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과학자 장동선의 세바시 1990회 강연 정리입니다. 시몬스 침대 특집 "성장을 위한 아름다운 휴식, Beautyrest 꽃잠" 시리즈 — 잠옷 입고 무대에 오른 뇌과학자가 풀어내는 내 인생 최고의 리허설 무대 만드는 법. 잠은 ① 무대 청소 ② 대본 정리 ③ 상처 치유 ④ 능력 강화 4가지 리허설이라는 이야기까지.
📌 한 줄 요약
찰리 채플린의 "삶은 리허설 없는 연극이다"는 뇌과학자 입장에서 틀렸다. 우리는 잠을 자는 동안 매일 밤 무대 청소·대본 정리·상처 치유·능력 강화라는 네 가지 리허설을 한다.
⭐ 추천 점수
★★★★★ 5/5 — 잠을 게을리하면서 "공부 더 하자"고 자기 자신을 닦달해본 모든 사람에게 권하는 17분.
👥 이런 분께 추천합니다
🟦 밤 새우는 게 노력의 증거라고 믿어온 분
🟦 어제 한 실수가 이불킥으로 자꾸 떠오르는 분
🟦 잠을 자도 피곤하고, 자도 자도 부족한 분
📑 목차
1. 잠옷 입고 무대에 오른 뇌과학자 — 그리고 연극반 5년
2. 셰익스피어 vs 채플린 — "삶은 리허설 없는 연극"이 틀린 이유
3. 잠은 리허설 ① — 무대 청소: 뇌척수액과 노폐물
4. 잠은 리허설 ② — 대본 정리: 기억의 강화·삭제·통합
5. 잠은 리허설 ③ — 상처 치유: 트라우마(상처)와 Traum(꿈)
6. 잠은 리허설 ④ — 능력 강화: 백신 실험과 피아니스트의 잠
7. 자야 할 때 자라 — 전두엽과 두 가지 꿈은 결국 하나다
잠은 리허설이다 — 장동선 뇌과학자가 풀어내는 매일 밤의 무대 청소·대본 정리·상처 치유·능력 강화
1. 잠옷 입고 무대에 오른 뇌과학자 — 그리고 연극반 5년
장동선 뇌과학자는 세바시 무대를 그 어떤 강연자보다 자주 서 본 사람. 그런데 이번엔 잠옷 차림으로 등장합니다. "정말 많은 무대에 서 봤지만 잠옷 입고 무대에 서 본 건 오늘이 처음"이라고 인사하며 시작하죠.

본업은 뇌과학자지만, 매주 유튜브 촬영·강연 무대·피아노 연주까지 — 그는 어려서부터 무대가 꿈이었다고 합니다. 작곡과 지휘를 하고 싶었는데 "실력이 안 된다"고 단념하고 과학자의 길을 갔다고요. 그러나 무대에 대한 열망은 사그라들지 않았고, 대학·대학원 8년 중 5년은 연극반이었다고 처음 솔직히 고백합니다. 매주 80~100시간 리허설을 하고, 예명으로 국내 제법 큰 연극제에 연극 감독으로 데뷔까지 했다는 거죠.
2. 셰익스피어 vs 채플린 — "삶은 리허설 없는 연극"이 틀린 이유
연극을 하다 보니 그에게 와닿은 명언이 있었다고 합니다. 셰익스피어 〈뜻대로 하소서(As you like it)〉의 대사.

"All the world is a stage, and all of the men and women merely players." — 세상은 무대이며 그 무대 위 우리는 연극 배우일 뿐이라는 그 비유가 살면서 보면 볼수록 맞더라는 겁니다. 그래서 "좋다, 내가 원하는 무대를 내가 만들겠다"고 마음먹습니다.
그런데 연극을 해보면 안다고 합니다. 1시간짜리 연극을 위해 100시간 가까운 리허설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내 삶이라는 연극을 내 마음대로 바꾸고 싶으면 — 리허설이 필요하다는 거죠.
그런데 또 다른 무대 명언이 발목을 잡습니다. 찰리 채플린의 한 줄. "삶은 리허설 없는 연극과 같다." 이거 너무 잔인하잖아요. 리허설이 안 되면 대본도 못 바꾸고 대사도 못 바꾸는데. 다행히도 채플린은 뇌과학자가 아니었다고, 장동선은 시원하게 정정합니다. "채플린, 틀렸습니다. 우리 삶에는 리허설 시간이 충분히 많이 있습니다." 그 리허설 시간이 — 바로 잠을 자는 시간입니다.
3. 잠은 리허설 ① — 무대 청소: 뇌척수액과 노폐물
잠 자는 동안 뇌가 하는 첫 번째 리허설 작업 — 무대 청소. 연극 무대를 한 번도 청소 안 하고 다음 공연을 하면 제대로 연기가 될 리 없죠. 매번 연극이 끝나면 무대를 정리해줘야 합니다.

