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인간극장〉 30년차 방송작가 최근주의 세바시 1980회 강연 정리입니다. 25년을 이어온 인간극장의 인기 비결, 〈아빠는 살림왕〉 14년차 전업주부 아빠와 의사 아내·입양한 두 아이의 이야기, 그리고 "각자 잘하는 거 하자"라는 가족의 행복 공식까지.
📌 한 줄 요약
인간극장 25년이 알려준 가족의 행복은, "누가 무엇을 해야 한다"는 틀을 벗어버리고 각자 잘하는 걸 맡는 데서 시작된다.
⭐ 추천 점수
★★★★★ 5/5 — 가족이라는 단어가 무겁게 느껴지는 모든 사람에게 가볍게 권하고 싶은 15분.
👥 이런 분께 추천합니다
🟦 "내가 엄마니까", "내가 가장이니까"라는 역할에 짓눌리는 분
🟦 인간극장을 한 번이라도 흘려본 적 있는 분
🟦 평범한 일상에 숨겨진 특별함이 궁금한 분
📑 목차
1. 인간극장 작가 30년, 인간극장 6년 — "어떤 인간이세요?"
2. 인간극장 주인공의 첫 번째 카테고리 — 특별한 이야기를 가진 '보통 사람들'
3. 두 번째 카테고리 — 평범한 이야기를 가진 '특별한 누군가'
4. 〈아빠는 살림왕〉 — 14년차 전업주부 아빠와 스쿼트 설거지
5. 의사 아내, 입양한 두 아이 — 가족의 결정 기준은 오로지 '행복'
6. "각자 잘하는 거 하자" — 평등을 분량으로 나누지 않는 행복
7. 빨래 개는 아빠가 멋있다 — 인간극장의 영원한 주제, 가족
인간극장 25년, 가족이라는 영원한 주제 — 최근주 작가가 풀어내는 평범 속의 특별함
1. 인간극장 작가 30년, 인간극장 6년 — "어떤 인간이세요?"
최근주 작가가 무대에 올라 청중에게 처음 던진 질문은 의외로 단순했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인간인가요?" 당황스러울 만한 질문이지만, "저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가 요즘 그녀의 최대 관심사라고 합니다.

방송작가로 일한 지는 내년이면 딱 30년. 그중 KBS 〈인간극장〉을 함께한 것이 6년째라고 했습니다. 본인의 고2 아들에게 "엄마가 벌써 이렇게 됐어"라고 했더니 돌아온 답이 "오~ 옛날 사람"이었다며, 옛날 사람이 됐지만 그만큼 살아온 시간들이 누군가의 삶의 깊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합니다.
2. 인간극장 주인공의 첫 번째 카테고리 — 특별한 이야기를 가진 '보통 사람들'
어떤 사람들이 인간극장의 주인공이 될까요? 첫 번째 카테고리는 특별한 이야기를 가진 '보통 사람들'입니다.
"내 인생을 책으로 쓰면 소설책 세 권은 나오고, 미니시리즈로 만들면 12부작이다." 흔한 말이지만, 최근주 작가는 정말로 그렇다고 단언합니다. 모든 사람의 인생에는 드라마가 있고, 겉보기에 평범한 사람들도 가만히 들여다보면 남다른 사연이 숨어있다고요.

어려운 가정 형편에도 따뜻한 가족의 애를 잃지 않는 다둥이 가족, 병마와 싸우면서도 아이들을 위해 희망을 잃지 않는 엄마,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 가는 젊은이들. 인간극장 주인공 대부분이 이 카테고리에 속한다고 합니다.
3. 두 번째 카테고리 — 평범한 이야기를 가진 '특별한 누군가'
자주는 아니지만, 인간극장에는 때때로 연예인이나 유명 인사들이 출연합니다. 그런 분들은 반대입니다. 특별한 누군가가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진솔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평범한 이야기가 있는지를 살핀다고 했습니다.

