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 물리학과 교수 김갑진이 세바시 X 퀀텀 코리아 2025 특집 '100년의 양자, 산업을 깨우다' 무대에 서서 풀어낸 23분. 농부의 아들이 고2 선생님 한 마디로 물리학자가 된 이야기부터 서울대 열등감과 물리 학점 F, 대학 2학년 트럭 전국 일주, 친구 한 마디로 얻은 '남과 다르게 살자' 개똥 철학, 그리고 자석(스핀트로닉스)으로 양자 컴퓨터를 만들겠다는 무모해 보이는 도전까지.
📌 한 줄 요약
불가능은 "아직 가능한 방법을 찾지 못한 것"일 뿐이다. 남과 다른 길을 가는 사람만이 자기 인생으로 자기 말이 맞다는 걸 증명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과정 자체가 가장 즐거운 것이다.
⭐ 추천 점수
★★★★★ 5/5
"양자"라는 단어 때문에 어렵게 느껴진다면 오히려 더 권합니다. 23분 중 절반 이상이 자석·양자 얘기가 아니라 농부 아들·고2 선생님·서울대 열등감·전국 일주·아버지 화내는 전화 같은 인생 이야기. 그러다가 자연스럽게 스핀트로닉스·마그논 얘기로 흘러가는데, 어렵지 않게 따라가게 됩니다. 진로·연구·자기계발에 관심 있는 분 모두에게.
👥 이런 분께 추천합니다
① 진로 고민 중인 학생·청년 — 고2 때 선생님 한 마디로 평생이 바뀐 사람의 이야기
② 열등감과 싸우는 사람 — "서울대생이 무슨 열등감?"이라는 흔한 오해와 1학년 F 학점의 진짜 이유
③ 남들 가는 길을 의심 중인 사람 — 친구 한 마디 "먼 미래를 보면 우리 선택이 맞다"가 평생을 바꾼 이야기
📑 목차
1. "자석으로 양자 컴퓨팅?" — 농담이 진지가 된 연구
2. 농부의 아들과 고2 선생님 한 마디 — "넌 물리학자가 돼야겠다"
3. 서울대 열등감과 물리 F → A- — 1학년을 세 번 들은 이유
4. 대학 2학년 트럭 전국 일주 — 아버지의 화난 전화와 친구의 한 마디
5. "남과 다르게 살자" 개똥 철학의 탄생 — 부럽다는 한 마디
6. 스핀트로닉스 + 마그논 — 자석 양자 컴퓨터 아이디어
7. "교수님 배울 데가 없습니다" — 과정이 가장 즐거운 연구

남과 다른 길의 끝에서 만난 자석·양자·학생들
1. "자석으로 양자 컴퓨팅?" — 농담이 진지가 된 연구
김갑진 교수가 강연을 연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카이스트 물리학과 교수 김갑진입니다." 오늘은 양자 얘기보다 자기 연구와 인생 이야기를 하러 나왔다고. 본인이 하고 있는 연구는 자석으로 양자 컴퓨팅 기술을 개발하는 것. 사람들 반응이 한결같다고 한다. "자석으로요? 자석으로 양자 컴퓨터를 만들 수 있어요?"
사실 처음엔 농담으로 던진 얘기였단다. 그런데 사람이 한 번 입에 올리면 지켜야 하잖아. 그래서 지금은 정말 진지하게 자석으로 양자 컴퓨팅 기술을 만들고 있다. 거의 시도된 적 없는 아주 독특한 방식. 왜 이런 낯선 연구를 하게 됐냐 하면 — 본인 성격이 좀 이상해서. "저는 이상하게 남들 따라 하는 거, 그리고 남들과 똑같이 하는 걸 너무 싫어해요."
2. 농부의 아들과 고2 선생님 한 마디 — "넌 물리학자가 돼야겠다"
김갑진은 농부의 아들. 시골에서 농사를 짓고 살았다. 어릴 때부터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나는 농사를 짓게 되겠구나" 생각했다고. 아버지보다 농사를 더 잘 짓는 법을 고민하던 시절. 그러다 고등학교 2학년 3월, 첫 시간이 인생을 바꿨다.