잠 자는 동안 뇌 안에서는 뇌척수액(CSF)이 나와 그날 쌓인 독소 물질·피로 물질·노폐물을 깨끗이 씻어냅니다. 그런데 이 청소는 잠을 잘 때만 일어납니다. 며칠 밤을 새우면 뇌가 시들시들 병들어가고, 치매 위험이 올라가며, 기억과 학습 능력이 떨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죠.
4. 잠은 리허설 ② — 대본 정리: 기억의 강화·삭제·통합
두 번째 리허설 — 대본 정리. 연극 한 편엔 엄청난 양의 대사가 있고, 한 줄을 바꾸면 다른 배우 대사도 바꿔야 하고 연습도 다시 해야 합니다. 하루도 마찬가지. 그날 하루 일어난 모든 일을 다 기억할 수는 없죠.
잠 자는 동안 뇌는 기억의 강화·삭제·통합이라는 선택 작업을 합니다. "이건 쓸모없어, 지워" 하는 망각도, "이건 평생 기억해야 돼" 하는 강화도, "기존에 알고 있던 거랑 합쳐서 이렇게 묶어둬" 하는 통합도 — 다 잠을 자는 동안 일어나는 일이라는 겁니다. 망각·기억·학습이 모두 잠의 작품이라는 거죠.
5. 잠은 리허설 ③ — 상처 치유: 트라우마(상처)와 Traum(꿈)
세 번째 리허설은 좀 다른 결입니다.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는 일이 잠 자는 동안 일어나거든요.
낮 동안 경험한 모든 일은 그냥 기억으로 남는 게 아니라 감정이 실린 상태로 남는다고 합니다. "아 너무 창피해, 내가 저 무대에 잘못 입고 올라갔어." 이불킥하면서 "내가 그 말을 왜 했지" 자책할 때의 그 감정. 창피함·부끄러움·수치심·죄책감·우울·불안 — 이런 감정들은 잠을 잘 자면 해소된다는 게 뇌과학의 발견입니다.
장동선은 잠과 꿈의 언어에 숨은 단서를 짚어줍니다.
그리스어로 트라우마(τραῦμα)는 '상처'를 의미하고, 독일어로 트라움(Traum)은 '꿈'을 의미합니다. 우리가 잠을 자고 꿈을 꾸는 동안 그 상처가 아물어서 흉이 되고, 우리는 그 아문 기억을 가지고 계속 살 수 있게 됩니다.
6. 잠은 리허설 ④ — 능력 강화: 백신 실험과 피아니스트의 잠
네 번째 리허설 — 가장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정신과 신체의 능력 강화가 잠 자는 동안 일어난다는 것.

장동선이 든 실험. 한 그룹은 백신을 맞고 일주일 동안 하루 4시간만 자게 하고, 다른 그룹은 하루 7~8시간 푹 자게 합니다. 일주일 뒤 항체 생성과 면역력을 비교해보니, 잘 잔 그룹은 백신 효과가 좋고, 못 잔 그룹은 백신 효과가 별로 없었다는 결과가 나옵니다.

피아니스트 실험도 같은 결입니다. 어려운 부분을 밤새 연습해도 계속 틀리는데, 한 명은 밤새 연습을 더 하고, 다른 한 명은 "에라 모르겠다" 하고 잡니다. 다음 날 아침에 누가 그 부분을 잘 연주할까요?
잠을 자고 일어나서 연주가 안 되던 부분이 갑자기 연주가 잘 돼요. 깨어 있는 동안 학습한 것이 뇌 안에 나의 실력으로 녹아드는 작업이 잠 자는 동안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잠도 안 자고 공부시키는 것"은 뇌과학자 입장에서 아주 멍청한 선택이라고 장동선은 못 박습니다. 오히려 "지금은 잘 안 된다, 자야지" 하는 게 더 똑똑한 선택이라는 거죠.
7. 자야 할 때 자라 — 전두엽과 두 가지 꿈은 결국 하나다
본인도 잘 못한다고 솔직히 고백합니다. 그러다 자기 자신을 관찰해보니 패턴이 있었다고 해요. "이제 그만하고 자야지" 싶은 순간이 있는데, 그때 책을 덮고 자러 가야 자는데, 그 순간을 놓치고 눈을 비비며 계속 깨어 있으려 한다는 겁니다.

