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울증이나 공황장애 같은 정신질환이 발생을 해서 제 진료실에 오신 분들에게 OOO라는 말을 정말 많이 듣습니다.
- 내 삶을 마음대로 조종해 온 그 부모에 대한 무의식적인 복수라고 느껴질 때도 있어요.
감사합니다.
방금 소개받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김지용이라고 합니다.
한번 이 이미지 잘 보이실지 모르겠어요.
이거는 무기력잘이라고 검색을 하면 무한대로 무기력한 사진들이 많이 나옵니다.
사실 우리 많이 쓰는 이모티콘에도 이런 무기력들 엄청 많고 친구들한테 보내보신 적 있으실 것 같아요.
요즘 정신과에는 무기력을 호소하시는 분들이 정말 많이 옵니다. 예전에도 많이 왔지만 요즘 더 많이 오시는 것 같아요.
무기력을 호소할 때 주변 사람들의 그 무기력에 대한 가장 흔한 해석은 뭐냐면 게으름이라고 얘기를 합니다.
저희 채널에서 이제 우울증에 대해서 소개하는 영상들을 올리면 이런 댓글들이 꼭 많이 달려요.
게으름에서 비롯된 병을 이해해 달라고 이러면서 막 비웃고 약에 빠진 놈들 이런 것들이 달립니다.
보면 저는 너무 화가 나요. 그래서 그냥 못 참고 멍청하시네요.
이런 댓글들도 다는데
근데 "택배 상하차가 최고의 치료제다. 약 먹지 마라" 이런 말들을 진짜 많이 하시는데 정말 심각한 오해입니다.
그러니까 이 무기력은 일단 당연히 뇌의 문제인 경우가 많고, 그래서 저도 약물 처방을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고요.
결국 그 시작점은 사실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방법을 몰라서 이 무기력이 찾아왔구나라는 걸 느끼게 됐습니다.
무기력과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게 어떤 관계가 있는지, 무기력 함정에 빠진 나와 내 주변 사람을 돕는 방법들은 어떤 게 있는지 오늘 이거에 대한 답을 함께 찾아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진료실에서 종종 듣는 대화 패턴을 한 가지 좀 설명을 드려볼게요.
이제 우울증이나 공황장애 같은 정신질환이 발생을 해서 제 진료실에 오신 분들에게 이제 약물 치료도 하고 상담 치료도 하죠.
그러면 다행히 금방 좋아지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1~2개월 만에 확연히 좋아지시는 분들도 많은데 안타깝게 그렇지 않은 분들도 사실 되게 많아요.
그래서 약물 치료 열심히 하는데 증상은 점점 더 심해집니다.
집중도 안 되고 막 불안한 생각에 너무 시달려서
직장 상사나 누가 한 말들 하나하나 더 머릿속에서 막 고리에 고리를 물면서 최악의 경우를 상상을 하고,
결국 업무를 제대로 못해내는 상황들이 오기도 하죠.
그럴 때 결국 안타깝지만 이제 질병 휴직을 신청하게 될 때도 있어요. 저랑 같이 상의를 하고...
저는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을 드리죠.
"그럼 이제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실 생각이에요?"
라고 여쭤보면 제가 진짜 많이 듣는 말이 있어요.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내가 잘못 들은 건가?' 이러고 정말 놀랐는데 너무 많이 듣다 보니까
이제는 이 얘기가 또 나오는가 싶습니다. 어떤 얘기냐면, "영어학원 등록했다"는 말을 정말 많이 듣습니다.
내가 이제 병가를 쓰면서 회사 내에 경쟁에서 남들에게 뒤쳐졌으니까 이 시간 동안 다른 자기계발을 해야 된다.
병이, 그러니까 맨날 하던 업무가 안 돼서 병가를 내고 휴직을 썼는데,
영어 학원에 가면, 혹은 컴퓨터를 배우러 가면, 이 새로운 학문이 집중이 잘 될까요?
당연히 안 되죠. 당연히 안 됩니다. 뇌가 공부할 상태가 아니에요.
