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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학생이 겪는 3대 공부 위기 | 이범 교육청 정책보좌관 | 세바시 19회


강연 소개 : 우리나라의 어른들은 무조건 공부를 '열심히' 하라고 요구합니다. 그러나 공부는 노력만으로 되는 것이 아닙니다. '동기+기술+노력'의 3박자가 맞아야 합니다. 그러나 이같은 공부의 3박자가 모두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동기는 '전세계에서 가장 재미없는 공부를 전세계에서 가장 오래' 함으로 인해 일찌감치 망가졌습니다. 기술은 과도한 사교육 의존, '남이 하라는 대로만 하는' 공부문화로 인해 고3을 기준으로 보면 과거보다 오히려 못한 수준입니다. 노력은 '성취도' 위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진도' 위주로 이뤄져서, 결과적으로 극히 비효율적인 공부가 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위기의 양상과 원인을 진단하고, 간단히 그 대안을 모색하겠습니다.


게시일: 2011. 7. 17.



(박수)

우리나라 어른들이 청소년들한테

공부해 대해서 하는 이야기는 딱 두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뭐냐?

질문을 하죠 질문을 하는데

질문이 바로 너 몇 등 하냐는 질문입니다

(웃음)

이게 사실 서양에서는 볼 수 없는 이야기죠

서양의 학교의 성적표에는 등수라는 게 나오지 않습니다

다 절대 평가기 때문에

그리고 우리나라 어른들이 청소년들에게 명령을 하는 게 하나 있는데요

그 명령이 바로 뭐냐면

공부 열심히 해라 이거죠

근데 공부를 열심히 하라는 이야기는 우리가 밥 먹듯이 듣는 이야기이지만

노력을 강조하는 건데

사실 인생사의 중요한 일 치고 노력만으로 되는 일은 없습니다

여러분 연애 해 보셨죠?

노력을 열심히 하면 연애가 잘 되던가요?

(웃음)

사실 그렇지 않았거든요




공부에는 세 박자가 필요합니다

삼 박자가 맞아야 되는 건데요

첫 번째로 필요한 것은 뭐냐면 논리적으로는 사실 동기가 맨 처음 필요한 겁니다

그 다음에는 기술이 필요하죠 생각보다 기술은 굉장히 중요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제 물론 노력도 필요한 것이지요

이 세 박자가 맞아야 되는데


사실 이것이 잘 안 맞는 상태에서 무조건 그냥 노력만 하라고 하는

이런 경우를 이제 우리가 너무 많이 보게 됩니다

일단 한국 학생들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를 한번 보죠

즉 공부 시간이 얼마나 긴지를 통계를 통해서 한번 보겠습니다

자 이것이 전 세계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이

일주일에 몇 시간 공부하는지를 보여주는 통계입니다

제일 밑에는 OECD 평균

일주일에 35시간 정도를 공부합니다

학교 수업을 포함한 겁니다

제일 위에 일본이 한 32시간 되고

세 번째 나오는 미국이 한 33시간 되고

저 밑에서 세 번째 그 유명한 핀란드가 30시간 되는데요

아시겠지만 압도적으로 긴 막대기가 하나 있죠?

(웃음)

우리나라가 유일하게 50시간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 세계에서 제일 오랜 시간 공부하는구나'

이게 이제 통계적으로 입증이 됩니다


그래서 성적은 얼마나 좋냐?

학력, 즉 학업성취도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가장 최근에 있었던 국제학력 비교평가가

고등학교 1학년 대상으로 2009년에 있었습니다

그 성적을 우리가 한번 보면요

대한민국 부분을 한번 보면

읽기가 전 세계 1등

수학이 1등

과학은 3등이었습니다

유명한 핀란드가 우리와 아주 가까이 있습니다

핀란드가 읽기 2등, 수학 2등

그리고 과학 1등

우리나라와 핀란드는 학력은 거의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건 뭐냐?

핀란드 학생들은 30시간 공부하고 저 성적이 나오고

한국 학생들은 50시간 공부해서 저 성적이 나옵니다

이거 뭐 이상한 거 아닙니까?

