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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즌 먹잇감은 너야" — S대 딥페이크 피해자가 받은 메시지 | 세바시 1979회 이규명 KBS 기자

딥페이크 성범죄, KBS 이규명 기자의 세바시 1979회 강연 정리입니다. 누구냐 넌 딥페이크의 덫 다큐를 제작한 기자가 들려주는 피해자 수지·선미 씨 이야기, 추적단 불꽃 원은지, 사회의 무관심·비공감, 성폭력처벌특례법 개정까지.

📌 한 줄 요약

딥페이크 성범죄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무관심과 침묵이 키운 범죄다. 우리가 싸워야 할 진짜 대상은 알고리즘이 아니라 "어차피 가짜인데"라며 외면하는 시선이다.

⭐ 추천 점수

★★★★★ 5/5 — 무거운 주제지만 끝까지 들어야 하는 강연. 피해자의 목소리를 빌려 우리 모두에게 질문을 던진다.

👥 이런 분께 추천합니다

🟦 디지털 성범죄·딥페이크 이슈가 남의 일 같지 않은 분
🟦 SNS에 일상을 올리는 모든 사람 — 즉, 우리 모두
🟦 "어차피 가짜인데 뭐가 문제야"라는 말을 들었거나 해본 적 있는 분

📑 목차

1. SNS에 올린 내 얼굴이 합성된다면 — 평범한 일상의 공포
2. 진짜 문제는 기술이 아닌 사회의 무관심과 비공감
3. 또 다시 등장한 민간 조력자 — 추적단 불꽃 원은지
4. "어차피 못 잡아" — 수지 씨의 멈춰버린 일상
5. 함께 시작된 추적 — 놀이처럼 공범이 되는 시스템
6. 솜방망이 처벌의 사각지대, 그래도 바뀐 제도
7. 무관심한 방관자인가, 함께 외치는 연대자인가

 

세바시 1979회 — 딥페이크보다 더 무서운 건 침묵입니다 | 이규명 KBS 기자

 

딥페이크보다 더 무서운 건 침묵입니다 — 이규명 기자가 본 디지털 성범죄의 민낯

1. SNS에 올린 내 얼굴이 합성된다면 — 평범한 일상의 공포

KBS 〈누구냐 넌? 딥페이크의 덫〉을 제작한 이규명 기자는 강연 첫 마디부터 무거운 주제임을 양해 구합니다. 우리는 매일 자신의 얼굴과 일상을 SNS에 올립니다. 별 생각 없이, 어디를 갔고 무엇을 하는지 공유하는 게 이제는 너무 자연스럽죠.

그런데 어느 날 사랑하는 가족이나 친구가 말해줍니다. "너의 얼굴이 합성된 딥페이크 성착취물이 어딘가에 돌아다니고 있어." 이미 수천 수만 명에게 퍼지고 난 뒤라면. 그리고 누구인지 모를 가해자가 이렇게 메시지를 보내옵니다.

 

횡단보도 위 군중 위로 직업·나이·SNS 아이디를 묻는 채팅 풍선들이 떠 있는 합성 이미지
KBS 〈누구냐 넌? 딥페이크의 덫〉 — 군중 속에서 누구나 표적이 될 수 있는 익명 가해자들의 시선

 

"이번 시즌 먹잇감은 너야. 경찰 신고하게? 어차피 못 잡아." 어떤 기분일까요? 이건 이 기자가 취재한 실제 이야기이며, 언젠가 우리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고 그는 말합니다. 딥페이크 성범죄 피해자는 누구나 될 수 있고, 누군가에게 원한을 살 만큼 잘못한 사람만 당하는 일도 아닙니다. 조심한다고 막을 수 있는 일도 아닙니다.

 

어두운 배경에 "딥페이크 범죄" 자막과 딥러닝+가짜 정의가 적힌 스마트폰 화면
딥페이크는 딥러닝(deep learning)과 가짜(fake)의 합성어 — AI로 만든 가짜 영상물

 

딥페이크는 딥러닝(deep learning)과 가짜(fake)의 합성어. AI 기술인 딥러닝을 활용해 진위 여부를 구별하기 어려운 가짜 이미지나 영상을 만들어내는 기술입니다. 기술 자체는 중립이지만, 사람의 얼굴을 무단으로 합성해 성착취물로 유포하는 순간 그것은 명백한 범죄입니다.

