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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바시 1867회 | 나를 설레게 하는 전자 사회의 헌법 제1조 : 양자 역학 | 김은아 코넬대학교 물리학과 교수

나를 설레게 하는 전자 사회의 헌법 제1조 : 양자 역학

  • 저는 대학에서 양자역학을 공부할 때 너무 늦게 태어난 게 아쉬웠어요. 
  • 한 70년 늦게 태어났구나. 
  • 양자역학의 이론이 막 태어나던 시대에 산 물리학자들이 너무 부러웠거든요.
  • 근데 지금은 이 시대를 사는 게 너무 행복합니다. 
  • 100년 전 물리학자들은 꿈만 꾸던 실험들을 우리는 할 수 있으니까요.
  • 우리는 참 특별한 시간을 살고 있습니다.

 

나를 설레게 하는 전자 사회의 헌법 제1조 : 양자 역학

 

안녕하세요. 

어릴 때 양자 다체계 이론에 호기심에 빠져 매일매일 배우는 삶이 행복한 이론 물리학자 김은아입니다.

이름만 들어도 어렵게 들리는데 양자 다체계 근데 어릴 때 거기에 빠졌다고 하니까 혹시 천재인가? 아니고요.

그냥 어릴 때 일상에서 궁금했던 현상들의 바닥에 양자 다책의 이론이 있었어요.

 

그럼 10살 김은아는 뭐가 궁금했을까요?

 

물을 얼리면 왜 부풀까?

 

도대체 왜 물을 얼리면 부풀까?

처음 겪었을 때 신기하지 않으셨나요? 전 너무 신기했어요.

아버지께 물어보니까 물 분자들의 수소 결합 때문이래요.

순식간에 과학 용어들이 난무하고 질문이 질문을 낳고 궁금증은 바닥을 보지 못했어요.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에 많은 개체들이 있고 그들이 어떤 법을 따라 움직이는 일종의 사회를 형성한다는 감을 잡았죠.

 

전자들이 조건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사회 현상 :물성

 

대학 3학년 때 알게 됐어요.

우리 손안에 들어가는 물건들에 우주 안의 별의 수만큼 많은 전자들이 조건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사회 현상.

그 현상이 물성이고 그 사회의 헌법이 양자 역학이라는 걸 알게 됐죠.

제가 10살 때부터 궁금하던 바로 이 전자들의 사회가 돌아가는 원리 그게 양자 다책의 이론이라는 걸 알게 된 거예요.

 

양자 다체계 이론

 

그때 난 이 공부를 꼭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내가 궁금한 걸 남이 벌써 알아냈으면 공부를 하는 거고 아무도 알아내지 못했으면 연구를 하는 거죠.

수많은 전자가 양자 역학을 따르는 사회, 그게 제가 연구하는 양자 다체계입니다.

 

 

전자들의 사회 현상은 물질들이 환경에 따라 다른 성질을 띠게 합니다.

이 손 안에 들어있는 물질들, 그 안에 있는 전자들, 이 전자들이 구성하는 사회에서는 조건에 따라서 다른 성질이 나타나게 되는데요.

 

이트륨 바륨 구리 산화물


고온 초전도체인 이 물질은 상온에서는 전기가 잘 통하지 않습니다.

이론 물리학자들은 이 물질 안의 전자 사회가 너무 혼란스러워서 전자들이 움직이지 못한다고 봅니다.

그런데 이 물질을 특정 온도 이하로 차갑게 만들면 모든 전자들이 한 몸처럼 움직여서 막힘없이 나아가는 초전도 현상을 보입니다. 굉장히 극적인 차이가 보이죠. 

 

이런 극적인 변화를 이론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 때,

저와 제가 같이 연구하는 친구들은 세계를 정복한 듯한 손 안의 우주를 정복한 듯한 뿌듯함을 느낍니다.

하지만 이해가 안 되는 퍼즐을 붙잡고 씨름하는 시간이 사실은 훨씬 더 많습니다.

양자역학을 기술하는 수학 공식은 1920년대에 벌써 알아냈지만 고전 컴퓨터로는 10여 개 이상의 전자의 움직임은 예측을 하는 게 어려워요.

만약에 전자들이 움직이지 않고 한 자리에 가만히 있다면 여러분들처럼 가만히 있다면 어떨까요?

좀 더 쉬워질까요? 그래도 어려워요.

 

스핀

 

왜냐하면 전자들이 모두 스핀이라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자석을 그 안에 지니고 있는데 그것 역시 10여 개 이상은 그 움직임을 예측하는 게 어렵습니다.

