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에서 경영학 석사하고요. 삼성 때려치우고 장사를 시작했습니다.
- 제가 미쳤죠.
- 이 가게가 오기 며칠 전에도요. 가게 하나 또 접었습니다.
- 어뜨게라도 가게를 살려서 가족하고 먹고살아야 되는데,
- 앞이 보이지 않아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그냥 술로라도 때우려는 지금
안녕하세요.
장사하면서 글도 조금 쓰는 아빠의 샤부바 대표 김도현입니다.
반갑습니다.
제가 장사 15년째 하고 있고요.
삼성 때려 치우고 인생 가게로 먹고살기란 창업 책도 한 권 출간했습니다.
장사하기 전에는요.
미국에서 경영학 석사하고요.
회사 좀 다니다가 한국 들어와서 C기업 연구소하고 S기업에 다녔었습니다.
그러다가 몰래 가족 몰래 때려치웠습니다.
그것도 두 번씩이나.
제가 미쳤죠.
다녀보니까 조직생활이 저랑 안 맞아서 너무 안 맞았어요.
그래서 회사 그만두면 못 받으니까 회사를 담보로 신용대출받아서, 퇴사 후에 그 돈으로 월급인 것처럼 집에다가 매달 계좌이체 해주면서 그렇게 백수 시절을 버텼습니다.
수많은 날을 이제 뭐 해 먹고 사나 고민했죠.
퇴사 후에 그러던 어느 날 유학 시절에 후배가 했던 말이 갑자기 떠올랐어요.
그 후배가 뭐라고 했냐 하면요.
"형은 언젠가 장사를 할 것 같아"
지금 생각하면 그 후배가 쪽집개죠.저 지금 장사하고 있잖아요.
그래서 결심했습니다. 그래 장사하자 그런데 돈이 한 푼도 없었어요.
그래서 친구들한테 야 돈 좀 꿔주라
그러고 저는 집이 없으니까 저희 부모님 집 주택담보대출받아서 어렵게 장사를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진짜 힘들었어요. 왜 장사 생전 장사를 해봤어야죠 그래서 있던 직원도 내보내고 혼자 버텼습니다.
초기에는 그렇게 버텨가면서 공부했죠. 공부 장사 공부
공부하면서 공부한 거를 이제 직접 써먹으면서 그렇게 이겨냈습니다.
결국 살아남아서 15년째 장사하면서 가게 3개까지 확장하고 창업 책도 한 권 출간했습니다.
박수 한번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가게 하나 남았어요.
아 그놈의 코로나
코로나로 초기에 매달 천만 원씩 적자가 났습니다.
그래서 가게 하나 얼른 접고 적자를 좀 줄였죠.
그래도 지금도 매달 500만 원 이상 적자가 계속되고 있어요.
지금 여기서 이렇게 얘기하고 있는 이 순간에도 돈이 줄줄줄 새고 있습니다.
월세 인건비 제가 죽지 못해 살고 있어요.
이 강연 오기 며칠 전에도요. 가게 하나 또 접었습니다.
그 가게에 적고 받은 보증금하고 코로나 대출금으로 버티고 있는데 코로나 대출금이 벌써 다 떨어졌어요.
인생이 영화라면요. 저는 지금 제 인생의 위기편을 찍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도저히 못 살 것 같은 이런 인생 위기에도 저를 살아있게 하는 게 세 가지가 있습니다.
혹시 짐작가시는 거 있으신가요?
저를 살아있게 하는 첫 번째는 역시 가족입니다.
제가 15년째 장사하면서 별의 별일이 다 있었어요.
하루 매출 2만 원 했던 적도 있었어요. 그런 날은 그냥 집에 못 가죠.
동네 사장님들하고 같이 한잔 했죠. 별의별 걱정이 다 떠올라요. 돈은 못 버는데 오늘도 매출 2만 원 했잖아요.
장사 시작할 때 빌린 대출금 원금하고 이자 그거 갚을 날은 코앞으로 다가와 있고, 해결할 길은 안 보이고, 그러면 뭐 그냥 차 안에 혼자 있겠다. 술도 한잔 했겠다. 눈물이 주르르 흐릅니다.
그렇게 차 안에서 이렇게 혼자 앉아 있다 보면은 저도 저지만 가족 어떻게 해야 되나 걱정이 돼요.
