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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바시 1861회 | 보는 것이 믿는 것! 양자역학 현상 관찰을 위한 여정 | 문종철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

보는 것이 믿는 것! 양자역학 현상 관찰을 위한 여정



  • 이제는 원자 하나하나를 가지고 놀 수 있는 경지에 올랐어요.
  • 해리포터가 기차역의 벽을 뚫고 지나가는 장면이 나옵니다.
  • 이런 마법 같은 일이 현실에서는 과연 가능할까요?
  • 초록색으로 빛나는 공처럼 뭉쳐 있는 것이 보이죠? 이것들이 바로 냉각된 원자들입니다.

 

한국 양자 기술력 원자로 글씨 쓰는 수준까지 왔습니다

 

저는 원자를 이용해서 양자 컴퓨터를 연구하고 있는 문종철이라고 합니다.

제가 오늘 말씀드리려고 하는 것은 양자역학인데요.

여러분 혹시 양자역학 하면 무엇이 머리에 떠오르시나요?

아마도 나랑은 좀 상관없는 것과 같은 어려운 학문이나 혹은 공상과학 영화나 아니면 판타지 영화에서나 가능할 것 같은 마법 같은 현상들이 떠오르실 수 있어요.

 

 

아마도 마법 하면 떠오르는 영화 중 하나가 해리포터일 텐데요.

해리포터 영화 중에 이런 장면이 등장합니다. 

주인공 해리포터가 호그와트 마법학교에 가기 위해서 기차역의 벽을 뚫고 지나가는 장면이 나옵니다.

해리포터의 명장면 중의 하나이기 때문에 실제로 촬영을 했던 런던의 킹스크로스역에 가시면 지금도 사진 명소로 인기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마법 같은 일이 현실에서는 과연 가능할까요? 벌어질 수 있을까요? 

아마 가능하니까 제가 이 자리에 나와서 이렇게 말씀을 드리겠죠. 가능합니다.

이 문제를 조금 단순화해서 생각을 해볼게요.

 

 

그림과 같이 벽 대신에 언덕을 향해서 공을 굴린다고 생각해 볼 때 굴리는 속도가 빠르지 않아서 언덕을 넘어가지 못하는 상황을 상상해 볼게요.

그렇다면 아무리 우리가 많은 시도를 해도 공은 언덕을 넘어가지 않을 거예요.

이것이 우리가 일상에서 늘 보아왔던 경험에 의하면 이 예상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고 뚫고 지나갈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죠.

하지만 양자 역학의 세계에서는 이렇게 뚫고 지나가는 것이 가능하고 한편으로는 매우 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이를 제가 실제로 실험으로 보여드릴게요. 이것은 제가 박사 과정 때 했던 실험인데요.

실험에서는 공 대신에 원자를 사용해서 아까와 같은 상황을 만들어 주었어요.

 

 

그래서 제 실험에서는 언덕을 양쪽에다가 두어서 원자를 가운데 가두어 두었습니다.

우리가 생각할 때 가두어 두면 절대 원자가 탈출할 일이 없겠죠.

 

 

 

하지만 양자역학의 세계에서는 오른쪽에 그림과 같이 벽을 뚫고 탈출하는 것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그림에서 네모로 표시된 부분이 바로 벽에 가두어진 부분인데요.

원자들이 벽 안에 머물러 있지 않고 뚫고 나오는 것을 볼 수가 있습니다.

빨간 원으로 표시된 것이 바로 탈출한 원자들입니다.

이렇게 벽을 뚫고 지나가는 현상을 터널링 현상이라고 부르는데요.

 

 

양자 역학이 도대체 뭐길래 이런 현상이 가능할까요?

이것은 바로 파동 입자 이중성이라는 매우 알쏭달쏭한 양자역학적 특징 때문입니다.

 

 

모든 것이 입자와 화동의 성질을 동시에 지닌다는 것인데요.

