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환자 중에도 폐암으로 처음에 저를 찾아왔는데 4~5년 살다 보면 암이 없던 주변 친구들이 환자보다 먼저 가기도 합니다.
암은 이제 죽을병이 아닙니다. 치료하면서 살 수 있는 만성병입니다.
이제 암 진단을 받았을 경우 우리의 생각과 행동 어떻게 변해야 할까요?
안녕하세요.
심사평가원 진료심사평가위원회 위원장 이진수입니다.
지난해 연말까지는 제가 국립암센터에서 거의 20년 동안 일했습니다. 제4대 5대 원장도 역임했었죠.
여러분 혹시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갑자기 암이라는 말을 들으면 어떤 기분이 드십니까?
죽는다. 시한부. 다른 장기로 전이되면 어쩌나? 여러 가지 생각이 드실 겁니다.
이분은 제가 치료했던 환자분입니다. 2002년도에 양쪽 폐에 4기 폐선암이 발견됐습니다.
1차 항암치료를 받았지만 암은 더 커졌습니다.
그래서 당시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왔던 표적치료제 이레사 임상 프로그램에 참여하셨습니다. 당시 나이는 59세였습니다.
6년 후인 2008년도에 대장암이 새로 발견됐습니다. 대장을 60cm 정도 잘라냈습니다.
지금 어떠실까요?
놀랍게도 이래서 약도 먹으면서 남들처럼 나이도 먹고 건강하게 행복하게 생활하고 계십니다.
사실 저는 암과 인연이 매우 깊습니다.
놀라지 마세요. 제가 아프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의과대학을 졸업한 다음 해인 75년 3월에 저희 할머님이 그 당시에 흔했던 자궁암으로 고생하시다가 75세에 돌아가셨습니다. 8월에는 저희 어머님이 위암으로 70세도 안 되어서 돌아가셨습니다.
당시에는 암에 걸리면 다 죽는다고 생각했죠.
저희 어머님도 개복 수술은 했지만, 이미 암세포가 복강 내로 전이되어서 그냥 닦고 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상태는 더 악화되고 복수가 차고, 음식을 전혀 못 드시는 상태가 되었고, 그 상태로 돌아가셨습니다.
운명하기 전에 잡았던 손의 따스함과 그 온기와 돌아가신 후의 차가운 냉기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제가 암을 연구하고 치료하는 의사가 되기로 결심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78년도에 미국으로 건너갔습니다. 이민 갔습니다.
거기에서 내과 전공의 수련을 시작하고 암과 제대로 한번 싸워보겠다는 생각으로 힐스에 있는 엠덴슨 암센터의 종양내과 전문의 트레이닝을 받았습니다.
이 사진이 제가 내과 전공의 수련을 시작하기 전에 수술방 교수로 일했던 첫 직장의 신분증입니다.
그때는 저도 꽤 젊었지요.
엠디앤르 슨 암센터에서 종양내과 교수로 근무하면서 최신 암 치료법을 연구했습니다.
당시 삼성그룹 회장님 그리고 금호그룹 회장님을 비롯한 수많은 폐암 환자들이 미국으로 와서 저게 치료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제가 왜 돌아왔을까요?
우리나라에서는 1996년도에 제1차 암정복 10개년 계획을 시작했습니다.
거기에 따라 국립암센터가 2001년 6월에 개원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미국 사람만 치료할 거냐? 이제 우리나라 사람도 치료해 봐야 되지 않느냐?"는 주위의 권유가 있어 한국에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제가 심평원 평가위원장이 돼 있지만 사실 신평원과 한판 싸움을 한 적이 있습니다.
제가 미국에서 사용하던 신약을 적극 사용하여서 우리나라 암 환자들의 치유력을 높이고 삶의 질을 높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엠디슨 암센터에서 사용했던 항암치료 요법을 우리 환자들에게도 사용했는데 이게 신평원과 갈등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제가 시도했던 항암치료가 부작용도 적고 토하지도 않고 또 외래에서 투여가 가능했었습니다.
머리도 많이 안 빠집니다.
그런 새로운 치료였는데 심평원은 국내 심사 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제가 청구한 10억 원을 삭감했습니다.