그렇게 가족 생각이 나면 주섬주섬 지갑에서 가족 사진을 이렇게 꺼냅니다.
그래서 이렇게 가족 사진을 딱 이렇게 보고 있으면 애들이 웃고 있잖아요.
그러면 어쩌겠어요? 그래 뭐 까짓 거 뭐 다시 해봐야지 그러면서 술술 털고 일어났습니다.
그때도 역시 가족이 힘이 되었습니다.
그 아이들이 커서 초등학생이 됐는데 그중에 큰 애가 아빠를 위해서 시도 한 편 써줬어요.
아빠와 시계라고 제목은 제가 붙입니다.
그 두 가지가 일을 합니다.
쉬지도 않고 시계는 멈출 때까지 움직입니다.
그리고 당신이 모르는 일벌레가 있습니다.
누구냐고요? 아빠입니다.
딱 한 가지 위해 일하시죠? 뭐냐고요? 가족이에요.
시계도 쉬지 않고 아빠도 쉬지 않고 일하고
시계도 멈출 때까지 아빠도 우리 믿을 때까지
고마워요.
아빠
연습할 때는 안 울었는데 다시 들어도 뭉클하네요.
근데 철자가 왜 저 모양인지 그런 생각은 들지만, 역시 아빠들은 이 가족의 응원을 먹고살아요.
가족이 버티는 원동력입니다.
아내도 코로나 때문에 힘들어지니까 알바라도 하겠다고 마스크팩 접는 부업을 시작했어요.
외국인이라서 한국말 덜 해도 되는 그런 일을 선택한 거죠.
그런데 부업 첫날 갑자기 전화가 왔어요. 그러더니 묻더라고요.
"내가 6시간 일하고 얼마 벌었는지 알아?" 그래서 "얼마 벌었는데?"
그랬더니 막 갑자기 막 서럽게 울기 시작하더니, 내가 6시간 일하고 6천 원 벌었다고 그 얘기 듣는데 가슴이 먹먹해졌어요.
제가 알거든요. 코로나인데도 창문도 없는 지하 작업장에서 일한다는 거.
거기서 6시간 동안 쉬지도 않고 일하고 받은 돈이 6천 원이래요.
"당장 때려치워 내가 알아서 할게 그랬죠."
근데 그 약속을 못 지켰어요.
지금 와이프는 동네에 마라탕집에서 오픈 청소해 주고 야채 다듬는 일을 시작했어요.
솔직히 혼자라면 그냥 다 포기하고 훌훌 떠났을지도 몰라요.
근데 그럴 수 없었죠. 왜냐고요. 가족이 있잖아요.
제가 포기하면 가족을 포기하는 거잖아요.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어쩔 때는 그 가장의 두 어깨에 짊어진 무게가 힘든 일을 포기하지 않고 버티게 하는 힘이 되는구나 그런 생각이요.
저를 살게 하는 두 번째는 희망입니다.
제가 요즘 코로나로 배달 다니거든요.
제가 이렇게 웃고 있어서 웃는 게 웃는 게 아닙니다.
울고 싶은데 웃고 있는 거예요.
남들 앞에서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속으로는 가족의 생계를 어떻게 책임져야 되나 막막합니다.
그래서 배달도 시작한 거고요. 처음에는 제 가게 배달부터 했어요. 배달비라도 아끼려고요.
그러다가 9시 이후에 영업을 못하게 되면서부터 어떻게 해요?
애들 학원비라도 보태려면 뭐라도 해야죠 그래서 배달 기사까지 시작하게 됐습니다.
배달 기사 해봤더니 주변에 투잡 하시는 사장님들 엄청 많으시더라고요.
한 번은 딱 봐도 저 같은 초보 아빠예요.
근데 이렇게 둘이 배달 음식 딱 들고 그 좁은 엘리베이터에 이렇게 서서 뻘쭘하게 둘만 올라가는데, 아 참 어색하더라고요.
그 엘리베이터는 왜 이렇게 느려 터졌는지...
배달 다니다 보면요. 손님들이 별 말 안 했는데 유난히 이 자존감이 떨어지는 날이 있어요.
그런 말은 제가 속으로 그랬죠.
