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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자막 세바시 403회 평범함으로 만드는 특별함 | 정진호 '철들고 그림 그리다' 저자


강연 소개 : 공대 출신의 평범한 대한민국 직장인이 어느 날 문득 그림을 그리고 싶어 작은 스케치북과 펜 한 자루를 가지고 매일 그리기에 도전했습니다. 1년 반 동안 매일 그리기를 통해 그는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는 방법을 알게 되었습니다.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특별한 것은 평범한 것이 모여 만들어지는 것이었습니다.


게시일: 2014. 3. 17.




(박수와 환호)

반갑습니다 정진호입니다

제 이야기 시작하기 전에 짧은 질문 하나 드릴게요

여기 모여계신 분들 중에

나는 그림을 잘 그린다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분

손 한 번 들어주세요

다섯 명 있네요, 다섯 명

질문을 바꿔 보겠습니다

여기 계신 분 중에

나는 그림을 잘 그리고 싶다라는 분 손 한 번 들어주세요

네, 거의 다 들어주셨죠

제가 오늘 여러분에게 15분 동안 드릴 말씀은

평범한 공대생으로 졸업해서 직장 생활을 하다가

어느 순간 어떻게 그림을 그리게 됐는지

그리고 그게 쭉 계속해서 평범한 것들이 쌓여서

어떻게 특별한 결과를 얻어냈는지

여러분에게 제 경험을 나눠 드리려고 왔습니다

저는 공과대학을 졸업을 했구요

16년 동안 웹개발자로 일을 쭉 하면서

어느 날 문득 정말 우연한 기회에 그림을 그리게 됐는데

그 계기를 제공해 준 사람은 한 외국인이었어요

약 5년 전 쯤 공항에 해외출장을 갈 일이 있었는데

일주일간의 출장을 다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공항에서 자기가 탈 비행기를 기다릴 때

스마트폰을 보거나 책을 읽거나 할 일 없이 소일을 하는데

제가 봤던 그 외국인은 다른 사람과 달랐습니다

창가에 바짝 붙어 앉아서 자기가 타고 갈 비행기의 모습을

작은 노트북, 손바닥보다 조금 큰 작은 노트북에 열심히 옮기고 있었어요

그 모습이 마치 외국인이 있는 그 작은 공간은

다른 사람이 범접할 수 없는 그런 특별한 공간처럼 느껴졌고

두 가지 생각을 했는데

첫 번째 너무너무 부럽다

저 사람은 정말 특별하게 보이는구나

그 다음에 두 번째 나도 그리고 싶다

언젠가는 나도 저 사람처럼 내가 타고 갈 비행기의 모습을 그리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을 했구요

그리고 나서 몇 년이 흘렀어요

그리고 나이가 마흔 살이 되던 때에 드디어 결심을 했습니다

나도 내일부터 매일매일 그림을 그려 봐야지라고 생각을 했고

제가 했던 거는 대형 서점에 가서 그림 그리기 코너에 가 봤어요

굉장히 여러가지 책들이 있는데

그 중에 제일 따라하기 만만한 책을 하나 골랐습니다

그 다음에 옆에 문구 코너에 가서

어린왕자가 그려진 예쁜 노트를 한 권 샀고

그 다음에 얇은 펜을 하나 샀어요

이 세 가지 준비물을 갖춘 다음에 제가 무엇을 했을까요?

(관중:대답)

그렸죠. 그 다음날부터 이제 매일 밤 퇴근하자마자

집에서 씻고 아이들과 조금 놀고 제 시간을 마련해가지고

그 책에 나와있는 모든 페이지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그렸어요

매일매일 한 페이지 혹은 두 페이지씩 매일매일 그렸는데

다행인게 어떤 사물을 보고 그리면은 그게 쉽지 않았을 텐데

책에 나와 있는 거를 그대로 따라 그리는 거는 상대적으로 쉬웠습니다

그래서 매일매일 그리다 보니까

3주 정도 시간이 흐르니까 그 책의 마지막 페이지가 나왔어요

지금 화면에 보이는 이 그림이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에 나와있는 그림이고

그 아래에 짤막한 글자가 쓰여있는데 그것도 같이 따라서 적어 본 거죠

이렇게 책을 한 권 떼고 나니까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그다음부터 했던 일은 여러분 손바닥 한 번 펴 보세요

손가락을 빼면 나머지 네모난 부분이 있죠 ?