1981년 이론물리학자이자 노벨상 수상자인 리처드 파이마는 전자의 스핀과 똑같이 양자역학을 따르는 큐비트들을 인위적으로 만들어 양자 다측의 문제를 시뮬레이트 하자는 제안을 했습니다.

그 제안을 이루어보려는 연구는 2010년경부터 열매를 맺기 시작해서 2016년에는 IBM이 양자 컴퓨터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시작하기에 이릅니다.

 

 

저는 대학에서 양자역학을 공부할 때 너무 늦게 태어난 게 아쉬웠어요. 한 70년 늦게 태어났구나. 

왜냐하면 양자역학의 이론이 막 태어나던 시대에 산 물리학자들이 너무 부러웠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이 시대를 사는 게 너무 행복합니다.

100년 전 물리학자들은 꿈만 꾸던 실험들을 우리는 할 수 있으니까요.

지금 막 걸음마를 시작한 양자 컴퓨터로 양자 다채기를 이리저리 공부해 볼 수 있는 지금에 우리는 참 특별한 시간을 살고 있습니다.

양자 컴퓨터를 실제로 조작하고 그 결과를 해석할 수 있게 되면서 그전에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근본적이고 새로운 문제들이 등장하게 됩니다.

 

그럼 최근에 구글 팀과 제 연구팀이 신나게 연구한 문제를 살짝 얘기해 볼게요.

그 문제가 양자역학이라는 헌법의 제1조에 뿌리를 두고 있어서 그걸 먼저 나누고 싶습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는

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양자역학의 제1조는 이렇게 써볼 수 있을 것 같아요.

1항 고립된 양자개는 일반적으로 중첩 상태에 있다. 

2항 특정은 각 큐비트를 확률적으로 1이나 0으로 보낸다.

 

 

헌법을 이해하려면 그 안에 어휘들의 이해가 필요하듯 양자역학의 1 조항들을 이해하려면 중첩 상태 측정 이런 어휘들의 이해가 필요합니다. 다행히 큐비트 하나에도 이 법칙들을 적용해 볼 수가 있어요.

 

고정 컴퓨터의 비트는 스위치예요. 1과 0의 두 가지 상태가 있죠. 연산을 하면 비트가 0과 1 사이를 왔다 갔다 합니다.

그런데 전자가 지닌 작은 자석을 흉내내는 큐비트는 이 좌석이 북극을 가리키면 1이고 남극을 가리키면 0이에요.

큐비트가 1 상태에 있을 때 측정을 하면 100% 1로 나오고요.

반대로 큐비트가 0 상태에 있을 때 측정을 하면 반드시 0이 나와요.

이렇게까지 보면 고전적인 비트랑 별로 다르지 않아 보이죠. 스위치처럼 

많이들 공감해 주시는데요.

 

그런데 만약에 적도 위를 가리킨다면 어떨까요?

큐비트가 이렇게 적도 위를 가리킨다면 그런데 2항을 따르면 우리 헌법의 2항을 따르면 어떤 상태에 있던 측정을 하면 0이나 1이 나와야 하거든요.

이 상태에서 측정을 하면 0이 나왔다가 또 측정을 하면 1이 나올 수가 있어요.

그런데 적도 위에 있었으니까 그 확률이 반반인 게 맞겠죠.

이게 바로 중첩 상태의 한 예가 되는 겁니다. 

양자역학 헌법의 제1항은 1조 1항은 일반적인 큐비티의 방향이 0과 1이 다른 확률로 중첩된 상태라고 말하는 거죠.

 

 

이 강연을 준비하면서 저는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나는 엄마와 물리학자의 중첩 상태에 사는구나. 

주말에는 엄마로 관측될 확률이 높고 주중에는 물리학자로 관측될 확률이 더 높고,

무한한 중첩 상태를 큐비트 하나에 담을 수 있기 때문에 정보를 더 효율적으로 담을 수 있겠죠.

그래서 우리가 큐비티에 많은 관심을 갖는 거고요.

그런데 그 중첩 상태를 알아내려면 측정을 반복해야 돼요.

측정을 반복해서 0과 1의 확률을 찾아내야 된다는 문제가 있어요.

우리 지금 큐빗 하나를 봤는데 만약에 큐빗 개수가 늘어나면 어떻게 될까요?

 

 

최근에 제가 한 연구에서는 구글 양자 컴퓨터에 36개의 큐비트를 썼습니다.

각각의 큐비트가 0이나 1로 측정될 수 있기 때문에 측정 가능한 상태의 수가 무려 687억을 넘습니다.