그러면 전두엽 기능이 점점 떨어집니다. 전두엽은 감정·충동 제어, 자기 멈춤·통제 역할을 하는데, 잠을 못 자서 기능이 떨어지면 "지금 자러 가야 되는데"라고 선택할 수 있는 능력 자체가 떨어진다는 거죠. 전두엽이 살아 있을 때 자신을 멈추는 게 핵심.
심리학자 융(Carl Gustav Jung)은 이런 가설을 가졌다고 합니다. "꿈은 다음 날 일어날 사건을 위해 꿈꾸는 사람을 준비시키는 역할을 한다." 지금 뇌과학자들이 연구해보니 이게 맞다는 결과가 계속 나옵니다. 우리가 꿈을 꾸는 동안 뇌는 수많은 시나리오를 테스트하면서 다음 날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의 예행연습을 반복한다는 거죠. 잠을 잘 잔 사람일수록 어려운 일이 닥쳤을 때 대응 능력이 좋아진다고요.
그리고 장동선이 마지막에 짚는 한 가지 — 인류 모든 언어에서 '꿈'은 두 가지 뜻을 동시에 가진다는 사실. 밤에 자는 꿈, 그리고 마틴 루터 킹의 "I have a dream"처럼 이루고 싶은 삶의 이상. 영어 dream, 독일어 Traum, 한국어 꿈 — 모두 같은 단어를 씁니다.
아마 사람들이 이 두 단어를 같은 단어로 쓴 이유는, 그 둘 사이에 연관 관계가 있다는 걸 아주 오래 전부터 우리가 알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밤에 자는 꿈과 이루고 싶은 삶의 꿈은 결코 다른 게 아닐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좋은 리허설을 위한 4가지 — 잠을 신성하게 여길 것, 정기적인 루틴을 만들 것, 체력을 기르기 위해 운동할 것, 술·담배·약물은 멀리할 것. 잠과 꿈을 멈추지 말고, 꿈꾸는 삶을 잘 자면서 이루시기를 — 장동선은 그렇게 마무리합니다.
✍️ 내가 밑줄 친 세 문장
찰리 채플린은 뇌과학자가 아니었어요. 우리 삶에는 리허설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히 많이 있습니다 — 바로 잠 자고 꿈꾸는 동안.
그리스어로 트라우마는 '상처'이고, 독일어로 트라움은 '꿈'입니다. 우리는 잠을 자고 꿈을 꾸는 동안 상처가 아물어 흉이 되는 시간을 갖고 있습니다.
밤에 자는 꿈과 이루고 싶은 삶의 꿈은 결코 다른 게 아닐지도 모릅니다.
📝 블로거 한 줄 후기
한편으론 너무 안전해요. 보청기를 빼고 누우면 세상이 통째로 꺼지고, 그제야 비로소 내가 어떤 소리에도 반응하지 않아도 되는 공간이 생깁니다. 반대편으로는 약간의 공포도 있어요. 알람을 못 들으면 어떡하지, 누가 부르면 어떡하지, 불이라도 나면 어떡하지. 잠은 듣지 못하는 사람에게 늘 그렇게 양가적인 시간이었습니다. 강연을 들으며 마음에 가장 오래 남은 건, 잠이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매일 밤 진행되는 리허설이라는 표현이었어요. 듣지 못한 채 하루를 살면 평소보다 더 많은 정보가 시각으로 들어오고, 더 많은 추측과 빈칸 메우기가 머릿속에서 일어납니다. 그 모든 게 잠을 자는 동안 정리되지 않으면 다음 날 무너집니다. 누구나 알아채는 실수보다 나만 모르게 일어났던 작은 오해들 — 그게 트라우마가 되어 쌓이지 않으려면, 결국 잘 자야 한다는 결론에 닿았어요. 장동선의 말처럼 그리스어 트라우마가 상처이고 독일어 트라움이 꿈이라는 단어의 연결이 묘한 위로였습니다. 오늘 밤 잠은 게을리하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이 처음으로 진심이 됐습니다.
💡 오늘, 단 한 가지만 해본다면
오늘 밤 잠자리에 들기 30분 전, "잠은 리허설이다"라는 문장을 한 번만 떠올려보세요. 무대 청소·대본 정리·상처 치유·능력 강화 — 이 네 가지가 내가 잠든 동안 일어난다는 걸 기억하면, 잠을 미루는 결정이 조금은 어색해집니다. 전두엽이 살아 있을 때, 책을 덮고 침대로.
📚 더 보면 좋을 자료
장동선 뇌과학자의 유튜브 채널 〈장동선의 궁금한 뇌〉, 그리고 그의 책 『뇌 속에 또 다른 뇌가 있다』·『뇌가 지어낸 모든 세계』. 잠과 꿈에 대해 더 깊이 알고 싶다면 매튜 워커의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가 강연 내용을 학술적으로 풀어줍니다. 본 강연은 시몬스 침대 특집 세바시 시리즈 "성장을 위한 아름다운 휴식, Beautyrest 꽃잠"의 한 편입니다.
♥ 마무리
오늘 밤 어떤 꿈을 꾸고 싶으신지 — 댓글로 짧게 한 줄 남겨주세요. 잠과 꿈을 멈추지 마시기를.
'YouTube > 세바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양가감정이 결정장애의 정체였다 — 정신과 의사 윤홍균 | 세바시 1992회 (1) | 2026.05.23 |
|---|---|
| "곰이 잘 받아먹은 게 아니고 제가 잘 던진 거예요" — 사람은 '괜찮다'에 더 멀리 갑니다 | 세바시 1991회 백윤학 지휘자 (0) | 2026.05.22 |
| "속이 시원하면 오지랖, 마음이 아프면 조언" — 말의 빈도·속도·온도 | 세바시 1989회 한석준 아나운서 (0) | 2026.05.21 |
| "각자 잘하는 거 하자" — 인간극장 25년이 알려준 가족의 행복 공식 | 세바시 1980회 최근주 KBS 작가 (0) | 2026.05.21 |
| "이번 시즌 먹잇감은 너야" — S대 딥페이크 피해자가 받은 메시지 | 세바시 1979회 이규명 KBS 기자 (0) | 2026.05.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