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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 21세기 싱가포르가 될 수 있는 이유 — 유현준 건축가의 밀도·북극해·꿈 | 세바시 2014회

"대한민국이 폐쇄적인 나라였을 때에도 부산은 가장 국제적인 도시였어요." 건축가 유현준이 23분 동안 풀어내는 도시 이야기는 결국 한 도시에 도착한다. 부산. 산맥이 내려와 바다와 만나는 좁은 평지 위에 한국전쟁 피난민이 모이고, 멀티컬추럴해진 그 도시가 21세기에 어떻게 싱가포르가 될 수 있는지를, 그는 PC와 슈퍼컴퓨터·메소포타미아 우르크·온돌과 아궁이·아파트와 민주화·북극해 항로까지 가로지르며 들려준다.

 

📌 한 줄 요약

건축가 유현준이 풀어내는 부산론 — 밀도가 만들어 낸 한국 최초의 메트로폴리스 부산이, 북극해 항로·자율주행 물류·영어 공교육·세금 시스템이라는 21세기 도구로 어떻게 또 한 번 새로운 도시가 될 수 있는가.

 

⭐ 추천 점수

★★★★★ 5/5 — 도시 이야기를 한국 근대화·민주화·기후·세금·언어까지 한 호흡에 꿰어 내는 단 23분. 부산·서울·일본·스위스·싱가포르까지 비교가 명쾌하다.

 

👥 이런 분께 추천합니다

부산·지방 도시의 미래에 관심이 있는 분

건축과 도시·역사를 한 줄로 꿰는 시야를 좋아하는 분

"인구가 줄어들어 안 된다"는 체념의 언어 너머를 듣고 싶은 분

 

📑 목차

1. 도시란 무엇인가 — 병렬 연결의 시너지

2. 메소포타미아 우르크와 조선의 온돌

3. 아파트와 민주화 — 6월 항쟁이 가능했던 이유

4. 부산, 한국 최초의 메트로폴리스

5. 자율주행 물류와 항만공사 땅 — 부산이 가진 카드

6. 북극해 항로와 동해 지중해의 시대

7. 21세기 싱가포르 — 세금·영어·꿈

 

세바시 2014회 — 부산이 특별한 도시인 이유, 그리고 21세기 싱가포르가 될 수 있는 가능성 | 유현준 건축가

 

밀도가 만든 부산, 북극해와 만나는 도시 — 유현준 건축가의 23분

 

1. 도시란 무엇인가 — 병렬 연결의 시너지

 

강연자 유현준이 무대 위에서 도시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
도시란 무엇인가 — 강연의 시작.

 

강연은 한 가지 비유로 시작한다. 가정용 PC와 슈퍼컴퓨터를 1대1로 비교하면 PC는 한참 떨어진다. 그런데 PC 수천 대를 케이블로 병렬 연결하면 슈퍼컴퓨터에 버금가는 연산 능력이 나온다. 〈토이 스토리〉 같은 애니메이션도 그렇게 만들어진다. 하나하나보다 연결됐을 때 훨씬 더 힘이 커진다는 것.

 

슬라이드에 PC를 병렬로 연결한 컴퓨터 시스템 도식이 보인다.
PC를 병렬로 연결하면 슈퍼컴퓨터가 된다 — 도시도 같은 원리.

 

인간도 마찬가지다. 한 사람의 뇌를 동물과 1대1로 비교하면 그렇게 똑똑하지 않다. 바다 생물 중 가장 똑똑한 돌고래의 IQ가 90~100, 두 번째 문어가 80~90. 유 건축가의 IQ는 160이 안 된다. "그러니까 저는 문어보다 두 배 이상 똑똑한 게 아닙니다." 그럼에도 인간이 인공위성·인공지능·유전 공학을 만들 수 있는 건 뇌가 병렬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케이블이 없어도 우리는 언어로 연결되어 있다. 도시에 살수록 더 많은 사람이 모여 소통하니 시너지가 커진다.

 

도시 인구와 특허·창의 활동 사이의 관계를 보여주는 슬라이드.
도시 인구가 두 배가 되면 특허 출원은 2.15배, 도시 규모가 10배가 되면 창의적 활동은 17배가 된다.

 

실제로 도시 인구가 두 배 늘면 특허 출원이 2.15배, 도시 규모가 10배 늘면 창의적 활동은 17배 늘어난다는 연구가 있다. 대도시일수록 점점 더 창의적이 된다.

