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지휘자"로 불리는 영남대 음악학부 백윤학 부교수의 세바시 1991회 강연 정리입니다. 시몬스 침대 특집 "성장을 위한 아름다운 휴식, Beautyrest 꽃잠" 시리즈 — 동물원 사파리 곰 일화, 미국 유학 첼레스타 실수와 "걱정 마세요, 잘 할 거라 믿어요"라는 지휘자의 한 마디, 영남대 수능 끝 공연 하바네라 일화까지.
📌 한 줄 요약
사람은 '틀렸다'는 말보다 '괜찮다'는 말에 더 멀리 간다. 좋은 결과는 지시·통제가 아니라 믿음과 긍정적 반응에서 나온다 — 지휘자가 무대에서 매일 체감하는 진실.
⭐ 추천 점수
★★★★ 4.5/5 — 가르치고·이끌고·관리하는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권하는 15분.
👥 이런 분께 추천합니다
🟦 누군가의 실수를 지적하고 싶은 충동을 자주 느끼는 분
🟦 팀·자녀·학생을 "지시"가 아닌 "기다림"으로 이끌어보고 싶은 분
🟦 "잘 될 거야"라는 한 마디의 힘이 궁금한 분
📑 목차
1. "춤추는 지휘자"라는 별명 — 단원들이 반응해 주기 때문에
2. 동물원 사파리 곰 일화 — "기사님이 잘 던진 거예요"
3. 미국 유학 첼레스타 실수 — 총보를 파트보로 착각한 그날
4. "걱정 마세요, 잘 할 거라 믿어요" — 사람을 일으켜 세운 한 마디
5. 영남대 수능 끝 공연 — 학생이 직접 제안한 하바네라가 강당을 뒤집다
6. "잘 될 거야" — 함께하는 오케스트라의 자발적 일어서기
7. 잘 안 될 땐 거리를 두고 한숨 자라 — 다시 믿을 수 있게 된다
믿음이 먼저 가면 소리가 따라온다 — 백윤학 지휘자가 무대에서 배운 신뢰의 원리
1. "춤추는 지휘자"라는 별명 — 단원들이 반응해 주기 때문에
백윤학은 요즘 "춤추는 지휘자"라는 별명을 자주 듣습니다. 본인은 "솔직히 춤을 춘 적은 없다"고 합니다. 그저 음악에 맞춰 조금 격하게, 즐겁게, 진심을 담아 지휘했을 뿐인데 — 어느 순간 그게 춤처럼 보이게 됐다고요.

가끔 그는 "오케스트라 앞에서 그렇게 춤추듯 지휘하는 게 괜찮으세요?"라는 질문을 받습니다. 솔직히 민망하다고 합니다. 진심으로 움직였는데 반응이 없을 때 당황스러울 때도 있고요. 그가 그렇게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건,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그의 마음을 알아주고 반응해 주기 때문이라고 그는 분명히 짚어줍니다. "저 혼자 춤춘다고 무대가 완성되진 않잖아요."
2. 동물원 사파리 곰 일화 — "기사님이 잘 던진 거예요"
그가 떠올리는 어린 시절 장면 하나. 동물원 사파리에서 기사님이 곰에게 건빵을 휙휙 던지는데, 곰이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다 받아먹더라는 거죠. 사람들이 "우와, 곰 대단하네요!" 하자 기사님이 이렇게 말했답니다.

곰이 잘 받아먹은 게 아니고, 제가 잘 던진 거예요.
그때는 그냥 웃고 말았지만, 지금 그 말 속에는 이런 뜻이 들어 있는 것 같다고 그는 풀어줍니다. 좋은 결과는 혼자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서로를 믿고 반응할 때 비로소 만들어진다는 것. 오케스트라와 함께 지휘하며 매일 체감하는 진실이라고요.
3. 미국 유학 첼레스타 실수 — 총보를 파트보로 착각한 그날
미국 유학 시절, 모차르트 오페라 〈마술피리〉 공연에 백윤학은 첼레스타(작은 건반 타악기) 연주자로 참여했습니다. 그런데 결정적 문제가 있었습니다 — 연주 준비를 총보(總譜, 지휘자용 악보)로 했다는 것.

