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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은 Old가 아니라 Classic — 다큐 〈장다르크〉 곽민규 PD가 만난 시장 여성 상인들 | 35년 평일 무휴 이불가게·자신감이 걸어다닌 옷가게·3대 모녀 반찬가게 | 세바시 1978회

"PD님, 저 좀 찍지 마세요. 저 화장도 안 했고 지금 손에 생선 비늘 냄새 난단 말이에요." 카메라를 들이대자 그렇게 손사래를 친 한 상인분에게 — 경기일보 PD 곽민규가 처음엔 동의했고, 며칠 뒤엔 알게 됐습니다. "그 손에 묻은 비늘과 기름 냄새가 그분들의 멋이라는 걸 그때는 몰랐습니다." 다큐멘터리 〈장다르크: 시장을 지키는 여자들〉을 만든 곽민규 PD가 세바시 1978회 무대에서 풀어낸 12분짜리 이야기입니다. 35년 동안 평일 한 번도 가게 문을 닫지 않은 이불 가게 사장님, "내 자신감이 걸어다니고 있었거든요"라고 말한 옷 가게 사장님, 3대째 반찬 가게를 이어받은 모녀, 그리고 "성순아 고생 많았고 — 이제 나를 위해 살자"고 본인에게 위로를 건넨 군포 상인.

📌 한 줄 요약

시장은 사라지는 공간이 아니라 — 살아내는 힘이 가장 농밀하게 모여 있는 공간.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만의 장다르크다.

⭐ 추천 점수

★★★★★ 5/5 — 12분 동안 '재래시장은 곧 사라질 곳'이라는 우리 안의 편견을 정확히 뒤집어줍니다. 시장에 한 번도 안 가본 사람부터, 시장 단골이지만 그 안의 삶을 들여다본 적 없는 사람까지 모두에게 닿는 강연.

👥 이런 분께 추천해요

① "요즘 누가 재래시장 가?"라는 말을 무심코 해왔던 분

② "나도 장사나 할까"가 입버릇이지만 정작 장사라는 단어의 무게를 모르는 분

③ 자기 자신에게 "고생 많았다, 이제 나를 위해 살자"고 한 번도 말해본 적 없는 분

📑 목차

1. "저 좀 찍지 마세요" — 비늘과 기름 냄새가 멋이라는 것
2. 35년 평일 한 번도 안 닫은 이불 가게 — "단골이 실망하잖아요"
3. 옷 가게 최인영 대표 — "내 자신감이 걸어다니고 있었거든요"
4. 반찬 가게 3대 모녀 — "엄마처럼만 살고 싶다"
5. "성순아, 고생 많았고 이제 나를 위해 살자" — 군포 상인의 자기 위로
6. Old가 아니라 Classic — 시장의 진짜 정체
7. 꼬미꼬 — "나와 함께, 그리고 나 스스로"

 

세바시 1978회 — 시장통 '장(場)다르크'가 알려준 인생의 원리 (경기일보 PD 곽민규, 다큐 〈장다르크: 시장을 지키는 여자들〉 감독)

 

흰 셔츠를 입고 책장 앞에서 팔짱을 끼고 카메라를 응시하는 경기일보 PD 곽민규의 강연자 카드
강연자 카드 — 경기일보 PD 곽민규 (다른 일상을 상상하다: 언론인이 기록한 네 가지 상상,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제작지원)

 

시장은 Old가 아니라 Classic — 곽민규 PD의 12분

1. "저 좀 찍지 마세요" — 비늘과 기름 냄새가 멋이라는 것

 

파란 하늘 아래 색색 천막이 펼쳐진 재래시장 거리와 멀리 보이는 아파트 단지가 어우러진 풍경
용인 중앙시장 거리 풍경 — 다큐 〈장다르크: 시장을 지키는 여자들〉의 무대 (출처: 경기일보)

 

강연의 첫 장면은 카메라를 든 PD가 시장 골목에 들어선 첫날입니다. 카메라를 들이대자 한 상인분이 손사래를 칩니다 — "PD님, 저 좀 찍지 마세요. 저 화장도 안 했고 지금 손에 생선 비늘 냄새 난단 말이에요." 곽민규 PD는 그 순간엔 그게 부끄러움인 줄 알았고, 며칠 뒤에야 깨달았다고 합니다.