 

 

모든 큐비트가 0인 상태로 준비하면 그렇게 많은 상태의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번 반복 측정을 해도 그중에 딱 하나 0000000만 나옵니다.

그렇지만 이 시스템을 가지고 조금만 연산을 하면 금방 그 많은 가능성들의 중첩 상태에 이릅니다.

문제는 그 확률 분포를 정확히 알려면 불가능할 만큼의 많은 반복 측정이 필요하다는 거죠.

가능성이 687억 개가 넘으니까 적어도 687억 번은 재봐야 되지 않겠어요?

 

 

687억 번을 재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 

그럼 실현 가능한 횟수의 측정으로 이 복잡한 중첩 상태를 파악할 수 있을지?라는 문제는 오랫동안 연구자들이 반드시 넘어야 할 과제였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해야만 양자 컴퓨터를 양자 다체계 연구에 활용할 수 있으니까요.

 

우리 연구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양자 컴퓨터를 도와줄 인공지능 시스템을 개발했어요.

지난 7년간 인공지능을 양자 다체계 이해에 활용하는 연구를 하면서 저희 그룹은 노하우를 쌓아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로 2년을 넘게 씨름했어요.

그런데 저희가 이 문제로 씨름을 하는 사이에 많이들 아시는 것처럼 인공지능 언어 모델이 급격히 발전했죠.

인공지능 언어 모델이 수많은 어휘들의 확률적 분포를 파악해서 문장을 만들어내는 원리에서 저희는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He lives in the White House 라는 영어 문장에서 White 하고 House 를 엮어서 그리고 He라는 단어를 같이 엮어주면 He가 미국 대통령을 지칭한다는 걸 알 수 있잖아요. 그렇게 서로 엮어야지만 문장의 뜻이 이해가 되거든요.

그럼 문장을 이해하고 구성할 수 있는 언어 모델들은 이렇게 문장 안의 어휘들 간의 상관관계를 파악을 해내는 거죠.

 

저희는 이 원리를 써서 687억번에 훨씬 못 미치는 측정으로도 이런 언어 모델의 원리를 쓰면 측정 결과들 사이의 상관관계를 파악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가설로 연구를 시작했어요.

여태까지 인공지능 연구와 양자 컴퓨터 연구는 그간 그다지 교류가 없었기 때문에 길이 없었어요.

걷는 길을 트느라고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고, 이게 북극이나 남극을 탐험하는 사람들은 이런 기분이었겠구나라는 생각을 할 정도로 앞이 막혀 있을 있는 것 같이 보일 때도 많았어요.

그랬지만 그만큼 성공했을 때의 행복감은 중독적이었어요.

우리 애들이 엄마는 일에 중독됐다고 하는데 그 행복한 정도가 정말 중독적이거든요.

 

여러 기반의 양자 컴퓨터들이 개발되고 있고 실험들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아직 새싹 단계인 양자 컴퓨터를 십분 활용하려면 고전적 컴퓨터의 인공지능과 양자 컴퓨터를 결합하는 하이브리드적인 접근이 필수적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우리가 사는 특별한 시대의 파도를 전략적으로 타는 이 방향으로 앞으로 더 많은 연구가 나올 거라고 저는 기대합니다.

여태까지는 양자 하드웨어, 인공지능 그리고 양자 컴퓨터를 필요로 하는 문제들이 있는 분야들 이런 각각의 다른 분야들이 다 제각각 연구되어 왔어요.

현재 양자 컴퓨터는 오류가 많고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그렇지만 또 빠르게 발전하고 있어요. 

이렇게 발전하는 양자 컴퓨터로 가치가 창조되려면 여러 과학 분야 그리고 정보과학 분야 그리고 응용수학 분야의 연구자들이 서로의 어휘를 배워서 소통하고 협업하는 것만이 길이라고 저는 봅니다.

 

제가 생각하고 꿈꾸는 세계를 선도하는 연구는 많은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연구예요.

내가 궁금한데 다른 연구자들도 많이 알고 싶어 하는 걸 알아내기 위해서 때로는 없는 길을 개척하기도 하는 거죠.

그걸 혼자 하는 게 아니라 친구들이랑 또 다음 세대와 나눠서 더 행복하고요.

양자역학이나 첨단과학이 어렵고 멀게 느껴질 때 여러분 손안에 양자 역학이 헌법인 사회가 있고,

지나칠 수도 있는 궁금증을 끝까지 파고드는 데서 행복을 찾는 이웃이 과학자라는 걸 기억해 주셨으면 합니다.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