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막 세바시 22회 과학연구의 허와 실 | 서민 단국대 기생충학교실 교수


강연 소개 : 적포도주가 심장병에 좋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건 프랑스 포도주가 하도 안팔려 재배 농민들이 시위를 했던 땝니다. 글루코사민이라는 관절염약은 사실 큰 효과가 없지만, 그게 좋다는 논문은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알고보니 그 논문들은 글루코사민을 만드는 제약회사로부터 연구비를 받아 연구한 것들이었습니다. 물론 모든 연구가 다 그런 건 아니며, 세상엔 정직한 연구자도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과학연구가 정치적이고 경제적인 상황논리에 따라 좌지우지된다는 사실은  알고 있을 필요가 있습니다.


게시일 : 2011. 7. 24.



저는 단국대에서 기생충을 전공하고 있습니다 


오늘 나온 강사분들 중에서 

제가 외모가 제일 딸리고, 

지명도가 제일 딸리고, 

트위터 팔로잉 숫자도 제일 적은 거 같습니다. 

그래서 강의의 질로 좀 말을 해 볼까 했는데 

지금까지 쭉 강의를들은 결과 ...

그것도 좀 어려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열심히 하겠습니다! 

(박수)


오늘은 과학의 허와 실이라는 좀 충격적인 제목으로 강의를 해 보고자 합니다 



그 사람들은 정치인 하면은 일단 부정적인 선입견을 갖잖아요 

나라 이익보다는 자기 이익을 먼저 챙긴다든지 비리에 아직 열려 있다든지 

하지만 사람들은 과학자에 대해서는 아주 좋은 일을 하는 사람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사람들이 우리나라를 좀 부강한 나라로 만들어줄거라는 그런 생각 

기생충도 과학입니다 

그래서 기생충을 전공하는 저도 과학자이기 때문에 저도 그런 찬사를 받은 적이 한번 있습니다 

때는 바야흐로 2001년 


이거는 동양안충이란 기생충인데요 

사람의 눈에 기생하는 아주 못된 기생충 입니다 

제가 그때 이 기생충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었구요 

제가 그때 연구하던 테마는 이 기생충에 생활사를 밝히는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때 제가 한 일은 초파리를 잡아서 거기서 동양안충에 새끼를 기른 다음에 

그 새끼를 개 눈에 넣어서 어른으로 만든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실험은 번번히 실패했고 

개가 불쌍하기도 하고 화도 나고 그래서 

저는 순전히 홧김에 제 눈에다 그 기생충을 넣어서 길르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동양안충은 원래 눈이 큰 동물에만 주로 삽니다

(박수)


그래서 제 눈은 동양안충에 좋은 장소가 아니었고 

그 실험은 처절한 실패를 하고 맙니다 


그때 그걸 본 사람은 조교 한 명 밖에 없었지만 

저는 그 얘기를 기생충 책을 내면서 조그맣게 적었습니다 

그런데 언론이 그 사실에 주목했습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기사가 떴습니다 [기사링크 : [과학]"내 몸이 실험도구"]



손꼽히는 기생충 학자 그게 접니다 

'눈에 기생충을 넣어서 키웠다는 일화로 유명하다' 유명하긴 뭐가 유명하겠어요 (제가 소문 다 낸 건데)

하지만 이 기사에 달린 댓글이 저를 감동시켰습니다 



'이분들이 인류의 미래를 만드는 분들이다'

'이분들에게 고마워 해야 된다'

추천 8 

저는 이걸 보고 제가 과학을 한다는 거에 정말 자부심을 느꼈고

그래서 열심히 연구를해서 여러분한테 보답하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사람들은 언론에 과학적연구의 결과가 보도 되면은 

그걸 100% 진실로 믿고 시금치를 사재기하고, 당근을 사재기를 합니다 

하지만 이 과학적 연구가 과연 그렇게 객관적이고 아름답기만 할 건가요? 한 걸까요?


저는 두 가지 예를 들어서 이게 사실이 아니라는 거를 증명해 보고자 합니다 



와인 하면 일단 사람들은 프랑스를 떠올리죠

실제로 프랑스는 세계의 절반을 차지하는 와인생산에 대국입니다 


하지만 칠레 라든지 미국, 이탈리아처럼 이 소비자 눈높이에 맞춘 와인을 생산하는 나라들한테 밀려서 

프랑스의 와인 점유율은 점점 내리막 길을 걷습니다 


게다가 프랑스 사람들도 와인을 잘 안 먹게 되었습니다



이 40년 전만 해도 120 리터를 일인당 마시던거를 절반 이하로 마시게 되었습니다 

결국 쌓이는 거는 제고 뿐이고 

1990년에는 그 와인에 제고가 6억병에 달했습니다 


이에 분노한 농민들은 시위를 하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이탈리아 와인을 파는 가게를 때려부수기 까지합니다 

놀란 정부는 과학계와 손을 맞잡고 대책을 논의했습니다 



그래서 나온게 바로 이 프렌치파라독스 라는 겁니다 


프랑스 사람들은 심장에 안좋은 동물성 지방을 많이 먹고 

역시 심장에 안좋은 담배를 원 없이 피는데 

심장병으로 죽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것이 바로 이 와인(특히 레드와인)을 먹기 때문이다 

이게 바로 이 프렌치파라독스입니다 


이것은 사실일까요? 

