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단 내 성폭력 : 가해자의 이름은 하나가 아니다 | 오빛나리 고양예고 문예창작과 졸업생 모임 ‘탈선’ 대표 | 세바시 856회


강연 소개 : 2016년 여름, 많은 문인들이 여성 제자들을 대상으로 성폭력을 저지른 일들이 발생했습니다. 문학에 대한 꿈을 키워왔던 저로서는 이런 현실을 고발하고 방지하기 위해 고발자 연대모임 ‘탈선’을 만들었습니다. 문단내 성폭력 가해자의 이름은 단 한명이 아닙니다. ‘문단’에서 성폭력이 발생하는 특징을 짚어보고, 이를 방조하는 문단의 구조적 문제에 대해 이야기 하겠습니다. 


게시일: 2017. 11. 29.




안녕하세요 

여러분은 혹시 문학을 많이 좋아하시나요?

저도 정말 좋아해요

저는 중학생 때 좀 우울했던 중학생 였는데요 

맨날 공상 상상 멍때리기가 일과였어요 

다른 거는 별로 흥미가 없었어요 

근데 그때 시나 소설을 읽는건 무척 재밌더라구요 


뭐랄까 좋은 글을 읽으면 

콘크리트벽 틈에 몰리는 틈을 발견한 기분이었고 

좋은 글은 그 틈을 통해서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거나 새로운 세상을 꿈꾸게 하더라고요 


그래서 '아~ 나도 작가가 되야겠다' 그런 꿈을 가졌어요 

작가가 되는건 어떻게 해야 될까 

네이버에 검색을 해 봤죠 

그랬더니 문예창작학과에 진학을 해서 등단준비를 한대요 보통은 


그래서 저도 예술고등학교 문예창작학과 대학 문창과에 진학을 했어요 

해수로만 7년째죠 

제가 지금 막학기를 다니고 있거든요 

7년이면 

저는 이 세계에 대해서 제가 알만큼 안한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오만이 완전히 박살 나는 일이 일어났어요 


#문단_내_성폭력


작년 10월 '문단내성폭력' 이라는 해시태그로 달고 성폭력 고발이 시작됐어요 


스승과 제자라는 위계 

작가라는 이름을 이용한 작가들의 성폭력 이더라구요 


고발된 사람들은 대부분 유명하고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시인, 소설가 들이였어요 

피해자들은 대부분 습작생이자 제자였고요

정말 충격적이었죠 


문학을 할려면 일탈을 해야 된다라며 성폭력을 저지르고 은폐했으니까요 

저는 너무 깜짝 놀랐어요 

내가 이런 사회에 들어가려고 했었나?

이런 사회를 내가 꿈꿨나?

내가 거기 속해 있었나?

근데 나는 정말로 몰랐나?


그렇게 돌이켜 생각해 보니까 

그것을 성폭력이라고 명명하지 못했을뿐 


저 뿐만 아니라 제 주변에서 늘 일어나던 일이더라구요 

고발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더라구요 

아 이거 고발자 개인의 일이 아니다 

내가 이 사건의 당사자다 

저는 그런 마음으로 문단내성폭력을 고발한 탈선 연대 대표로 활동 하게 됐어요 


피해고발자들은 성폭력을 성폭력이라고 인지 하기도 어려워 했고 그걸 부르기도 어려워했어요 

특히 '문단내성폭력'은 문단 내 이기에 가지는 특수성이 있거든요 


문단이라는게 뭘까요? 

저도 7년째 다니고 있지만 정확히 문단에 그 범위를 잘 모르겠어요 

근데 대충은 출판사, 문예협회, 사모임 등을 퉁쳐서 문단이라고 말을 하는 거 같아요 


그 문단이라는 사회 안에서 

문학을 매개로 스승이자 기성문인들을 만나게 되면 

이상한 낌새를 좀 느끼더라도 

이런 고민을 하게 돼요


'이 사람이 내가 문단 사회에 진출을 할 수 있게 하는 등단을 도와줄 유일한 사람이 어떡하지?'

'이 사람은 나한테 문학을 가르쳐 준 사람이잖아'

'이 사람이 내 재능을 알아봐 줬잖아 혹은 알아봐 줄 수 있자나 앞으로 더'


그런 고민을 하게 돼요 

이런 고민들을 하면서 흔히 예술적인 것은 일탈 적이라고 하니까 

내가 예술적인 못해서 그런 감각이 부족해서 오해하는건 아닐까 

이런 고민들을 하게 돼요 

자연스럽게 


문단사회는 무척 폐쇠적이에요

유명한 출판사와 신문사를 통해 등단을 해야지만 진짜 작가로 인정받을 수 있거든요 

자연스럽게 문창과사회에서는 등단만이 최우선 목표이자 제일 중요한 과제 이고 

어떤 성장의 증표인 것처럼 학습하게 돼요

그렇게 교육하고 그렇게 교육 받아요 


실질적으로 여러가지 공모전들이 있지만 

그 이후에 지면을 얻을 수가 있고 영향력이 있는 매체는 열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한정적이에요 

그렇게 등단을 해도 원고료로는 생계유지를 할 수가 없어요 


유명문인들은 열러 강의에 출강해서 강의를 하기도 하고 

동시에 공모전 심사위원을 해요 

출판사의 편집위원으로 일하기도 해요 

한문인이 가지는 역할과 영향력이 그렇게 크고 많다면 

그 좁은 문단 사회 내에서 문인들에게 밑 보이지 않는 것이 

내 생존방법으로 최우선이라고 생각하게 되지 않을까요?