"그 손에 묻은 비늘과 기름 냄새가 그분들의 멋이라는 걸 그때는 몰랐습니다." 시장 다큐를 만든다고 했을 때 주변 반응이 똑같았습니다 — "시장? 아 요즘 그거 누가 가? 재래시장 상인들 힘든 얘기 하는 거 아니야?" 곽 PD 자신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촬영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완전히 다른 질문을 안게 됐습니다 — "이분들은 도대체 어떻게 이렇게 강하게 살아낼 수 있었을까?"

2. 35년 평일 한 번도 안 닫은 이불 가게 — "단골이 실망하잖아요"

한 이불 가게 사장님은 35년 동안 평일 단 하루도 가게 문을 닫은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명절 이틀, 추석 이틀 — 그게 전부. 자녀 셋을 키우는 동안 유치원·초등학교 졸업식에 단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고요. 곽 PD가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왜 그렇게 사셨어요?"

"문을 닫으면 단골 손님 한 명이 실망하고 돌아서잖아요. 그분은 하루지만, 나는 그분한테 신뢰를 잃는 거예요." — 이불 가게 사장님

퇴사·번아웃·나답게 산다는 단어가 시대를 점령한 지금, 이분은 그 반대편 어딘가에서 자기만의 존엄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오늘 손님이 오지 않더라도, 어쩌면 내일·일주일 후·한 달 후·1년 후에 오실 손님들을 위해 — 그 자리를 계속 지키고 계셨던 것이죠.

3. 옷 가게 최인영 대표 — "내 자신감이 걸어다니고 있었거든요"

 

옷이 가득 걸린 가게 안에서 노란 셔츠와 검은 앞치마를 입은 최인영 대표가 인터뷰하는 모습
안성 '안성맞춤시장' 옷가게 — 최인영 대표 ("여자들은 여자를 보듯이 이렇게 멋있게 옷을 잘 입고 가면")

 

옷 가게 최인영 대표는 길에서 지나가는 여자들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남자를 보는 게 아니라 멋있는 옷 입은 여자들을 보면 그렇게 부러웠다고. 그래서 나는 그런 옷을 팔고 싶었어요." 디자이너·마케터·스타일리스트의 결을 한꺼번에 가진 한 분의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곽 PD를 가장 깊게 흔든 한 줄이 이 대표의 마지막 멘트였습니다.

"저한테 우리 옷 입고 손님들이 시장을 다니면 그렇게 행복했어요. 내 자신감이 걸어 다니고 있었거든요." — 최인영 대표

전통시장의 가장 강력한 경쟁력 — 단순히 물건을 파는 게 아니라 '삶을 함께 나누는' 자리. 그 한 줄을 그날 그 옷 가게에서 발견했다고 곽 PD는 풀어냅니다.

4. 반찬 가게 3대 모녀 — "엄마처럼만 살고 싶다"

 

베이지 톤 벽 앞에서 검은 앞치마를 입은 황연주 3대 대표가 미소 지으며 인터뷰하는 모습
성남 '중앙공설시장' 강원반찬 — 황연주 3대 대표 (어머니에서 딸로 이어진 30년 반찬가게)

 

또 한 가게는 성남 중앙공설시장의 강원반찬. 어머니가 젊은 시절부터 자식을 먹이기 위해 시작한 가게를, 큰 교통사고로 어머니가 다친 후 — 딸이 다니던 직장을 포기하고 들어와 운영하게 된 곳입니다. 카메라 앞에서 딸이 한 말이 본문에서 가장 길게 인용되어야 할 한 줄입니다.