이게 선뜻 들으면 납득하기도 어렵고 굉장히 모순적인 말이에요.

 

왜냐하면 입자라고 하면은 

사물을 이루는 어떤 원자나 분자 같이 하나의 집중된 위치에 존재하는 어떤 딱딱한 것일 것만 같은 반면에 

우리가 파동이라고 하면은 우리가 핸드폰을 위해 사용하는 전자파나 소리와 같은 음파 혹은 파도와 같은 수면파처럼 한 곳에 집중돼 있는 것이 아니라 넓게 퍼져 있는 것처럼 보이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서로 모순되는 것 같은 이 두 가지 성질이 동시에 나타난다고 하니까 이게 과연 말이 되는 소리일까요?

여러분은 이미 알게 모르게 파동 입자의 이중성을 접하고 계십니다.

아마도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이 있어요.

거기에 고급 문명을 갖고 있는 프로토스라는 종족은 무려 포톤 케논 즉 광자대포라는 방어 타워를 가지고 있어요.

 

 

이 광자 대포가 하는 역할은 우리가 파동이라고 생각하는 빛을 입자로 만들어서 뭉쳐서 적을 때리는 역할을 하는 것이죠.
눈치채셨겠지만 빛의 입자광자라고 부릅니다.

 

그럼 이번에는 반대로 입자가 파동의 성질을 나타내는 경우를 한번 생각해 볼게요.

우리가 잔잔한 호수 위에 2개의 돌을 떨어뜨려서 2개의 파도를 가 만들어지는 상황을 한번 생각해 볼게요.

 

 

이때 두 개의 파도가 만나면 왼쪽 그림과 같이 빨간색 선을 보시는 것과 같이 일정한 무늬가 생기게 되는데요.

이것이 간선 무늬라고 부릅니다.

좀 쉽게 말을 드리자면 핵심적인 메시지는 두 개의 파동이 서로 만날 때 어떠한 일정한 무늬를 만든다는 것이 파동의 핵심 성질 중 하나입니다.

 

 

그럼 제가 양자 역학에서는 입자가 파동성을 지닌다고 했으니까 두 개의 입자 혹은 두 개의 물질을 교차하거나 만나게 하면 이 왼쪽의 그림과 같이 호수 위 물결처럼 무늬가 생겨야겠죠.

그래야지 양자역학이 말하는 게 맞잖아요?

예를 들어서 우리가 식사를 할 때 젓가락 2개를 교차해서 음식을 먹는데 이 젓가락이 교차하거나 만날 때 왼쪽과 같은 무늬를 혹시 생기는 걸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아마 없으실 거예요. 이렇듯 양자 역학은 이 세상 이야기가 아닌 완전 안드로메다, 멀게만 느껴지는 얘기예요.

 

그런데 왜 그럴까요? 

대부분의 양자역학적 현상은 굉장히 미시적인 원자 단위에서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이라서 사실 눈에 보이기도 힘들고 우리가 직접적으로 경험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만약에 이러한 양자역학적 현상이 일상에서 매일같이 우리가 두 눈으로 볼 수 있는 세상에 산다면 어떨까요?

동양에는 백문이 불여일견, 또 서양에는 보는 것이 믿는다라는 말이 있듯이 동서양을 막론하고 과학자들 역시 이런 양자역학적 현상을 두 눈으로 보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이런 상상 같은 일이 가능할까요? 

저는 오늘 과학자들이 어떻게 양자역학적 현상을 직접 두 눈으로 볼 수 있게 만들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일상에서 파동 입자 이중성을 경험하기 힘든 것일까요?

당연한 말 같지만 우리의 일상은 양자 현상을 측정하기에 관측하기에는 그렇게 좋은 조건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즉 양자 현상은 우리 주변에 늘 존재하지만 우리가 양자 현상을 볼 수 없게 방해하는 요인의 영향력이 훨씬 더 크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방해 요소를 제거하면 우리가 양자 현상을 볼 수 있겠죠.