치료비를 병원이 다 물어내게 생긴 겁니다.
그러니 국립암센터에서도 난리가 났죠.
당시로서는 엄청 큰 액수였으니까요.
저는 현행 기준에 매어서 처방하면 환자들의 생명을 구할 수 없다고 2년에 걸쳐 강력하게 이의제기를 했습니다.
이렇게 이의 제기를 하니까 결국 복지로부터 의학적인 필요가 있으면 인정해라 라는 유권해석을 받아냈습니다.
사실상 기준 변경을 이끌어낸 거죠.
그때 시작된 위원회가 바로 항암제 시작 등재와 고시 기준 개정을 변경 논하는 암질환심의위원회입니다.
또 저는 암 진단을 받으면 무조건 입원하는 관행도 바꾸고 싶었습니다.
당시에 입원 진료비의 본인 부담률은 20%, 외래는 50%였기 때문에 100만 원이 드는 치료를 한다면 입원의사 하면 20만 원, 의뢰에서 하면 50만 원을 부담해야 됐었습니다. 때문에 많은 환자들은 입원 치료를 선호하게 됐죠.
그러니까 환자들이 치료비를 줄이기 위해서 무조건 입원하게 된 겁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본인 부담률을 의뢰나 입원 동일하게 해 줄 것을 복지부에 건의했습니다.
실제로 2004년 1월 1일부터는 외래와 입원 본인 부담률이 똑같이 20%로 조정돼야 했고,
최근에는 보장성 강화라는 명목으로 10% 그리고 5%까지 됐습니다.
굳이 입원을 하지 않고 외래 진료 끝난 다음에 집에 돌아가서 가족과 함께 일상생활을 하도록 만든 거죠.
지금까지 우리나라 전 의료진이 새로운 치료법을 사용하고 국립암센을 중심으로 시행한 국가암관리 사업을 통해서 90년대 초반에는 42.9%밖에 안 됐던 전체 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이 25년이 지난 지금에는 70.3%로 크게 향상되었습니다.
주요 암종별로 5년 생존율 추이를 보면 최저암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암종에서 5년 생존율이 증가했습니다.
특별히 갑상선암의 경우에는 5년 생존율이 100%입니다.
일반 사람과 똑같이 살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전립선암 경우에도 94.4%, 유방암은 93.3%입니다.
암은 이제 죽을병이 아닙니다. 더불어 사는 병이라고 생각하는 변화가 필요한 때입니다.
그런데도 변하지 않은 게 있는 것 같습니다. 바로 암에 대한 우려 두려움입니다.
최전선에서 암과 싸워온 암 전문가인 제가 아무리 말해도 믿어주시지 않는 것 같아서 굉장히 안타깝습니다.
물론 우리나라 사망 원인 부동의 1위가 암인 것은 맞습니다.
그런데 암이 죽는 병이라서 그런 걸까요? 아닙니다. 우리나라 국민의 평균 수명이 늘어나서 그렇게 된 겁니다.
옛날에 많은 사람들이 담배를 피웠지만, 다른 병으로 환갑 이전에 돌아가신 분들은 암이 없다고 생각하고 돌아가셨습니다.
이분들이 다시 살아나서 80이 넘을 때까지 살다 보면 당연히 암의 위험도가 높아질 것은 사실입니다.
동시에 암은 이제 치료하면서 살 수 있는 만성병입니다.
우리는 어차피 암이 아니더라도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지 않습니까?
다행히 암은 조기에 발견해서 치료하면 완치가 됩니다.
어떤 경우에는 그냥 암을 가지고 암이 있는지도 모른 채 사는 사람도 있습니다.
당뇨나 고혈압처럼 치료하면서 살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왜 두려워합니까?
최근에 발표된 우리나라 암 등록 통계 자료에 의하면 지난 20년 동안 암 진단을 받고 아직도 생존해 있는 암 환자 수가 200만 명을 넘었습니다. 이 중에 암 진단 후 5년 이상 생존한 사람도 116만 명 넘습니다.