그거보다 크지 않은 그림들을 계속 그리는 거예요

작은 스마트폰, 자신의 신분증, 신용카드, 지갑

이런 것들을 매일매일 그리는 겁니다 하루에 한 개 혹은 두 개

잘 그리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매일매일 그린다는 게 정말 중요한 거예요

그리고 너무 큰 걸 고르면은 우리가 금방 지치기 때문에

예를 들어서 컴퓨터 앞에 있는 키보드를 그릴 때도

키보드에는 키가 수 십 개 있죠?

그럴 때는 제일 큰 것만 하나 그리면 돼요 엔터(Enter)키

뭐 이런식으로 하나만 그리고

계속해서 꾸준히 그려 나가는 거죠

그렇게 몇 달을 하고 나니까

어느 날 갑자기 겁이 없어졌어요

아침에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면서 지하철에서 그려보자는 당돌한 생각을 했고

지하철을 타고 가면서 그림을 이렇게 그려 봤습니다

이게 지하철을 타고 가면서 30분 동안 그린 그림인데

재미있는 것은 지하철에서 한 남자가 그림을 그리고 있으면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요

그래서 이렇게 와 가지고 뭐 하는 사람인가? 하고 보다가

제가 그린 그림을 보면 '흥'하면서 가 버려요

(웃음)

이런 일이 서 너 번 있으면 그다음부터는 그런 것에 전혀 개의치 않고

그 30분 동안은 주위에 아무도 없는 것처럼 느껴지면서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됩니다

이런 식으로 공항 철도를 타고 출근하면서 그림을 계속 그렸죠

그러다가 몇 달 동안 펜 하나만 가지고 그림을 그리니까

어느 순간 색상, 컬러풀 한 것 이게 막 땡기는 거에요

그래서 작은 색연필을 하나 사서

그 색연필을 가지고 내가 매일매일 마시는 음료수

작은 것들, 이런 것들을 계속 그리는 거죠

굉장히 중요한 순간이 왔습니다

아들이 있는 아빠의 로망 중에 하나 저를 포함해서 그건 뭐냐?

휴일날 아들하고 공원에서 캐치 볼(Catch Ball) 하는 거예요

2011년 어느 날

아들이 '아빠 우리 오늘 공원에서 공 던지기를 하고 싶어요'라고 해서

당장 대형 마트에 가서

글로브 2개와 공을 하나 사서 둘이 열심히 공을 주고받았는데

잘 됐을까요? 네, 잘 되진 않았어요

처음에는 다 잘 되지는 않구요

그치만 정말 중요한 거는

그날 처음으로 아빠와 아들이 함께 공을 주고받았다는 것을 저는 잊을 수가 없어가지고

글로브 2개와 공을 제 스케치북에 그린 겁니다

이렇게 한참 또 색연필을 쓰고 나니까 어느 순간 촉촉한 게 땡겼어요

(웃음)

촉촉한 거 뭐가 있죠? 그림 그리는 거 중에 촉촉한 것?

네, 수채화. 수채화가 너무너무 그리고 싶어가지고

작은 물감을 사가지고 우리 아이가 어렸을 때 제가 자주 읽어주던 동화책이 하나 있는데

에릭 칼(Eric Carle)이라고 하는 유명한 동화 작가가 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따라 그렸어요

이게 에릭 칼(Eric Carle)이 쓴 동화책에 나오는 코끼리구요

거기에 나오는 귀뚜라미구요 아마 익숙한 분들도 있을 거예요

계속해서 수채화로 매일매일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렇게 그림을 1년 동안 그리고 났더니

스케치북 작은 스케치북입니다 8권이 됐구요

여기서 멈추지 않고 계속 그렸더니 2년째는 스케치북 8권과

A4 사이즈 정도의 스케치북에다가 계속 그린 그림이 300장 정도 나왔습니다

자, 이렇게 그림을 한참 많이 그리고 나니까

새로운 과제에 도전하고 싶었어요

그건 뭐냐면은 제가 그린 그림을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개인전에 도전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개인전을 하기 위해서는 의외로 큰 돈이 필요하거든요

그래서 제가 가지고 있는 그림을 인터넷에 미리 다 올려놓고

저에게 후원을 하시는 분들에게 제가 그린 원화(原畫)죠, 원화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원화(原畫)를 미리 드리겠습니다.