 

2. 메소포타미아 우르크와 조선의 온돌

최초의 문명이라 불리는 메소포타미아는 동시에 최초의 도시가 만들어진 곳이다. 기원전 3500년경 우르크. 도시가 있었기 때문에 문명이 발생할 수 있었다.

 

메소포타미아 우르크 도시 유적 일러스트와 함께 슬라이드가 보인다.
최초의 문명은 최초의 도시에서 시작됐다 — 메소포타미아의 우르크.

 

그 관점으로 한국사를 보면, 유 건축가는 조선이 근대화에 실패하고 대한민국이 성공한 이유를 건축적 관점에서 찾는다. 조선의 난방 시스템은 온돌이다. 아궁이에서 불을 떼서 밥을 짓고 남는 열로 구들장을 데우는, 세계 최고의 난방 시스템. 그런데 목 구조라 2층짜리 집을 못 짓고, 온돌을 깔면 단층으로만 건물이 지어진다. 그래서 밀도 높은 도시를 만들지 못했고, 매일 시장이 서는 도시 대신 5일에 한 번 모아 여는 오일장만 가능했다.

 

조선시대 한옥의 단면도와 온돌 구조를 보여주는 슬라이드.
조선의 온돌과 단층 구조 — 밀도 높은 도시를 못 만든 이유.

 

"국밥만 팔아서는 먹고 살 수 없는 사회"였다는 것. 나흘 동안 농사를 지어야만 살 수 있는데, 농사로 돈 버는 사람은 결국 땅 문서 물려받은 사람들이다. 조선은 부의 대물림 사회, 자수성가가 불가능한 사회였다.

 

3. 아파트와 민주화 — 6월 항쟁이 가능했던 이유

큰 변화는 1960년대 석유 곤로와 함께 왔다. 온돌과 아궁이가 분리되는 사건. 연탄 아궁이는 연탄·기름·가스 보일러로 이어졌고, 철근 콘크리트라는 새로운 건축 재료가 도입되면서 2층짜리 집이 가능해졌다. 1970년대 2층 양옥집, 엘리베이터 도입 후 12층 아파트, 1990년대엔 30층 주상복합까지.

 

한국 주거 형태의 변천사를 그림으로 보여주는 슬라이드.
석유 곤로 → 연탄 보일러 → 가스 보일러 → 철근 콘크리트 → 아파트.

 

"과거에 부동산 자산은 땅바닥에만 깔려 있었어요. 그땐 극소수의 양반들만 부동산을 소유할 수 있었지만, 아파트가 허공에 지어졌더니 그 아파트를 사는 사람들은 사는 순간 다 지주가 되는 세상이 된 거죠." 20세기 후반 대한민국은 결국 모든 사람이 지주가 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었다.

 

각 시대 도시 건물 높이와 시민 혁명의 시점을 비교한 슬라이드.
17세기 런던 4층집 → 명예혁명, 18세기 파리 6층집 → 프랑스 혁명, 1980년대 한국 12층 아파트 → 6월 항쟁.

 

더 중요한 건 밀도가 만든 사회적 진화다. 17세기 영국 런던에는 4층짜리 집이 지어졌고, 그 결과 명예혁명이 성공했다. 18세기 프랑스 파리에는 6층짜리 집이 지어졌고, 1789년 프랑스 혁명이 성공했다. 19세기 한양은 단층짜리 집밖에 없었고, 1894년 동학 혁명은 "모내기 할 때 다 흩어졌다"는 우스개처럼 실패했다. "근데 1980년대에 우리가 다 12층짜리 아파트로 이사를 갔잖아요. 그랬더니 1987년 6월 항쟁에는 성공했습니다." 사회학적 엄밀한 근거는 아니라고 그는 웃지만, 도시 밀도와 산업 구조와 민주화는 분명히 연결되어 있다.

 

4. 부산, 한국 최초의 메트로폴리스

"대한민국 최초의 도시가 뭐냐 누가 물어보면 저는 부산이라고 대답합니다. 부산이 최초의 메트로폴리스다."

 

부산 도시 풍경과 함께 슬라이드 제목 부산 한국 최초의 메트로폴리스가 보인다.
부산 — 한국 최초의 메트로폴리스.