새로 오신 선생님이 교실에 들어와 첫 마디를 던졌다. "여기 김갑진이 누구냐?" 시골에서 공부 잘하던 학생 이름을 알고 계셨던 모양. 김갑진이 일어나자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넌 물리학자가 되어야겠다." 너무 당황한 김갑진이 물었다. "왜 제가 물리학자가 돼야 됩니까? 저는 물리학이 뭔지도 모르는데요." 선생님의 답이 그 자리에서 평생을 결정했다. "물리학은 순수한 학문이다. 순수한 학문이기 때문에 너처럼 순수한 사람이 해야 된다. 그리고 네가 물리학자가 되면 넌 인류에 기여할 수 있을 거야."
부모님은 늘 "네가 하고 싶은 거 해라"였는데, 처음으로 "뭐가 되라"는 말을 들으니 가슴이 너무 와닿았다고. 그때부터 가슴이 뛰었다. 물리학자라는 네 글자에.
3. 서울대 열등감과 물리 F → A- — 1학년을 세 번 들은 이유
근데 어쩌면 그때부터 인생이 꼬였는지도 모른다고 한다. 고2 때 물리학자 결심한다고 물리학자가 되는 건 아니니까. 게다가 "물리는 진짜 더럽게 어렵습니다." 모의고사에서 물리를 한 번도 다 맞춰 본 적이 없다. 다른 과목은 다 맞춰 봤는데 물리는 아무리 공부해도 못 맞췄다.
운이 좋아 대학에 갔다. 1학년 일반물리학 — F. "물리학자 돼야 되는데" 하고 2학년 때 또 신청. C가 나왔다. 3학년 때 또 신청. 겨우 A-. 1학년 때 F를 받은 진짜 이유는 거의 학교를 못 나갔기 때문. 왜? 열등감이었다.
"저는 서울대학교를 다녔거든요. 무슨 서울대생이 열등감이냐 하시겠지만, 아마 우리나라에서 가장 열등감이 많은 학교일 겁니다." 고등학교 때까지 공부 잘하고 칭찬 많이 들었던 사람이 대학 가니 천재가 가득. 옆에도 천재, 그 옆에도 천재. "아무리 열심히 해도 1등 못해요. 그 상황이 주는 좌절감이 너무 커요." 학교 가도 이해 안 될 테니까 차라리 안 갔다. 그게 학교 적응 못 한 시기였다.
4. 대학 2학년 트럭 전국 일주 — 아버지의 화난 전화와 친구의 한 마디
그러다 2학년 여름 방학. 인생을 바꾸는 일이 일어났다. 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를 같이 다닌 친한 친구 둘과 함께 트럭 전국 일주. 주제는 역사. 국사책에 나오는 절·탑·유적지를 직접 다녀 보자.
아버지께 편지를 써서 농사용 트럭을 빌렸다. 90만 원 모아서 출발. 절반은 기름값. 잠은 트럭 짐칸에 텐트 치고, 비 오면 정자나 절·교회. 체력 떨어지면 참치캔 뜯어 먹고.

그러다 강원도 고성 청간정에 도착한 날 밤. 아버지에게 전화가 왔다. 대뜸 화를 내신다. "고추를 따서 시장에 팔아야 되는데 아들이 차를 들고 날랐다. 사촌 누님이 서울에서 내려와서 고추 따 주고 있는데, 아들은 차 들고 다닌다. 이런 불효막심한 자식이 어디 있냐." 평생 거짓말 안 하시던 아버지가 진짜 실망하신 것이었다.
김갑진은 친구에게 말한다. "내가 불효를 하는 것 같다. 돌아가자." 그 상황에서 친구가 던진 한 마디가 평생을 바꿨다. "친구야, 지금 바로 눈 앞을 보면 우리가 불효를 하는 게 맞다. 그런데 먼 미래를 보면 나는 우리의 선택이 맞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우리 돌아가지 말고 앞으로 가자."
그래서 다음 날 경북으로 안 돌아오고 경기도로 갔다. 그렇게 전국 한 바퀴를 돌고 돌아왔다.
5. "남과 다르게 살자" 개똥 철학의 탄생 — 부럽다는 한 마디
2학기 개강 후 친구들끼리 만나서 "방학 때 뭐 했어?" 묻는데, 다들 어학연수·아르바이트·토익 공부 얘기. 김갑진이 아무 생각 없이 "나 전국 일주 하고 왔는데"라고 했더니 친구 중 한 명이 "와, 부럽다"고 했다.