사실 꼭 와인이 아니더라도 어떤 종류의 술이든지 심장병을 예방하는 효과를 냅니다 

물런 그건 많이 마시면 안 되고 



그림에서 보듯이 술을 전혀 안 마시면 심장병으로 죽을 확률이 좀 높지만 

매일같이 한 두잔씩 술을 마시면 0 으로 떨어집니다 


그러다가 술을 마시면서 급격하게 올라가는 이런 J 자형 곡선을 보이는데요 


이게 어떻게 해서 이런게 생기느냐 

술을 마시면 심장에 피를 공급하는 이 관상동맥이 확장이 됩니다 

그래서 심장병이 예방이 되고요 


또 하나 

콜레스테롤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좋은 콜레스테롤과 나쁜 콜레스테롤 

적당량의 술은 이 좋은 콜레스테롤을 증가시켜 줌으로써 심장병을 또 예방 해 줍니다 



그러니 굳이 와인이 아니더라도 

그냥 술만 적당히 마시면 되는 겁니다 

게다가 이 와인을 계속 마시면 암 발생 확률이 좀 늘어난다는 그런 연구결과도 몇 개 있습니다 


하지만 프랑스에서는 계속 와인이 심장병에 좋다는 그런 연구결과를 쏟아내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그것을 사실로 믿고 결국 



결국 이렇게 와인 생산량은 급증하게 됩니다 

특히 그 영향을 받은 건 바로 아시아 

46% 나 증가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연구라는게 꼭 객관적이라기 보다도 

국익에 창출의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그 다음으로 말씀드리고자 하는거는 글루코사민(Glucosamine, C6H13NO5)입니다 

글루코사민은 여러분들 다 아시겠지만 퇴행성 관절염에 약이죠 

퇴행성 관절염은 무릎 관절을 이루는 뼈에 그 연골이 닳아 없어지면서 무릎에 심각한 통증이 유발되는 병입니다 

여러분들 부모님 중에서도 그런 분들이 계실 수가 있는데요 

하여간 고치기 어려운 징한 질병입니다 


글루코사민이 그 퇴행성 관절염에 특효약으로 알려진거는 좀 오래 됐습니다 


네이버에 쳐 보면 

이 글루코사민은 통증 완화뿐 아니라 연골을 재생 시키기 까지 한다고 하는데 

이 연골 재생 부분은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그래도 많은 논문들이 글루코사민을 통증 완화에 아주 특효약이라고 그런 결론을 내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많은 또 논문들이 이 글루코사민은 통증 완화에 효과가 없다 

이런 결론을 내리고 있습니다 


과연 어떤 것이 맞는 것일까요?

효과가 있을까요? 없을까요? 

혼란스러운 상황입니다 


블라드라는 학자는 똑같은 글루코사민을 가지고 연구를 하는데 

어떤 효과가 있다 그러고 어떤 건 없다 그러는지 

왜 이런 차이가 나는지 

여기에 주목해서 분석을 시작했읍니다


이 사람은 그래도 제대로 된 연구 15개를 모아서 분석을 했습니다

이 많은 변수들을 가지고 분석을 한 결과 

뭐 여러 변수들 예를 들어서 

병을 얼마나 오래 앓았는지 

환자가 남자가 많은지 여자가 많은지 

이런 거는 하나도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고 

그 대신 제약 회사에서 연구비를 받았느냐 아니냐에만 그 연구결과가 달라졌습니다 



다시 말해서 이 글루코사민을 생산하는 이 로타팜 이라는데서 연구비를 받은 11개의 연구는 모두 효과가 있다고 얘기 했고요 

연구비를 받지 않는 4개 연구는 모두 효과가 없다고 얘기 했습니다 


그렇다면 글루코사민은 정말 효과가 있는 걸까요? 없는 걸까요?


여기에 대한 답을 내리기 위해서 미국 국립보건원은 

1,500명 이라는 최대 규모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시작합니다 

이거는 당연히 제약회사에서 연구비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최대한 객관적인 자료가 얻어질 수 있을 거라고 기대를 했습니다 

이런 약효를 시험할 때는 항상 가짜약과 비교를 해야 됩니다 

가짜약 즉 플래세보 라는 건데요 


플라세보 효과(placebo effect)

약효가 없는 가짜 약을 환자에게 투약했을 때

환자의 병세가 호전되는 효과


이렇게 해야 되는 이유는 

환자가 의사한테 머리가 아프다고 갈 때 

의사가 마침 약이 없어서 두통약 아니 소화제를 주면서 이거 먹으면 두통이 나을 것이라고 얘기를 합니다 

그러면 환자는 비록 소화제를 먹었지만 

의사에 대한 믿음 때문에 두통이 좀 없어지는 효과를 발휘 하는데요 

이게 바로 플라세보 효과 입니다 

바로 이 플라세보 효과 때문에 모든 약효 실험음 가짜 약과 진짜 약을 비교 하는 걸로 이뤄져야 되는데요

이 국립보건연구도 당연히 이 모델이 적용이 되었습니다 


결론은 가짜약과 비교해서 

글루코사민의 통증 완화 효과는 없다고 할 수 있다 

이게 바로 국립보건원에 결과였습니다 


혹시 아시아에서는 효과가 있지 않을까? 

