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운서·스피치 강사·『인간관계』 저자 한석준의 세바시 1989회 강연 정리입니다. 양천구 평생학습도시 20주년 특집 "WHY, 나를 깨우다" — 호감을 주는 말하기 세 가지: 말의 빈도(전현무의 비포장 도로), 말의 속도(조언과 오지랖), 말의 온도(아버지의 거울)까지.
📌 한 줄 요약
호감을 주는 대화는 말의 빈도·속도·온도 세 가지를 함께 맞춰야 한다. 그중 하나라도 어긋나면, 입에서 나간 말은 조언이 아니라 오지랖이 된다.
⭐ 추천 점수
★★★★★ 5/5 — 가족·동료·후배에게 말 한마디 잘못한 적 있는 모든 사람에게 권하는 17분.
👥 이런 분께 추천합니다
🟦 후배·자녀에게 조언했다가 분위기가 식어본 적 있는 분
🟦 "말을 줄여야 한다"는 말의 진짜 의미가 궁금한 분
🟦 가족 안에서 말의 온도를 못 맞춰 자주 후회하는 분
📑 목차
1. "말을 잘 하려면 말을 하지 마세요" — 엘리베이터 영상의 진의
2. 말의 빈도 ① 전현무의 비포장 도로 — 실수가 만든 자기만의 길
3. 말의 빈도 ② "이상한 강의를 계속 했더니 길이 됐다"
4. 말의 속도 — 후배에게 한 조언이 사실은 오지랖이었다
5. 조언 vs 오지랖 — 속이 시원하면 오지랖, 마음이 아프면 조언
6. 말의 온도 — 아버지의 거울, 화장실에서 사과하신 그날
7. "맞출 수 없을 땐 말을 안 하는 게 낫더라" — 아내의 멈춤이 알려준 것
호감을 주는 말하기 세 가지 — 한석준 아나운서가 풀어내는 말의 빈도·속도·온도
1. "말을 잘 하려면 말을 하지 마세요" — 엘리베이터 영상의 진의
한석준 아나운서가 세바시 무대에서 푼 이야기는 사실 그가 엘리베이터 짧은 영상에 올렸다가 한 달 내내 놀림을 당한 한 줄에서 시작합니다. "여러분 말을 잘 하려면 말을 하지 마세요."
같이 방송하는 오상진 아나운서가 다음 날 "여러분, 밥을 잘 먹고 싶으면 밥을 먹지 마세요. 옷을 잘 입고 싶으면 옷을 입지 마세요"라며 한 달을 놀려댔다고요. 하지만 그 짧은 한 줄의 진정한 의미는 단순했습니다 — 호감을 주는 말하기를 하려면 내가 말하는 걸 좀 줄이고 상대방의 말을 많이 들으라는 뜻이었다고요.
그 한 줄을 좀 더 길게 풀면, 결국 세 가지로 나뉩니다. 말의 빈도·말의 속도·말의 온도.
2. 말의 빈도 ① 전현무의 비포장 도로 — 실수가 만든 자기만의 길

한석준 아나운서는 신입 시절 KBS에서 비교적 빨리 이름이 알려진 편이었습니다. 모범생스러운 아나운서 이미지를 유지하려고 늘 조심했죠. 그러던 어느 날 후배 한 명이 들어왔는데, 너무 많은 실수를 하더라는 겁니다. 아나운서실에서는 그 후배를 잡았고, 후배가 실수를 멈추지 않자 이번엔 선배들이 한석준을 잡기 시작했습니다. "니가 똑바로 못 해서 니 후배들이 저런다." 본인 마음 속에서도 그 후배 방식에 동의할 수 없었다고요. "저렇게 자기 이미지를 너무 나쁘게 소모하면 안 되는 건데…"

그러던 어느 날, 그 후배와 같은 프로그램을 하게 됩니다. 방송국에는 분당 시청률 그래프라는 게 있어요. 1분 단위로 누가 말할 때 시청률이 오르고 내리는지가 적나라하게 보입니다. 그런데 자신이 말할 땐 그래프가 꼬꾸라지고, 후배가 말할 땐 올라가는 거예요.
처음으로 반성을 시작했다는 그는, 두 사람의 길을 이렇게 비교합니다. "저는 포장도로를 계속 가고 있었는데, 그 친구는 비포장도로인데 거기를 열심히 가고 있었어요." 그리고 어느 순간, 비포장도로는 그 친구만의 길이 됩니다. 그 친구의 이름이 — 이왕 말한 김에 — 바로 전현무였습니다. 〈생생정보통〉의 한석준·이지애·전현무 트리오, 그 시절 이야기입니다.
3. 말의 빈도 ② "이상한 강의를 계속 했더니 길이 됐다"