그래서 저는 말리는데,
이분들께서 이미 등록까지 하고 왔고 등록금이 아까우니까 난 어쩔 수 없이 다녀야겠다라고 다니시는데,
잘 안 되니까 또 금방 그만두게 되고, 아니면 자책하게 되면서 무기력이 더 악화되는 이런 악순환을 반복을 합니다.
이거 진짜 왜 그럴까요?
제 진료실에 오시는 분들이 좀 독특하고 이상한 걸까요? 아닙니다.
이런 기사들 많아요.
새벽 야근 마치고 승진 공부
뒤처지면 끝이라는 강박에 심신은 너덜너덜
갓생을 살아야 된다
이게 우리 사회가 만드는 분위기입니다.
안 그러면 잘못된 거
제가 진료실에서 보는 분들 중에는 직장을 다니시면서 또 경제적으로 빨리 성장해야 된다는 생각에
퇴근 후에는 과외 선생님으로 근무하고 동시에 과외를 여러 개 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이 정도로 열심인 분들에게 생긴 무기력을 과연 게으름 때문이라고 진짜 말할 수 있을까요?
결단코 아니겠죠.
정말 열심인데 그 열심의 방향이 조금 틀어진 겁니다.
그럼 이런 일이 왜 일어나냐?
이거는 우리 마음속에 페르소나라고 부르는 구조물 때문입니다.
페르소나는 뭐냐 하면, 우리가 어릴 때부터 가정과 사회 등 나한테 요구하는 모습이 있고 우리는 거기에 맞추려고 노력하면서 살면서 내 페르소나를 만들어냅니다.
저 역시 열심히 주변에서 말하는 대로 공부하면서 살아왔고 정신과 의사로서의 페르소나에 맞추면서 살고 있습니다.
아마 사람이라면 누구나 페르소나가 있고요. 페르소나가 나쁜 거는 아닙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랑 우리 사회는 유독 더 획일적인 모습을 요구하고요. 높은 기준을 요구합니다.
페르소나가 더 비대해요.
이런 거 많이 들어보셨을 거예요.
한국인의 이상적인 인생 여정표
다들 몇 살에는 뭐 해야 되고, 이때는 대학 가야 되고, 이때는 뭐 사회생활해야 되고, 이때는 결혼해야 되고,
마치 이러지 못하면은 실패한 거, 뒤처진 거
그러니까 이렇게 가면 좋다라고 얘기하는 게 아니라 이렇게 못하면은 인생의 패배자다라고 말하는 게
우리나라 우리 세상이에요.
진짜 숨이 막히죠. 솔직히
또 한 가지 종종 보는 경우를 제가 추가로 말씀드려 볼게요.
어릴 때부터 이 진료실에서 자주 보는 케이스인데,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 좀 희망하고 시키는 대로 인생 과정을 열심히 밟아옵니다.
요즘 흔히들 많이 얘기하는 그런 정석 코스,
영어 유치원에 가고 그다음에 국제학교에 가거나 그러다가 결국 아이비리그까지 가는,
남들 다들 부러워하죠. 다들 그 엄마를 부러워하고 애를 어떻게 키웠냐, 학원 어디 보냈냐 다 물어보고요.
그런데 이렇게 정말 정석적인 성공 코스를 밟아온 친구가 이 이후에 아무것도 안 합니다. 갑자기
말 그대로 좀 무기력에 빠져서 멈춰 있는 시간을 보내요.
그래서 부모님 입장에서는 너무 답답하고 화도 나고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 어떻게 만들었는데"
그래서 결국 참고 참고 상황을 어떻게든 본인의 힘으로 해보려고 하다 안 되니까
결국에는 받아들이고 정신건강과 에 오시는 경우들이 꽤 있어요.
영어 유치원 ▷ 국제학교 ▷ 아이비리그 ▷ 정신과... 이렇게
이게 이분들에게는 뭐가 문제인 걸까요?
그래서 그분들 하고 저도 이제 상담을 해보면 스스로를 엄청나게 자책합니다.
부모님 실망시켜 드린 것에 대해서 죄책감 얘기하고, '나는 진짜 안 될 놈이다. 너무 게으르다'라고 얘기하고요.