겉으로는 반짝반짝 빛이 나는 사람들도 안을 들여다보면 우리랑 사는 것이 별로 다르지 않다는 걸 느낄 수 있어야, 그분들의 삶에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요. 그리고 이 두 카테고리를 모두 아우르는 키워드가 하나 있다고, 최근주 작가는 살짝 미뤄둡니다.
4. 〈아빠는 살림왕〉 — 14년차 전업주부 아빠와 스쿼트 설거지
최근주 작가가 너무나도 애정한다는 〈아빠는 살림왕〉편은 2024년 5월 방송된 에피소드. 주인공은 50대 14년차 전업주부 아빠입니다. 1부 첫 장면은 설거지 신으로 시작하는데, 가만 보면 자세가 이상합니다.

네, 스쿼트를 하고 계시는 거예요. 하체 운동이 되고, 무게 중심이 내려오니 목을 안 구부려도 되고, 설거지까지 동시에 — 일석삼조라고 합니다.

5. 의사 아내, 입양한 두 아이 — 가족의 결정 기준은 오로지 '행복'
경북 예천으로 달려가 그 가족을 만난 작가는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사연을 알게 됩니다. 살림왕 아빠의 전직은 기자였고, 결혼 전 꽤 오랫동안 글을 쓰던 사람. 엄마도 편집기자 출신이었다가 뒤늦게 의대에 진학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된 늦깎이 의사. 그리고 유치원에 다니는 귀여운 남매는 입양으로 만나게 된 아이들이었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지방 소도시에 사는 평범한 가족이지만, 알고 보면 구성원 누구 하나 특별하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는 거죠. 이 부부의 결정 기준은 단 하나, '가족의 행복' 뿐. 세상의 편견이나 주변의 시선은 애초부터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아내는 어릴 적 사고로 발목을 크게 다쳐 30분 이상 걷거나 서 있기 어려운 사람. 그래서 결혼할 때 두 사람이 약속한 한 마디가 있었다고 합니다. "남자다 여자다 상관없이, 그냥 각자 잘할 수 있는 걸 하자."
6. "각자 잘하는 거 하자" — 평등을 분량으로 나누지 않는 행복
최근주 작가는 이 가족을 만나면서 가족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합니다. 가족이라는 단어 밑바닥엔 애증이라는 양가 감정이 기본값으로 깔려 있다고요. 든든한 울타리이기도 하지만, 누군가의 어깨를 누르고 누군가의 희생을 담보로 유지되기도 하는.
"내가 엄마니까, 가장이니까, 장남이니까, 장녀니까" — 그 역할에 매몰돼서 너무 잘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가족들은 부담스러워지고 본인도 힘들어집니다.