너무 극단적이잖아요

이게 보여주는 게 뭐냐면

한국 학생들이 공부에 대한 기술이 형편없다는 거예요

굉장히 비효율적인 공부를 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제가 학생들을 상담할 때

가장 심각하게 위기를 느끼는 것이

이 학생들이 공부에 대한 기술이 형편없다는 겁니다

기성세대 청소년기였을 때 하고 지금 청소년들 하고

누가 더 공부에 대한 기술이 좋을 것 같으세요?

기성세대 청소년기가 더 좋아요

왜냐하면 그때는 교육 환경은 되게 안 좋았지만

뭔가 공부를 해야겠다 싶으면은

그래도 단어장도 만들어 보고 노트 정리도 해 보고

계획표도 세워보고 이런 경험들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물론 공부하는 시간은 더 늘어났지만

다들 그냥 남이 하라는 대로만 하는 공부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이런 경험을 못 해 본 학생들이 너무나 많아요

특히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이제 중학교 때 발생합니다

중학교 때를 제가 강조하는 이유는 뭐냐면

사실 공부의 기술은 초등학교 때 형성 되기는 어렵습니다

왜 초등학생은 기술을 익히기 어려울까요?

이것은 초등학생은 인간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웃음)

키워보신 분은 다 아시죠?

초딩이 그게 어떻게 인간입니까?


그러니까 미래에 대한 합리적 예측 능력이 어느 정도 예상되는

중학교 정도 시기가

공부의 기술, 노하우, 요령 이런 것을 익힐 수 있는 결정적 시긴데

이것을 방해하는 가장 심각한 장애물이 바로 종합반 학원입니다

종합반 학원에 등록하는 순간

이 아이는 국.영.수.사.과 주요 과목 다

공부에 대해서 어떠한 계획도 세울 필요가 없죠

그렇죠?

다른 말로 해 볼까요?

공부에 대해서 계획을 세울 필요가 없는 수준이 아니라

공부에 대해서 어떠한 계획도 세워서는 안 되는 겁니다

즉, 계획 세우는 것이 금지되는 거죠

또는 종합반에 등록은 안 했다 할지라도

이 과목은 이 학원 저 과목은 저 학원

그 과목은 과외 이렇게 스스로 종합반을 만드는 거죠

그래서 종합반 또는 스스로 종합반

이게 이제 중학교 때 공부에 대해서

기술, 노하우를 익혀야 될 굉장히 중요한 시기를 날리게 만드는

굉장히 중요한 주범입니다


그래서 결국 이런 식으로 어떻게 어떻게 대학을 간 학생들이

요즘 대학 교수하는 제 친구들 하나같이 하는 얘기가 뭐냐면

'야 요즘 수강신청하는데 왜 이렇게 엄마들이 많이 오냐?'

다들 그 얘기합니다

또 성적표가 나오면

꼭 엄마들이 전화하고 엄마들이 찾아오고 그런다고

옛날에는 상당히 간간이 볼 수 있는 일이었는데

요즘은 너무나 자주 볼 수 있는 일이라는 거예요

이게 지금 우리가 후속 세대들을 어떻게 키워가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단면입니다


자, 초딩은 사실 기술이란 게 생기기 어렵다고 했죠?

습관의 형성이 핵심입니다

초등학생 때 제일 중요한 습관은

학교에서 공부한 것을 복습하는 습관하고

독서습관 입니다


그런데 이런 습관의 형성을 가장 심각하게 방해하는 게 뭐냐면

바로 방학 때 학원을 보내서 선행학습을 시키는 거예요

이게 선행학습 한 번으로 끝나는 게 아니에요

잘 생각해 보세요

방학 때 엄마가 학원에 가라고 해서 학원에 가서 한번 배웠어요

그 다음에 학기가 시작되니까 학교에서 배우는 게 두 번째죠?

그 학기 중에도 대개 학원을 다니잖아요

그러니까 학원에서 또 한번 배웁니다

그걸로 안 끝나요

중간고사 기말고사 철이 되면

총 복습 정리다, 보강 수업이다 하다가 한번 더 배웁니다

그러니까 엄마가 하라는 대로 학교하고 학원을 왕복하면

같은 내용을 적어도 네 번씩 수동적으로 반복하게 되어있습니다

자, 그 결과 어떤 문제가 생길까요?

집중력이 떨어집니다

생각을 해보세요

아이 입장에서 생각해 보십시오

엄마가 학원을 가래서 방학 때 학원을 갔어요

선생님이 뭔가 막 가르치고 있어요

근데 나는 이미 알고 있어요

뭘 알고 있냐?