갑상선 암 환자가 제일 많고 그다음은 위암, 대장암, 유방암, 전립선암, 폐암 순위입니다.
이렇게 조기에 발견하여 치료하면 80~90% 이상 완치가 되는데, 치료 후에 5년 이상 재발하지 않고 생존하게 되면 일단 그 암은 완치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도 암에 대한 두려움으로 환자는 수술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경우에 의사한테 이런 얘기를 합니다.
당신이 수술 안 해주고 책임질 거냐? 수술해 달라.
의사 선생님 말을 안 듣고 수술 안 하는 게 좋습니다.
그러면 다른 병원에 가서 또 물어봅니다.
그쪽에서 수술해 주니 수술을 안 할 수가 없습니다.
특별히 갑상선암 환자 같은 경우에 일부 환자에서는 인파질에 전이가 된 경우로 발견되는 수가 있습니다.
그런 경우에
"선생님이 수술 안 해줘서 전이가 됐다. 그때 수술해 줘야 되는 거 아니냐?"
이렇게 따지는 경우 의사들은 정말 난감합니다.
그래서 어떤 의사분들은 환자의 의견에 동조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굳이 할 필요가 없는 검사인데도 검사를 하고 또 수술을 하게 되는 거죠.
이 모든 것이 암은 곧 죽는 병이라는 두려움 때문에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제 다른 세상이 왔습니다.
표적 항암제나 다양한 면역치료 항암제, 또 요즘에는 유전자 치료제까지 개발되다 보니 암에 걸렸다고 해도 몇 년 더 오래 사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제가 사용했던 '이레사'라는 표적항암제의 경우 전이가 되어 있어도 효과가 있어서 평상시와 같이 일상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이 약을 먹는 환자의 경우 평균 2년 반 내지 3년 잘 살고 있습니다.
고혈압이나 당뇨약을 드시면서 사는 것과 같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제안드리고 싶은 일이 있습니다.
이런 분들을 이제 암 환자 또는 죽을 사람이 살았다는 의미에서 암 생존자 이렇게 부르지 마시고 암 경험자라고 불러주시면 어떻겠습니까? 맹장염 수술받는 사람을 맹장염 환자 또는 맹장염 생존자라고 부르지는 않지 않습니까?
이제는 '나도 한 번 암 치료받은 적 있어'라고 쉽게 말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전에 얘기한 것처럼 암은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면 80~90% 이상 완치됩니다.
암 치료 후에 건강하게 살아오는 이 암 경험자들에게 따뜻한 격려와 취업이나 보험 가입 등 경제활동에 제약을 받지 않도록 하는 사회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투병이라는 말 저는 이 말도 바꿔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암과 싸운다는 얘기인데요. 암과 절대 싸우는 게 아닙니다.
암 가지고 암 치료하면서 같이 사는 겁니다. 관리에 가깝다고 할까요?
제가 받은 환자 중에서 처음 진단받았을 때 자기가 금방 죽을 것처럼 절망했던 환자가 점점 얼굴색이 달라지고 환해지는 것을 저는 많이 목격했습니다. 제가 좋은 치료를 해줘서 그렇게 좋아진 건데도, 환자는 스스로 운동도 하고 좋은 공기 마셔서 좋아졌다고 해서 제가 좀 서운할 정도입니다.
그러니 이제 오래 살다 보면 나에게도 언젠가 암이 올 수 있다 이런 생각을 하고 사는 게 좋습니다.
암 걸릴 거 두려워해서 절대 미리 돌아가시지는 마십시오.
실제로 통계를 보면 남성들은 5명 중에 2명, 6명 중 3명 중에 1명이 사는 동안 암에 걸리는 걸로 돼 있습니다.
제 환자 중에도 폐암으로 처음에 저를 찾아왔는데 4~5년 살다 보면 암이 없던 주변 친구들이 환자보다 먼저 가기도 합니다.
그리고 앞부분에 언급한 것처럼 이태석 환자처럼 또 다른 암이 생겨서 별을 2개 달았다고 농담으로 얘기하기도 합니다.
이제 암 진단을 받았을 경우 우리의 생각과 행동 어떻게 변해야 할까요?