 

부산의 지리는 도시가 만들어지기 좋았다. 산맥이 내려오고 바다가 양쪽에서 막아 부족한 평지에 인구가 모이니 자연히 밀도가 높아진다. 해안가를 따라 선형으로 도시가 형성됐다. 거기에 한국전쟁이 결정적이었다. 함경도·평안도·경기도·강원도·전라도 사람들이 다 모이면서 멀티컬추럴한, 역동적인 도시가 만들어졌고, 국제시장 같은 상업이 발달했다.

 

부산의 산맥과 해안선을 보여주는 위성 지도 슬라이드.
부산의 지리 — 산맥과 바다 사이의 좁은 평지에 형성된 선형 도시.

 

"제 기억에 80년대 부산에 놀러 오면 호텔에서 일본 위성 TV NHK가 잡혀서 봤거든요. 대한민국이 폐쇄적인 나라였을 때에도 부산은 가장 인터내셔널한 국제 도시였다." 부산 마산이 야구를 그렇게 좋아하는 것도, 1979년 부마항쟁이 가능했던 것도 결국 부산이 가장 밀도 높은 도시였기 때문이라고 유 건축가는 말한다.

 

5. 자율주행 물류와 항만공사 땅 — 부산이 가진 카드

밀도가 높은 게 항상 좋기만 한 건 아니다. 공공의 공간이 부족하다는 게 부산의 어려운 점. 그런데 해결책도 부산에 있다. 부산 항만공사가 가진 바닷가 땅이 엄청나게 많다는 것. "땅과 바다가 만나는 그 경계부의 많은 땅들을 부산 항만공사가 갖고 있어서, 이걸 잘 개발하면 아주 특별한 풍경의 도시를 만들 수 있습니다."

 

부산 항만공사가 소유한 바닷가 부지 지도가 보이는 슬라이드.
부산 항만공사가 가진 바닷가 땅의 잠재력.

 

부산은 자율주행 물류 시스템을 도입하기도 좋다. 서울은 표면적의 13%가 도로고, 그 도로의 1/3에 물류 차량이 움직인다. 4차선 도로 밑에 자율주행 로봇 물류 터널을 뚫으면 지상 도로의 1/3을 없애고 선형 공원을 만들 수 있다. 그런데 서울은 정방형 도시라 X·Y 그리드를 다 깔아야 하지만, 부산은 선형이라 라인 하나만 깔면 웬만한 지역이 다 커버된다. 해안가를 따라 등고선처럼 형성되어 있어 오르락내리락도 적어 에너지 효율도 좋다.

 

지하 자율주행 로봇 물류 터널 컨셉 일러스트가 보이는 슬라이드.
자율주행 물류 시스템 — 도로 1/3을 공원으로.

 

드론으로 물류를 해결하자는 얘기도 있지만 그는 도심 속에서는 불가능하다고 본다. "제가 방송 때문에 DSLR 카메라를 드론에 띄워 촬영한 적이 있어요. 진짜 헬기 뜬 줄 알았어요. 그러다 전기줄에 걸려 떨어져서 행인이 죽을 뻔했어요." 소음·안전·운영 시간 제약이 도심 드론을 막는다. 결국 답은 지하 물류다.

 

6. 북극해 항로와 동해 지중해의 시대

 

북극해를 중심으로 본 지구본 시각화 슬라이드. 모든 대륙이 북극을 둘러싸고 있다.
지구본으로 본 북극해 — 모든 대륙이 모이는 자리.

 

유 건축가는 21세기 부산의 가장 큰 카드로 북극해를 꺼낸다. 메르카토르 지도가 아니라 지구본으로 세상을 봐야 한다고 그는 강조한다. 북극해는 모든 대륙이 모여 있는 자리다. 무역선들이 지나갈 수 있다면 가장 단거리. 그동안 얼어 있어 못 다녔지만 지금은 지구 온난화 시대다. 저위도부터 일 년 내내 녹기 시작했고, 북극해를 통해 한 바퀴 도는 서큘레이션 항로가 가능해진다.

 

북극해 항로와 기존 수에즈 운하 항로의 거리·시간을 비교한 슬라이드.
부산–네덜란드 40일이 30일로 — 북극해 항로의 시간 단축.

