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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바시 1434회 | 우리 건강을 위협하는 더 무서운 것이 옵니다ㅣ박용호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명예교수, CODEX 항생제내성특별위원회 의장

항생제 내성,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 70만 명이 항생제 내성균 감염으로 사망하고 있고, 우리나라의 연간 사망자는 4천 명에 달하고 있습니다.
  • 2050년에는 매년 암 사망자 820만 명보다 많은 1000만 명의 사람이 사망에 이를 것이라고 경고하였습니다.
  • WHO 전 사무국장은 항생제 내성 문제를 조용히 밀려오는 쓰나미라고 표현하였죠.
  • 항생제 내성균 확산을 방지할 수 있는 실천 방법들이 있습니다.

 

 

코로나 보다 더 무서운 것이 옵니다

 



안녕하십니까? 서울대학교 박용호 교수입니다.

현재 인류는 생존을 위협하는 것들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지난 2년 동안의 코로나 팬데믹이 그렇고요. 

최근에 위기감이 급속도로 고조되고 있는 기후 변화가 그런 것들입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더 무서운 적이 있습니다. 

유엔 반기문 사무총장 시절에 이미 이러한 적에 대한 전 세계 방어 계획을 수립해 발표하였고, 이들을 막기 위해 많은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지금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또 다른 적이란 바로 항생제 내성균입니다.

 

 

항생제란 무엇일까요? 

우리 주변에 널리 퍼져 있는 세균들 중 가장 무서운 녀석들이 콜레라나 결핵균입니다.

만일 이들이 우리 몸속에 퍼졌다면 어떻게 될까요?

물론 우리는 여기에 잘 듣는 효과적인 무기가 있죠.

바로 항생제입니다. 

알렉산더 플래밍 (Alexander Fleming)

 

영국의 알렉산더 플레밍이 1928년 페니실렌을 최초로 발견하였죠. 

그 이후 많은 항생제들이 개발되어 사람과 동물의 많은 감염병 치료에 사용되었습니다.

실제로 요즘 세균성 질병으로 사망자는 급속도로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 결과로 항생제는 인류의 수명을 20년 정도 늘려주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20세기에 가장 중요한 발명으로 인터넷 다음으로 항생제를 들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죠.

 

 

그런데 지금 인류에게서 항생제가 사라진다면 어떻게 될까요? 항생제 내성균이란 무엇일까요? 

세균은 하나의 세포로 되어 있지만 아주 똑똑한 놈입니다.

세균은 다른 생물체처럼 돌연변이 과정에서 항생제에 대한 저항력이 만들어지는데, 

이렇게 만들어진 세균은 자신의 유전자를 다른 세균으로 전달할 수 있고, 

이렇게 항생제에 저항성을 갖게 된 세균을 우리는 항생제 내성 슈퍼박테리아라고 부릅니다.

 

항생제 내성이 생기는 이유

 

사람이 이러한 슈퍼박테리아에 감염되면 치료제가 없어 단순 감염으로도 사망에 이를 수 있습니다.

수퍼 박테리아에 감염되면 기존의 항생제는 내성이 생겨 치료가 어려워진다


항생제 내성균, 이것이 바로 코로나 팬데믹에 숨어 있는 조용한 팬데믹입니다.

 

 

개구리를 뜨거운 물속에 넣으면 바로 뛰쳐나옵니다.

하지만 물속에 개구리를 넣고 온도를 조금씩 조금씩 올리면 뛰쳐나오지 않다가 물이 끓는 순간 결국 빠져나오지 못하고 죽게 되죠. 그렇다면 무엇이 이 개구리를 죽음에 이르게 하였을까요?

보통은 끓는 물이 개구리를 죽였다고 생각합니다만, 개구리는 뛰쳐나가야 할 때를 결심하지 못해서 죽은 것입니다.

 

 

 

스웨덴의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

 

스웨덴의 16살 소녀가 최근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 세계 정상을 상대로 연설을 해서 눈길을 끌었습니다.

그녀는 지금 우리의 지구, 우리 집이 불타고 있으니 당장 행동해야 한다라고 외칩니다.

주요국 탄소 '0' 목표 시기


두 가지 이야기 모두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행동해야 할 때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지요.

항생제 내성 문제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지금 바로 행동해야 할 때이라는 것입니다.

 

 

 

세계보건기구 WHO 는 항생제 내성을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10가지 위협 중 하나로 경고하고 있습니다.

10가지 위협 중 기후변화와 항생제 내성은 매우 유사한 점이 있습니다.

