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 소개 : 사람은 누구나 모든 일에 대해 각자의 판단 기준을 가지고 있습니다. 때로는 그 기준이 선입견일 수도 있고, 오해일 수도 있습니다. 그 선입견과 오해는 확신으로 굳어지고, 결국 합리적이고 윤리적인 판단을 저해하기도 합니다. 법과 정의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강연을 통해 우리가 쉽게 내린 결론이 얼마나 위험한지, 옳은 결론이 결국 틀린 판단일 수도 있다는 것을 경고합니다.
게시일: 2011. 9. 27.
안녕하십니까 금태섭 변호사입니다
지금 보시는 이 장면은 배심재판을 하는 모습입니다
한 사람의 운명을 놓고 검사는 유죄를
변호사는 변호인은 무죄를 주장하며 치열하게 접전을 벌입니다
재판이 끝나고 나면 마지막으로 판단을 내리는 것은 배심원입니다
그러면 이런 배심원은 어떻게 뽑을까요
일단 일반시민들의 중에서 배심원 후보를 선정합니다
배심원이 12명이 필요하면 적어도 50 명 이상의 후보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검사나 판사는 이런 배심원 후보 중에서 실제 배심원이 누가 될지를 놓고
어떤 사람을 배심원으로 뽑아야 될지를 놓고 한치에 양보도 없는 신경전을 벌입니다
검사나 변호인이 배심원 후보를 미리 만나 보지는 않습니다
어떤 사람이 이 재판을 보고 유죄라고 판단할지 어떤 사람이 무죄라고 결론을 내릴지 미리 알 수 없습니다
그런데 왜 검사나 변호인은 어떤 사람을 배심원으로 선정 할지 치열한 신경전을 버리는 걸까요
이 사진을 한번 봐주십시오
여러분이 보시기에 이분은 무죄인거 같습니까? 유죄인거 같습니까?
이분들은 어떻습니까?
이런 질문을 들으면 여러분들은 질문이 잘못됐다고 생각할 겁니다
어떤 죄로 재판을 받는지 혹은 어떤 증거가 나와 있는지 전혀 모르는데
유죄인지 무죄인지 어떻게 알 수 있냐고 생각하실겁니다
하지만 심리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그렇지 않습니다
배심재판을 연구한 결과를 보면
법정에 들어서는 피고인을 보는 순간
'아! 이 사람은 억울하다' 혹은 '아! 이놈이 범인이다 '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는 겁니다
그리고 일단 그런 생각을 하게 되면
그 후에 검사와 변호인이 아무리 떠들어도 그 생각이 바뀌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검사나 변호인은 어떤 사람을 배심원으로 선정 할지 치열하게 다투는 겁니다
몇 마디 질문을 던져서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 보기도 하지만
때로는 인상을 보고 판단 하기도 합니다
이거는 예전에 배심재판 도입하기 전에 모의재판 했던 겁니다
여러분이 보시기에는 이 배심원들은 과연 유죄를 내리는 경향이 있을것 같습니까?
아니면 무죄를 내리는 경향이 많을 것 같습니까?