그게 처음이었다고 한다. 대학 가서 누군가의 인정을 처음 받은 순간. 늘 열등한 사람이었던 김갑진이 부럽다는 말을 들은 순간. 그때 깨달았다. "남들이 어학연수 간다고 내가 갈 필요가 없구나. 남과 다른 걸 하면 사람들이 나를 부러워하는구나."
그때부터 평생의 나침반이 된 개똥 철학. "무조건 남과 다르게 살아야 한다. 무조건 남과 다르게 생각해야 한다." 경쟁이 붙으면 이길 필요가 없다고. 경쟁이 붙었으면 내가 안 해도 그 사람이 해 줄 거니까. "내 인생을 저 사람 말이 맞다는 걸 증명하는 데 쓰지 마라. 내 인생은 내 말이 맞다는 걸 증명하는 데 써야 된다."
6. 스핀트로닉스 + 마그논 — 자석 양자 컴퓨터 아이디어
개똥 철학으로 살다 보니 운이 좋아 진짜 물리학자가 됐다. 김갑진의 연구 분야는 스핀트로닉스(Spintronics). 자석을 응용하는 분야.
자석이 왜 자석이냐. 자석을 파고 들어가면 결국 원자 하나. 원자 안에 원자핵이 있고 주변에 전자가 돈다. 그 전자가 스핀(Spin)이라는 걸 가지고 있다. 지구가 자전하면서 태양 주위를 돌듯, 전자도 뺑글뺑글 돌면서 원자핵 주위를 돈다. 회전 축이 N극·S극을 결정한다. 원자들의 회전축이 다 똑같이 정렬돼 있으면 자석.

최근 가장 뜨거운 분야가 양자 컴퓨팅. 모든 사람이 양자 양자 하는데 김갑진은 남들 따라 하는 게 죽어도 못한다. 그래서 던진 아이디어. "다른 사람들은 초전도체로도 하고 원자로도 하는데, 나는 자석을 이용해서 연구하고 있으니 자석으로 양자 컴퓨터를 해 봐야겠다."
왜 가능할 거라 생각했을까. 스핀이 회전하는데, 회전이라는 게 시계 방향 아니면 반시계 방향 — 두 개밖에 없다. 중간이 없다. 이게 양자다. 그래서 이 스핀을 이용하면 양자 컴퓨터를 만들 수 있겠다 싶었다.
문제는 다른 데 있었다. 컴퓨터를 만들려면 원자 하나하나 다 컨트롤해야 한다. 자석은 원자가 쫙 모여 있는 건데 그 많은 원자들의 스핀을 어떻게 다 컨트롤할 수 있을까. 불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김갑진의 모토. "안 되면 되게 하라 — 이건 군인 모토가 아니라 과학자 모토. 불가능은 아직 가능한 방법을 찾지 못한 것이다."

자석에서 스핀 하나가 딱 뒤집히면 어떻게 될까. 사람으로 치면 100명 중 한 명이 망한 상황. 보통 사람들은 십시일반으로 모아 도와준다. 자석도 마찬가지. 한 개가 뒤집히면 나머지가 그걸 세워주려고 약간씩 기울어진다. 그러면 전체가 출렁 출렁이는 스핀 파(Spin Wave)가 된다.
양자 역학의 핵심. "세상 모든 만물은 입자인 동시에 파동이다." 그러면 스핀 파도 입자로 볼 수 있는 거 아닌가. 그게 바로 마그논(Magnon) — 자석 안에 있는 양자화된 파동. 이 마그논을 이용하면 양자 컴퓨팅이 가능할지도 모른다. 김갑진의 아이디어였다.
7. "교수님 배울 데가 없습니다" — 과정이 가장 즐거운 연구
근데 진짜 문제는 다른 데 있었다. "연구는 혼자서 하는 게 아니에요. 항상 같이 해야 돼요." 교수는 학생들을 설득해야 한다. 요즘 세상은 "야 너 이거 해" 하는 시대가 아니라 "이거 같이 할래?" 하는 시대.
김갑진은 학생들을 설득하기 위해 본인이 먼저 완벽히 이해해야겠다 싶어 공부를 했다. PPT 25장을 만들어 연구실에서 학생들 앞에 앉혀 놓고 발표. "공부해 봤는데 이게 재미있을 것 같다. 자석으로 우리도 양자 컴퓨팅 기술을 한 번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카이스트 학생들은 똑똑하다. 딱 들어 보면 말이 안 된다는 걸 알았을 텐데, 학생 한 명 두 명이 "제가 그거 한 번 해 보겠습니다"라고 했다. 그때 깨달았다고 한다. "사실 사람을 설득하는 거, 사람을 움직이는 거는 논리가 아니에요. 진심이에요. '나 이거 진짜 하고 싶은데 같이 하자' 그 진심을 학생들이 알아줬던 것 같아요."

