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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다리 세진이, 올림픽보다 어려운 취준기 — 26세 접근성 스페셜리스트 김세진의 '쌓지 말고 펼쳐서 길 만들기' | 세바시 1971회 한국장애인고용공단 특집

"올림픽도 출전했는데 뭐가 무서웠겠어요. 그런데 제가 취업을 하면서 그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 10년 전 세바시 무대에 '16살 로봇다리 수영선수'로 섰던 그 김세진이 26세가 되어 다시 무대에 올랐습니다. 지금 그는 IT 기업에서 접근성 스페셜리스트로 일하는 3년 차 직장인 김세진. 부제는 — "로봇다리 세진이, 올림픽보다 어려운 취준기". 2016 브라질 올림픽 일반부 출전을 마치고 마주한 진짜 장벽, "장애 여부를 체크하면 1차에서 다 탈락", 면접의 쏟아지는 질문들("유전인가요 사고인가요?"), 그리고 '장애인'이 아닌 '참애인'으로 자신을 대해준 팀과 만난 이야기.

📌 한 줄 요약

장애물은 치우거나 극복하는 게 아니라 — 이해하고 활용하고 적응해서, 누군가가 걸어올 수 있는 '길'로 만드는 것.

⭐ 추천 점수

★★★★★ 5/5 — 15분 동안 '극복'이라는 익숙한 단어를 정확히 거부하면서도, 그 자리에 '적응·활용·다리 놓기'라는 더 단단한 단어를 놓아둡니다. 장애 당사자뿐 아니라 취업의 벽 앞에서 자기 정체성을 떼어내야만 하는 모든 사람에게 닿는 강연.

👥 이런 분께 추천해요

① 면접·서류 앞에서 자기 약점이 가장 먼저 떠올라 위축되는 분

② "장애를 극복했다"는 표현이 어쩐지 마음에 걸려왔던 분

③ 팀원·동료의 '다름'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는 리더·사수

📑 목차

1. 10년 만의 세바시 — 16살 로봇다리에서 26살 직장인으로
2. 2016 브라질 올림픽 — "발이 없는 게 강점이 되기도 한다"
3. 취업의 벽 — 장애 여부 체크박스와 면접의 쏟아지는 질문들
4. 접근성 스페셜리스트 — 약점이 강점이 된 일
5. 障·碍·人 vs 참·애·인 — 한자 두 글자를 바꿔 본다면
6. "실수해도 괜찮아" — 라이언 다리 챙겨주는 팀
7. 쌓지 말고 펼쳐서 길을 만들기 — GDC 아시아 최초 발표

 

세바시 1971회 — 로봇다리 세진이, 올림픽보다 어려운 취준기 (접근성 스페셜리스트 김세진)

 

파란 배경에 짙은 네이비 셔츠를 입고 정면을 응시하는 접근성 스페셜리스트 김세진의 강연자 카드
강연자 카드 — 접근성 스페셜리스트 김세진 (한국장애인고용공단 × 세바시 특집 강연회 '편견 없는 직장, 차별 없는 성장')

 

약점을 강점으로, 장벽을 다리로 — 김세진의 15분

1. 10년 만의 세바시 — 16살 로봇다리에서 26살 직장인으로

강연의 첫 문장은 10년 전 같은 무대에 섰던 자기에게 보내는 인사였습니다. "10년 전 세바시에 출연했었는데요. 16살 로봇다리 수영선수 김세진이라고 합니다." 그때 주제는 '험한 세상의 다리가 되어'. 입양으로 어머니를 만난 이야기와 의족으로 도전을 이어간 이야기를 풀었던 16세 소년이, 이제 26세가 되어 무대에 다시 섰습니다.

많은 분들이 그를 궁금해 했다고 합니다 — "걔 요즘 어떻게 지내?" 결론은 단순합니다. "험한 세상에서 먹고 살기 위해 직장인이 되었습니다." 그 위트 뒤로 강연이 풀어내는 진짜 이야기는, 올림픽보다 어려웠던 한 가지 — 취업 과정이었습니다.