전현무와 한석준은 지금 〈프리한 19〉를 함께한 지 만 9년, 10년째 가는 사이입니다. 어느 날 한석준에게 스피치 강의를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이 들어왔는데, 처음엔 못 하겠더라고요. 그래서 전현무에게 물어봤더니 — "아 형, 괜찮아. 그냥 해. 형 할 수 있어."
그때 떠오른 게 전현무의 '실수'였다고 합니다. 그 친구는 실수를 계속 도전하고 빈도를 늘렸기 때문에 훌륭한 아나운서로 발전했고, 지금은 연예대상을 세 번이나 받았습니다(아나운서 중 그런 사람은 없습니다).
그래서 한석준도 강의를 시작합니다. 처음엔 강의도 이상했지만, "언제까지 이상하나 보자" 하고 계속 했더니, 이상한 게 조금씩 좋아져 이제는 스피치 강의에서도 자기만의 길이 생겼습니다. 어떤 사람들에게 그는 더 이상 아나운서 한석준이 아니라 스피치 강사 한석준, 인간관계 한석준, 책의 저자 한석준으로 인식됩니다.
실수를 두려워하지 말고 빈도를 늘릴 것 — 이게 첫 번째 비결입니다.
4. 말의 속도 — 후배에게 한 조언이 사실은 오지랖이었다

두 번째는 말의 속도. 단순히 빠르게/느리게의 문제가 아니라, "언제 어떤 타이밍에 어떤 말을 하느냐"의 문제라고 합니다.
일찍 이름이 알려진 한석준은 건방지게도 자기 혼자 자란 줄 알았다고 고백합니다. 그렇게 교만하면 어떻게 되냐 — 남들에게 조언을 시작하게 됩니다. 후배들 방송이 자기 눈엔 자꾸 부족해 보였고, "너는 이 점을 바꿔야 돼. 너는 발음 연습을 해야 돼" 마구 했죠. 거기에 더해 본인이 인정한 자기 단점 하나 — "인간성이 좋은 편이 아니라 호불호가 매우 뚜렷하다". 그래서 조언을 누구에게 했냐면, 좋아하는 후배들에게만 했다는 겁니다.

어느 날 KBS 29기 동기이자 절친 이광용 아나운서(축구 중계)가 묻습니다. "너 쟤네 싫어?" "아니, 좋아하는데?" "좋아하는데 왜 그렇게 말해. 그렇게 말하면 쟤네가 너 싫어할 거 아니야."
집에 가서 곱씹어보니 한석준은 후배들의 '속도'를 못 맞춘 거였습니다. 한석준이 든 비유는 단순합니다. 팔이 부러진 사람한테 깁스를 안 해주고 재활 운동을 가르치고 있었다는 거. 1단계 깁스가 필요한 사람한테 그는 3단계 재활을 권하고 있었던 거죠. 그 시점 그 후배에게 필요한 건 칭찬과 격려, 그리고 지금 당장 도전할 수 있는 한 단계였는데.
5. 조언 vs 오지랖 — 속이 시원하면 오지랖, 마음이 아프면 조언
같은 시기 한석준이 어떤 책에서 본 한 줄. 조언과 오지랖의 차이. 그가 강연에서 들려준 본인만의 해석은 이렇습니다.
제가 말을 했는데 제 속이 시원하면 오지랖이고요, 제가 마음이 아프면 조언이에요.
후배들한테 조언했을 때 한석준은 "아주 속이 시원했다"고 했습니다. 그러니 그건 오지랖이었던 거죠. 단 1%도 도움이 안 됐다고요.
그 차이를 진짜 체감한 건 본인이 부모가 되고 나서였습니다. 딸은 당근만 먹고 고기를 안 먹는 편식가. 고기를 먹이려고 설득할 때마다 마음이 아프더라는 겁니다. "고기가 맛있는 거야. 너 성장하려면 고기를 먹어야 돼…" 그런데 또 안 먹죠. 그 반복이 너무 아팠다고. 그 아픔이 곧 '조언'의 증거였다고 그는 말합니다.
6. 말의 온도 — 아버지의 거울, 화장실에서 사과하신 그날