그나마 가장 간단한 방법 중에 하나가 바로 냉각입니다.

 

 

높은 온도나 혹은 뜨거운 열 같은 것은 양자 현상을 보는 데 있어서 가장 큰 적인데요.
왜냐하면 입자의 파동성을 저해하기 때문입니다.

 


물질파 연구로 노벨상을 수상하신 드브로이의 연구를 통해서 우리는 물질이 갖는 파동의 크기를 미리 예측해 볼 수가 있어요.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상온 그러니까 절대온도 300도에서는 원자 하나가 갖는 파동의 크기는 0.01나노미터로 심지어 원자의 크기보다도 작은 사이즈예요.

당연히 눈에 보이지도 않고 어떤 파동적인 성질은 숨겨지고 입자의 성질만 남아서 우리에게 보이는 것이죠.

하지만 온도가 낮아지면 완전 이야기가 바뀌어져 버립니다.

온도가 낮아질수록 방해 요소가 사라지고 원자의 파동 크기는 점점 커지게 되는데요.

약 상온에 비해서 1천억 분의 1도 정도 되는 절대온도 1 나노 캘빈 에서는 이 물질 바의 크기가 약 10마이크로미터 크기가 됩니다.

사람 머리카락 크기가 약 50마이크로미터임을 생각해 보면 엄청나게 커진 것을 느낄 수 있어요.

왜냐하면 우리가 머리카락 정도는 우리가 손으로 느낄 수 있잖아요.

그것처럼 양자 현상도 이제 우리가 느낄 수 있는 단계가 된 거예요.

그럼 냉동만 하면 양자 현상을 볼 수 있다고 했으니까 냉동실에 한번 원자를 넣어볼까요?

물론 일반적인 냉장고로는 절대 영도 혹은 섭씨 마이너스 273도에 가깝게 내릴 수는 없어요.

절대 영도로 냉각시키기 위해서 물리학자들은 레이저를 이용한 특수한 냉각 기술을 보완하게 됩니다.

 

 

그림에서 보시는 것이 레이저를 이용한 원자 냉각 장치입니다.

왼쪽에 보시면 공중에 부양된 상태로 레이저를 맞아서 초록색으로 빛나는 어떤 공처럼 뭉쳐 있는 것이 보이죠.

이것들이 바로 냉각된 원자들입니다. 

스타워즈 제다이에게 무기가 광선검이라면 과학자들에게는 무기가 레이저와 원자로 만든 광선공이 되는 셈이죠.

이를 개발했던 3명의 과학자들은 1997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하게 되었습니다.

 

 

이와 같이 레이저 냉각 방식을 이용하여 과학자들은 온도를 절대 0도에 가깝게 구현할 수 있었고요.

드디어 우리가 바라고 바랐던 꿈꿨던 물질이 파동의 성질을 보일 수 있게 만들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제가 서두에 상상했었던 젓가락 두 개가 교차할 때, 즉 젓가락 두 개가 만날 때 과연 파동처럼 무늬가 생기는지 한번 볼까요? 과학자들은 2개의 원자 뭉치를 준비해 두고 2개를 겹쳐보았습니다.

그랬더니 그림과 같이 간섭 무늬 즉 무늬가 발송하는 것을 측정할 수 있어서요.

마치 호수 위의 무늬처럼 말이죠. 우리가 경험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죠.

 

 

참고로 이 현상을 찍은 카메라는 여러분이 매일같이 사용하는 핸드폰 카메라와 크게 다르지 않은 카메라로 찍은 것들입니다.

 

과학자들에게는 지금껏 머릿속으로만 생각하고 꿈꿨던 일들을 직접 실험으로 구현하고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은 굉장히 신나는 일이었어요.

당연하지만 관련 연구는 정말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되었고요.