2. 진짜 문제는 기술이 아닌 사회의 무관심과 비공감

취재를 하며 가장 충격을 받았던 사실. 이 범죄를 막지 못하는 진짜 이유가 단지 기술 부족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더 큰 문제는 바로 우리 사회의 무관심과 비공감이었다고 이 기자는 말합니다.

 

군중 일러스트 위에 "비공감" 자막이 큰 글씨로 떠 있는 화면
진짜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사회의 비공감 — 어차피 가짜라며 외면하는 시선

 

"어차피 가짜인데 재수 없다고 생각하고 그냥 잊으면 되지 않아?" 이런 시선이 이 같은 범죄를 더욱 은밀하고 악랄하게 키워내고 있는 진짜 이유일지도 모릅니다. 이른바 'S대 딥페이크 사건'은 S대 동문 여성들을 표적으로 졸업 사진과 SNS 프로필 사진을 성착취물로 합성해 유포한 충격적인 사건이었죠.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사건을 그저 또 하나의 충격적인 뉴스로 소비했습니다. 이 기자 본인도 처음엔 마찬가지였다고 고백합니다. 그런데 한 기사에서 이 사건을 해결하는 데 숨겨진 조력자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그의 시선이 멈춥니다.

3. 또 다시 등장한 민간 조력자 — 추적단 불꽃 원은지

그 인물은 바로 추적단 불꽃의 원은지 씨였습니다. 텔레그램에서 벌어진 디지털 성범죄 사건인 이른바 'n번방 사건'을 세상에 처음으로 알렸던 민간 활동가였죠.

 

창문을 등지고 책상 앞에 앉은 인물의 실루엣 위에 "원은지 — 추적단 불꽃 단" 자막
추적단 불꽃 원은지 —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을 세상에 처음 알린 민간 활동가

 

이 기자는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대체 왜 이름만 바뀔 뿐 유사한 사건이 반복될 때마다 이렇게 개인에 불과한 민간 활동가가 등장하는 걸까? 경찰과 정부는 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어렵게 만난 그녀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대체 이 사건 어떻게 해결하시게 된 겁니까?"

기대했던 것과는 다른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정말 운이 좋았을 뿐이에요. 해결된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 대답을 듣는 순간, 이 기자는 처음부터 이 사건을 다시 들여다보기 시작합니다. 진짜 문제와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 묻기 위해서.

4. "어차피 못 잡아" — 수지 씨의 멈춰버린 일상

S대 딥페이크 사건의 피해자 중 한 명이었던 수지 씨는 평범한 직장인이었습니다. 어느 날 대학 동창에게 메시지를 받죠. "너의 얼굴이 합성된 성착취물이 텔레그램에서 돌아다니고 있어." 캡처된 텔레그램 대화방 안에서는 수많은 참가자들이 수지 씨의 얼굴과 누군지 모를 나체 여성의 몸이 합성된 사진을 보며 음담패설을 쏟아내고 있었습니다.

떨리는 손으로 텔레그램에 가입한 수지 씨에게 기다렸다는 듯이 익명의 계정으로부터 메시지가 날아옵니다. "나 때문에 텔레그램 가입했지?" 수지 씨가 묻습니다. "누구냐?" 그러자 가해자는 수지 씨의 얼굴이 합성된 성착취물을 보내오기 시작했습니다.

 

텔레그램 화면에 익명 계정과 피해자가 주고받은 "누구야? 어차피 못 잡는다니까" 메시지
"누구야?" 묻는 피해자에게 가해자가 보낸 메시지 — "어차피 못 잡는다니까"

 

경찰서를 찾아 피해 사실을 진술하고 있는 도중에도 휴대전화는 계속 울렸습니다. "경찰에 신고하게? 귀엽네. 어차피 못 잡아." 사건은 어떻게 됐을까요? "용의자를 특정할 수 없어 수사를 종결한다." 수지 씨가 받은 답이었습니다. 가해자는 수지 씨가 다니던 학교, 직장 이름까지 속속들이 알고 있었는데도. 가해자가 언제든 집과 직장을 찾아와 신체적 위협까지 가할 수 있다는 두려움 속에서, 수지 씨의 일상은 점차 고립되어 갔습니다.