처음보는 피고인들은 보고 어떻게 판단을 할까요
그런데 그렇게 첫 인상을 보고 법정에 들어서는 피고인을 보고 유죄인지 문죄인지 판단을 내리는 것이 과연 맞을까요?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의 판단에 대해서 확신을 같습니다
특히 이런 배심재판처럼
자신의 개인적인 이해가 걸리지 않는 일에서는 중립적으로 공정하게 판단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제 실수를 하나 말씀드리겠습니다
16년 전 제가 초임검사 시절에
저희 방에 구속되어서 온 어떤 피해자가 있었습니다
범죄내용은 간단했습니다
길가에 주차되어 있는 그랜저를 훔친 겁니다
유일하게 이상한 점이라고는 차를 도둑맞은 사람은 예를 들어서
'서울역에 차를 세워 놨다'고 했는데
이 사람은 와서 많이 떨어진 장소는 아니지만 용산에서 훔쳤다
이렇게 주장을 한겁니다
또 차 주인은 문을 잠궈 놨다고 했는데
피의자는 '문이 열린채 추차가 되있길래 내가 타고 같다'고 얘기한 겁니다
조금 이상하기는 했지만
뭐 범행을 부인 하는 것도 아니고
혹시 그 피의자가 차를 훔치기 전에 다른 사람이 먼저 그만큼 훔쳐서 그만큼 왔을수도 있고
아니면 원래 차 주인이 세워놓은 대서 훔쳤는데
문이 잠긴 차를 열고 들어가서 훔쳤다 그러면은
죄가 더 무거워 질까 봐 자기는 열린차를 훔쳤다 그렇게 얘기하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뭐 어쨌건간에 열려 있는 차를 용산에서 훔쳤다고 하더라도 절도죄는 성립하는 거니까
크게 신경을 쓸 필요는 없습니다
이 사건에 있어서 특이했던 점은 사건 내용이 아니라 피의자 본인의 사정이였습니다
30대 초반 있던 그는 10대 후반에 교도소에 들어가서
12년을 꼬박 복역하고 30대가 되어서야 출소한 사람이었습니다
나온지 몇 달 안돼서 길에 주차되어 있던 차를 훔쳐서 다시 잡혀온겁니다
피의자가 12년동안 교도소에 있었지만 흉악한 죄를 저질러서 12년간 징역 12년 형을 받은 것은 아닙니다
10대 중반서부터 이런저런 죄를 저질러서 교도소를 들나들다가 열아홉 살이 됐을 때 다시 5년형을 선고 받았습니다
그런데 그 때는 죄를 저질러서 3회 이상 교도소를 갔다오면 7년동안 보호감호를 받을 수 있게 되있었습니다
이 사람은 5년 징역을 선고받고 7년 보호감호를 받아서 12 년 동안 있었던 겁니다
말하자면 그 사람의 20대는 햇볕은 한 번도 못 보고 교도소에서 지나간 겁니다
보호감호라는 것은 이름은 징역하고 다르지만 실제는 징역 보다 훨씬 더 심한처벌입니다
삼엄하기로 이름난 청송감호소에 있어야 됩니다
그 피의자는 열아홉 살 때 징역 5년 형을 선고 받았는데
거기에 보호감호 7년을 더해서 12년을 살고 31살에 출옥한겁니다
징역 5년이 가벼운 처벌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무슨 살인죄나 성폭행 죄를 저지른 것처럼 큰 죄를 저지른 것도 아닙니다
피의자는 현재는 현재는 보호감호제도가 없어졌습니다
현재는 없어진 보호감호제도에 따라서 엄청난 죄를 저지르지도 않았는데 12년동안 감옥살이를 한겁니다
그리고 나와서 몇 달 후에 다시 구속이 되서 제 앞에 와 있는 겁니다
그때 제가 20대 후반에 초임검사였는데
제 앞에 앉아서 피의자가 하염 없이 울었습니다
검사인 저로서도 뭐라고 할 말이 없었습니다
저보다 두 세 살 정도 많았었는데 그분이
자기 인생에 30년인생에 절반을 교도소에서 보낸 겁니다
관련법과 관행에 따르면
이 사람은 초범이 아니기 때문에 적어도 징역 3년을 구형 해야 됩니다
보통 징역 3년을 구형하면
판사가 1년 6개월 정도 선고 합니다
그리고 보호감호를 청구 해야 됩니다
그 전에 죄를 저질렀을때도 보호감호를 받았는데 보호감호를 받고 나왔으니까
보호감호를 받고 나왔는데 또 죄를 저질렀으니
다시 보호감호를 청구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맞는 겁니다
물론 법률상 반드시 보호감호를 청구 해야 되는 것은 아니지만
보호감호를 청구할 수 있는데 청구하지 않으면 검사가 감사에 걸릴 수도 있습니다
만약 검사인 제가 보호감호를 청구하면 판사가 기각 하기도 어려운 사건이었습니다
보호감호라는 것은 재범의 위험이 있으면 선고 하게 되있습니다
그런데 나온 12 년 살고 나와서 몇 달 되지도 않아서 다시 차를 훔친 사람이
재범의 위험성이 없다고 할수는 어려운 겁니다
관행대로 제가 징역 3년을 구형 하면 아마 징역 1년 6월 정도가 될 거고
다시 7년간 보호감호가 붙어서 8년 6개월 정도를 살게 됩니다
그럼 이 사람은 19살에 교도소에 들어가서 31살에 나왔는데
다시 몇 달 있다 들어가서 9년 가까이 살다가 살다가 40살이 다 돼서 나오는 겁니다
피자가 하염없이 우는 심정이 이해가 갔습니다