근데 어쨌든 행동으로는 아무것도 안 해요.
그래서 이분들과 길게 얘기하다 보면 되게 조심스러운 말이지만 저한테 이렇게 느껴질 때도 있어요.
이거는 내 삶을 마음대로 조종해 온 그 부모에 대한 무의식적인 복수라고 느껴질 때도 있어요.
사실 내 삶을 통제해 온 상대방에게 할 수 있는 최선의 복수 방법은
그냥 무기력하게 아무것도 안 하면서 상대를 분통 터지게 하는 겁니다.
과거 저명했던, 이름은 다 들어보신 적 있을 거예요.
에리히 프롬이라는 정신과 의사는 무기력을 반복하는 삶의 이유에 대해서 아주 단순 명쾌하게 설명했는데 그게 뭐냐 하면 "내가 아닌 남이 바라는 삶을 살기 때문"에 그렇다고 말을 했습니다.
자녀분들의 마음속에 20년 30년 동안 뿌리내린 페르소나가 하루아침에 바뀌진 않아요.
부모님의 하도 많이 들어온 목소리가 내 마음속에 구조물로 이미 들어왔기 때문에, 내 마음속에는 엄마 아빠가 들어와서 살고 있는 것과 똑같습니다.
엄마 아빠가 이러신 분들이 아니더라도 우리 사회에서 하도 많이 하는 말들이 내 마음속에 들어와서 계속 나에게 이렇게 얘기합니다.
"너 괜히 게으름 부리지 말고 너 정신과에 다닐 자격도 없어, 열심히 해야 할 일들 빨리 더 열심히 하고, 남들 보기에 좋은 모습으로 성취를 이뤄야 돼"
라고 마음속에서 계속 소리치는 페르소나에 대응해서 이제 두 가지 반응이 나옵니다.
한 가지는 아까 말씀드린 이제 병가를 쓰고도, 영어학원 등록하는 분들처럼 지나치게 열심히 본인을 몰아붙여서 번아웃과 무기력이 오던지, 아니면 후자는 페르소나의 무의식적으로 반기를 들고 대신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 무기력한 시간을 보내던지
그런데 결국 두 길 다 결국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상황인 거잖아요.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될까요?
이렇게 페르소나에 얽매여서 내가 원하는 삶이 아니라
부모나 타인의 기준에 맞춘 삶을 사느라 스스로 막 불태우고 무기력해진 사람들은 이제 어떻게 해야 될까요?
이런 얘기들 많이 하세요.
"우리나라에 살면 답이 없다. 우리나라는 진짜 끝났다"
이런 얘기도 많이 하시고요.
실제로 제가 진료 보던 환자분들 중에는 밖에 나가야만 외국에 나가야만 숨 쉴 것 같다라면서 외국에 나가신 분들도 좀 계세요.
그런데,
그래도,
환경이 바뀌지 않아도 죽을 것 같은 이런 무기력에서 빠져나오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환경 그대로인데도 불구하고요.
참 신기합니다.
그래서 이거에 대해서 뭔지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아마 여러분들도
"뭐 별거 아니잖아. 겨우 그거야?"라고 느끼실 수도 있어요.
근데 정말 작은 거 하나가 삶의 큰 변화를 만들어냅니다.
저는 이거에 대해서 이렇게 이름 붙여봤어요.
진짜 나로 살 수 있도록 숨통을 틔워주는 빈틈이라고요.
이제 정말 해야만 하는 일들이 가득한 그래서 머릿속에 잘 때도 해야 할 일들, 침대에 누워서도 해야 할 일들 안 하는 본인에 대한 자책 이걸로 가득 차 있는 이분들의 삶 속에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는 빈틈을 약간만 슬쩍 넣어주기만 하면 무기력이 저절로 줄어듭니다.
이게 참 힘들어요.
그게 우리 인생이죠.
요즘 우리 사회에 다들 너무 바쁜 인생이고 꽉 차 있잖아요.
제가 한 분 예시 들어볼게요.
정말 바쁘게 사시던 분이에요. 이분이 공황장애가 생겨서 오셨는데,
이분은 대기업에 다니시는 워킹맘이셨는데 안타깝게도 남편분 근무지가 멀리 떨어져 있어 가지고 따로 지낸 상태였어요.
