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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핍과 상실로 만드는 잔잔한 울림 — 시각장애 바이올리니스트 김종훈의 한빛예술단, 어머니의 달력 악보·베를린 한스아이슬러 | 세바시 1970회 한국장애인고용공단 특집

"내가 아무리 바이올린을 잘 한들 — 만약 아내가 물에 빠진다면, 내 자식이 물에 떠내려간다면, 우두커니 서 있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지 않나." 선천적 시각장애로 태어나 한양대 음대 → 독일 베를린 한스아이슬러 국립음대 최고 성적 졸업 → 대한민국 장애인 예술 대상까지 받은 바이올리니스트 김종훈이 한국장애인고용공단×세바시 1970회 특집 무대에서 풀어낸 17분짜리 이야기입니다. 강연의 주제는 단 두 단어 — 결핍과 상실. 어머니가 달력 뒷면에 매직펜으로 그려준 악보, 밤길에 여성분 구두 뒷굽 소리를 쫓아갔다 도망치게 만든 사연, 그리고 결핍과 상실이 가득한 한빛예술단 오케스트라까지.

📌 한 줄 요약

결핍과 상실을 슬픔으로만 보지 말 것 — 인생의 난이도가 올라가 고수가 되는 과정이고, 잔잔한 울림이 가장 깊은 박수가 된다.

⭐ 추천 점수

★★★★★ 5/5 — 17분 동안 '결핍'과 '상실'이라는 익숙한 두 단어가 시각장애 바이올리니스트의 어머니·아내·한빛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일상으로 새로 깊어집니다. 장애 당사자뿐 아니라 '나는 왜 이렇게 힘들까' 자주 묻는 모든 사람에게 닿는 강연.

👥 이런 분께 추천해요

① 내가 못 가진 것·잃어가는 것에 자꾸 마음이 쏠려 우울해지는 분

② "장애를 극복한다"는 표현이 어쩐지 마음에 걸리는 분

③ 화려한 박수가 아니어도, 자기만의 잔잔한 울림으로 살아가고 싶은 분

📑 목차

1. 결핍과 상실 — 창문이 없는 집, 지붕이 날아간 집
2. 어머니의 달력 악보 — 음악 공부의 시작
3. 한양대 장학생 → 베를린 한스아이슬러 국립음대 — 천신만고
4. 밤길의 발자국 소리 — 가장 두렵고 외로웠던 시간
5. 장애인 예술 대상 — "극복한다고 극복이 되나"
6. 한빛예술단 오케스트라 — 결핍과 상실이 가득한 무대
7. 잔잔한 박수 — 깊은 울림이 만드는 인생의 고수

 

세바시 1970회 — 상실 뿐이던 삶 속에서 작은 울림을 만드는 방법 (바이올리니스트 김종훈, 한빛예술단 음악감독)

 

검은 정장에 안경을 쓴 김종훈이 바이올린을 들고 카메라를 향해 있는 강연자 카드
강연자 카드 — 바이올리니스트 김종훈, 한빛예술단 음악감독 (한국장애인고용공단 × 세바시 특집 강연회 '편견 없는 직장, 차별 없는 성장')

 

결핍과 상실로 만드는 잔잔한 울림 — 바이올리니스트 김종훈의 17분

1. 결핍과 상실 — 창문이 없는 집, 지붕이 날아간 집

 

어두운 방 안에서 누군가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쥐고 앉아 있는 모습 위에 위축감을 설명하는 자막
상실로 인한 반복된 실수와 그로 인한 위축감 — 강연 도입부 자막

 

강연의 첫 단어는 '결핍'과 '상실'입니다. 김종훈은 단순한 비유로 풀어냅니다 — 집을 열심히 지었는데 깜빡 잊고 창문을 안 냈다면 그게 결핍, 태풍이 불어 지붕이 날아갔다면 그게 상실. 그래서 선천적 시각장애는 결핍이고, 중도 실명은 상실입니다.

김종훈은 선천적으로 아주 심한 저시력으로 태어났고, 나이를 먹으면서 그 시력마저 점점 사라져 다른 사람 안경을 모르고 끼고 다니는 일도 생긴다고요. 집에서도 눈 감고 잘 다닌다고 생각했는데 자꾸 여기저기 부딪히고 민폐를 끼치다 보니 사람이 위축됩니다. 그때 정신을 번쩍 들게 한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 아내. "왜 못하는 거, 안 되는 거 자꾸 생각하면서 우울해 하지 말고, 잘하는 거 할 수 있는 거 잘 찾아서 열심히 하세요."

2. 어머니의 달력 악보 — 음악 공부의 시작

김종훈의 부모님은 음악을 좋아하셨고, 그 덕분에 어린 시절을 음악과 함께 자랐습니다. 장난감도 소리 나는 것을 골랐고, 악기도 장난감처럼 품에 안고 구석구석 만질 수 있는 바이올린을 선택해 음악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시각장애로 일반 악보를 볼 수 없었습니다. 어머니의 해결책은 — 벽걸이 달력 뒷면에 검정 매직펜으로 악보를 크게 그려주시는 것. 김종훈은 그것을 눈에 바짝 대고 음표 하나하나를 읽어 외우며 공부했고, 결국 전국 콩쿠르에서 1등을 해서 한양대 음대에 장학생으로 입학합니다.