2. 2016 브라질 올림픽 — "발이 없는 게 강점이 되기도 한다"

 

바닷가 부두 위 출발선에 검은 수영복 차림으로 줄지어 서 있는 수영 선수들의 모습
2016 브라질 올림픽 수영 최종 예선전 — 패럴림픽이 아닌 일반 올림픽 출발선

 

2016년 브라질 올림픽 — 그것도 패럴림픽이 아닌 일반 올림픽 최종 예선전. 김세진은 덩치 큰 선수들 사이에 앉아 출발선에 섰습니다. 많은 사람이 "불리하지 않았느냐, 힘들지 않았느냐"고 물었지만, 그의 답은 의외였습니다 — 힘든 건 당연했지만 불리하지는 않았다고요.

이유가 흥미롭습니다. 수영 선수들은 추진력을 얻기 위해 앞선 선수의 발목을 끄집어 당기는데, 김세진은 발이 없으니 상대가 발인 줄 알고 잡으려 해도 자꾸 미끄러져 빠졌습니다. "때로는 내가 없는 게 나의 강점이 되기도 하는구나" — 그렇게 2016 브라질 올림픽을 끝으로 수영 선수 인생을 은퇴합니다.

3. 취업의 벽 — 장애 여부 체크박스와 면접의 쏟아지는 질문들

 

/ 유전인가요 사고인가요? / 대인관계에는 문제 없죠? / 걱정할 일은 없는거죠?\"","filename":"img_0235.jpg"}_##]

 

"올림픽도 출전했는데 뭐가 무서웠겠어요." 그렇게 자신감으로 시작한 취업 준비에서 김세진은 가장 단단한 벽을 만났습니다. 서류에 남는 건 이름 석 자, 성적표, 자격증, 그리고 — 장애 여부 체크박스. 신기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장애 여부에 체크한 지원서는 1차 서류에서 모두 탈락했고, 체크하지 않은 지원서는 면접까지 다 통과했습니다. 그리고 면접에 가서 "왜 군대 면제예요?"라는 질문을 받는 순간, 자기 입으로 장애를 설명해야 했습니다. 그 다음 쏟아진 질문들 — "어떻게 장애를 가지게 됐나요? 유전인가요 사고인가요? 대인관계에는 문제 없죠? 재직 중에 다칠 일, 회사가 걱정할 일은 없는 거죠?"

김세진은 그때 든 생각을 무대에서 솔직하게 풀어놓습니다. "저 불 켜진 수많은 빌딩 가운데 — 장애인 김세진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 김세진으로 나를 봐 줄 수 있는 사람은 없는 걸까."

4. 접근성 스페셜리스트 — 약점이 강점이 된 일

우여곡절 끝에 사회 생활을 시작한 김세진은 지금 IT 기업에서 접근성 스페셜리스트(Accessibility Specialist)로 일하는 3년 차 직장인입니다. 서비스 이용자들이 신체적·인지적 장벽 없이 서비스를 잘 이용할 수 있도록 다리를 놓는 교육과 컨설팅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그가 이 일을 사랑하게 된 첫 번째 이유는 — "내가 가진 장애가 더 이상 약점이 아닌 강점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장애를 '극복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하지만 김세진은 단호히 다르게 말합니다.

"장애인에게 장애는 극복해 내는 것이 아니라 적응하면서 살아가는 것입니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 나가는 거죠. 사과 껍질을 깎을 때 과도 대신 감자칼로 깎으면 되는 것처럼." — 김세진

그리고 자기 몸의 한계로 마주한 환경 — "10개의 손가락으로 동시에 10개의 버튼을 입력해야 하는" 상황에서 한때 좌절이고 약점이었던 그 시간이, 지금은 남들이 쉽게 보지 못하는 문제를 발견하게 해주는 새로운 렌즈가 되었다고요. 다양한 조건과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어떤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는지, 그걸 당사자의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준 능력입니다.