무슨 살인죄를 저지른 것도 아닌데 20대 30대를 감옥에서 보내게 된 겁니다
이렇게 지내게 되는 거지요
그때 피의자의 변호인이 저를 찾아 왔습니다
저보고
'금검사 풀어 달라는 것은 아니야 하지만 인간적으로 너무하지 않냐
보호감호를 청구하면은 꼼짝없이 10년 가까이 살아야 되는데
무슨 죽을 죄를 저지른 것도 아니잖아'
그런 얘기를 했습니다
저는 피의자가 12년전에 저질렀던 과거전과를 찾아봤습니다
워낙 기간이 오랜 시간이 오래 지나기 때문에 수사기록을 다 찾아 볼 수는 없고
전산상으로 죄명만 확인했습니다
폭행 절도 이런 죄였습니다
살인이나 강도 성폭행 이런 무거운 죄는 없었습니다
저는 고민 끝에 보호감호 청구를 안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원래부터 보호감호제도에 대해서 위헌이라거나 부당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긴 했지만
특히 이 사건의 경우에는 너무 심하지 않냐는 생각을 했습니다
검사가 결정을 내리면 그 결정에 대해서 부장검사나 차장검사가 결제를 하게 됩니다
그 당시에 결제를 하는 저에 상사들도 별 얘기가 없이 통과를 했습니다
그 변호인이 연세가 많고 사람이 좋으신 분이었는데
저를 찾아 와서 고맙다고 여러번 인사를 했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제가 참 옳은결정을 내린 것으로 생각했고
스스로 인간적인 검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몇 달 후에 신문을 보다가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차에서 데이트하는 남녀를 상대로 여러 차례 납치강도를 저지른 일당에 관한 뉴스였습니다
그 중 몇 명은 경찰에 잡히고
한 명이 끈질기게 도주를 하고 있다는 뉴스였는데
그 도주하는 사람에 이름이 제가 보호감호를 청구하지 않았던 이 사람과 이름이 같았습니다
아주 특이한 이름이라서 틀림이 없었습니다
기사를 자세히 읽어 보니까
이 사람은 보호감호에서 나오자마자 납치강도를 계속 저지른 겁니다
그것도 보호감호소에서 같이 지내던 사람들과 나와서 강도짓을 한겁니다
다시 그 사건이 어떻게 처리됐는지 확인해 봤습니다
제가 보호감호를 청구하지 않으니까
판사도 불쌍하게 여겨서 집행유예로 풀어줬습니다
아마도 이 친구는 법정에 가서도 재판을 받으면서 하염없이 울었을 겁니다
판사가 보기에도 당연히 불쌍했겠죠
그래서 나가게 되자 그는 그 길로 계속 강도행각을 계속 한겁니다
좀 더 자세히 확인해 보니까
그랜저를 훔친 것도 단순히 차를 타고 싶어서 그런것이 아니라 강도를 하기 위해서 훔친것입니다
출소직후부터 여러 차례 차를 훔쳐서 그런 짓을 하다가
다시 똑같은 짓을 하려고 그랜저를 훔쳤는데 걸린 겁니다
그가 혹은 그의 공범이 훔친 차는 이 차 한대가 아니었습니다
과거의 수사기록을 어렵게 찾아서 다시 확인해 봤습니다
폭행 절도로 생각했는 했던 사건의 내용을 자세히 보니
차를 훔쳐서 데이트하는 남녀를 납치해서 폭행을 하고 돈을 빼앗은 사건이었습니다
범행 수법도 잔인하기가 짝이 없었습니다
제 앞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던 피의자는 그런 놈이 였던겁니다
뭐라고 말할 수 없는 후회와 자책감에 들었습니다
차라리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보호감호 청구를 했으면
그 이후에 또 다른 피해자는 없었을텐데
뭐 변호인이야 저보러 검사가 정말 꽉막힌 놈이라고 욕을 했겠지만
더이상의 피해자는 없을거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피의자가 결국 검거되고 나서 기자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얼마전에 구속이 됐었는데 왜 풀어줬 습니까' 하길래 제가
'제가 풀어 준게 아니고 저는 기소했는데 판사가 풀어준겁니다' 했지만
속으로는 혀를 깨물고 싶은 기분이었습니다
그후 저는 가끔 이 사건 생각을 하면서
만약 그때 제 상사인 부장검사나 차장검사가 결제를 해주질 않고
보호감호를 청구하라고 했으면 어떻게 했을까 생각을 합니다
검사가 된지 2년이 채 안된 제가 그 지시를 거부하기는 어려웠을 겁니다
그러면 피자는 9년동안 다시 그 감옥에 갇혀 있었을 것이고
저는 피의자가 어떤 사람인지 끝까지 몰랐을 겁니다
물론 그 이후에 술자리에만 가면
'모 부장은 정말 참 지독한 사람이야
이러저러한 사건에서 보호감호 청구를 끝까지 하라고 하더라고'
하면서 인간적인 후회를 했을 겁니다
하지만 이 사람으로 인한 추가적인 피해자는 없었을 겁니다
좀 더 시간이 흐른 후에