저 내용이 적어도 세 번 반복된다는 걸 알고 있는 거예요

그래서 지금 전국의 초딩들이

집중력 저하 훈련을 집중적으로 받고 있습니다. 지금

(웃음)

자 그래서 집중력 저하 훈련을 마친 이 초딩들이 중학교를 올라갑니다


중학교에 올라가서 조금 전에 말씀드린 것처럼

기술의 형성을 해야 될 시기에

종합반 또는 스스로 종합반을 구성함으로써

공부의 기술, 복습을 어떻게 하는 게 나한테 제일 체질에 맞는다 라던지

계획에 어떻게 세워보니까 나한테 제일 효율적이라던지

이런 것들을 익힐 수 있는 기회를 완전히 날려버리는 거죠

그래서 결국 학부모들은 믿지 않지만

연구자들이 연구를 해보면

학원주도학습보다 자기주도학습이 항상 더 효과적이라고 나오거든요

엄마들이야 안 믿지만 연구하면 꼭 그렇게 나와요

이게 왜 그런가 우리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데요


학원주도학습하고 자기주도학습 뭐가 다를까요?

학원주도 학습은 이것이 필요한지의 여부를 본인이 판단하는 게 아니에요

이것이 필요한지의 여부를 남이 지레짐작으로 판단해서 들이미는 겁니다

하지만 자기주도학습은 이것이 필요한지의 여부를 스스로에게 되물어서 판단하는 거죠

자 어느 쪽이 더 정확할 것 같습니까?

당연히 후자가 정확한 거죠

그래서 연구자들이 꼭 연구해보면

학원 한 시간다니는 아이들보다 한 시간 동안 자기주도학습 한 아이가

수능 성적도 더 높게 나오고

그리고 심지어 같은 대학을 간다고 전제했을 때

대학가서도 성적이 더 좋더라 이런 결과가 꼭 나옵니다

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거죠


그러나 현실적으로 우리나라 학생들이 공부하는 주된 방식은 다 학원주도학습이죠

자, 그 다음에 아까 이야기했던 삼박자 중에서

동기의 문제를 한번 생각해 봅시다

'우리나라 학생들이 전 세계에서 제일 오랜 시간 공부하고

근데 학력은 전 세계에서 1-2등을 다툰다'는 우리가 봤습니다

근데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2007년에 전 세계 중학교 2학년 대상으로

수학과 과학에 대해서 평가를 한 적이 있습니다

수학 학력은 전 세계에서 2등 했습니다

고등학생만 높은 게 아니라 중학생도 매우 높게 나옵니다

그런데 학력 말고 한 가지 지표를 더 조사했습니다

수학의 학업 흥미도를 조사했더니 49개국이 참여했는데 43등을 하더라는 거죠

자 과학도 평가했습니다 과학은 전 세계에서 학력은 4등 했습니다

그런데 역시 과학에 대한 학업 흥미도도 조사했거든요

그랬더니 전 세계에서 29등 이게 당시 참여한 국가들 중에서 꼴찌였습니다


이걸 제가 요약을 한번 해보죠

우리나라 학생들은 전 세계에서 제일 재미없는 공부를 전세계에서 제일 오래하는 거죠

제가 지금 주관적인 느낌을 이야기하는 겁니까?

아니죠?

전 세계 모든 교육학자들이 다 알고 있는

다 공개된 통계가 이걸 보여줍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재미없는 공부를 전 세계에서 어떻게 제일 오래 할 수 있죠?

한국 학생들이 어떻게 저렇게 공부를 할 수 있을까요?

학력 무지 높고 공부시간 제일 긴데

어떻게 전 세계에서 제일 재미없는 공부를 저렇게 제일 오래 할 수 있나?

한국 학생들이 공부하는 이유는 딱 네 글자로 요약이 됩니다

왜 공부하냐?