5. 障·碍·人 vs 참·애·인 — 한자 두 글자를 바꿔 본다면

 

누런 종이 배경 위에 '막을 장', '거리낄 애', '사람 인' 한자가 크게 적힌 강연 슬라이드
障·碍·人 — 막을장(障)·거리낄애(碍)·사람인(人), 한자 그대로 보면 부정적인 단어

 

이 일을 사랑하는 두 번째 이유는 — '장애인'이 아닌 '참애인'으로 자신을 대해주는 팀원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비슷한 소리지만 의미가 완전히 다르죠. 김세진은 한자를 들여다봅니다 — 장애인의 障은 막을장, 碍는 거리낄애, 人은 사람인. 단어만 봐도 무언가가 막혀 있고 거리껴지는 부정적인 의미가 느껴집니다.

그래서 그는 한 가지 제안을 합니다. "앞의 두 글자를 '참' 그리고 '사랑의 애(愛)'로 바꿔 보자." 비슷한 소리지만 의미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 참애인(참·愛·人). 우리 사회에 필요한 건 구분 짓는 게 아니라 사랑할 수 있고 사랑하는 방법을 가르쳐줄 수 있으면 되는 게 아닐까. 김세진의 팀이 실제로 그런 곳이라고 합니다.

6. "실수해도 괜찮아" — 라이언 다리 챙겨주는 팀

 

카카오톡 대화 캡처 — 실장님의 두 메시지와 김세진의 두 메시지가 오전 9:42에 오간 모습
실장님 카톡 — "라이언, 업무가 너무 많을까 봐 걱정이… 라이언은 컨택으로 빠져도 됩니다. 편하게 알려주세요."에 김세진의 답장

 

김세진의 팀에서는 그를 '라이언(Lion)'이라고 부릅니다. 한번은 너무 바쁜 시기에 실장님이 카톡으로 "라이언 업무가 너무 바쁠까 봐 걱정이 돼요. 컨택에서 빠져도 됩니다"라고 보냈는데, 김세진이 "제가 알고 있어야 추가 대응이 가능해요"라고 답하자 실장님이 던진 한 마디 — "네, 일단 발가락 하나 정도 걸쳐 두시고."

김세진은 발가락이 없는데 말이죠. 모두가 빵 터졌고 그 자신도 창피하지 않았습니다 — 오히려 너무 행복했다고요. "이 사람들은 나를 장애인이 아니라 진짜 그냥 김세진으로 보고 있구나. 신체적 모습이 아니라 내가 가진 역량과 능력만으로 우리 팀이라고 생각해 주는구나."

 

호텔 로비 앞에서 김세진과 팀원 3명이 함께 V포즈로 서 있는 단체 사진, 동료들 얼굴은 하트 이모지로 가려진 모습
팀 플레이숍 단체 사진 — 김세진의 의족이 자연스럽게 보이는 팀원들과의 한 컷 (얼굴은 이모지 처리)

 

플레이숍에서 물놀이를 갈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수영 선수였던 김세진이 본인 다리(의족)를 잠시 두고 물에 들어갔는데, 실장님이 "라이언 다리 챙겨줘요" 한마디에 누군가 다리를 번쩍 들어 가져왔다고요. "이 사람들은 이게 의족이 아니라 라이언의 다리, 신체의 일부라고 생각해 주는구나."

이 회사에 이직하고 처음엔 얼어붙어 있었다고 합니다 — "실수하면 안 된다. 내 실수가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까." 그때 사수가 던진 한 마디. "아 실수해도 괜찮아. 야 네가 실수해서 실수하면 안 되는 일이면 내가 대신 했을 거야. 걱정 말고." 운동 선수에게 실수는 곧 실패였던 김세진에게, 그 한 줄은 더 큰 책임감으로 자라났습니다.

7. 쌓지 말고 펼쳐서 길을 만들기 — GDC 아시아 최초 발표

이런 팀과 사수 덕분에 접근성의 '접' 자도 몰랐던 김세진은 다른 이들을 교육하고 컨설팅하는 단계로 성장했고, 지난 3월에는 미국에서 가장 큰 게임 개발자 컨퍼런스 — GDC(Game Developers Conference)에서 아시아 최초로 접근성 세션을 발표하고 왔습니다. 한국이라는 작은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무슨 얘기를 할지도 모르는데, 정말 많은 청중이 무대를 가득 채웠다고요. 발표가 끝났을 때 쏟아진 질문들, 그리고 문 밖을 나섰을 때 전 세계 접근성 스페셜리스트들이 그를 반겨주던 순간 — 김세진은 그때 자신이 더 이상 '로봇다리 수영선수'가 아니라 '접근성 스페셜리스트 김세진'으로 살고 있다는 걸 느꼈다고 합니다.