5. 함께 시작된 추적 — 놀이처럼 공범이 되는 시스템

또 다른 피해자 선미 씨. 그녀 역시 익명의 SNS 계정으로부터 같은 메시지를 받습니다. 그리고 "돈 주면 대화방 주소를 알려줄게. 돈 아니면 나한테 뭘 해줄 수 있어?"라는 조롱까지. 경찰의 대답은 이번에도 같았습니다. "수사를 시작하려면 문제의 텔레그램 대화방 주소를 알아와야 한다."

선미 씨가 대체 뭘 할 수 있었을까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원은지 씨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두 사람은 함께 또 다른 텔레그램 대화방을 쫓아 추적을 시작합니다.

 

어두운 배경에 스마트폰을 든 손과 "누구나 놀이처럼 공범자가 될 수 있는 시스템" 자막
누구나 놀이처럼 공범자가 될 수 있는 시스템 — 평범한 가담자들의 시스템화된 범죄

 

취재 과정에서 이 기자가 목격한 범죄의 모습은 충격적이었습니다. 미성년자부터 다양한 직업별 피해자들의 얼굴을 합성한 성착취물이 마치 전시되듯 텔레그램 대화방 속에서 유포되고 있었죠. 가해자들은 재료를 수집하듯 공범들로부터 피해자의 사진과 신상 정보를 '제보' 받았습니다. 지인의 정보를 구체적으로 제공할수록 더 교묘하게 합성된 딥페이크 성착취물을 볼 수 있는 대화방으로 초대되는 방식.

이 범죄는 소수의 왜곡된 성 관념을 가진 이들만의 일탈이 아니었습니다. 수많은 이들이 이미 놀이처럼 범죄에 가담하는 하나의 시스템으로 작동하고 있었습니다. 피해자들이 가해자를 직접 쫓겠다고 결심한 이유는 단 하나. 자신이 피해를 받고 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하는 또 다른 피해자들 때문이었습니다.

6. 솜방망이 처벌의 사각지대, 그래도 바뀐 제도

경찰은 아무 노력을 하지 않았을까요? 물론 했습니다. 하지만 전문성을 갖춘 수사 인력은 늘 부족했고, 해외에 서버를 둔 SNS 플랫폼은 경찰의 수사 요청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음지에 숨은 가해자를 쫓기 위해 꼭 필요한 위장 수사도 미성년자 대상 디지털 성범죄에만 허용됐죠. 어렵게 범인을 붙잡더라도 유포의 의도를 입증해야만 처벌이 가능했습니다.

심지어 딥페이크 성착취물을 단순히 시청·저장·소지한 가담자들은 처벌할 수 있는 규정조차 없었습니다. 법원은 '실제가 아닌 가짜'라는 이유로 가해자들 대부분에게 솜방망이 처분을 내렸고요.

 

법정 배경에 성폭력처벌특례법 개정안 조항이 흰 글씨로 적힌 슬라이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의2 — 2024년 10월 16일 시행 (소지·시청·저장도 처벌)

 

다행히 이 기자의 프로그램이 방송된 후, 그리고 피해자들과 원은지 씨가 포기하지 않고 싸워온 덕분에 제도의 사각지대가 조금씩 개선됐습니다. 지난해 말 성적 허위 영상물을 소지·시청·저장하는 것만으로도 처벌할 수 있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고, 위장 수사 범위도 성인 대상 디지털 성범죄까지 확대됐습니다. 줄곧 비협조적이던 텔레그램도 한국 경찰에 협조하기 시작했죠.