그래서 매일 아침에 일어나서 새벽에 일어나서 아이들 아침 차려놓고 출근하고
하루 종일 일하다가 퇴근 버스에 꽉 끼어서 겨우 퇴근하고 나면
집에 와서 애들 저녁 차려주고 애들 학교 숙제 봐주고 이러고 나면 다음 출근을 위해서 쓰러져 자야 되는 시간이에요.
근데 이분이 그럼 주말에는 또 자기 시간이 있냐? 아닙니다.
다른 엄마들에 비해서 집에 있는 엄마들에 비해서 나는 아이들과 시간을 못 보내줬다.
공부도 못 챙겨줬다는 죄책감 때문에, 주말에도 아이들과만 시간을 계속 보내요.
그래서 정말 열심히 사는데 결국 얘기를 들어보면 직장인으로서의 삶과 엄마로서의 삶만 있지.
자기 자신으로서의 삶을 보낼 시간이 전혀 없는 거죠.
한번 상상해 보세요. 진짜 숨 막히지 않겠어요? 365일이 이렇게 돌아간다는 게
당신은 꼭 빈틈을 가지셔야 좋아질 수 있다.
이분에게 계속 말씀을 드리고 처방을 했는데도 시간이 없다.
선생님 같으면 시간이 있겠냐? 불가능하다.라는 대답만 계속 돌아왔고 그러니까 치료는 계속 지지부진했어요.
근데
어느 날
이분도
왔는데 갑자기 그냥 확 편해지신 거예요.
그래서 저도 물어봤죠.
어떻게 호전이 된 걸까 어떻게 된 걸까요?
이분은 빈틈을 어떻게 만들었을까요?
정말 답이 없어 보였는데,
이분은 고민 고민 끝에 밥을 다 반찬가게에서 시켜 먹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네 아마 지금 얼굴 보시니까. '우리 집은 원래 그런데'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으시고,
근데 이분은 이거는 이분한테는 정말 쉽지 않은 결정이었어요.
안 그래도 아이들과 많은 시간 못 보낸다는 그런 죄책감 가지고 있는 분이 죄책감을 더한 겁니다.
근데 이거는 저희 심리학 용어로 실존세라고 합니다.
자기 자신의 삶을 살기 위해서 실존하기 위해서 치러야만 되는 세금인 거예요.
내 삶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세금을 치르는 겁니다.
아침저녁으로 식사 준비 시간, 설거지 시간들이 확 줄어드니까 이분한테 이제 자기 삶이 생겼어요.
산책도 하고 드라마도 한 편 보고 친구들 만나서 카페에서 수다도 떨고 할 수 있는 시간이고, 이게 바로 숨 쉴 틈이죠.
근데 거듭 중요하니까. 거듭 말씀드리지만, 이 변화가 공짜로 생긴 걸까요?
아닙니다. 이분은 이 빈틈을 확보하기 위해서 죄책감을 지불한 거죠.
아이들에게 건강한 집밥을 해먹이지 못한다는 죄책감이 들지만,
무기력에서 빠져나와서 내 삶을 회복하기 위해서,
그리고 결론적으로도 더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서, 세금처럼 치는 거죠.
이 세상에 진짜 공짜가 없듯이 우리 삶에 이런 빈틈 역시 공짜로 생기지 않습니다.
그래서 결국 뭔가 무언가를 먼저 포기해야지 빈틈이 생깁니다.
처음 예시로 들었던 영어 학원을 더, 더하면서 파이팅 하려고 해 봤던 그분과는 정반대 방향인 거 한 거죠.
제가 진료실에서 말씀드리면 저한테 내심 이제 반격의 의미를 물어봅니다.
"선생님도 빈틈없이 바쁘게 사는 것 같은데,
보면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고 책도 내고 병원도 이렇게 운영하는데 빈틈이 있어요?"
이렇게 물어봅니다.
우리 이런 되게 합리적인 의심이라고 저는 생각을 해요.