 

"우리가 부산에서 네덜란드까지 가는 데 배로 40일 걸리거든요. 근데 북극해를 통해서 가면 30일이면 가요. 그러면 부산이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는 겁니다." 동해도 새 자리를 얻는다. 일본의 인구는 대부분 관동에 몰려 있지만 관서 지방 서쪽 해안선을 개발하면, 우리나라 동해안과 부산~속초와 일본 서쪽이 함께 옛 유럽의 지중해처럼 될 수 있다는 것. "울릉도는 시칠리아 섬처럼 되는 겁니다."

 

동해를 가운데 둔 한국과 일본의 지도와 함께 동해 지중해 컨셉이 보이는 슬라이드.
동해의 시대 — 한국 동해안과 일본 서해안이 옛 유럽의 지중해처럼.

 

7. 21세기 싱가포르 — 세금·영어·꿈

하드웨어만으론 안 된다. 소프트웨어도 필요하다. 두바이와 라스베이거스 같은 사막 도시가 성공한 건 신시티의 자유 — 세금 면제와 자유로운 규제 — 가 있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도 상속·증여·양도소득세가 제로다. 소득세·법인세·배당소득세도 다 낮다.

 

두바이 라스베이거스 싱가포르의 야경과 함께 세금 제도를 비교한 슬라이드.
두바이·라스베이거스·싱가포르 — 세금이 만든 도시.

 

또 하나는 언어. 싱가포르에 해외 기업이 모이는 건 영어를 쓸 수 있는 인력이 많기 때문이다. "부산의 공립학교는 다 영어를 의무 교육화 한다. 초등학교 때부터 영어의 비중을 엄청나게 늘리는 거예요. 그러면 해외 기업들이 왔을 때 부산 출신의 정말 좋은 인력을 직원으로 채용하기가 좋은 거죠." 350만 명의 인구가 자꾸 서울을 흉내내지 말고 부산만의 독특한 국제적 감각을 키우는 도시로 가야 한다는 것.

 

한국 부산 지역의 영어 공교육 도입 시나리오를 보여주는 슬라이드.
부산 공립학교 영어 의무 교육화의 가능성.

 

전 세계 대도시 — 홍콩·상하이·도쿄·뉴욕 — 는 다 바다를 끼고 있다. 바다와 육지 두 공간을 다 쓸 수 있어서다. 서울은 내륙이라 지지부진하다가 90년대 초고속 인터넷망이라는 가상 공간을 얻으며 글로벌 도시가 됐다. "그럼 부산은 초고속 인터넷망 있죠, 가상 공간과 바다와 육지 세 가지를 가질 수 있습니다." 다른 어디보다 메리트 있는 도시가 될 수 있다.

 

부산이 갖는 가상 공간·바다·육지의 세 가지 공간 자산을 도식화한 슬라이드.
부산 — 가상 공간·바다·육지 세 가지를 가질 수 있는 도시.

 

국제 설계 사무소 SOM의 도시 설계 담당 파트너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곳이 부산 자갈치 시장이라고 했다. "우리는 우리의 매력이 어디 있는지 잘 몰라요."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나오는 골목길·편의점·목욕탕·분식집을 외국 사람들이 보면 특별하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부산다운 것이 글로벌해질 수 있는 시대입니다."

 

부산 자갈치 시장의 풍경 사진과 함께 자갈치 시장 글로벌 컨셉이 보이는 슬라이드.
부산다운 것이 글로벌해질 수 있는 시대 — 자갈치 시장.

 

"링컨이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미래를 예측하는 최선의 방법은 미래를 창조하는 것이다. 미래는 그냥 가만히 있으면 오는 게 아니고 창조하는 거예요. 그 창조를 하려면 꿈과 비전이 있어야 됩니다. 부산의 미래에 대해 꿈꾸고, 맨날 옛날 얘기만 하지 마시고, 미래가 어때야 되는지를 생각하셔야 돼요. 350만 명의 마음이 하나로 모일 수 있는, 멀리 두는 소실점 — 꿈을 가지셨으면 좋겠습니다."

 

✍️ 내가 밑줄 친 세 문장

"과거에 부동산 자산은 땅바닥에만 깔려 있었어요. 그땐 극소수의 양반들만 부동산을 소유할 수 있었지만, 아파트가 허공에 지어졌더니 그 아파트를 사는 사람들은 사는 순간 다 지주가 되는 세상이 된 거죠."