이것이 발견된 지 얼마 되지 않은 2001년 그해 노벨물리학상은 3명의 젊은 과학자들에게 돌아갔습니다.

 

 

업적 후 몇 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노벨상을 받는 경우는 사실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기 때문에만큼 과학적인 파급력은 엄청 났었습니다. 

이 노벨상 수상자 중 가운데 계신 케털리 교수님이 제 스승님이시기도 한데요.

앞에서 보여드린 간섭무늬 연구의 주인공이십니다.

저에게는 그 간섭무늬 그림이 그렇게 아름다워 보일 수가 없었고, 또한 과학적 상상력을 우리 현실로 구현할 수 있는 양자 연구의 매력에 반해서 지금까지 저는 양자기술 연구를 계속 해오고 있습니다.

 

 

가끔 저에게 양자 컴퓨터 연구를 왜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서 하냐고 물어들 보십니다.

현대 물리표준 즉 시간이나 질량과 같은 물리량 표준은 정밀한 양자역학적 원리에 의해서 정의되고 있고요.

최첨단의 양자 기술 연구 개발이 당연히 필수적입니다.

이것이 자연스레 양자 컴퓨터 연구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고요.

일례로 오늘 말씀드린 6명의 노벨상 수상자 중에 세 분은 미국의 표준기관 소속입니다.

이제 과학자들은 또 다른 상상과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그중에 하나가 바로 양자 컴퓨터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성과들이 모여서 이제는 원자 하나하나를 소위 가지고 놀 수 있는 경지에 올랐어요.

레고 블록을 조립하듯 말이에요. 보시는 그림과 같이 원자 하나하나를 이용해서 글씨까지도 쓸 수 있고요.

저기서 밝게 빛나는 각 점들이 개별 원자 하나하나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양자 컴퓨터의 기본 정보 단위인 큐비트라고 하는 것인데요.

이처럼 자유자재로 우리가 배치도 할 수 있고요. 

다양한 양자역학적 원리를 우리의 입맛에 맞게 구현할 수 있게 된 것이에요.

소위 양자 역학을 프로그래밍할 수 있는 단계까지 넘어온 것이죠.

지난 수십 년간에 걸쳐서 PC나 인터넷, 스마트폰과 같은 디지털 정보혁명이 우리의 삶을 완전히 바꿔놓은 것처럼 

앞으로 미래에 양자 컴퓨터나 양자통신과 같은 양자 정보 혁명이 도래한다면 

우리의 삶은 한층 더 밝힐 것으로 기대를 하고 있어요.

 

양자 기술은 비단 어떤 융합 기술로서 과학자나 공학자만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경제학이나 사회, 인문학 등 다양한 분야가 요구될 것이고요.

다양한 분야에 톡톡 튀는 상상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과학 분야에 종사하지 않더라도 양자 기술에 관심을 갖고 지켜봐 주시고요.

상상력을 아끼지 말아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미래에는 어떠한 꿈만 같은 일들이 양자 역학을 통해서 현실이 될지 모르겠지만, 저는 계속해서 기대가 됩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상상하고 노력하지 않을 이유는 없기 때문입니다.

오늘의 이야기처럼 심지어 양자역학적인 상상도 말 그대로 눈에 보이는 현실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것이 비단 양자 기술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도 적용되는 보편적 메시지라고 저는 믿어요.

양자 역학을 이용해서 상상을 현실로 만들고자 하는 과학자들의 이야기가 오늘 여기 계신 여러분에게 영감이 되는 시간이었길 바랍니다.

그리고 양자 기술을 책임질 미래의 우리 과학도들에게도 양자 기술 그리고 양자 컴퓨터가 바꿀 미래를 꿈꾸면서 꼭 도전해보라는 당부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저희 양자 컴퓨터를 이용해서 "세바시"라는 글자를 써보았습니다.

이를 보여드리면서 제 이야기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양자 컴퓨터를 이용해서 쓴 세바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