당신은 지금 베스트셀러 작가가 배달해 주는 음식을 먹고 있는 거야? 응
아니 되든 안되든 그 희망 하나 믿고 버티는 거죠.
왜냐하면 희망이 있으면 안 돼도 그동안은 버틸 수 있잖아요.
제가 진짜 꼭 한번 해보고 싶은 게 있어요. 다시 한번 이게 뭔지 아세요?
"야 뭐 먹고 싶어? 다 말해봐. 비싼 거 상관없이 아빠가 다 사줄게."
"아빠가 다 사줄게."
이 말 한번 꼭 다시 해보고 싶어요. 그런 날이 올까요?
저도 그런 날이 오리라는 희망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아무리 힘들어도 억지로라도 어떤 희망이든 희망을 하나 붙드세요.
분명 도움 되실 거예요. 저처럼
마지막 세 번째는 바로 마음공부입니다.
생각 바라보기라고요. 화 같은 감정이나 생각이 올라오잖아요.
그럼 이게 거리를 두고 이렇게 바라보는 거예요. 그럼 이게 쓱 올라왔다가 스르륵 사라집니다.
욱할 때 참고 보는 게 핵심입니다.
코로나로 울분이 올라올 때마다 이렇게 마음을 추슬렀습니다.
제가 국민청원글도 써보고요.
자영업 카페에 호소문도 써보고
그래도 울분이 가시지 않으면 허구한 날 술 마시고
그럼 또 술 마신다고 돈 쓴다고 깨지고 깨지면 또 열받아서 또 마시고 또 깨지고 또 마시고 그랬어요.
나름 할 거 다 해보고 바닥도 쳐보고
아... 내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일도 있구나 받아들이고, 내려놓고 그러고 났더니 그제야 마음이 좀 쉬어지더라고요.
그래서 그때부터 이제 의혹이 생겨서 그동안 미뤄뒀던 책 쓰기도 다시 하고 하나 남은 가게, 배달하고 SNS 홍보 공부해서 이름도 싹 바꾸고 완전 재창업 수준으로 다시 오픈했습니다.
사람들이 사진 찍고 싶게끔 그래서 SNS에 올리고 싶게끔 비주얼에 신경 썼고요.
그리고 홀에서 장사할 때 막 바쁜데 배달 주문 들어오면 그거 굉장히 난감하거든요.
그리고 배달도 일찍 나가야 되는데 30분씩 걸리고 그러면 10분 내 포장까지 완료할 수 있는 그런 아이템을 선정했습니다.
그리고 코로나 시대잖아요.
비대면 주문할 수 있게 태블릿 키오스크도 테이블마다 설치했습니다.
다 자식 같은 가게 접고 그 돈으로 준비했는데 돈이 모자라서 인테리어는 못 바꾸고 간판만 바꿨습니다.
이렇게 걱정이 아니라 할 일에 집중했습니다. 이게 다 마음공부 덕분이었습니다.
밤 10시
예전 같으면 한창 손님 많아서 그냥 북적북적할 때, 딱 한 팀
하루 매출 2만 원 하고 마감하고 문 닫고 집에 가는데, 근처 가게에 불은 꺼져 있는데 주류 냉장고 있잖아요.
그 불빛에 어슴푸레 사람 모습이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이렇게 봤더니 글쎄 사장님 혼자 술 마시고 계시더라고요.
제가 금주기간만 아니었으면 당장 가서 같이 한잔하고 싶었어요.
저 모습이 제 모습이니까요.
이게 지금 어떻게라도 가게를 살려서 가족하고 먹고살아야 되는데,
앞이 보이지 않아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그냥 술로라도 때우려는 지금 대다수 자영업자 사장님들 모습이니까요.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흥분했습니다.
그래도 살아있으면 기회는 옵니다.
사실 제가 첫째 출간하고 이 세바시 무대에 서는 게 꿈이었거든요.
근데 인생 잘 풀릴 때 그렇게 노력해도 그 기회가 안 왔는데 인생 위기에 제가 그 기회가 와서 여기 지금 서 있잖아요.
인생 모릅니다.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위기에도 기회는 옵니다.
그러니 여러분 가족 생각해서 희망 잃지 마시고 힘들면 마음 추슬러가면서 다시 힘내셨으면 합니다.
저도 그럴게요.
사장님들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