미리 돈을 받고 개인전이 끝나면은 원화(原畫)를 드리겠습니다해가지고

무려 200만 원이 넘는 큰 돈을 모아서 개인전을 열게 됐습니다

돈을 꽤 많이 모았죠

그래서 작은 공간을 빌려서 개인전을 열게 됐고

이게 개인전의 첫날 풍경인데

사람들의 표정들이 다 밝죠 ?

자기가 보고싶었던 그림들

저의 지인(知人)들이 와가지고 축하해주는 모습들을 보고

굉장히 보람도 느끼고 기분도 무척이나 좋았어요

이렇게 해서 지금은 약 3년 정도 그림을 계속 그리고 있는데

올 1월에 가족과 함께 제주도에 다녀왔는데

제주도에서 본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서

제주도의 모습을 제가 그림으로 담아 봤는데

어떤 식으로 그림을 그리는지 한 번 소개할게요

(음악)

일단 연필로 밑그림을 대충 그려요

그리고 펜으로 조금씩 조금씩 세밀하게 스케치를 하죠

이게 펜으로 스케치가 완성된 단계구요

이제 물감을 칠할거에요

가볍게 한 번 칠하고

저 뒤 쪽에 제 방도 칠하고

그리고 앞쪽의 돌에 그림자를 조금 더 넣어줘요

뒷쪽의 마을에 겨울이었는데 나무를 파랗게 칠했어요

그 다음에 바다를 칠하고

하늘을 칠하면은

다 완성이 됐어요 쉽죠? 40초밖에 안 걸리네요

(웃음)

실제로는 8시간 그린 그림이에요

8시간 그린 그림을 40초로 압축해 놓은 거예요

자 이제 제가 그동안 그림을 그리면서 알게 된 다섯 가지 비밀을 알려드릴게요

첫번째 그림이라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줘요

변화를 주고 전염이 된다라는거죠

제가 어느 날 색연필로 그림을 그리고 싶어서

색연필을 사 가지고 와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

아들하고 딸이 달려들어서 '우리도 저도 그림을 그릴거예요'라고 해서

다 함께 그림을 그리고 있는 모습이에요

그래서 그림은 아빠가 그리거나 엄마가 그리면은 온 가족이 함께 그리게 돼 있습니다

굉장히 긍정적인 전염성을 가지고 있구요

이것은 작년 여름에 진주에 가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

제가 한 예쁜 카페를 그리고 있는데

웬 아이가 쪼르록 나오더니 제 옆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 거에요

너 누구니? 했더니

저는 저 앞에 있는 카페 아들이에요 그러는거에요 (웃음)

이 친구가 한참이나 제 옆에서 같이 그림을 그렸고

이 때 제가 그린 그림은 이거였어요

진주에 있는 '숲'이라는 커피숍이였구요

이 그림은 나중에 사장님한테 선물로 보내드렸습니다

굉장히 좋아하셨어요

그 다음 두 번째 그림을 그린다라는 것은

그 동안 내가 미처 못 봤던 것, 지나갔던 것

이런 것들이 다 사랑스러워 보이는 그런 효과가 있습니다

제 필통속에 있던 몇 개의 펜인데

그 전에는 그냥 펜인가보다 했는데

이 펜들을 내가 사랑하는 마음으로 하나씩 하나씩 따라 그렸더니

그 때부터 펜들이 마치 생명을 가지고

저와 친구가 되는 그런 느낌을 얻을 수도 있었구요

제가 그림을 그리면서 발견한 가장 사랑스러운 대상은

바로 저의 가족이었어요

아들이 봄이 됐을 때 연못에서

새로 피어 나오는 꽃들을 그리고 싶다고 해가지고

아들과 함께 따라가서 찍은 사진인데

저는 이 때 무엇을 그렸을까요 ?

꽃을 그리고 있는 아들을 그렸어요

잘 그린 그림은 아닌데 저는 제가 그린 그림이 너무 사랑스러워요

왜? 제가 그렸기 때문에

(웃음)

세번째는 선물이에요

여러분이 잘 그리건 못 그리건 그림을 계속 꾸준히 그리면은

여러분은 어느 순간 다른 사람에게 선물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돼요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금전적인 것이 아니라

다른 것으로 누군가에게 선물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정말 몇 명 안돼요

여러분이 그림을 그리게 되면은 그 때부터

여러분은 누군가에게 선물을 줄 수 있는 그런 남들이 부러워하는 사람이 됩니다

왼쪽에 있는 것은 아내의 생일날 꽃과 함께 제가 직접 그린 꽃 그림 엽서구요

오른쪽에 있는 것은 딸아이의 생일에 그려준 색연필로 그린 생일 축하 카드에요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것들이죠