그렇게 연구가 시작됐다. 자석으로 양자 컴퓨팅을 어떻게 할지 한 사람도 없으니 좌충우돌. 학생도 답답했던지 어느 날 교수에게 와서 말했다. "교수님, 배울 데가 없으니까 제가 외국에 가서 배워 오겠습니다." 교수 면전에서 "배울 데가 없습니다"라고. 김갑진은 자존심 상할 일이 없었다고 한다. 본인도 알았으니까. "제가 문제를 내긴 했는데 어떻게 풀어야 되는지를 알 수가 없었어요. 그 답을 알면 내가 하지."
그래서 학생들이 외국에 가서 배워 왔다. 그렇게 3년. 어느 정도 언론에 보도되는 성과도 있었다. 하지만 김갑진이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따로 있다. "이 연구가 남이 시켜서 하는 게 아니에요. 내가 진짜 하고 싶어서, 남들이 안 하니까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남의 말이 맞다는 게 아니라 내 말이 맞다는 걸 증명하는 연구이기 때문에 너무 즐거워요."
진짜 성공할지 잘 모르겠다고. 세상을 바꿀 기술이 될지, 그냥 실패 중 하나로 기록될지. 하지만 확실한 건 하나. 그 과정이 진짜 재미있다는 것. 여행이 즐거운 건 목적지가 아니라 과정이듯, 과학도 마찬가지. 성공 여부보다 중요한 건 그 과정에서 내가 얼마나 많이 배우고 성장하고 즐겼느냐.

김갑진의 마지막 한 마디. "여러분도 지금 눈 앞에 뭔가 불가능해 보이고 무모해 보이는 꿈이 있으면 그 꿈을 향해 한 걸음 내딛어 보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의 꿈이 이루어질지 이루어지지 않을지는 잘 모르겠어요. 근데 그 길을 가다 보면 한 가지는 확실히 발견할 겁니다. 어제보다 오늘의 나가 낫습니다. 오늘의 나보다 내일의 나가 더 나은 — 그걸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 내가 밑줄 친 세 문장
"내 인생을 저 사람 말이 맞다는 걸 증명하는 데 쓰지 마라. 내 인생은 내 말이 맞다는 걸 증명하는 데 써야 된다."
"안 되면 되게 하라 — 이건 군인 모토가 아니라 과학자 모토. 불가능은 아직 가능한 방법을 찾지 못한 것이다."
"어제보다 오늘의 나가 낫습니다. 오늘의 나보다 내일의 나가 더 나은 — 그걸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 블로거 한 줄 후기
김갑진 교수가 "서울대생이 무슨 열등감이냐 하시겠지만 아마 우리나라에서 가장 열등감이 많은 학교일 것"이라고 말씀하시는 부분에서 묘하게 발이 멈췄습니다. "잘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1등 못하는 사람의 좌절감"은 사실 이름이 뭐든 그 감정 자체가 똑같거든요. 1학년 일반물리학을 세 번 들어서 F → C → A-를 받은 김갑진 교수의 끈기 — 그게 평범한 끈기가 아니라 "나 물리학자 돼야 되는데"라는 한 줄 신념의 끈기였다는 사실이 마음에 박힙니다. 그리고 가장 깊게 박힌 건 친구의 한 마디. 그리고 마지막. 어제보다 오늘 자막을 한 단어 더 정확히 받아치고, 한 문장 더 따뜻하게 풀어내고, 한 사람에게 더 닿는 것. 진로 고민 중인 학생·연구자·자기계발에 지친 분들 모두에게 권합니다. 23분의 인생 이야기가 사실은 양자 컴퓨터 강연이라는 사실이 끝나고 나서야 새삼스럽게 다가옵니다.
💡 오늘, 단 한 가지만 해본다면
오늘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 한 가지를 떠올린 뒤 자문해 보세요. "이건 남이 시켜서 하는 일인가, 내가 정말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인가?" 그 한 질문이, 내일 같은 일을 대하는 마음의 무게를 절반으로 줄여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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