3. 한양대 장학생 → 베를린 한스아이슬러 국립음대 — 천신만고

 

잘츠부르크 미라벨 정원 앞에서 백팩을 메고 카메라를 향해 웃고 있는 젊은 시절의 김종훈
독일 유학 시절의 김종훈 — 어머니가 달력에 그려준 악보로 한양대 → 베를린 한스아이슬러 국립음대 최고 성적 졸업

 

대학에서는 오케스트라 수업에 필요한 수많은 교양곡 악보가 쏟아졌고, 어머니는 또 밤늦게까지 달력에 악보를 그리셨습니다. 김종훈은 그걸 받아 외우고 외우며 결국 대학을 무사히 졸업합니다.

그런데 시각장애인이 혼자 외국에 가서 공부한다는 게 어떤 일인지 — "그 정도로 고생스럽고 힘들었다고 미리 알았으면 제가 과연 그 길을 갔을까" 김종훈이 무대에서 회상합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홀로 되신 어머니가 힘들게 뒷바라지를 해주신 그 길의 끝에 — 김종훈은 독일 베를린 한스아이슬러 국립음대를 최고 성적으로 졸업했습니다.

4. 밤길의 발자국 소리 — 가장 두렵고 외로웠던 시간

 

먹구름이 낮게 깔린 들판 위로 빛이 새어드는 무지개와 함께 적힌 강연 자막
"잡히지 않는 무지개를 좇아 헤맨 삶" — 들판 위로 비치는 무지개

 

대학 시절까지 김종훈은 자기 딴엔 잘 보이는 척하려고 지팡이를 짚지 않고 다녔습니다. 그러다 공사장 구덩이에 빠지기도 하고, 맨홀 뚜껑이 열려 있는 줄 모르고 가다가 메고 가던 악기 케이스가 딱 걸려 죽지 않고 살아 나온 적도 있었다고요.

가장 두렵고 외로웠던 시간은 — 밤길. 누군가 앞에 걸어가는 발자국 소리가 들리면 그 소리에 의지해 열심히 쫓아갔습니다. 특히 여성분들의 구두 뒷굽 소리는 딱딱딱 잘 들렸으니까요. 그런데 그렇게 쫓아가면 — 발자국 소리가 점점 빨라지고, 결국 막 달려서 도망가 버렸습니다. "본의 아니게 그 밤에 저 때문에 공포심을 느끼셨던 여성분들 — 사과 드리겠습니다." 강연장에서 가장 큰 웃음이 터진 대목이자, 그 웃음 뒤에 가장 쓸쓸한 시간이 숨어 있는 한 줄이었습니다.

5. 장애인 예술 대상 — "극복한다고 극복이 되나"

김종훈은 장애인 음악가로서 받을 수 있는 가장 큰 상 — 대한민국 장애인 예술 대상과 경기도 장애인 극복상까지 받았습니다. 그런데 그 상을 받으면서 그가 한 생각이 의외였습니다.

"장애를 극복한다고 — 장애가 극복이 되나? 내가 아무리 바이올린을 잘 한들, 내가 큰 상을 받는다고 한들 — 만약 아내가 물에 빠진다면, 내 자식이 물에 떠내려간다면 — 우두커니 서 있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지 않나." — 김종훈

평생 무지개를 쫓듯 음악가의 삶을 살았는데 무지개는 저 멀리 앞에 있고, 나이는 들고, 희미하게 보이던 세상마저 점점 더 어두워지고. "아, 나는 왜 이렇게 절망스러울까. 인생이 왜 이렇게 힘들까." 그렇게 좌절할 때 다시 그를 붙잡아준 사람이 아내였습니다. 김종훈은 그 자리에서 "내가 남아 있는 소중한 것들을 더 깨닫자. 아내에게도 자식들에게도 말 한 마디라도 더 다정하게 — 더 따뜻하게 하자."는 다짐을 했다고 풀어놓습니다.

6. 한빛예술단 오케스트라 — 결핍과 상실이 가득한 무대

 

공연장 좌석을 등진 채 마이크를 들고 앉은 김종훈을 둘러싸고 첼로·바이올린·튜바를 든 단원들이 리허설을 하고 있는 모습
한빛예술단 오케스트라 리허설 — 김종훈이 마이크를 들고 시각장애인 단원들과 합을 맞추는 장면

 

김종훈이 시각장애인 음악가로 쌓은 지식과 경험을 같은 시각장애 연주자들에게 나눠줄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중 만난 기회 — 한빛예술단 오케스트라. 그가 음악감독으로 이끄는 이 오케스트라는, 그의 말 그대로 "결핍과 상실이 가득한 오케스트라"입니다.

악기가 다 갖춰진 것도 아니고, 시각장애인이라는 공통점이 있긴 하지만 단원들 실력 차이도 크고, 악보 외우는 속도도 다 다릅니다. 누구 한 단원만 틀려도 다시 하고, 또 다시 하고 — 여느 오케스트라와는 비교도 안 되게 힘든 과정을 거쳐 무대에 올립니다.