당장 현재를 살아가는 세대에게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다음 세대에게는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전 세계 사망자 수

 

항생제 내성문제를 검토한 2016년 영국의 짐 오닐 보고서에 따르면 매년 70만 명이 항생제 내성균 감염으로 사망하고 있고,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으면 2050년에는 매년 암 사망자 820만 명보다 많은 1천만 명의 사람이 사망에 이를 것이라고 경고하였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작년부터 코로나 팬데믹 때문에 사망한 사람은 현재 약 3천 명에 이릅니다.

그런데 항생제 내성균에 의한 우리나라의 연간 사망자는 4천 명에 달하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WHO 전 사무국장은 항생제 내성 문제를 조용히 밀려오는 쓰나미라고 표현하였죠.

 

모두의 건강 One Health

 

최근에 많이 이야기되는 원헬스 사람과 동물 환경이 모두 건강해야 비로소 우리 인간의 건강을 보장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세계동물보건기구(OIE)

 

세계동물보건기구 OIE는 인류가 감염되어 있는 감염병의 60%는 동물로부터 유래되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실제 동물에 사용한 항생제와 사람의 내성균 감염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 결과가 많이 보고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반려동물과 사람과의 직접 접촉으로 전파되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 농장에서의 분변을 통해 잔류 항생제와 내성균은 주변 환경으로 배출되고 다시 인간으로 전파되고 있습니다.

 

또한 세균은 사람과 물류의 이동 과정에 쉽게 전파될 수 있어 한 국가 한 분야의 노력만으로 절대 해결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우리가 이번 코로나 팬데믹 상황을 겪어보아 잘 이해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는 2016년부터 복지부, 질병청, 식약처, 농식품부, 그리고 해수부가 공동으로 국가 항생제 내성 관리 대책을 마련하여 항생제 내성 문제를 범국가적인 차원에서 해결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유엔에서는 사람과 동물의 건강, 그리고 환경 분야가 협력하여 글로벌한 국제사회에서 항생제 내성 문제에 적극 대응하고 있습니다. 최근 유엔 식량농업기구 FAO와 세계보건기구 WHO가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는 국제식품규격위원회 항생제 내성 특별위원회에서 식품과 관련된 항생제 내성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제 규범들의 5년간의 협의 끝에 182개국 회원국 간의 합의를 도출하였습니다.

그 결과로 전 세계 개발 도상국들에게 자체적으로 항생제 내성을 관리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어서 그간 회의를 주재한 의장으로서 매우 뿌듯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항생제 내성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식품 유래의 항생제 내성 문제와 관련하여 의학적으로 중요한 항생제를 엄격한 판단 기준에 따라 처방하고 생산자는 항생제에 책임 있고 신중한 사용과 위생적으로 시설을 관리해야 합니다.

식품 제조 유통업자는 식품 공급망에서 식품을 통한 세균성 질병의 전파를 최소화하도록 해야 합니다.

우리는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은 식품을 선택하고, 정부는 식품 공급망 전체의 원활한 운영을 위한 과학적인 가이드라인을 제공하여 소비자의 이해를 높이기 위한 관계 부처들의 공동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번 코로나 팬데믹을 통해 많은 분들이 희생되었고, 

아직도 방역을 위해 땀방울 흘리는 사람, 국가의 방역 방침을 지키기 위해 영업을 포기했던 소상공인, 

그리고 이루 말할 수 없는 수많은 피해자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대비할 수 있는 효율적이고 시기적절한 사회적 시스템만 준비된다면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 더 빨리 일상생활로 돌아와 우리의 생업을 지켜 나갈 수 있다는 교훈도 함께 얻었습니다.

항생제 내성균 문제에 대해서도 더 이상 낭비할 시간이 없습니다.

다음 세대를 위해서 우리는 현재 할 수 있는 일을 지금 바로 해야 합니다.

우리에게 신의 선물이라는 항생제 사용의 절제오남용 방지를 함께 이뤄나가야 하겠습니다.

일상생활에서도 식품에서 유래하는 항생제 내성균 확산을 방지할 수 있는 실천 방법들이 있습니다.

손 씻기 잘하는 거, 그리고 안전한 온도에서 식품 보관 잘하시고요.

음식은 완전히 익혀서 드시고, 깨끗한 물과 안전한 식재료를 사용하시면 됩니다.

이렇게 우리 모두 한마음으로 항생제 내성을 극복하여 보다 안전하고 깨끗한 세상을 다음 세대에 물려주어야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