아시아는 또 글리코사민이 가장 많이 팔리는 곳 입니다 

그래서 한국에 보건의료연구원에서도 비슷한 실험을 했는데 

결론은 똑같았습니다 

효과가 없다 


여기에 더해서 브리티시 메디칼 저널(BMJ : British medical journal)이라는 그런 잡지가 있는데요

이 잡지는 인용 지수가 10만 넘어도 되게 훌륭한건데 이거는 무려 13입니다 


여기 실린 한 논문에 의하면은 3,8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했습니다 

하지만 이 글루코사민은 통증완화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고 

퇴행성 관절염에 증상 중에 하나가 이 무릎관절이 좀 좁아지는 거거든요 

그거를 예방 하지도 못 했다 

이런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많은 논문들이 계속 글루코사민이 효과가 있다 

이런 결론을 내고 있습니다 


도대체 이건 어떻게 가능한 걸까요?



연구 결과는 의도에 따라 달라지기도합니다 

예를 들어 

'통증이 그대로세요? 아니면 더 나빠졌어요?' 라고 물어보면 환자가 자유롭게 대답을 할 수 있지만 

'통증이 좀 줄었죠?!' 라고 말을 하면은 

환자는 혹시 더 아프다 그러면 의사가 화를 낼까봐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연구결과는 어떤 의도를 갖고 있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가 있는 겁니다 



2004년에 보도된 기생충이 세배가 늘었다는 그런 기사입니다 

아니 주위 사람 기생충 걸린 사람 하나도 없는데 

왜 갑자기 세배나 늘었을까요?

그 비결은 이 대상자 중에서 해안가 마을 주민들을 집중적으로 조사한 탓입니다 

해안가 마을 사람들은 주로 먹는게 생선 

생선에는 기생충이 다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 사람들은 거의 50% 이상이 기생충에 걸려 있는데요 

그 사람들을 많이 포함 시켰기 때문에 기생충이 실제로 많아진걸로 보인 겁니다 

그러니까 이 연구는 

소외받던 기생충을 좀 관심을 바라보고자 하는 그런 의도에서 비롯된 연구입니다 



많은 음식들이 항암 효과가 있다고 보도가됩니다 

이렇게 보도가 되면 그 음식들은 동이나죠

예를 들어 막걸리 같은 거 

하지만 암세포에다 막걸리를 부어 놓으면 당연히 암세포는 죽습니다 

모든 음식은 어느 정도의 항암 효과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연구가 이루어진거는 

이 연구라는게

때에 따라서는 이 막걸리를 많이 팔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될 수도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줍니다 




몇 년 전에 카카오가 몸에 좋다는 그런 보도가 나간 적이 있습니다 

그로부터 며칠이 안 돼서 이 세상은 카카오 함량이 90%가 되는 초콜릿으로 뒤덮였고 

그 덕분에 저는 이 발렌타인 날 쓴 초콜릿을 먹어야 됐습니다 

이것 역시 기업과 과학과 언론이 모두 한데 움직인 그런 사례라고 하겠습니다 




과학은 때로는 객관성을 잃을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에 김치가 일본에 기무치 보다 항암 효과가 뛰어나다 

뭐 이것도 물론 듣는 우리로서는 굉장히 흐뭇한 기사지만 

사실 우리가 일본 보다 더 암이 적은건 아니기 때문에 

사실 이것도 민족주의적인 그런 감정에 이용되는 그런 연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연구자 의도에 따라서 결과가 비슷하게 나온 거라고 할지라도 

이렇게 상반되는 연구 결과가 나올 수가 있습니다 


그러니 과학이라는 거는 100% 객관적이고 100% 아름다운 학문은 아닙니다 

그러니 여러분들은 언론에 보도되는 과학적 결과에 너무 휘둘리지 말고 그냥 여러분들 삶을 즐겁게 사시면 됩니다 

여러분들이 맛있는게 진짜 좋은 음식입니다 


하지만 또 알아두셔야 할 거는 

역시 일부 과학자만 그렇다는 겁니다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여전히 우리 국익을 창출하려고 열심히 하고 있고 

저도 저도 그중 하나 입니다


지금까지 그래오셨던것처럼 앞으로도 계속 과학자들을 아끼고 사랑하고 격려해 주십시오 

이상입니다 


이 글은 청각을 잃은 제 친구를 위해 작성되었습니다.

전체 또는 일부가 잘못듣고 잘못 옮겨적은 내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해당글에 댓글 남겨 주세요.


추신 : 여러분의 공감 클릭은 제게 정말 큰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서민의 기생충 열전
국내도서
저자 : 서민
출판 : 을유문화사 2013.07.15
상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