"중요한 거는 인구 숫자가 아니고, 그 도시에서 만드는 서비스나 제품이 얼마나 많은 영역을 커버하느냐 이게 사실 중요한 포인트인 거예요."

"미래를 예측하는 최선의 방법은 미래를 창조하는 것이다. 미래는 그냥 가만히 있으면 오는 게 아니고 창조하는 건데, 그 창조를 하려면 꿈과 비전이 있어야 돼요."

 

부산의 미래상을 싱가포르와 비교한 슬라이드.
부산이 가진 가능성을 한 줄로 — 21세기 싱가포르.

 

부산의 흙·바다 양면 자산을 보여주는 슬라이드.
흙과 바다를 모두 품은, 지역과 세계를 동시에 향하는 도시.

 

부산이 한국과 세계를 잇는 자리에 있다는 한 줄을 도식화한 슬라이드.
부산 — 한국과 세계를 잇는 식탁이 될 수 있다.

 

부산 시민과 도시의 미래 비전을 함께 보여주는 슬라이드.
부산 350만 명의 마음이 하나로 모일 멀리 둔 소실점.

 

부산 자갈치 시장과 골목길의 매력적인 장면들.
부산의 풍경 자산 — 자갈치 시장과 골목길.

 

부산의 일상 풍경 중 외국 관광객에게 특별하게 다가오는 장면들.
우리가 너무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이 외국 사람들에겐 특별하다.

 

링컨의 한 줄 인용과 함께 부산의 미래 창조를 다룬 슬라이드.
미래를 예측하는 최선의 방법은 미래를 창조하는 것이다.

 

강연 마무리 슬라이드 — 부산 시민에게 멀리 둔 꿈을 가지자는 메시지.
꿈과 비전이 있어야 미래를 창조할 수 있다 — 강연의 마무리.

 

 

📝 블로거 한 줄 후기

유현준의 강연은 익숙한 도시 이야기를 가장 낯선 각도에서 다시 깔아 놓는다. 가장 인상 깊은 대목은 6월 항쟁과 12층 아파트를 한 줄로 잇는 그 발상이었다. 사회학자라면 엄밀하지 않다고 했을 한 줄을 건축가의 시야로 다시 묶어 내는 그 순간, 도시는 단순한 건물 집합이 아니라 정치와 산업과 민주주의의 토양이라는 사실이 또렷해진다. 조선의 단층 한양에서 동학 혁명이 흩어지고, 12층 아파트가 깔린 1987년에 항쟁이 성공했다는 그 대조는 이 강연이 보여 주는 가장 깔끔한 풍경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오래 남는 건 북극해 항로와 동해 지중해의 비전이었다. 부산~네덜란드 40일이 30일로 줄어든다는 한 줄, 일본 서쪽 해안과 동해안이 합쳐져 옛 유럽 지중해처럼 작동한다는 상상, 울릉도가 시칠리아처럼 된다는 한 문장에서 도시의 미래가 갑자기 다른 차원으로 옮겨 간다. 우리가 인구 감소·지방 소멸이라는 단어로 부산을 미리 체념하고 있을 때, 그는 지구본을 돌려 가장 단거리 항로의 출발점이라는 다른 자리를 가리킨다. 미래는 가만히 오는 게 아니라 창조하는 것이라는 링컨의 한 줄로 강연이 닫히는 자리에서, 부산 350만 명의 멀리 둔 소실점이 무엇이어야 하는지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

 

💡 오늘, 단 한 가지만 해본다면

지구본을 한 번 — 정확히는 구글 어스 같은 3D 지도를 한 번 — 열어 보고, 북극해를 가운데 두고 우리나라와 유럽을 다시 본다. 우리가 평소 보던 메르카토르 지도와 얼마나 다른지 보는 것만으로도, 유 건축가가 말하는 21세기 부산이 어떤 자리에 있는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 더 보면 좋을 자료

유현준 건축가의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공간의 미래〉 등 도시·건축 시리즈. 부산 항만공사 북항 재개발 계획 자료. 북극해 항로(NSR) 관련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보고서. 강연 중 인용된 SOM(Skidmore Owings & Merrill) 도시 설계 사례도 함께 보면 강연의 비전이 어디서 왔는지 또렷해진다.

 

♥ 도시는 미리 정해진 미래가 아닙니다. 부산이든 내가 사는 도시든, 멀리 둘 꿈 한 가지를 오늘 한 번 더 떠올려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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