"엄마 때문에 제 꿈을 못 이룬 것 같습니다. 근데요, 엄마의 삶을 제가 또 이어받고 있다는 — 그렇게 또 자랑스럽기도 합니다." — 반찬 가게 3대 대표

할머니의 단골은 엄마의 단골이 됐고, 엄마의 단골은 다시 딸의 단골이 됐습니다. 손님 한 분이 오셔서 어머니를 와락 안았던 적이 있다고, 3대 대표가 옆에서 풀어놓습니다. 그리고 어머니가 딸에게 한 한 줄이 자식을 둔 모든 부모의 등을 한 번 두드리고 갑니다 — "내가 엄마가 롤모델이었던 것처럼, 내 딸도 제가 롤모델이었으면 좋겠다." 곽 PD는 그 한 줄을 듣고 깨달았다고 합니다 — "꿈이란 반드시 원대한 게 아니다. 누군가의 삶을 이어받는 것 — 그것도 엄연한 꿈의 한 형태일 수 있구나."

5. "성순아, 고생 많았고 이제 나를 위해 살자" — 군포 상인의 자기 위로

곽 PD가 다큐를 찍으며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 "고생 많으시네요"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말을 이 여성 상인들 앞에서 하기가 점점 민망해졌다고요. "저는 시장 바닥을 슬러본 적도 없고 리어카도 끌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 제가 삶을 말하고 다큐를 찍는다는 게 — 때로는 부끄럽기까지 했습니다." 그리고 평소 그가 동료들에게 자주 던지던 농담 — "아, 나도 장사나 할까" — 가 정확히 얼마나 가벼운 말이었는지를 그 시장에서 알게 됐다고요.

가장 마음을 흔든 건 군포의 한 상인분이 카메라 앞에서 자기 자신에게 건넨 한 줄이었습니다.

"정말 성순아, 고생 많았고 — 그렇게 또 항상 이쁠 줄 알았지만 이제 많이 늙어가고 있는데, 항상, 항상 나를 위해 살자. 고생, 그동안 정말 고생 많았다." — 군포 상인 (본인에게)

이름을 부르며 자기 자신을 위로하는 그 한 줄이 — 시장이라는 자리가 단순히 물건을 파는 곳이 아니라 한 사람이 매일 자기 자신과 만나는 자리이기도 하다는 걸 정확히 보여줬습니다.

6. Old가 아니라 Classic — 시장의 진짜 정체

 

색색 천막이 펼쳐진 재래시장 거리 풍경 위에 'Old가 아닌, CLASSIC'이라는 큰 자막이 떠 있는 슬라이드
"Old가 아닌, CLASSIC" — 다큐멘터리의 핵심 메시지

 

강연의 핵심 한 줄. 곽 PD는 다큐를 찍으며 결론을 단단히 가다듬었습니다.

"시장은 Old한 곳이 아니라 Classic한 곳입니다. 우리가 너무 쉽게 잊고 사는 삶의 기본적인 태도가 — 지금도 시장을 지키는 그녀들의 손끝에 남아 있다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 곽민규

그녀들의 정직함·성실함·책임감, 그리고 연대감. 그건 옛 것이 아니라 —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라고요. 프랑스의 영웅 잔다르크가 왕이 아니라 시민이었듯이, 이 여성 상인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가장 치열하게, 그리고 가장 조용하게 — 자기 자신만의 전쟁을 매일 치르고 있는 사람들.

7. 꼬미꼬 — "나와 함께, 그리고 나 스스로"

 

용인 중앙시장 한 가게의 '꼬미꼬' 간판 또는 강연 마무리 장면
용인 중앙시장 '꼬미꼬(comigo)' — 포르투갈어로 "나와 함께, 그리고 나 스스로"라는 뜻

 

강연의 마지막 풍경은 용인 중앙시장의 한 가게 — 이름이 '꼬미꼬(comigo)'입니다. 포르투갈어로 '나와 함께' 또는 '나 스스로'라는 뜻. 곽 PD는 시장이라는 자리를 그 한 단어로 단정합니다. "지금도 시장에는 그렇게 나 스스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묵묵히,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하지만 — 자기 자리에서 삶을 지키는 사람들."

