힌 유니폼을 입은 시각장애인 선수가 축구장 골대 앞에 서 있는 뒷모습
"시각장애인이 축구를 한다고?" — 등번호 10번 하지영 선수

 

오랜 파트너였던 하지영 님이 어느 날 그에게 던진 질문이 모든 것을 바꿔놓습니다. "태기 님, 제가 왜 달리는지 아세요?" "달리는 걸 좋아하셔서가 아닌가요?" "아니요, 저는 축구를 잘하기 위해 달리는 거예요."

시각장애인과 축구라는 두 단어가 단번에 연결되지 않던 그에게, 지영 님은 곧이어 말합니다. 조만간 시각장애인 동호인 축구대회가 있는데, 우리 팀의 '눈' — 그러니까 가이드가 되어 줄 수 있느냐고요. 6년간 함께 달리며 쌓은 신뢰 위에서 그는 바로 "해보겠다"고 답합니다.

4. 장대비 속 첫 가이드 — 갈팡질팡과 자책의 밤

대회 당일, 하필 장대비가 쏟아졌습니다. 경기 시작과 함께 그의 머릿속도 혼란에 빠집니다. "오른쪽, 아 아니, 왼쪽! 수비 한 명, 아니 두…" 마음만 앞선 목청은 컸지만 지시는 갈팡질팡이었고, 선수들은 흔들렸습니다.

반면 상대 팀 가이드의 목소리는 크고 단호했습니다. "슈팅!" 한마디에 선수들은 망설임 없이 발을 내디뎠고요. 그렇게 두 경기 연속 패배. 라커룸으로 돌아오는 길, '내가 가이드를 잘했더라면…'이라는 자책감이 그를 무겁게 짓눌렀습니다.

5. "보이는 사람도 다친다" — 단호한 한마디와 1대 0의 승리

 

안대를 쓴 경기도 팀(회색 유니폼) 시각장애인 선수들이 빨간색 상대 팀과 공을 다투는 경기 장면
정확한 가이드에 선수들은 자신감이 붙는다 — 마지막 경기 1대 0 승리

 

속상해하는 그에게 지영 님이 다가와 말합니다. "태기 님, 가이드를 조금 더 적극적으로 해주세요." 그가 머뭇거리며 "혹시 가이드 하다가 다치실까 봐…"라고 답하자, 지영 님은 단호하게 되묻습니다.

"보이는 사람들도 축구하다가 자주 다친다면서요. 시각장애인이 축구하는데 안 다칠 수 있을까요?"

그 말에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한 충격이 옵니다. 선수들은 보호받기 위해 경기장에 온 것이 아니라 축구를 즐기기 위해 온 것이었습니다. 마지막 경기, 그는 목소리를 더 크고 단호하게 바꿉니다. 가이드에 자신감이 붙으니 선수들의 움직임이 달라집니다. 0대 0으로 팽팽하던 종료 직전, 하지영 선수가 공을 잡았고 — "때려!" 한마디에 강하게 찬 공은 골문 안으로. 결국 1대 0 승리. 지영 님이 그의 손을 꼭 잡으며 말합니다. "태기 님, 오늘 가이드 최고였어요."

6. 클라이밍 — 가능·불가능이 아니라 '얼마나 어려운가'의 차이

 

실내 클라이밍 벽에서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옆에 매달려 잡을 블록 위치를 알려주고 있는 모습
시각장애인 클라이밍 — 옆에 매달려 블록 잡는 위치를 안내하는 가이드

 

축구대회 이후 두 사람은 트라이애슬론, 서핑, 그리고 클라이밍으로 도전을 이어갑니다. 시각장애인이 클라이밍을? 강사도 처음엔 당황했지만 지영 님은 누구보다 적극적이었습니다. 블록을 손으로 만지고 귀로 들으며 상상하던 클라이밍을 하나씩 즐겼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결국 정상까지 올라갑니다.

 

축구장에서 안대를 쓴 시각장애인 선수와 등번호 12번 선수가 공을 두고 다투는 장면 위에 적힌 자막
"가능과 불가능이 아닌, 어렵냐·'많이' 어렵냐의 차이일 뿐" — 하지영의 한마디

 

식사를 하던 중 지영 님이 그에게 건넨 말이 강연의 가장 단단한 한 줄로 박힙니다.

"사람들이 저를 볼 때 '이건 가능하다, 저건 불가능하다' 이렇게 나누곤 해요.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그건 가능과 불가능이 아니라 조금 어렵냐, 아니면 많이 어렵냐의 차이일 뿐이죠."