강연의 마지막 한 줄은 단순합니다. "장애가 만약 쌓였다면 벽이 됐겠지만, 앞으로 펼쳐 나갔기 때문에 누군가가 걸어올 수 있는 길이 되어 줬습니다. 우리가 앞으로 삶을 살 때 — 쌓지 말고 펼쳐서 길을 만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특집 강연회의 마무리 슬라이드
한국장애인고용공단 × 세바시 특집 — 편견 없는 직장, 차별 없는 성장 마무리

 

그리고 그가 사회에 던지는 진짜 숙제. "우리 사회가 진정으로 필요한 건 장애를 극복한 사례를 공감하는 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고유한 다름을 존중받고 어우러져 기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입니다." 1969 김기리(감사·사랑)와 1970 김종훈(결핍·상실)에 이은 한국장애인고용공단 특집 세 번째 강연 — 가장 젊은 강연자가 가장 실용적이고 가장 단단한 한 줄을 남깁니다.

✍️ 내가 밑줄 친 세 문장

"장애인에게 장애는 극복해 내는 것이 아니라 적응하면서 살아가는 것입니다." — 김세진

"앞에 두 글자를 '참'과 '사랑의 애'로 바꿔 본다면 — 비슷한 소리지만 의미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 김세진 ('장애인 → 참애인')

"장애가 쌓였다면 벽이 됐겠지만, 펼쳐 나갔기 때문에 누군가가 걸어올 수 있는 길이 되어 줬습니다." — 김세진

📝 블로거 한 줄 후기

김세진이 면접에서 "왜 군대 면제예요?" 한 질문에 자기 장애를 설명해야 했던 그 장면. 누군가 무심코 던지는 질문 하나에 내 정체성을 통째로 꺼내 설명해야 하는 자리. 그래서 김세진의 한 줄 — "장애를 극복하는 게 아니라 적응하면서 살아가는 것"이라는 정의는, 위로보다 더 정확한 사실로 닿았습니다. 그리고 '장애인'을 '참애인'으로 바꿔보자는 한 줄, 그 위트 안에 정말로 단단한 통찰이 있었습니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오늘 자기 자리의 어떤 다름을 — 쌓지 말고 펼쳐주시기를. 그게 누군가에게는 처음 보는 가장 따뜻한 길이 됩니다.

💡 오늘, 단 한 가지만 해본다면

주변에 '다름'으로 인해 어색해 보이는 사람 한 명을 떠올려, 오늘 한 번만 그의 '다름' 말고 그의 '능력 한 가지'에 대해 짧게 칭찬을 건네 보세요. 김세진의 팀이 그를 '라이언'으로 불렀듯이 — 호칭과 시선 하나가 사람을 다시 사람으로 만들어 줍니다.

📚 더 보면 좋을 자료

김세진의 10년 전 세바시 강연 — '험한 세상의 다리가 되어'(16살 로봇다리 수영선수 김세진)를 같이 보시면, 한 사람의 16세와 26세가 어떻게 연결되는지 그 결이 더 깊어집니다. 강연에서 언급된 접근성 스페셜리스트(Accessibility Specialist)는 IT·서비스 업계에서 빠르게 확산되는 직무로, 미국 GDC(Game Developers Conference) 게임 접근성 세션이 가장 큰 무대 중 하나입니다. 이 강연이 속한 한국장애인고용공단×세바시 특집 '편견 없는 직장, 차별 없는 성장' 시리즈는 1969 김기리(감사와 사랑)·1970 김종훈(결핍과 상실)과 함께 보면 장애와 일상·일터의 결이 입체적으로 잡힙니다.

쌓지 말고 펼쳐서 길을 만들기. 오늘 당신의 그 작은 한 발이, 누군가의 첫 길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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