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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채널e] 할머니와 나

할머니 이야기 속에는 한국 여성들의 삶이 있었다






어느 날

가족사진을 보다가



좋아하는 사람 곁에

찰싹 붙는 내 자세가



일기 쓰는 걸

좋아하는 내 모습이

할머니와 닮았다는 걸 알았다



할머니의 젊은 날은 어땠을까?

처음으로 할머니께 여쭤보았다





할머니와 나



1928년


"어릴 적 할머니 별멍은 꼬마였어."



"'꼬마야. 꼬마야'

집에서는 그렇게 불렀어."



나 처럼 키 작은 꼬마



"오라버니들께서 등교할 땐

가방 메고 촐랑촐랑 따라갔지."



1942년

"학교에선 일본어로만 공부했어."



"오전에만 수업을 듣고

오후에는 일본 애들 군복을 만들었어."



"고등학교 시절 재밌게 보내진 못했지

전쟁 때문에 공장에 가야 했으니까."



내가 교과서로만 배운

일제시대를 살았던 소녀



"그래도 방학하면

친구들이랑 멀리 놀러 갔단다."



"덕수궁, 경복궁에 연못 있잖아

전교생이 거기서 스케이트 시합을 했지."



그런데

1945년 해방 후





나처럼

대학에 입학해

자기 길을 찾으려 했던

여학생



"대학 입학할 때는 150명 있었는데

졸업한 사람은 50명밖에 없었어."



"여학생들 중에

결국 공부보다 결혼하려고

학교 다니는 사람도 꽤 있었던 거지."



"하지만

난 그때까지만 해도 결혼 생각이 없었고

대학을 졸업해야 한다는 신념이 강했지."



그러나

1950년

"6.25전쟁이 할머니 인생을 크게 바꾸었어."





"전쟁 통에 큰 오라버니 돌아가시지

큰 형부 돌아가시지

모든 걸 포기하게 된 거야."



현실 때문에

꿈을 포기하게 된 20대 여성



"전쟁 통에 대전에서

고등학교 선생님으로 일하면서

네 할아버지와 연애를 하게 됐어."



"아침에 우리 반 출석부를 열면

그 안에 쪽지가 있었어."



"내가 교무실에 앉아 있으면

네 할아버지가 지나가면서 툭툭 쳐

그게 우리끼리 사인이었지."



옛날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나의 연애와 다르지 않은

할머니의 연애





그런데

"엄마는 왜 언젠가부터

아버지 인생을 따라 살고 있었어요?"



"한번은 막내딸 얘기를 듣고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잖아."



"이미 세월은 흘러갔고

내 이루지 못한 꿈을 대신해 자식들의 꿈을

응원해주자고 생각했지."



누구보다

멋진 청춘을 보냈지만



결혼 후

자기를 돌아볼 시간 하나 없던

할머니의 삶



"내 나이 91세

난 네 엄마의 엄마였고

할머니지만"



"처음부터 엄마였고

할머니였던 건 아니었단다."



할머니 이야기 속에는

역사가

한국 여성들의 삶이 있었다



그리고

내가 있었다



감수 : 윤여준

참고 : <그때, 우리 할머니>, 정숙진/윤여준, 북노마드

자료 제공 : 북노마드 출판사, 윤여준


구성 : 장혜령

조연출 : 김준규

연출 : 김동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