일생 동안 암을 연구해 온 의사지만 저도 암 진단받는다는 거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상상하기 싫습니다.
그렇지만 만약에 그런 진단을 받는다면 이제 올 것이 왔구나 생각하고 한 2, 3일은 잠이 안 올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환자들은 혹시 오진이 되지 않았나 해서 여러 병원을 돌아다니면서 두세 번 정도 암이라는 얘기를 들어야 믿게 되는 것 같아요.
저는 그렇게는 하지 않을 것입니다.
제가 알고 있으니까요.
어떤 치료가 제일 좋은지, 전문 의사와 함께 치료 계획을 세우고, 일단 믿고 맡기고 평소처럼 일상생활을 즐길 것입니다.
물론 전보다 기도는 좀 더 많이 해야 되겠죠.
이렇게 암과 싸우는 대신 암과 함께 살아가야 된다는 생각의 변화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내일 일은 나 몰라요. 하루하루 살아요.
이런 찬양 가사처럼, 매일매일 감사하면서 그렇게 살면 됩니다.
암에 대한 부정적 인식, 자칫 잘못하면 불필요한 과잉 진료, 과잉 수술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쓰지 않아도 될 의료자원이 낭비되는 겁니다.
이건 고스란히 다음 세대로 넘어갑니다.
10년 20년 후에 지금 있는 건강보험 체제가 그대로 유지된다고 보장할 수 없습니다.
그것이 유지되지 못하면 우리 건강을 누가 책임지겠습니까?
암 환자의 경우 특별히 의료비의 본인 부담률이 5%밖에 안 됐습니다.
이 말은 저위험 갑상선암이나 전립선암 진단받은 암 환자들이 꼭 필요하지도 않은 치료를 받을 경우, 건강보험의 재정적 부담이 더욱 커진다는 말입니다.
예를 들면 과다 진단을 받은 갑상선암의 경우 수술한 다음에는 안 먹어도 되는 갑상선 호르몬을 평생 먹고살아야 합니다.
일부 환자는 수술 후에 생기는 후유증으로 고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전립선암 경우에도 수술받고 나서 고생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런 일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건강보험료를 더 올려야 하나요?
우리 국민 모두가 여기에 동의하나요?
이제 100세 시대, 암 경험자 200만 시대 이제는 건강보험 재정 문제는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암에 대한 우리 생각과 지금까지의 관행을 바꿔야 합니다.
코로나로 인해서 뉴노멀이라는 말이 나왔죠. 암 치료에도 뉴 노멀이 필요합니다.
아주 작은 암의 경우 진단받을 당시에 당장 수술하기보다는 이제는 적극 감시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적극 감시란 말은 정기적으로 암의 기능을 체크하고 필요할 경우에만 적절한 치료를 한다는 겁니다.
수술을 포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렇게 해야 암과 더불어 행복한 인생을 살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려면 환자, 의료계 모두 생각을 바꿔야 가능합니다.
환자는 적극 감시 도중에 암이 진행돼서 수술을 받는 경우가 생기면 그럴 경우가 갑상선암인 경우에는 10% 정도,
전립선암인 경우에는 한 50% 정도가 있다고 합니다.
이런 경우 치료하시는 선생님에게 책임 추궁을 하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의사 선생님들 입장에서는 수술을 권하면 5분 만에 끝나는데, 적극 감시를 설명하려면 더 시간이 걸린다고 합니다.
시간 걸리는 것만큼 적절한 보상도 하고 거기에 따른 법적 책임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직도 많은 분들이 암은 죽는 병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서 오늘 이 자리에서 말합니다.
아닙니다. 암은 가지고 사는 병입니다. 그것도 암을 가지고 건강하게 살 수 있습니다.
그리고 치료하면서 살 수 있는 암이 늘어나고 있고 이른바 착한 암입니다.
또한 평생 사는 동안 증상이 안 생기는 암도 있습니다.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라는 성경 말씀 아시죠?
암에 대해서 올바로 알게 되면 암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집니다.
두려움이 없어지면 암을 가지고도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암에 대해 제대로 알면 두려움 없이 100세 시대를 맞이할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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