7. 무관심한 방관자인가, 함께 외치는 연대자인가

딥페이크 성범죄는 단지 기술의 문제가 아닙니다. 일부 왜곡된 성 관념을 가진 가해자들의 일탈만도 아닙니다. 이건 우리 사회가 어떤 태도로 이 범죄를 대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입니다. 알면서 방관하는 사이 음지에서 딥페이크 성범죄는 몸집을 키워가며 활개를 치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싸워야 할 진짜 대상은 기술보다도 무관심입니다. 피해자들을 보호하지 않고 그들의 고통에 귀 기울이지 않는 문화입니다. 한 사람의 인생을 파괴할 수도 있는 악랄한 범죄, 그리고 그 범죄가 자라고 있는 비옥한 사회적 침묵의 토양 — 우리는 지금 그것을 목격하고 있는 겁니다.

 

위에서 내려다본 어두운 거리의 군중 위로 "누군가의 고통 앞에 우리는 어떤 존재가 되어줄 것인가?" 자막
누군가의 고통 앞에 우리는 어떤 존재가 되어줄 것인가 — 강연이 던지는 마지막 질문

 

취재가 끝나갈 무렵, 이 기자는 피해자들과 원은지 씨에게 물었습니다. "이 힘든 일 왜 계속하시나요?" 대답은 단순했습니다. "누군가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는 줘야 하잖아요." 그리고 마지막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절대 숨지 마세요. 악랄하고 치졸한 범죄자들에게 절대 굴복하지 마세요." 이 말은 또 다른 수많은 피해자들에게 전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사실 우리 모두에게 전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 내가 밑줄 친 세 문장

우리가 싸워야 할 진짜 대상은 기술보다도 무관심입니다. 피해자들을 보호하지 않고 그들의 고통에 귀 기울이지 않는 문화입니다.

운이 좋았을 뿐, 해결된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 추적단 불꽃 원은지

누군가의 고통 앞에 우리는 어떤 존재가 돼 줄 것인가? 무관심한 방관자인가요, 아니면 그들과 함께 싸우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외치는 연대자인가요?

📝 블로거 한 줄 후기

듣지 못하는 사람으로서 자막 없는 자리는 늘 공포에 가깝습니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른 채 사람들 사이에 떠밀려 있는 그 감각. 강연을 들으며 저는, 딥페이크 피해자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했다"고 말하는 장면에서 멈춰 섰습니다. 내 얼굴이, 내 일상이, 내가 모르는 어디선가 멋대로 재단되고 소비되고 있다는 감각. 종류는 다르지만 정보 접근에서 배제될 때 제가 느끼는 감각과 묘하게 닿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이규명 기자의 말이 마음에 오래 남았습니다. 우리가 싸워야 할 진짜 대상은 기술이 아니라 무관심이라는 말. "어차피 가짜인데 뭐가 문제야"라고 외면하는 시선이 누군가의 일상을 무너뜨리는 토양이 된다는 통찰이 무거웠습니다. "어차피 못 듣는데 굳이 자막 달아야 해?"라는 말 한마디가, 누군가에게는 사회에서 사라져버린 듯한 고립감을 만듭니다. 무관심은 늘 가장 조용한 폭력입니다. 누군가는 이 이야기를 들어줘야 하잖아요 — 그 한 마디가, 오늘 제가 키보드를 두드린 이유였습니다.

💡 오늘, 단 한 가지만 해본다면

"어차피 가짜인데" "재수 없었다고 잊어"라는 말이 누군가의 입에서 나올 때, 한 번만 멈춰 서서 다르게 말해보는 것. "그게 진짜 일이라면 어떨까?"라고. 침묵을 한 줄만 깨뜨려도, 우리는 방관자에서 연대자로 옮겨갑니다.

📚 더 보면 좋을 자료

KBS 시사기획 〈누구냐 넌? 딥페이크의 덫〉 (이규명 기자 제작, KBS 더 보다), 추적단 불꽃 원은지 씨의 n번방 사건 관련 인터뷰들, 그리고 2024년 10월 16일 시행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의2 개정안. 디지털 성범죄 피해 상담은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d4u.stop.or.kr / 02-735-8994)에서 받을 수 있습니다.

♥ 마무리

누군가의 고통 앞에 우리는 어떤 존재가 되어줄까요. 댓글로 짧게 한 줄, 당신의 생각을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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