그리고 마지막 — 가장 중요하다고 한석준이 못 박은 세 번째. 말의 온도.
대학 합격한 한석준에게 아버지가 사주신 486 컴퓨터. 컴퓨터 좀 다루게 된 어느 날, 아버지가 방에 오셔서 "아들아, 나 이거 뭐 좀 하나만 도와줘라" 부탁하셨답니다. 그게 며칠 전에도 이미 알려드린 거였어요. 그 순간 한석준이 버럭했답니다. "아이 아버지, 지난번에 그 말씀 드렸잖아요. 뭘 이렇게 맨날 여쭤보세요." 결국 도와드리긴 했지만 못되게 말한 거죠.
며칠 뒤 아버지가 들려주신 이야기. 그날 화장실에 가서 거울을 봤는데 거울 속에 당신의 아버지가 계시더라는 겁니다. 그때 아버지가 지금 한석준의 나이쯤이셨고, 거울 속 당신의 얼굴에서 젊은 시절 본인이 아버지에게 못되게 말했던 장면들이 떠올랐다고요. 그 자리에서 화장실 거울 앞에 절을 하셨답니다. "아버지, 죄송합니다."
7. "맞출 수 없을 땐 말을 안 하는 게 낫더라" — 아내의 멈춤이 알려준 것
훗날 세바시에 나오기로 결심한 한석준이 아버지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물었습니다. 그때 왜 저한테 화내지 않으셨어요? 아버지의 대답이 망치였다고 합니다.
아들아, 사람한테 말을 할 때는 말의 온도가 매우 중요하다. 그 당시에 나는 너한테 많이 서운했고 많이 화가 났다. 그래서 내가 네가 알아듣게끔 좋은 말로 할 수 없을 것 같더라. 그렇게 말의 온도를 맞출 수 없을 땐 그 말을 안 하는 게 낫더라.
그러면 그 깨달음 이후엔 안 했냐 — 아직도 아내한테 가끔 한답니다. 며칠 전에도 밤 11시 반에 아내한테 화를 확 냈는데, 아내는 받아치지 않고 딱 말을 멈추고 참더래요. 환한 표정이 보이고, 말을 참는 게 보이고, "아차" 싶었답니다. "내가 말의 온도를 못 맞췄구나." 바로 사과하긴 민망해서 10분 동안 딴짓하다 가서 "여보 미안해" 하고 아까 얘기를 풀었더니, 보상이 왔답니다 — 뽀뽀.
한석준의 마지막 결론은 단순합니다. 빈도와 속도를 맞춰도 온도를 못 맞추면 좋은 대화가 안 된다는 것. 오늘 강연이 끝나면 다들 가족에게 돌아갈 텐데,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고 빈도·속도·온도 세 가지를 잘 맞춰 행복한 시간 보내시라는 인사로 강연을 마칩니다.
✍️ 내가 밑줄 친 세 문장
저는 포장도로를 계속 가고 있었는데, 그 친구는 비포장도로인데 거기를 열심히 가고 있었어요. 어느 순간 비포장도로는 그 친구만의 길이 됐어요.
제가 말을 했는데 제 속이 시원하면 오지랖이고요, 제가 마음이 아프면 조언이에요.
말의 온도를 맞출 수 없을 땐 그 말을 안 하는 게 낫더라.
📝 블로거 한 줄 후기
듣지 못하는 사람으로서 대화에 끼는 일은 늘 빈도를 줄이는 쪽이었습니다. 모르겠으면 안 묻고, 못 들었으면 안 따라가고, 어색하면 그냥 웃고. 빈도를 줄여서 안전한 자리에 머무는 게 오랜 습관이었어요. 강연을 들으며 한석준 아나운서의 첫 번째 비결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 빈도를 줄이는 게 아니라 늘려야 자기만의 길이 생긴다는 말. 비포장도로를 계속 걸은 사람만 그 길의 주인이 된다는 말. 사람들이 친절히 말을 걸어줄 때 빨라서 못 따라간 적도 많고, 정작 따뜻하게 다가오는데 제가 차갑게 받아친 적도 있어요. "오늘은 그냥 못 들었어요"라고 말할 수 있는 빈도, "조금 천천히 말해줄래요?"라고 부탁할 수 있는 속도, "내가 못 들었지 당신이 잘못한 게 아니에요"라고 맞춰주는 온도. "왜 자꾸 못 들어, 더 집중해"라고 말하는 사람은 본인 속이 시원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진짜 도움이 되는 말을 하려는 사람은 마음이 먼저 아파지거든요.
💡 오늘, 단 한 가지만 해본다면
오늘 하루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던질 말 한마디를 떠올린 다음, 던지기 전에 자문해보세요. "내가 이 말을 한 다음 속이 시원해질까, 아니면 마음이 아파질까." 답이 '시원'이면 그건 오지랖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잠시 멈추고 — 한석준 아버지의 말처럼 — 온도를 맞출 수 없을 땐, 차라리 그 말을 아끼는 쪽이 낫습니다.
📚 더 보면 좋을 자료
한석준의 책 『인간관계』 (말의 온도·관계의 거리에 관한 그의 정리), 한석준·전현무·이혁재의 tvN 〈프리한 19〉, KBS 〈생생정보통〉 한석준·이지애·전현무 트리오 시절 클립. 양천구 평생학습도시 지정 20주년 기념 특집 세바시 〈WHY, 나를 깨우다〉 시리즈 다른 강연도 함께 살펴볼 만합니다.
♥ 마무리
오늘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어떤 온도의 말을 건네셨는지, 댓글로 짧게 한 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