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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바시 855회 단톡방 성희롱 피해자로서 내가 느낀 것 | 김예은 고려대학교 정경대학 前 여성국장 | 강의 강연 영상 듣기


강연 소개 : 대학가에서 ‘단톡방 성희롱’ 대자보가 줄을 잇고 있습니다. 최근에도 많은 사례가 기사화되고 있는데요. 제가 바로 그 단톡방 사건의 피해자입니다. 함께 친하게 어울리던 같은 과 동기 친구들이 그런 채팅방을 만들어 저와 제 친구들을 성희롱해온 사건이 실제로 발생했습니다. 왜 이런 일들이 멈추지 않고 계속 수면 위로 드러나는 걸까요? 제가 이 사건을 공론화하며 느낀 것과 이런 일을 막기 위해 우리가 함께 실천해야 할 것들에 대해 나누고 싶습니다.


게시일: 2017. 11. 28.




안녕하세요 저는 대학생 김예은입니다 

제가 지금 여러분들께 카톡 대화 한 장면을 보여드릴텐데요 

과연 이 대화들은 누가 누구에게 하는 대화 하였을까요?

여러분들이 지금 보고 계시는 대화는 

과거 저희 절친들이 

저와 저희 친구들의 향해 하던 말이었습니다 


1년이 넘는 시간동안 가해자 7명은 수많은 친구들의 상대로 언어 성폭력을 저질러 왔습니다 

심의 때문에 말할 수 없는 내용들을 포함해서 무려 A4로 1000쪽이 넘는 방대한 양을 말입니다 


저는 오늘 이런 카카오톡 언어 성폭력 사건을 공론화한 경험에 대해서 얘기하고자 합니다 

앞서 절친이라고 말씀을 드렸는데 

가해자 7명은 모두 제 대학 동기들이였고 

그 중에는 정말 '의남매'라고 할 정도로 대학내내 붙어 많이 친구도 있었습니다 


친하게 지냈던 사람들일수록 단톡방에서 대화수위는 더 강하고 그 빈도도 더 잦았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제가 이상한 사람만고르는 렌즈를 끼고다니나 생각을 하기도했습니다 


사건은 작년 6월 단톡에 속해있던 또 다른 남자학우 덕분에 공론화 될 수 있었습니다 

그 친구가 제보자 역할을 해 준 거죠 


제가 단톡 내용을 쭉 읽고 나니까 

직접적인 성희롱 피해자만 30여명에 다다르고 

그 외에 불특정 다수까지 합하면 정말 수 많은 여성들이 피해자가 되었습니다 


제가 좀 역설적인 말이지만 

피해자가 그만큼 많다는 건 꽤 다행인 일이기도 했습니다 

왜냐하면 저 혼자 만이 갖고 있었던 작은 분노와 용기로는 할 수 없었던 일을 할 수 있게 만들었기 때문이죠 


동기, 선배, 새내기를 대상으로 한

광범위한 카카오톡방 언어성폭력 사건을 고발합니다

- 성폭력은 어디에도 있고 어디에도 없다


그래서 저희들은 이렇게 광범위한 카카오톡방 언어성폭력 사건을 고발하는 대자보를 쓰게 되었습니다

이 대자보에 부제는 '성폭력은 어디에도 있고 어디에도 없다'라는 부제 였는데요 


나름대로 의미심장하게 들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성범죄는 우리가 정말 일상 속에서 자주 접하는 범죄지만 

그만큼 또 꽁꽁 숨겨지기 쉬운 범죄라는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큰 특징은 가끔 가해자 심지어 피해자 조차도 이게 성범죄다'라는 인지를 못 하는 경우가 있다는 점인데요 


왜 뉴스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말이 있잖아요 

'귀여워서 그랬다'

'딸 같아서 그랬다'

'범죄일거라 생각 못 했다'


하지만 여러분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수업을 듣고 있으면서 

동시에 핸드폰으로는 얘가 어떠내 저떠내 하는 행동들이 정말로 농담처럼 느껴지시나요?


실제로 제가 카톡방을 쭉 읽다가 

이 사실을 확인했을 때는 아! 정말 충격적 이더라고요 

겉으로는 제가 아는 모습처럼 이야기 하고 장난 쳐 놓고는 

동시에 핸드폰으로는 얘가 어떻고 저떻고 하는 그런 말들이 일삼았더라고요 


아... 제가 사람 보는 눈이 없었던게 아니라 

그냥 저는 철저하게 배신당했던 겁니다 

그들의 이중적인 모습에요 


단톡방이 이런 비슷한 애들이 서로 서로를 알아보고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거라고 생각 하실 수도 있을 것 같지만 

사실은 굉장히 일상적인 목적으로 생겨난 톡방입니다 

그냥 뭐 미팅 나갈 사람 구하고 

같이 놀자 그러고 단체 사진 전송 하고 이런 것들을 위해서요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 사회가 야한농담이라면서 여겨왔던 것들을 자꾸 자꾸 나누다 보니까 