왜냐하면 의사들이 맨날 운동해라 이러지만 운동하지 않고 병원에 가보면 다들 많이 살쪄 있고 이렇잖아요.
당연히 저도 합리적인 의심이라고 생각하는데, 다행히 저는 당당하게 좀 얘기를 할 수 있습니다.
저는 빈틈이 있어요.
저는 정신과 의사로서 그리고 콘텐츠 크리에이터로서 글 쓰는 사람으로서 아이들 아빠로서 정말 바쁘게 살고 다 잘 해내려고 노력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저 자신을 위한 시간을 꼭 가지고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제 40대에 접어들었지만 아직도 매주 가능하면 주 2회씩 그리고 안 되면 꼭 1회라도 제가 좋아하는 농구를 하는 시간이 있습니다. 정말 그 시간이 마음이 제일 가벼워지기 때문에요.
그리고 작년에는 정말로 큰 도전을 해봤습니다.
결혼 10년 만에 처음으로 아내와 아이 둘을 두고 제 친구들과 함께 해외여행을 다녀왔어요. 농구를 보러요.
아이는 제가 공항 가서까지 아빠 다녀올게라고 해도 끝까지 안 믿었어요.
자기도 가는 줄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안겨서 이렇게 같이 사진을 찍었지만, 사진 찍고 엄마한테 이렇게 인계하고 친구들과 미국에 가서 정말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왔습니다. 아이들과 특히 아내에게 엄청난 죄책감을 치르고 저를 위한 선택을 해봤습니다.
아빠로서의 저, 남편으로서의 페르소나도 너무 중요하지만, 사실 그냥 저 자신도 놓칠 수는 없잖아요.
너무 행복한 시간이었는데 물론 저만 행복하면 이제 큰일 나잖아요.
네 그래서 그 이후엔 아내도 자신 친구들과 여행을 다녀왔고요.
나갔을 때 연락이 안 돼요. 너무 행복해서 아이들과 전화통화도 없습니다.
정말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우울증이나 불안장애로 고생하시는 분들께는 이게 완전히 나와는 동떨어진 얘기로, 그렇게 들릴 것 같아요.
근데 우울증이나 불안장애로 고생하시는 분들 지금 너무 힘들 때 그분들이 치료의 목표를 뭐로 두시냐?
다시 열심히 살던 나로 돌아가고 싶다고 얘기를 합니다.
하지만 열심히 살았을지 몰라도, 결국에는 우울증과 무기력을 유발했던 그 삶의 모드로 돌아가는 게 과연 치료의 목표로 적절할까요?
저는 그런 의문이 들어요.
그거는 분명히 정답이 아닐 거예요.
융은 이렇게 얘기를 했어요.
우울증은 그 사람의 삶에 필요하기에 겪는다고 했습니다.
삶의 방식이 바뀔 필요가 있기 때문에 와르르 무너뜨렸던 거고요.
그러니까 이제는 다른 방식의 삶을 만들어야 됩니다.
그게 진짜 치료고 진짜 회복이고요. 이후에 더 건강하게 살았다고 증언하실 수 있게 돼요.
우리 사회는 끝없이 나를 몰아세웁니다.
열심히 살아라! 쉴 틈 없다!
세상이 말하는 과한 열심 솔직히 중요합니다. 매우 중요하죠.
저는 중요하지 않다고 얘기하는 거 아니에요.
하지만 내가 무기력을 느끼기 시작했다면
그리고 무기력에 빠지지 않으려면
그 세상이 말하는 그 열심의 방향과 거꾸로 가는 시간도 내 삶에 넣어줘야만 됩니다.
이게 미리 들어 있는 사람은 무기력에 빠지지 않고 건강하게 열심히 더 길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되게 쓸모없어 보이는 시간, 무용해 보이는 시간,
그러나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는 시간 그 삶의 빈틈이 우리를 구한다는 거를 저는 진료실에서 계속 목격하고 있습니다.
그 빈틈을 나한테 선물해 주는 게 나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방식이라고 저는 생각을 합니다.
여기 계신 모두 자신의 삶을 사랑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미루지 마시고 오늘 당장 빈틈을 자신에게 한번 선물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공감하며 끝까지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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