총보는 모든 악기 파트가 한 페이지에 다 들어가 있어 자주 넘겨야 합니다. 그래서 연주자들은 자기 악기만 모아놓은 파트보(연주자용)를 보고 연주하죠. 그런데 그는 총보를 가지고 연습한 탓에, 무대에서 악보를 넘기는 타이밍을 놓쳐 연주가 갑자기 멈춰버리는 사고가 — 그것도 여러 번 — 일어났습니다. 마지막 리허설, 연출·조명·의상 다 들어간 그 순간에. "온몸이 굳고, 얼굴이 빨개지고, 고개를 들 수 없을 정도로 부끄러웠다"고요.
4. "걱정 마세요, 잘 할 거라 믿어요" — 사람을 일으켜 세운 한 마디
리허설이 끝난 뒤 사과하러 지휘자 선생님께 다가갔는데, 입을 떼기도 전에 그분이 먼저 웃으며 말했답니다.
다음엔 파트보로 준비하면 돼요. 걱정 마세요, 잘 할 거라 믿어요.
그 한 마디에 무너지던 마음이 다시 일어섰다고 합니다. 도망치고 싶던 순간이 갑자기 새로운 시작처럼 느껴졌고요. 그 리허설 이후 5분짜리 자기 파트를 혼자서 3시간 넘게 반복해 연습했다고요.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전혀 힘들지 않았다고. 누군가가 자신을 믿어줬기 때문에. 실수 하나로 그를 판단하지 않고 가능성을 보고 반응해 줬기 때문에.

그때 깨달은 한 줄. "사람은 '틀렸다'는 말보다 '괜찮다'는 말에 더 멀리 나아간다." 그 믿음 하나 덕분에 지금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고 그는 고백합니다.
5. 영남대 수능 끝 공연 — 학생이 직접 제안한 하바네라가 강당을 뒤집다
어느 겨울, 백윤학이 근무하는 영남대에서 수능을 마친 고3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명회와 공연이 함께 열렸습니다. 그는 설명회 뒤 30분 클래식 공연의 해설과 피아노 반주를 맡았고, 2주 동안 매일 오전마다 2~3번씩 공연을 했다고요.
솔직히 기대는 하지 않았답니다. 수능 끝났겠다, 친구들과 몰려다니겠다, 클래식은 잘 모르겠다 — "공연 보며 딴짓하기 딱 좋은 조건"이었다고요. 막상 무대에 올라가니 예상보다 더 무심한 관객들. 눈 감거나,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거나, 고개 숙이고 자고 있는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함께 공연하던 성악 전공 여학생이 조심스럽게 말을 걸어왔습니다. "교수님, 제가 꼭 해보고 싶은 무대가 있어요." 제안은 — 비제 〈카르멘〉의 아리아 '하바네라'를 부르며 고3 남학생 한 명을 무대에 초대해 직접 앞에 앉혀두고 노래하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엔 깜짝 놀랐답니다. 너무 도발적인 건 아닐까 걱정도 됐고요. 하지만 그는 그 학생을 믿고 기회를 줬습니다. 공연 당일 — 조용하던 강당이 뒤집어졌습니다. 졸고 있던 학생들이 눈을 반짝이며 무대로 시선을 모았고, 숨죽이던 공기가 움직이기 시작했죠. 그날 이후 공연장에는 언제나 웃음과 박수, 호기심이 함께했다고요.
그 학생의 용기와 저의 믿음이 만들어낸 결과였습니다. 자발적인 참여, 자율적인 창의, 그리고 진심이 통할 수 있는 분위기 — 누군가 진심으로 무언가를 하고 싶다고 말할 때, 우리는 그 마음을 믿고 지지해야 합니다.
6. "잘 될 거야" — 함께하는 오케스트라의 자발적 일어서기
그가 진행하는 〈함께하는 오케스트라〉 앵콜 곡 중 하나에 또 다른 일화가 있습니다. 오케스트라 연주를 처음 보는 분들에게 악기를 소개하는 곡인데, 같은 멜로디를 악기별로 돌아가며 연주합니다. 그런데 단원들은 보통 앉아서 연주하기 때문에 어떤 악기에서 소리가 나는지 관객이 바로 알기 어려운 게 문제.