더군다나 순수문인 등단작가라는 신화와 환상이 제생산되는 사회에서 말이에요 


저는 탈선을 통해 연대를 시작했어요 

저도 연대가 뭔지 잘 몰랐어요 

그래서 무작정 모였어요 

왜냐하면 본인을 예고졸업생이라고 밝힌 고발자를 보고 

우선은 모인 거거든요 


모여서 논의를 했어요 

우리 어떻게 해야 되냐 이거 

우리 같은 졸업생인데 지지하고 연대 해야 되는데 

지진랑 연대가 뭐냐 

뭐 이렇게 고민을 했죠 

근데 우리 고민을 해보니까 

저희가 가진게 그리고 배운게 글 밖에 없는 거예요 

그리고 우리가 내세울 수 있는 무기도 글 밖에 없는 거예요 


아 그래서 

우리 문학에 이름으로 문단내성폭력을 고발하자 

그리고 고발자를 지지하자 

그렇게 연대하자 

그래서 저희는 지지문을 썼어요


문학의 이름으로

이것은 비단 낮은 윤리의식을 가진 개인에게서만 비롯된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선언한다

우리는 지금 이 순간 문단, 학교, 선생은 아니지만, 문학은 될 수 있다

우리는 이제 시작했다


그리고 그걸 사회에 발표 하고 싶었어요 


[<탈선>의 요구안 및 지지문 바로가기]


그 기자회견을 통해서 지지문과 지지서명에 107명의 이름을 그 자리에서 낭독 했어요 

그리고 문단 사회 학교 가해지목인을 향한 요구안을 발표했어요 

그렇게 1년이 지났어요 


저희는 그동안 피해 고발자의 의료비와 법률자금을 지원하는 '칠판프로젝트'에 참여하기도 했고 


여러 매체를 통해서 문단내성폭력사건과 문단내성폭력이 가진 논의점들을 말하는 자리를 많이 가졌어요 

크고 작은 변화가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죠

탈선이 고발했던 한 시인은 1심에서 8년 징역형을 선고 받았어요 

문단내성폭력 해시태그를 달고 고발됐던 다른 가해 지목인들은

고발자를 명예회손으로 고소했어요 

그리고 제 친구들은 여전히 등단을 준비해요 

저는 여전히 글을 써요 

그걸 배웠고 그걸 좋아하게 됐어요 

어떻게 해야 될까요?



저는 이 자리에서 연대에 대해서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어요 

가해자의 이름은 하나가 아니다 

가해자의 이름 뒤에 숨어서 성폭력을 방조하고 공모하고 은폐 시키는데 협조한 그 구조를 봐야 된다 

그 구조를 성찰해야 된다 


성폭력 사건을 개인의 낮은 도덕성 때문에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죠 

그리고 법적 판결이 성폭력을 예방하거나 모두 해결해 주지도 않아요 


이런 생각을 해요 

등단 제도가 없었으면 어땠을까 

등단 제도가 혹은 지금과 모양이 달랐으면 어땠을까 

가해지목인이 '너가 내 말을 잘 들어야 입시도 성공하고 등단도 할 수 있다'라는 말이 우스개로 들릴 수 있는 사회 였으면 어땠을까 


혹은 성폭력 피해호소를 할 때 

니가 유혹한거 아냐?

남자는 어쩔 수 없는 본능이 있잖아

왜 따라갔어?

이런식에 말이 쏟아져나오는 사회가 아니었더라면 

그렇다면은 좀 달라지지 않았을까?

저는 그런 고민을 했어요


제가 10년 동안 배운게 문학 밖에 없거든요 

여전히 문학을 읽고 문학을 하는 것은 다른 세계를 상상하게하는 용기를 준다고 생각해요


문단이라니

실체는 불분명한 상진권력을 해체하려는 더 많은 움직이 있으면 어떨까 

그걸 우리가 실체화 하고 구조 할 수 있으면 어떨까 


근데 이런 말들이 좀 우습게 들릴 수도 있어요 

'문학에 의미를 다시 되새기자'

'지금 문제적인 사회를 폐기 하지 말고 다른 방향으로 상상해보자' 이런 말들이요 


저 역시 문학을 7년 동안 수학 하면서 문학에 대한 이상적이고 아름다운 말대로 많이 배웠어요 

문학과 문학하는 사람들에 대한 

근데 실제로 제가 한국에서 문학도이자 여성으로 겪은 한국문단과 문학은 전혀 이상적이지도 않고 아름답지도 않았어요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고요



그렇지만 그 언어의 정교한 집합인 문학은 여전히 

인간을 억압하는 것에 대상을 밝히고 그 함의를 밝힌다고 믿어요 


네가 문학에서 

벽을 마주하는 것은 

상상력이 부족해서 그렇다 

틀을 깨지 못 해서 그렇다 

탈선을 해야 한다

고 말했던 가해지목인의 말을 빼앗아 

우리 이름을 탈선으로 지은 것처럼요 


지지문을 낭독하면서 

우리가 지금 이 순간 사회, 학교, 스승은 될 수 없지만 문학은 될 수 있다'라고 선언했던 것처럼요 

겨우 단어 하나인데 가해자의 함의를 전복시키고 우리의지를 보이며 

우리의 이름을 우리 목소리로 전달하게 할 수 있었던 것처럼요


감사합니다




END


이 글은 청각을 잃은 제 친구를 위해 작성되었습니다.

전체 또는 일부가 잘못 듣고 잘못 옮겨 적은 내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에 댓글 남겨 주세요.


추신 : 여러분의 공감 클릭은 정말 큰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