자, 그리고 제 지인(知人)중에 강아지를 무척 좋아하는 분이 있는데

그 집에 있는 강아지 이름은 무엇이다? 네, 철수에요

이분들은 이 강아지를 너무 좋아해가지고 이름도 붙여주고 가족과 같이 지내는데

그 분들이 좋아하는 것을 해 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철수, 웃는 강아지 철수의 사진을 받아서

철수의 그림을 그려 드렸어요

(관중: 감탄)

굉장히 좋아했겠죠?

여러분도 다른 사람에게 선물을 줄 수 있는 그런 기회를 만들 수 있구요

이분들은 너무너무 좋아해서 철수 얼굴로 옷도 만들어 입는 분들이에요

(웃음)

저 옷 가운데 있는 그림도 제가 그려 드렸어요

저는 졸지에 의류 디자이너가 되어 버렸습니다 (웃음)

그렇게 됐구요

그 다음에 그림은 혼자 그리면 오래 못 가요

가족과 친구들의 구박을 받을 거예요

아무리 좋아도 혼자 하면은 오래 못 가고 제일 좋은 거는 함께 하는 거예요

가족과 함께, 친구들과 함께, 동료들과 함께

함께 할 때 오래 할 수 있어요

이것은 저희 집 거실에 봄을 기다리면서

페인트 마커로 뭔가를 그리고 있는 모습이에요

맨 왼쪽은 저, 가운데 아들, 오른쪽은 딸

이 세 명이서 무엇을 그렸을까요?

낮에는 잘 안 보여요 해가 떨어지면 잘 보여요

이거에요 (관중:환호)

왼쪽에 있는 나무는 딸

오른쪽에 있는 나무는 아들

가운데 테이블은 아빠

이렇게 세 명이서 함께 그려서

저희 집 거실은 맨날 카페 같은 분위기가 된답니다

이것은 서울 스케처라는 그리기 모임이에요

한 달에 한 번 정도 토요일 서울에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그냥 그림을 그리고 함께 우리가 그린 그림을 보고

깨끗하게 헤어지는 우리는 회식을 하지 않습니다 (웃음)

깨끗하게 헤어지는 그런 재밌는 그림 모임이에요 서울 스케처도 있구요

제일 중요한 것 발전

인간은 성장하지 않으면 괴로움을 느낍니다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꾸준히 발전하는 거고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과 비교하면서 발전하는 거예요

나의 경쟁 상대는 다른 사람이 아니라 바로 과거의 자신인 겁니다

이 그림은 제가 그림을 처음 그리기 시작했을 때 그렸던 카메라인데

여러분 보시기에 어때요? 멋져요?

왠지 뭔가 부족하고 카메라가 한 쪽이 찌그러진 것 같은 느낌이죠?

그런데 연습을 한참 하고 나서 다시 그리면 이 정도가 돼요

(관중:감탄)

비싼 카메라같이 보이죠? (웃음)

그 다음에 이것은 커피를 만드는 기계에요

저희 집에 있는 기계인데 그닥 뭐 멋있어 보이지는 않죠?

그래서 연습을 또 계속하고 나서 다시 그리면

이 정도는 돼요 (관중:감탄)

똑같은 커피메이커인데 비싸 보이죠? (웃음)

그런 효과가 있구요

자 제가 오늘 여러분에게 드릴 말씀은 이 한 줄이에요

여러분이 특별한 재능을 가지고 있지 않아도

매일매일 여러분들이 좋아하는 것을 꾸준히 하고

그것들을 모아 놓으면은 어느 순간

그런 평범한 것들이 모여서 특별한 것, 비범(非凡)한 것이 된다는 거죠

그래서 여러분은 여러분이 정말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한 번 생각해보고

내일부터 그것을 매일매일 할 수 있는 시간을 내서

그냥 하시면 돼요

그럼 어느 순간 더 이상 평범하지 않은 사람이 돼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여러분을 응원할게요

감사합니다

(박수, 환호)


한글자막: 김민경 (hohohohokr@gmail.com)




이 글은 청각을 잃은 제 친구를 위해 작성되었습니다.

전체 또는 일부가 잘못듣고 잘못 옮겨적은 내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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