살림왕 가족이 행복한 비밀은 "내가, 그리고 당신이 뭘 꼭 어째야 한다는 그 틀 자체가 없다"는 것. 꼭 아빠가 돈 벌 필요 없고, 꼭 엄마가 살림할 필요 없고, 꼭 내 배로 낳지 않아도 가족이 될 수 있다는 생각. 주어진 환경에서 각자 잘하는 걸 하면 된다는, 아주 쿨한 생각.
우리는 종종 평등이라는 이름으로 행복을 물리적으로 재단하려고 합니다. 평등을 '분량 나누기'로 생각해서, 집안일도 돈 버는 것도 육아도 반으로 딱 나누면 공평하다고 여기죠. 하지만 그렇다고 행복이 보장되지 않는다고, 작가는 말합니다. 살림왕 아빠는 살림과 육아에 진심으로 보람을 느꼈고, 몇 년 전 파킨슨 진단까지 받은 아내는 "남편 덕분에 일과 건강에만 신경 쓸 수 있다"며 행복해했습니다.
7. 빨래 개는 아빠가 멋있다 — 인간극장의 영원한 주제, 가족
최근주 작가가 〈아빠는 살림왕〉편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 하나. 아이가 유치원에서 적어온 활동지를 꺼내 보여주는 신입니다. "우리 아빠는 이럴 때 제일 멋져요." 전업주부 아빠를 둔 아이는 어떻게 적어왔을까요?
우리 아빠는 빨래 갤 때 제일 멋져요.
아빠가 용감한 소방관도, 씩씩하게 범인을 잡는 경찰관도 아니지만, 빨래 개는 아빠가 멋있다는 그 아이. 그리고 그 활동지를 보며 너무 행복하게 웃는 아빠. 아빠도 살림할 수 있고, 그 일이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라는 것을, 그 아이는 부모의 삶을 통해 배울 거라고 작가는 말합니다.
이제 인간극장 주인공들에게 가장 중요한 키워드를 알려줄 차례. 눈치챈 분들도 있겠지만, 바로 가족입니다. 어떤 주인공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든, 인간극장은 결국 가족을 향해 흘러간다고요. 그래서 인간극장은 종종 '가족극장'이라고도 불립니다.
올해 인간극장은 25년을 맞았습니다. "어떻게 매주 끊임없이 새 주인공을 찾아내냐"는 질문이 가장 큰 숙제라며, 작가는 강연을 이 한 마디로 마칩니다.
여러분은 어떤 사람인가요? 여러분들의 삶의 무대로 저희를 초대해 주시겠습니까?
✍️ 내가 밑줄 친 세 문장
평등을 '분량 나누기'로 생각해서, 반으로 딱 나누면 공평하다고 여기잖아요. 그런다고 해서 행복이 보장되지 않는 것 같아요.
내가 그리고 당신이 뭘 꼭 어째야 한다는 그 틀 자체가 없는 게, 이분들이 행복한 비결인 것 같아요.
여러분은 어떤 사람인가요? 여러분들의 삶의 무대로 저희를 초대해 주시겠습니까?
📝 블로거 한 줄 후기
식탁에서 다섯이 동시에 말을 시작하면 저는 늘 한 박자 늦었고, 늦은 만큼 가족 안에서 제 몫이 작아지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한동안은 더 잘 듣는 척, 더 빨리 알아채는 척, "내가 막내니까 더 어른스럽게 굴어야지"라는 역할에 저를 묶어두고 살았습니다. 강연을 들으며 최근주 작가가 한 말이 마음에 오래 남았어요. 가족이라는 단어의 밑바닥엔 애증이라는 양가 감정이 기본값으로 깔려 있고, 내 몫이라고 생각하는 역할에 너무 얽매이면 가족 모두가 부담스러워진다는 말. 〈아빠는 살림왕〉의 가족은 "각자 잘하는 거 하자"는 단순한 약속 하나로, 다친 아내·전업주부 남편·입양한 두 아이라는 네 사람을 그대로 가족으로 인정해버렸어요. 누가 무엇을 해야 한다는 틀이 없다는 것 — 그게 평범을 특별로 바꾸는 가장 강한 힘이라는 걸, 저는 그 가족을 통해 처음 분명히 봤습니다. 그게 듣는 일이 아니어도 괜찮다는 걸, 오늘 강연이 한 번 더 확인시켜준 기분입니다. 가족이라는 단어가 무겁게 느껴지는 누군가가 있다면, 분량 나누기를 멈추고 "각자 잘하는 거"부터 한 줄씩 적어보면 좋겠습니다.
💡 오늘, 단 한 가지만 해본다면
가족 중 가장 가까운 한 사람을 떠올리고, "그 사람이 정말 잘하는 것 한 가지"를 마음속으로 적어보세요. 분량으로 나누지 말고, 잘하는 것 그대로 인정하는 데서 — 행복은 거기서부터 다시 시작됩니다.
📚 더 보면 좋을 자료
KBS 1TV 〈인간극장〉 (평일 오전 7:50, 5부작 연작 다큐멘터리). 본 강연에 등장한 에피소드는 2024년 5월 27일 방송된 〈아빠는 살림왕〉 1부 (인간극장 5853회). 다시보기는 KBS 홈페이지 또는 KBS+/wavve에서 가능합니다. 인간극장 25주년을 기념해 KBS가 정리한 인기 에피소드 모음도 함께 살펴보세요.
♥ 마무리
당신의 삶의 무대로 누군가를 초대한다면 어떤 장면을 보여주고 싶으신가요. 댓글로 짧게 한 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