그날 이후 장태기 단장의 시선이 바뀝니다. 누군가를 바라볼 때 "저 사람은 할 수 있을까"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함께 해볼 수 있을까"를 먼저 묻는 사람이 되었거든요. 그리고 지영 님의 용기를 보며 자신도 용기를 내, 평생 10명 앞에서도 못 떨던 그가 100명 앞에서, 그리고 마침내 세바시 무대 위에 섰습니다.

7. 삶의 경기장에서 — 서로의 '가이드'가 되어주다

 

농구 코트에서 여러 사람이 어울려 하이파이브를 나누며 함께 걸어가는 모습
삶이라는 경기장에서 서로의 '가이드'가 되어주다

 

강연은 시각장애인 축구장에서 인생의 경기장으로 자연스럽게 옮겨갑니다. 어떤 사람은 열정적으로 공격하고, 어떤 사람은 조용히 수비하고, 어떤 사람은 잠시 숨을 고르며 다음 경기를 준비합니다. 그러다 누구나 한 번은 벽에 부딪히죠. "나는 왜 이렇게 못할까?" "지금 가는 길이 맞나?" "이미 너무 늦은 거 아닐까?"

그때 우리가 해야 할 것은 혼자 멈춰 서는 것이 아니라, 곁에서 함께 뛰고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일이라고 그는 말합니다. 따뜻한 목소리로 길을 안내해 주는 사람, 우리 대신 공을 잡아주는 사람, "괜찮아, 다시 시작하면 돼" 말해주는 사람. 시각장애인 선수가 가이드의 목소리를 믿고 달리듯, 우리도 서로를 믿고 함께 경기를 만들어 갑니다.

 

세상을 바꾸는 시간 V 로고와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 로고가 함께 표시된 마무리 슬라이드
세바시V는 전국 자원봉사자들의 강연 —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 제작지원

 

강연의 마지막은 한 줄로 단정합니다. 혹시 지금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면 주위를 한 번 둘러보라고, 누군가는 당신을 믿고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고 — 당신 역시 누군가의 경기장에서 든든한 가이드가 되어줄 수 있다고요.

✍️ 내가 밑줄 친 세 문장

"보이는 사람들도 축구하다가 자주 다친다면서요. 시각장애인이 축구하는데 안 다칠 수 있을까요?" — 하지영

"그건 가능과 불가능이 아니라 조금 어렵냐, 많이 어렵냐의 차이일 뿐이죠." — 하지영

"괜찮아요. 우리는 함께 뛰고 있으니까요." — 장태기

📝 블로거 한 줄 후기

시각장애인 축구의 핵심이 '귀로 듣고 가이드의 목소리를 믿는 것'이라는 대목에서, 저는 정반대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이 새삼 낯설게 다가왔어요. 그런데 장태기 단장이 풀어낸 6년의 가이드 시간은, 결국 어떤 감각이 막혀 있든 결정적인 것은 '서로를 향한 신뢰' 하나라는 사실을 거듭 가르쳐줍니다. 누군가가 "그건 할 수 있어요/할 수 없어요"로 나누지 않고 "그건 좀 어려운데 어떻게 함께 해볼까요"라고 말해주는 순간, 닫혀 있던 문 하나가 살짝 열립니다. 그러니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오늘 어딘가에서 누군가의 '가이드'가 되어주고 있다면 그 목소리가 누군가에게는 골을 향한 결정적 한마디가 되고 있을지 모릅니다. 우리는 정말로 — 함께 뛰고 있습니다.

💡 오늘, 단 한 가지만 해본다면

주변에 새로운 도전을 머뭇거리는 사람이 있다면, "할 수 있을까?" 대신 "어떻게 하면 같이 해볼까?"로 한 번만 문장을 바꿔서 말 걸어보세요. 한 단어 차이가 누군가의 '경기 시작' 휘슬이 될 수 있습니다.

📚 더 보면 좋을 자료

장태기 단장이 이끄는 '시나브로'는 서울특별시 사회복지협의회 산하 전문 자원봉사단으로, 시각장애인 마라톤·축구 가이드, 장애 친화 관광 코스 개발, 무장애 환경 캠페인 등을 14년째 이어오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장관 표창, 경기도자원봉사센터 '변화의 주역상', 독서문화상 장관 표창 등을 수상했고 누적 봉사 시간은 3,301시간을 넘습니다. 시각장애인 축구의 규칙이 궁금하다면 한국시각장애인축구연맹 또는 5인제 시각장애인 축구(B1·B2·B3 등급) 관련 자료를, 빛나눔 동반주자에 관심이 있다면 빛나눔 마라톤·SMEC 동반 주자 프로그램을 검색해 보시길 권합니다.

혼자 뛰는 선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서로의 목소리를 듣고, 서로의 가이드가 되어주며 — 함께 경기를 만들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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