 

 

김종훈이 단원들에게 자주 들려주는 이야기는 — 베토벤. 베토벤이 귀가 안 들렸지만 천재라서 머릿속에서 다 들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게 아니라 베토벤도 자기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해 피나는 노력을 한 끝에 위대한 작곡가가 됐다는 이야기. 그래서 그 후대 수많은 사람들에게 막대한 영향을 끼친 음악적 유산을 남겼다는 것.

7. 잔잔한 박수 — 깊은 울림이 만드는 인생의 고수

김종훈은 강연 막바지에 두 종류의 박수 소리를 비교합니다. 멋지고 화려한 곡을 연주하면 당연히 박수가 크게 나옵니다. 하지만 때로는 잔잔하고 느리고 조용하게 끝나는 곡을 끝까지 정성을 다해 연주했을 때 — 박수 소리가 굉장히 깊은 울림이 됩니다. "저 박수 소리조차 감동스럽다"고 느낄 때가 있다고요.

그리고 인생도 같다고 그는 말합니다. "내가 못 가진 거, 내가 잃어가는 것들을 슬픔으로만 바라보지 말자. 그건 인생의 난이도를 올려서 내가 인생의 고수가 될 수 있는 과정 아닐까." 결핍과 상실 때문에 고통받더라도 아직 가지고 있는 소중한 것들을 깨닫고 감사하면서 — 그것을 지키려고 묵묵히 뚜벅뚜벅 걸어 나가면, 어둠 속에서 방향을 잃은 또 다른 누군가에게 '이끌어주는 고마운 구두 발자국'이 될 수 있다고요.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세바시 특집 강연회의 마무리 슬라이드
한국장애인고용공단 × 세바시 특집 — 편견 없는 직장, 차별 없는 성장

 

강연의 마지막 한 줄 — "세상을 조금 더 따뜻하게, 조금 더 아름답게 만들 수 있는 잔잔한 울림이 되는 — 저와 우리 모두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화려한 박수보다 더 깊은 한 줄이었습니다.

✍️ 내가 밑줄 친 세 문장

"왜 못하는 거, 안 되는 거 자꾸 생각하면서 우울해 하지 말고, 잘하는 거 잘 찾아서 열심히 하세요." — 김종훈의 아내

"장애를 극복한다고 — 장애가 극복이 되나?" — 김종훈

"내가 못 가진 거, 잃어가는 것들을 슬픔으로만 바라보지 말자. 그건 내가 인생의 고수가 될 수 있는 과정 아닐까." — 김종훈

📝 블로거 한 줄 후기

김종훈이 풀어낸 '결핍과 상실'이라는 두 단어 — 창문이 없는 집과 지붕이 날아간 집이라는 비유가 너무 정확해서 한참을 머물렀어요. 그래서 김종훈이 "장애를 극복한다고 장애가 극복이 되나"고 물은 그 한 줄이 — 위로보다 더 정확한 진실로 다가왔어요. 다만 김종훈처럼, '잘하는 거 잘 찾아서 열심히' 한다는 것 — 그게 결국 결핍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의 가장 단단한 자리라는 걸 다시 배웠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그가 말한 '잔잔한 박수가 가장 깊은 울림'이라는 대목. 저는 평생 큰 박수 소리를 잘 듣지 못하는 사람이지만, 그래서 잔잔한 진동이 손바닥에 닿을 때의 깊은 결을 더 잘 압니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오늘 하루, 자기 자리의 잔잔한 울림을 한 번만 더 알아봐 주시기를. 그게 누군가의 어둠을 비추는 구두 발자국이 됩니다.

💡 오늘, 단 한 가지만 해본다면

지금 내가 '못 가진 것' 한 가지를 떠올린 다음, 그 옆에 '지금 내가 가진 소중한 것' 한 가지를 같이 적어보세요. 김종훈의 표현으로 — 결핍과 상실을 슬픔으로만 보지 말고, 인생의 고수가 되어가는 과정의 한 칸으로 봐주는 연습입니다.

📚 더 보면 좋을 자료

김종훈 음악감독이 이끄는 한빛예술단은 시각장애인 연주자들로 구성된 한국 대표적인 장애인 예술단체로, 정기 연주회와 찾아가는 음악회를 꾸준히 이어오고 있습니다. 강연에서 언급된 독일 베를린 한스아이슬러 국립음대(Hochschule für Musik Hanns Eisler Berlin)는 클래식 음악 명문 중 한 곳이고, 베토벤이 26세에 청각 장애를 앓기 시작했다는 점은 그의 후기 작품들의 깊이를 다시 들으면 새로 느껴집니다. 이 강연이 속한 한국장애인고용공단×세바시 특집 강연회 '편견 없는 직장, 차별 없는 성장' 시리즈는 같은 회차(1969 김기리)와 함께 보면 장애와 일상을 잇는 결이 더 단단해집니다.

오늘도 잔잔하지만 깊은 울림이 되시기를. 그 울림이 누군가에게는 어둠 속의 구두 발자국 — 방향을 알려주는 가장 따뜻한 소리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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