혼 날 까 봐


혼날까봐 공부하는 거죠

이것 아니고서는 설명이 안 됩니다 설명이 불가능해요

전 세계 모든 교육학자들 사이에서 아주 유명합니다


한국 애들 혼날까봐 공부하는 애들

자 그래서 이 동기 문제에 있어서 아주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다

가장 제가 학생들을 상담하다가 절망하는 경우가 이 경운데요

바로 무기력증 환자들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대개 5, 6학년 때 쯤에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해가지고

중학교 때 중증에 빠져요

그러면 저는 상담하다가 상담을 중단합니다

그리고 어머니한테

"저 같은 사람은 도움을 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얘는 제가 보기에 무기력증 3년차인데요

그러니 엄마가 아이를 붙잡고 소아정신과 클리닉 같은 델 가 보십시오

이 아이는 치유가 필요한 아이입니다"

꼭 엄마가 데려가라고 그럽니다

왜냐하면 주범이 엄마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웃음)

왜 이런 무기력증 환자가 급증하겠느냐?


우리가 답을 알고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 제일 재미없는 것을 제일 오래 시키니까 이러는 거죠




자 그러면 그 다음에 노력의 문제를 한번 이야기해 보죠

자 물론 노력 많이 합니다

공부시 간 제일 긴 걸 보면 바로 알 수 있는데

문제는 이 노력의 방향이 굉장히 잘못돼 있다는 거죠

즉, 진도 나가는데 굉장히 급급한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학원에서 특히 선행학습 진도 쭉 빼버리면

이런 식의 공부, 굉장히 아이들 많이 길들이거든요

그래서 굉장히 많은 아이들이 뭘 착각하냐면

진도가 성취도인 줄 알아요

물론 이것은 전혀 다른 거죠

예를 들어서, 중학교 1학년에서 고등학교 3학년 사이 6년간

기본 영어급의 영어 학습서를 아이들이 평균 몇 권을 볼 것 같습니까?

대략 조사해 보면 거의 네 권 정도 배웁니다

왜냐하면 고등학교 올라가면 심지어 정규 수업시간에 배우기도 하고

보충학습이나 또 학원에서도 배우고

그래서 6년간 평균 한 네 권 정도를 보는데

"야 너는 왜 이것도 보고 이것도 보고 이것도 보고 이것도 봤는데

왜 이 모양이냐?"

어떻게 공부했는지를 보면 다 그냥 진도 나간 거예요, 그냥 진도 나간 게 공부인 줄 알아요

결국 우리나라 학생들이 어떻게 공부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상담을 통해서 제가 관찰을 하면 할수록

'이런 식으로 가다간 나라 망하겠구나'

이런 느낌이 점점점 저를 엄습을 합니다


우리나라 학생들이 겪고 있는 공부 위기

첫번째, 동기의 위기

이유는 무엇이었죠?

전 세계에서 제일 재미없는 공부를 전 세계에서 제일 오래 한다

확연한 증거는 무엇이냐?

무기력증 환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두번째, 기술의 위기

왜?

초등학생 때 이미 집중력 저하 훈련을 집중적으로 마친 뒤

중학교에 들어가서 공부에 대해서 어떠한 계획도 세울 필요가 없을 뿐만 아니라

세워서는 안 되는 이런 상황을 한 3년 내리 해버리면

결국 성취도를 관리하는 데 필요한 시간관리 기술이나 복습 기술이나

이런 것들을 익히는 것이 불가능해진단 말이죠

그리고 마지막으로 노력의 위기

뭔가 공부를 많이 하긴 하는데

이것이 굉장히 비효율적으로 돌아간다

즉, 성취도를 위주로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진도 빼는 데에 급급한 공부를 다들 하고 있다는 거예요




그래서 이것이 단순히 공부의 문제만이 아닙니다

저는 우리나라 20대가 상당히 무기력하다고 이야기하죠?

20대가 겪는 무기력증에 대한 표준적인 설명은

취업하기 힘드니까 심리적으로 쫄아서 그렇다 이렇게 설명합니다만

저는 우리나라 20대 무기력증의 원인의 상당 부분은

청소년기에 이미 있다라고 봅니다

남이 하라는 대로만 하는 이런 식의 공부

그것도 전 세계에서 제일 오랜 시간 제일 재미없는 공부를

자, 우리 사회가 그리고 우리 학교가, 가정이

여기에 대해서 뭔가 답을 내놔야 되는 시기라고 생각을 합니다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박수)





이 글은 청각을 잃은 제 친구를 위해 작성되었습니다.

전체 또는 일부가 잘못듣고 잘못 옮겨적은 내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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