저는 이 사건에서 과연 제가 뭘 잘못했을까 다시 생각을 합니다
무조건 매뉴얼 매뉴얼 대로 그냥 보호감호를 청구 했어야 됐을까
그렇게 생각하진 않습니다
그렇게 그냥 말하는 것은 제가 진짜 잘못한 것을 감추기 위한 위선적인 변명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제가 정말 잘못한 것은 선입견에 사로잡혀서 성실하게 사실을 확인하는 것을 게을리했다'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좀더 좀더 끈질기게 사실을 확인했어야 합니다
사실 길에 좋은 차가 서 있다 그래가지고 훔치는것은 보통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특히 이 사람처럼 12년간 수감생활을 마치고 나오는 사람이라면
다시는 죄를 짓지 않겠다
교도소 쪽은 쳐다보지도 않겠다
그런 생각을 할 수도 했을 가능성이 높은데
호기심이나 뭐 갖고 싶다는 이유로 차를 훔친다는 것은 좀 특이한 일입니다
하지만 저는 그저 뻔한사연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과거에 피의자가 저질렀던 사건도 좀 더 철저하게 찾아봤으면은 왜 차를 훔쳤는지 알았을 겁니다
하지만 저는 그저 불쌍한 놈이 좋은 차를 타고 싶어서 그랬겠거니
그렇게 지레짐작을 한 겁니다
이 사건을 격고나서 저는 판단을 그르치게되는 가장 큰 원인은 선입견, 오만 그리고 불성실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7년간 보호감호를 선고하게 하는 제도가 나쁘다는 선입견
물론 그 제도는 지금도 좋지 않은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사실을 확인하는 것을 게을리하는데 대한 변명이 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틀릴 수는 있습니다
사건을 수사하거나 변론을 하다 보면 분명히 제가 맞다고 생각했는데 패소 할 때가 있습니다
의뢰인이 물론 가장 억울하겠지만
변호사인 저로써도 억울해서 잠이 안 올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누구라도 자신의 판단이 반드시 옳다고 얘기할 수는 없습니다
저는 이 사건을 처리 하고 나서 정말 합리적으로 인간적으로 처리했다고 자신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잘못 판단을 한거고
그 잘못을 너무 늦게 깨달은 겁니다
누구나 틀릴 수 있기 때문에
어떤 문제를 바라볼때는 다양한 시각을 가지고 열린 마음으로 바라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사건에서 저는 사실 관계를 잘못 파악한 것이지만
사실관계를 넘어서 어떤 것이 옳으냐 혹은 그르냐는 것을 판단 할 때도
열린 마음을 가지고 다양한 시각을 수용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결론이 틀릴 수 있다는 생각
확실해 보이는 결과도 다시 생각해 보이는 태도
저는 여기에서 상대방의 생각을 존중 하는 마음이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또 그런 태도야말로 자신의 사고를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밑바탕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변호사로서 실재 현실에서 벌어진 사건을 보면
아무리 간단해보이는 사건도 나름의 모순이 있고
그 모순을 해결하다 보면은
생각이 깊어지고 눈이 깊어지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우리가 사는 세계가 하나의 해답만을 가지고 있다면 인생이 얼마나 재미 없습니까
스스로 확신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자신과 다른 생각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자신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 할 때
우리가 사는 세계를 진정으로 즐기면서 살아 갈 수 있을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ND
이 글은 청각을 잃은 제 친구를 위해 작성되었습니다.
전체 또는 일부가 잘못 듣고 잘못 옮겨 적은 내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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