백윤학은 단원들에게 "일어서서 연주해 주세요"라고 부탁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앉아서 연주하는 것에 익숙해진 분들에게 그런 부탁을 하면 마지못해 일어날 순 있지만 최선을 다하는 장면이 연출되지 않는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죠. 그는 "역시 결국 될 것이다"라는 긍정적 마음으로 기다렸습니다. 꾸준한 소통을 통해 감정적 벽이 없어지고 서로의 의도를 이해하게 되면 — 당연히 일어서서 하실 거라고 기대했다고요.
어느 순간부터 단원들이 자발적으로 일어서서 악기를 연주하기 시작했습니다. 한 술 더 떠 좌우 객석을 향해 몸을 움직이며 연주하기도 했죠. 누가 시키지 않은, 자발적인 움직임이었습니다.
7. 잘 안 될 땐 거리를 두고 한숨 자라 — 다시 믿을 수 있게 된다
"믿어봤는데 쉽지 않더라, 언제까지 기다리고 있어야 하느냐?"는 되물음에 백윤학이 준비한 답은 두 가지. 첫째, "잘 될 거야"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 둘째, 약간의 거리를 두는 것입니다.
일이든 관계든 깊어질수록 더 잘하고 싶고 더 많이 바라게 되거든요. 그럼 자기도 모르게 날카로워져 있다고요. 그러면 잘 될 일도 안 됩니다. 그는 의도적으로 거리를 둘 때마다 한숨 푹 자고 일어난다고 합니다. 조급한 마음을 놓고 잠들기까지는 쉽지 않지만, 조금이라도 눈을 붙이면 몸과 마음에 다시 에너지가 차고, 자신을 짓누르던 고민이 가벼워진다고요. 그러면 또 믿을 수 있게 된다고. "다시 해볼 수 있겠다, 이번엔 조금 더 긍정적으로."

지휘자는 직접 소리를 내지 않는 사람입니다. 악기를 연주하고 소리를 만드는 건 다 단원들이죠. 지휘자는 믿고 기다리고 긍정적으로 반응하면서, 그들이 내는 소리가 하나의 흐름·하나의 마음으로 이어지도록 돕는 사람이라고 백윤학은 정리합니다. 그래서 그는 믿는다고 합니다. 혼자 잘하는 사람보다 서로 믿어주는 팀이 더 멋진 연주를 만들어낸다는 걸. 이건 음악뿐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일 거라고요.
✍️ 내가 밑줄 친 세 문장
곰이 잘 받아먹은 게 아니고, 제가 잘 던진 거예요. — 동물원 사파리 기사님
사람은 '틀렸다'는 말보다 '괜찮다'는 말에 더 멀리 나아간다.
믿음이 먼저 가야 소리가 따라오고, 움직임이 일어납니다.
📝 블로거 한 줄 후기
듣지 못하는 채로 무대 위에 서본 적이 있습니다. 큰 무대도 아니고, 학교 행사 같은 자리에서요. 그때 가장 두려웠던 건 박수 소리가 아니라 침묵이었어요. 그런 자리에서 누군가가 살짝 시선을 맞추며 "괜찮아"라고 입 모양을 만들어준 적이 있어요. 그 한 입 모양이 내 어깨를 한 번에 일으켜 세웠던 기억이 강연을 들으며 다시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듣느라 종일 곤두서 있던 신경은 잠을 통해서만 풀립니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 일어서는 음악이 가장 멋진 음악이듯, 듣지 못해도 스스로 다시 시작하는 하루가 가장 멋진 하루겠다고 — 오늘 저는 그렇게 정리해봅니다.
💡 오늘, 단 한 가지만 해본다면
오늘 가족·동료 중 누군가에게 "틀렸어"를 한 번 삼키고, 그 자리에 "괜찮아, 다음엔 더 좋아질 거야"를 끼워 넣어보세요. 한 줄로 사람이 일어선다는 백윤학 지휘자의 말이 — 정말 그런지, 직접 시험해볼 수 있는 가장 작은 무대입니다.
📚 더 보면 좋을 자료
백윤학 지휘자가 진행하는 〈함께하는 오케스트라〉 — 클래식이 낯선 분들도 같이 즐길 수 있는 형태의 공연입니다. 본 강연은 시몬스 침대 특집 세바시 시리즈 "성장을 위한 아름다운 휴식, Beautyrest 꽃잠"의 한 편(같은 시리즈로 1990회 장동선 뇌과학자 "내 인생 최고의 리허설 무대를 만드는 법"이 있습니다). 신뢰와 자발성에 대해 더 읽고 싶다면 사이먼 시넥의 『리더 디퍼런트』·『인피니트 게임』, 그리고 캐럴 드웩의 『마인드셋』을 권합니다.
♥ 마무리
오늘 가까운 사람에게 "괜찮아"라는 말을 한 번이라도 건네셨는지 — 댓글로 짧게 한 줄 남겨주세요. 믿음이 먼저 가는 하루가 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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