 

강연 마무리 슬라이드 — 다른 일상을 상상하다 시리즈 로고
다른 일상을 상상하다 — 언론인이 기록한 네 가지 상상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제작지원)

 

그리고 강연이 청중을 향해 던지는 마지막 초대장. "여러분 혹시 요즘 삶이 버겁고 흔들리시나요? 그렇다면 시장에 한 번 가보십시오. 거기에는 당신들보다 먼저 그 흔들림을 지나온 삶의 선배들이 — 혹은 장다르크들이 — 기다리고 계실지 모릅니다."

✍️ 내가 밑줄 친 세 문장

"문을 닫으면 단골 한 명이 실망하고 돌아서잖아요. 그분은 하루지만, 나는 그분한테 신뢰를 잃는 거예요." — 이불 가게 사장님

"내 자신감이 걸어 다니고 있었거든요." — 옷 가게 최인영 대표

"성순아, 고생 많았고 — 이제 항상 나를 위해 살자." — 군포 상인 (본인에게)

📝 블로거 한 줄 후기

곽 PD가 첫날 시장 골목에서 받은 한 마디 — "저 좀 찍지 마세요, 손에 비늘 냄새 난단 말이에요" — 그 거절의 결이 어쩐지 익숙했어요. "저 좀 그렇게 보지 마세요. 저 그것 말고도 다른 결이 있어요." 그래서 곽 PD가 며칠 뒤에 깨달은 그 한 줄 — "그 비늘과 기름 냄새가 멋이었구나" — 라는 깨달음이, 저 같은 사람을 어떤 식으로 다시 봐줄 수 있는 시선의 결로 그대로 옮겨졌습니다. 그리고 강연의 마지막 한 줄 — "삶이 흔들릴 때 시장에 가보세요" — 가 깊게 박혔습니다. 그분들은 시장에도 있고, 강연에도 있고, 어쩌면 옆자리 누군가에게도 있어요.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오늘 어딘가의 장다르크를 한 명만 만나주시기를. 본인의 자리에서 매일 자기 자신과 단정한 한 줄을 주고받는 — 그 조용한 영웅들을요.

💡 오늘, 단 한 가지만 해본다면

이번 주 안에 가까운 재래시장에 한 번 들러보세요. 물건을 사도 좋고 안 사도 좋습니다. 그저 가게 한 곳을 골라 — 그분이 손으로 무언가를 다루는 결을 1분만 들여다봐 주세요. 곽 PD가 그 한 결에서 멋을 발견했듯이, 당신도 거기서 우리가 너무 쉽게 잊고 사는 한 단어 — '꾸준함' — 을 한 번 다시 만나게 됩니다.

📚 더 보면 좋을 자료

곽민규 PD의 다큐멘터리 〈장다르크: 시장을 지키는 여자들〉은 경기일보가 제작한 작품으로, 본 강연이 풀어낸 시장 여성 상인들의 일상을 풀버전으로 보여줍니다. 강연이 속한 '다른 일상을 상상하다 — 언론인이 기록한 네 가지 상상' 시리즈(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제작지원)는 같은 결의 다른 강연 세 편과 함께 보면 '언론이 기록한 일상의 다른 결'이 입체적으로 잡힙니다. 시장에 직접 가보고 싶다면 강연에서 언급된 안성 안성맞춤시장·성남 중앙공설시장·용인 중앙시장·군포 군포시장이 좋은 출발점입니다. 마지막으로 곽 PD가 인용한 한 단어 — 포르투갈어 '꼬미꼬(comigo)' — '나와 함께, 그리고 나 스스로'. 오늘 하루 그 한 단어만 입에 두고 살아도 충분합니다.

시장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거기서 매일 자기 자신과 단정한 한 줄을 주고받는 장다르크들이 — 우리보다 먼저 흔들림을 지나온 선배들이 — 오늘도 가게 문을 열고 계시거든요. 가보세요. 거기에 답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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