그 수위가 점점 높아지게 된 거죠 


실제로 이런 말들 익숙해지고 또 이런 말을 동의를 해야만 친구들과 친하게 지낼 수 있다'라는 분위기가 형성 되니까 

그 누구도 잘못된 대화를 멈출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이런식으로 치밀해 졌어요 



내가 술 먹고 실수할까 봐 미리 단톡방을 나가 있고 

혹은 걸릴까 봐 서로 서로 공모 하는 식으로 점점 치밀해져 갔습니다 


사실 이렇게 성희롱에 무뎌지고 

또 다른 사람에 대한 공감능력이 없어진다는건 꽤 무서운 일입니다 


제가 제일 처음에 이런 단독들을 쭉 읽었을땐 

정말 너무 충격적이고 역겹고 꿈을 꾸는 거 같았어요 

하지만 공론화를 위해서 정말 수십 번에 걸쳐서 같은 내용을 읽고 나니까 

그냥 피해자였던 저 조차도 저런 내용들에 되게 담담해 지더라고요 

피해자도 이렇게 변하는데 말 하는 사람이라면 얼마나 더 쉽게 성희롱에 무뎌질지는 

여러분들도 쉽게 상상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지금까지는 단톡이라는 특수한 배경에 한정해서 얘기를 했는데요 

이 단톡을 사회로 넓힌다고 해서 제가 겪은 이야기가 크게 달라지지 않습니다 


우선 온라인에서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농담이내 

사생활침해내 

표현에 자유내

그런 이차가혜에 해당하는 말들이 정말 많았고요 


심지어 한 경찰분은 피해자와 일대일로 대면한 상태에서 

저런걸로 모욕감이 들어요? 를 시작으로 정말 긴 긴 훈계를 하시기로 했습니다 


또 학교에 아무실효성없는 징계에 분노하면서 항의 전화를 했더니 

아~ 우리끼리 그렇게 정한거고

그 자세한 이유까진 내가 알려줄 이유가 없다 

라면서 저한테 굉장히 짜증 낸 

담당자의 목소리가 저는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 외에도 

'야 ~ 우리도 운이 좋았어'라고 말하는 남자 동기들도 있었고요 


바로 옆에서있던 제가 피해자인지 모른채 아무 말이나 툭 내뱉던 이름 모를 학생도 있었습니다 


이처럼 본인들은 가해자들과 똑같이 폭력적 분위기에 익숙해서 버렸다는걸 과연 알곤 있을까요?


사실 이 곳에 계신 저와 여러분도 이런 익숙함에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우린 단 한번도 폭력이 사라진 사회에서 산 적이 없기 때문이죠 


그게 바로 우리가 성범죄 뉴스를 듣고 그저 가해자를 손가락질 하는 것에서 그쳐선 안되는 이유입니다 


비록 어린 시절부터 우린 폭력이 나쁜거고 약한사람을 괴롭히면 안 된다고 배우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말과 행동이 폭력인지 까지는 다 배우지 못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우린 가부장적 사회에서 배운 낡은 생각을 갖고 살면서도 

우린 그렇게 살고 있다는 사실조차 잘 자각하지 못합니다 

돌이켜 봅시다 

우린 오늘도 늘 그랬던 것처럼 말하고 행동하며 하루를 보내지 않았나요?


그래서 저는 여러분과 약속하고 싶습니다 

더 불편해지고 

더 용기 내자구요 

사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고 행동해왔던 것들이 보이지 않는 특권에 결과일 수 있음을 우린 잘 잊어버립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이 특권과 또 동시에 존재하고 있는 우리의 약자성에 대해서 우린 더 공부하고 더 신중해야 합니다 

몰랐다는건 변명거리가 될 수 없으니까요 

만약에 나와 저 상대의 정체성 이런 특권과 약자성에 대해서 다 이해하지 못 했다면 

적어도 '아! 내가 말을 조심해야겠다' 라는 그 정도의 경각심을 가지고 있어야만 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대화를 친구들에게 알려준 단톡 제보를 떠올려 봅시다 

그냥 친구들과 친하게 지내는 평범한 남학생이 수도 있었던 그 사람이 어떻게 용기를 낼 수 있었을까요?


그건 바로 그 사람이 그 단톡에 분위기에 무뎌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잘못된 분위기를 그저 침묵으로 방관하지 않을 수 있었죠

만약 우리가 그 사람을 보고 유난떤다며 왜 그러냐며 그냥 넘어가라 했다면 

지금도 이 단톡을 비롯한 수많은 단톡이 똑같은 대화를 계속 나누고 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이처럼 한 사람의 자각과 용기로 세상은 조금 더 나은 공간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행동을 멈추고 더 나아가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존재니까요 

여러분 세상을 바꾸는 데는 무엇이 또 필요할까요?

저는 저나 여러분처럼 자각과 용기를 가진 '아닌건 아닌거지'라고 말할 줄 아는 사람들의 연대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은 누군가가 바꿔 주는 공간이 아닌 우리가 바꿔 나가는 공간이니까요 

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ND


이 글은 청각을 잃은 제 친구를 위해 작성되었습니다.

전체 또는 일부가 잘못 듣고 잘못 옮겨 적은 내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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